Beranda / 로맨스 / 형수의 밤 / Bab 141 - Bab 150

Semua Bab 형수의 밤: Bab 141 - Bab 150

167 Bab

141. 일상의 소음이 다시 귀에 들어올 때

차가 공터를 빠져나오자, 다시 일상의 소음이 귀에 들어왔다.멀리서 들려오는 차량 소리, 교차로를 건너는 사람들의 발걸음, 신호등이 바뀌는 짧은 울림. 방금 전까지 머물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결의 시간이었다.건우는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지 않았다.손에 쥔 USB를 잠시 내려다봤다. 작은 금속 조각 하나가 손바닥 위에 얹혀 있었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미 알고 있었다.하나는 조수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지금 확인할 거야?”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건우는 고개를 저었다.“여기서 안 본다.”짧은 대답이었다.하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이 장소는 끝이 아니라 중간 지점에 가까웠다.누군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끼어들 수도 있는 곳.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가져가는 것이지, 서둘러 확인하는 것이 아니었다.건우는 USB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그 동작이 끝나자마자, 비로소 시동을 걸었다.엔진 소리가 다시 공간을 채웠다.차는 천천히 움직였다.골목을 빠져나와 큰 도로로 합류했다.하나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이제.”그녀의 말이 이어졌다.“다 끝난 느낌이야.”건우는 시선을 도로에 둔 채 대답했다.“아직 아니다.”그의 목소리는 낮았다.“지금부터 정리해야 한다.”짧은 침묵.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자료.”건우는 말했다.“흐름.”그리고.“연결된 사람들.”그 단어들이 이어졌다.서하는 뒷좌석에서 창문에 기대 있었다.“하나로 묶어야지.”그녀가 말했다.건우는 짧게 대답했다.“응.”차는 도심 방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건물들이 다시 높아졌고, 차량 흐름이 복잡해졌다. 신호에 걸렸다가 다시 움직이고, 다시 멈추는 반복적인 리듬 속에서 건우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하나는 조용히 물었다.“김도현.”그녀의 말이 이어졌다.“그대로 두는 거야?”건우는 잠시 생각했다.“도망 안 간다.”짧은 대답이었다.하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이미 움직였다.
Baca selengkapnya

142. 지키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모니터에 떠오른 목록은 단순한 파일 배열이 아니었다.숫자와 날짜, 거래 코드들이 줄지어 이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이름들은 서로를 향해 보이지 않는 선을 뻗고 있었다. 건우는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은 채,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처음에는 흐름을 본다.그다음에는 끊긴 지점을 찾는다.그리고 마지막에, 그 사이를 메우는 이름이 드러난다.그 순서를 몸으로 알고 있었다.하나는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열어봐.”건우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대신 커서를 움직였다. 하나의 파일을 선택하고, 더블클릭했다.창이 열렸다.표 형태의 데이터가 화면을 채웠다.입금과 출금, 계좌 간 이동, 반복되는 패턴. 일정한 간격으로 쪼개진 금액들이 서로 다른 경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고, 그 경로의 끝에는 다시 같은 지점으로 모이는 구조가 숨어 있었다.하나는 화면을 따라가며 숨을 낮췄다.“이거.”그녀의 말이 이어졌다.“완전히 설계된 구조네.”건우는 천천히 말했다.“흐름이 끊기지 않는다.”짧은 설명이었다.단순히 돈을 빼돌린 게 아니라,흐름을 끊기지 않게 만들어 놓았다.그래야 추적이 늦어진다.그래야. 시간이 생긴다.서하는 뒤에서 화면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혼자 한 거 아니다.”건우는 대답 대신 파일을 하나 더 열었다.다른 계좌.다른 경로.그러나 구조는 같았다.그리고, 그 끝에서. 같은 이름이 반복되고 있었다.건우의 시선이 멈췄다.하나는 그 지점을 따라갔다.“저 이름.”그녀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건우는 천천히 읽었다.“최준석.”짧은 이름이었다.하지만, 그 이름이 놓인 위치는 짧지 않았다.하나는 기억을 더듬었다.“이 사람.”그녀가 말했다.“외부 감사팀.”건우는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형이.”잠시 후 덧붙였다.“마지막에 접촉하려고 했던 사람.”그 말이 떨어지자, 공기가 달라졌다.단순한 공범이 아니었다.이 구조를 알고 있는 사람.혹은 이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서하는
Baca selengkapnya

143. 흐름을 따라가면 남는 것

파일을 하나 더 여는 순간, 화면의 결이 달라졌다.숫자와 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점의 기록들이 층을 이루며 쌓여 있었다. 거래 내역과 메일, 승인 로그가 시간 순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비어 있는 구간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건우는 마우스를 멈추지 않았다.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흐름을 한 번 따라가고, 다시 거슬러 올라갔다. 같은 길을 두 번 밟으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균열이 드러난다.하나는 옆에서 조용히 물었다.“뭐 보여.”건우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비어 있는 시간.”짧은 답이었다.하나는 화면을 더 가까이 들여다봤다.“어디.”건우는 커서를 한 지점에 멈췄다.“여기.”날짜 하나가 표시됐다.특정 구간, 거래가 멈춰 있는 시간.그 전후로는 일정하게 이어지던 흐름이 그 구간만 비어 있었다.하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왜 끊겼지.”건우는 천천히 말했다.“끊은 게 아니라.”잠시 후.“숨긴 거다.”그 말은 단순했다.흐름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흐름을 가리는 사람도 있다.그리고, 그 가려진 구간은 대개 중요한 순간이다.서하는 뒤에서 화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사고 날짜.”그녀의 말이 이어졌다.“그 근처 아니야.”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다.”그의 시선이 더 깊어졌다.“사고 전후.”짧은 정적, 하나는 숨을 낮췄다.“그럼.”그녀의 말이 이어졌다.“그때 뭔가 더 있었네.”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이미 그 방향으로 생각이 이어지고 있었다.그는 다른 파일을 열었다.메일 기록, 날짜를 맞췄다.같은 시점.같은 구간.그리고, 짧은 문장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일정 변경.’그 아래.‘직접 처리.’건우의 손이 멈췄다.하나는 그 문장을 읽었다.“직접?”건우는 낮게 말했다.“평소랑 다르다.”짧은 설명이었다.보통 이런 구조에서는 역할이 나뉜다.흐름을 만드는 사람.확인하는 사람.정리하는 사람.그런데, 그 구간에서는 ‘직접 처리’
Baca selengkapnya

144. 피한 거다, 라는 짧은 결론

모니터를 닫자, 방 안의 공기가 다시 평소의 밀도로 돌아왔다.숫자와 기록 속에 잠겨 있던 시간이 빠져나가자, 주변의 소리가 조금씩 또렷해졌다. 누군가 서류를 넘기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통화 음성, 키보드를 두드리는 리듬. 일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러가고 있었다.건우는 의자에 등을 기대지 않았다.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 방금 정리한 흐름을 머릿속에서 한 번 더 훑었다.김도현.그리고, 최준석.이름 두 개가 같은 선 위에 놓여 있었다.하나는 조용히 말했다.“연락할 거야?”건우는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짧은 대답이었다.하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그 대답에는 이미 방향이 담겨 있었다.건우는 말했다.“지금 연락하면.”잠시 후.“숨는다.”그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아직 모른다.”짧은 설명.최준석은 지금 상황을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김도현이 흔들렸다는 것.흐름이 드러났다는 것.그 모든 것이 아직 그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그 틈이 필요했다.서하는 벽에 기대며 말했다.“그럼 먼저 보러 가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위치부터.”그의 말이 이어졌다.“확인한다.”하나는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자료에 있지.”건우는 짧게 말했다.“있다.”그는 USB 안에서 열어둔 파일을 다시 불러왔다.연결된 이름 목록.그 중 하나, 최준석.이름을 클릭했다.관련 정보가 펼쳐졌다.소속.직함.연락처.그리고, 최근 동선.하나는 화면을 따라가며 말했다.“외부 감사팀.”잠시 후.“본사는 따로 있고.”건우는 이어서 말했다.“지금은.”그의 시선이 한 줄에 멈췄다.“출장 중.”짧은 정적.하나는 눈을 좁혔다.“출장?”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어제부터.”그의 말이 이어졌다.“지방.”서하는 작게 웃었다.“타이밍 좋네.”그녀의 말에는 가벼움이 있었지만, 상황은 가볍지 않았다.하나는 조용히 물었다.“우연일까.”건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시선을 내려
Baca selengkapnya

145. 아직 끊기지 않은 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안쪽의 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층수를 표시하는 숫자가 내려갈수록, 방금 전까지 이어지던 생각이 더 또렷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건우는 벽에 기대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시선은 정면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동선이 그려지고 있었다.최준석.이름 하나가 방향을 바꿨다.김도현이 만든 흐름이 드러났다면,최준석은 그 흐름을 유지시키는 역할에 가까웠다.그 말은 곧. 지금 이 구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지하 주차장의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바닥에 길게 번지고 있었다.건우는 멈추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하나는 옆을 따라붙었다.“위치 찍혔어?”건우는 짧게 대답했다.“대략.”그의 시선이 차량 사이를 훑었다.“도시 외곽.”잠시 후.“리조트 쪽.”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사람 많지 않은 곳.”서하는 뒤에서 말했다.“숨기 좋네.”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미 알고 있었다.사람이 적은 곳은 시선이 적다.시선이 적으면. 움직임이 자유로워진다.그래서. 그곳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엔진 소리가 낮게 울렸다.차는 곧장 출구를 향해 움직였다.지상으로 올라오자, 저녁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있었다.빛이 낮아졌고, 그림자가 길어졌다. 도로 위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건우는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했다.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지금 필요한 건 빠름이 아니라 정확함이었다.하나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마지막 위치.”잠시 후.“두 시간 전이야.”건우는 짧게 물었다.“이동 속도.”하나는 화면을 확인했다.“차량 기준이면.”잠시 생각했다.“지금쯤 도착했을 수도 있고.”서하는 덧붙였다.“아직 있을 수도 있고.”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둘 다 가능했다.그래서, 놓칠 수 없다.차는 도시를 벗어나고 있었다.건물들이 줄어들고, 도로가 길게
Baca selengkapnya

146. 도망칠 방향이 사라졌을 때

차에서 내리는 순간, 공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도심에서 벗어난 곳의 밤은 소리가 얇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차량 소리도 희미했고,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만이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건우는 문을 닫으며 시선을 곧장 주차장 쪽으로 옮겼다.검은 SUV.번호는 이미 확인했다.그 차량이 이곳에 있다는 건, 최준석이 아직 이 안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었다.하나는 건우의 옆에 섰다.“어디지.”건우는 고개를 들어 건물을 바라봤다.리조트 본관.전체 불이 켜져 있지는 않았다.일부 층, 일부 구간만 밝게 드러나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 방향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저쪽.”그가 낮게 말했다.하나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2층.복도 끝 쪽.창문 하나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다른 방들은 어둡거나, 희미하게만 켜져 있었다.서하는 뒤에서 말했다.“혼자 쓰네.”건우는 짧게 대답했다.“그럴 거다.”짧은 판단.사람이 적은 곳을 고른 이유는 명확하다.마주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세 사람은 동시에 움직였다.리조트 입구 쪽으로 향했다.유리문이 열리자, 안쪽 공기가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로비에는 직원 한 명이 앉아 있었지만, 시선은 깊게 머물지 않았다. 늦은 시간, 손님이 드문 시간대였다.건우는 멈추지 않고 계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하나는 그 선택을 이해했다.소리.정지 시간.불필요한 변수.계단이 더 빠르고, 더 조용했다.발걸음이 한 계단씩 올라갔다.소리는 최소한으로 줄였다.건우의 시선은 위쪽에 고정되어 있었다.2층.복도.빛이 새어나오는 방.그 위치까지의 거리.모든 것이 이미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다.2층에 도착했다.복도는 조용했다.카펫이 깔려 있어 발걸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벽에 걸린 조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고, 그 사이로 길게 뻗은 복도가 끝까지 이어지고 있었다.건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빛이 있는 방향으로 하나는 옆을 따라붙었다.서하는 뒤쪽을
Baca selengkapnya

147. 말하지 않는 사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희미하게 번지는 동안, 건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USB를 한참이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작은 물건 하나를 집어 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고작 손바닥만 한 플라스틱 덩어리인데,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단순한 파일 몇 개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건 아마, 형의 죽음 이후 자신이 붙잡고 있던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물건이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는 최준석은 건우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할 말을 다 정해두고도, 그걸 어디까지 내놓아야 할지 마지막까지 계산하고 있는 얼굴에 가까웠다.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는 차분해 보였지만, 그 차분함이 편안함에서 오는 건 아니라는 정도는 건우도 알 수 있었다. 무너지는 걸 겨우 버티는 사람은 이상하리만치 움직임이 적어진다.한참의 침묵 끝에 먼저 입을 연 건 최준석 쪽이었다.“그거, 전부 아닙니다.”건우는 그제야 시선을 들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방 안에 오래 남는 종류의 말이었다. 건우는 대답 대신 USB 쪽으로 눈을 한 번 내렸다가 다시 최준석을 바라봤다.“전부 아니면.”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뭐가 더 남아 있는데요.”최준석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빗소리가 잠깐 더 선명해진 사이, 그는 마른 입술을 한 번 눌렀다가 아주 낮게 말했다.“지금까지 보신 건… 겉입니다.”그 말은 이상하게도 건우의 신경을 건드렸다. 겉이라니. 그 안에 들어 있던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지저분했다. 자금 흐름은 말할 것도 없고, 외주 계약서와 누락된 정산 내역, 서로 다른 이름으로 돌려 막은 계좌들,사고 전후 시점과 묘하게 맞물려 있는 몇 개의 승인 기록까지. 그 파일을 처음 열었을 때 건우는 솔직히 그 정도면 이미 바닥에 닿은 줄 알았다.그런데 저 남자는 지금 그게 바닥이 아니라 표면이라고 말하고 있었
Baca selengkapnya

148. 지키기 위한 손이 아니었다면

그 말은 곧,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없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고, 결과도 아니고, 그저 흔적이 남지 않는 것. 누군가 다치든, 누군가 사라지든, 누군가 망가지든 겉으로만 조용하면 되는 방식.건우는 자기 안에서 무언가가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어긋나는 걸 느꼈다.“아니죠.”그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최준석을 향한 말인지, 자신을 향한 말인지 건우도 분간하지 못했다.“형이 그런 식으로까지 했을 리는…”끝까지 문장을 잇지 못했다. 그럴 리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것부터가 이미 그럴 리 없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형의 사고도, 형의 죽음도, 하나가 기억하지 못하는 밤도, 그리고 자기 자신이 지금 이 남자 앞에서 형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까지.최준석은 그 미완성 문장을 굳이 받아주지 않았다. 대신, 건우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방향으로 말을 이어갔다.“직접 손대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건우의 눈이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최준석은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았다.“그런 일은 본인이 안 했어요. 적어도 제가 아는 한, 늘 다른 사람 손을 썼습니다.”“…….”“근데 누가 움직일지, 어디까지 가야 할지는 정했죠.”그 순간 건우는,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감각을 느꼈다. 형에 대한 기억이 한꺼번에 뒤집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끔찍한 건, 지금까지는 보호처럼 보였던 몇몇 장면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어릴 적, 형은 늘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먼저 움직이던 사람이었다.문제가 생기면 누구보다 빨리 개입했고, 건우가 보기엔 늘 정리하는 쪽이었다. 그땐 그게 든든함으로 보였다. 형은 늘 한발 앞서 있었고, 집 안에서 무언가 흔들리려 하면 가장 먼저 손을 대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그 손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게 아니라 통제하기 위한 손이었다면. 그 순간부터 건우는 자기가 알고 있던 모든 장면을 다시 봐야 했다.“그 사
Baca selengkapnya

149. 흐름을 유지하는 사람들

최준석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안도인지, 체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숨이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창문을 때리던 빗소리가 한층 더 거세졌다.건우는 손안의 USB를 내려다보며, 그제야 아주 또렷하게 하나의 생각을 했다.형은 정말 피해자였을까.그건 지금껏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머릿속으로조차 끝까지 밀어붙여본 적 없는 생각이었다. 죽은 사람이고, 죽은 사람은 남겨진 사람들 안에서 너무 쉽게 피해자가 된다. 특히 그 죽음이 피로 얼룩져 있을수록,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의 얼굴보다 마지막 순간의 얼굴을 더 오래 붙잡게 된다.하지만 지금 건우는 처음으로, 형의 죽음을 슬픔이 아니라 구조로 보기 시작하고 있었다.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었다.비는 그칠 기미가 없었다.건우는 USB를 손에 쥔 채 창밖을 바라봤다. 유리창에 번지는 도시의 불빛이 빗물 사이로 일그러져 보였다. 마치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어떤 풍경이, 이제야 비로소 형태를 드러내려는 것처럼.그날 밤, 건우는 아주 늦게서야 알았다.끝난 줄 알았던 일은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걸.최준석과 헤어진 뒤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동안, 건우는 몇 번이나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특별한 이유가있어서라기보다, 자꾸 뭔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시각이든, 날짜든, 지금 자기가 서 있는 위치든. 방금 전까지 최준석과 마주 앉아 있었던 시간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걸, 눈에 보이는 숫자 같은 것으로라도 붙잡아두고 싶었던 것 같았다.하지만 아무리 확인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화면 위 시간은 차갑게 흘러가고 있었고, 바깥은 여전히 젖어 있었고, 건우 손 안에 쥔 USB는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차에 올라탄 그는 시동을 걸지 않은 채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앞유리 위로 빗물이 쉴 새 없이 번져내렸고, 그 너머로 보이는 불빛들은 전부 윤곽이 흐려져 있었다. 세상이 흐려진
Baca selengkapnya

150. 바닥을 닦아둔 사람

형이 몰랐을 리 없다.그 생각이 다시 올라왔다.아까까지만 해도 그 문장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가까웠다. 형 정도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면 이런 흐름을 아예 모를 수는 없다는 상식적인 판단.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있었다. 윤신우는 이 구조를 몰랐던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흐름이 끊기지 않게 유지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그 순간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멈췄다.유지한 사람.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누군가를 직접 밀어 떨어뜨린 사람이 아니라, 떨어지도록 바닥을 닦아둔 사람. 손에 피를 묻히지는 않았지만,피가 어디로 흐를지는 알고 있었던 사람. 리고 그 흐름이 밖으로 새지 않게, 필요한 만큼만 열고 필요한 만큼만 막아둔 사람.건우는 고개를 들었다.앞유리 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아까보다 더 두꺼워져 있었다. 와이퍼를 켜지 않은 유리창 위에서 빗물이 서로 엉기고 흩어지며 불규칙한 자국을 만들었다. 그걸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는 다시 화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엑셀 파일 하단, 승인란에 들어간 이니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YSW.윤신우.그 세 글자가 갑자기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건우는 화면을 확대했다. 서류상으로는 단순한 승인 표시였지만, 문제는 그 이니셜이 찍혀 있는 위치였다. 직접 결제나 송금이 아니라, 구조상 굳이 형이 관여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중간 단계들. 누군가 밑에서 처리하고 올리면 그냥 넘어가도 될 만한 부분들에 이상하리만치 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그건 책임감일 수도 있었다.꼼꼼함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건우 눈에는 그게 다르게 보였다.흐름을 알고 있던 사람의 표시처럼.건우는 그 파일을 저장한 뒤, 다른 폴더를 열었다. 그 안에는 계약서 초안 몇 개와 수정본, 그리고 삭제되다 만 메모 파일이 들어 있었다. 파일명은 의미를 숨기려는 것처럼 애매했고, 문장들은 중간중간 잘려 있었다. 하지만 애매하게 지운 흔적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걸 말해주는 법이었다.…이관 후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121314151617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