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굳이 그 자리에서 바로 파일을 열지 않았다. 담당자와 필요한 확인만 마친 뒤 자료를 받아 나왔고, 근처에 있던 조용한 카페로 들어갔다.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자, 유리창 너머로 흐린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낮은 소음, 멀리서 들리는 컵 부딪히는 소리, 주문 번호를 부르는 직원의 목소리 같은 것들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너무 조용한 데서 듣기엔 형의 목소리가 감당되지 않을 것 같았다.건우는 이어폰을 꽂고 파일을 열었다.오디오 파일은 생각보다 짧았다. 대부분은 1분 안팎, 긴 것도 3분을 넘지 않았다. 회의실 녹취처럼 여러 사람 목소리가 섞인 파일도 있었지만, 건우가 손을 멈춘 건 아주 짧은 단독 음성 메모였다.파일명은 날짜뿐이었다.건우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잠깐의 잡음 뒤에 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낮고, 차분하고, 이상할 만큼 정리된 목소리였다.“이건 빨리 끊어야 돼.”건우는 숨을 멈췄다.문장은 짧았고, 누구를 향한 말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회의용 정리 메모일 수도 있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 말일 수도 있었고, 어떤 거래선이나 외부 인물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문장 자체가 아니었다.목소리였다.윤신우는 전혀 흥분하지 않은 상태였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다그치거나, 분노를 누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사람이, 필요한 조치만 다시 자기 입으로 확인하는 쪽에 가까웠다.건우는 그 파일을 끝까지 다 듣지 못하고 중간에 멈췄다.이어폰을 뺀 것도 아닌데, 귀가 먹먹해졌다. 카페 안의 소음이 갑자기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듯 노트북 화면을 잠시 내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형의 목소리는 기억 속과 똑같았다.다정하게 들을 수도 있고, 냉정하게 들을 수도 있는 톤. 듣는 사람이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목소리. 예전의 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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