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어디냐.' "잠시 나와있습니다." '집에 좀 와라.' 도혁은 저도 모르게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그리곤 눈앞의 주하를 바라보았다. 핸드폰에 쓰인 '아버지'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불안하더라니, 예상이 적중해서 헛웃음도 나오지를 않았다. 이 나이 먹고 아버지가 무서워서 그의 말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이가 먹었기에 거절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다. 그는 딱히 효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부를 땐 거절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었다. 그러니까 이걸 거절한다는 건 상대방에게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주하의 존재를 들킬지도 모르는 그런 부자연스러운 일. "무슨 일 있으십니까." '너희 엄마 지금 너 먹이려고 밥 하는 중이다.' "예?"이건 정말 생소한 일이었다. 그가 이 제안을 거절하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일. 그의 어머니는 평생 요리를 손에 꼽을 정도로만 해왔다. 그의 열 번째 생일과 스무 번째 생일에 끓여준 미역국, 서른 번째 생일에 해준 갈비찜 정도만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였다. 한 손으로도 충분히 세고도 남을 정도라는 뜻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집에는 언제나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부모님과 따로 사는 지금도 똑같았다. 그의 집에도, 그의 부모님의 집에도, 요리를 하는 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게 무슨 꽃을 보내.' 아. 꽃. 도혁은 저도 모르게 주하의 앞에 가지런히 놓인 노란 꽃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보낸 건데, 이렇게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저녁을 먹었다고 할지, 이따 가겠다고 할지, 다양한 선택지가 떠올랐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나오는 게 없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