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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보스의 은밀한 비밀: Chapter 21 - Chapter 30

63 Chapters

020.

"그리고 내일부터 오주하 좀 따라다녀.""...?!"오주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기찬은 그게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요즘 매일 가는 것 같더니 이젠 안 갈 생각인가. 기찬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착실하게 답했다. 그는 '그냥 더 이상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말자.'라고 그렇게 자신을 달래고 있었다. 그게 목숨을 지키는 길이었다."예...!""어. 이 주소로 가서 서 있다가 나오면 학교 잘 가는지 보고, 밤엔 집에 잘 도착했는지까지 확인해. 들키지 말고."엎드려뻗쳐 머리를 바닥에 대고 있는 기찬의 옆으로 작은 종이쪽지 같은 것도 스치고 지나갔다. 캠퍼스에서 그 광경을 못 봤다면, 어떤 불쌍한 사람이 도혁에게 걸린 것으로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기찬은 그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네, 형님...!"기찬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다른 사람을 미행해 본 적이 없다. 차라리 더 나쁜 일이라면 해봤는데. 그래서 목소리가 조금은 자신 없게 튀어 나갔다."대답이 왜 이래? 바쁘냐?""아닙니니다! 요즘, 그, 형님들이 사업 다 정리 중이셔서... 거의 대기 상태입니다!"기찬은 그렇게 말하자마자 아차 싶었지만 이미 쏟아진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한가한 새끼들 많겠네."아오. 조졌네.기찬은 눈을 꾹 감았다 떴다. 누가 눈치가 빠르다는 건지. 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그럼에도 입은 착실하게 대꾸하고 있었다."그렇습니다!""한 시간 더 박고 있다가 가라.""예!"아. 이만하면 다행이다.사실 상수가 조용히만 있었으면 이렇게 머리 박고 있을 일도 없었겠지만, 그래도 이미 들킨 것이니 이 정도 벌이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시간 뒤에 다시 방으로 돌아온 도혁에게 '넌 눈치는 빠른데 왜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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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뭐라고 말하게?""그..."일단 기찬이 '미행'을 한 것까진 들킨 모양이었다. 적어도 학교에서 한 번 이상 본 것 같고. 그냥 한 번 봤다고 하기엔 '매일 새벽'이라고 말했으니 어쩌면 정말 다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무슨 변명을 해야 할지 고민이야? 들킬 거라고 생각 안 해봤나 봐."이런저런 변명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만큼 그럴듯한 것이 없었다. 얼간이 같이 헛소리나 하게 될 것 같아 도혁은 차라리 입을 잠시 다물었다. 주하가 뭐라도 더 말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내가 한 번 본 사람 얼굴을 잘 안 잊어버려서, 아무리 멀리서 봐도 모를 수가 없더라고."뭐 그런 특수한 능력 같은 게 있을지 당연히 미리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네?""무슨 말이든 해야지."주하의 말이 맞았다. 그는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문이 막힌 적이 있었는지. 운전에 영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는 사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운전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냥 몸은 본능대로 움직이고 있었고,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되는대로 입을 우선 열었다."그, 밤길도, 위험하고."그래. 밤길. 위험하지. 학교에서 집까지 훤한 대로변이라고 해도, 새벽 2시잖아.도혁은 그렇게 자신을 달래면서 나쁘지 않은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잘 말하는 게 좋을걸. 예뻐해 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토요일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 생각이 순간적으로 도혁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예뻐해 준다'라던 한마디가 그를 너무 맴돌아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학교에 찾아갈지 고민했던 시간들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래봤자 '박히는 것' 밖에 안 될 것이 분명했는데도, 도혁은 기대하고 있었다. 어쭙잖은 변명은 모두 사라졌다. 그는 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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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왜?""네?""왜 애기가 사? 내가 내 노예 사 먹이겠다는데. 외제 차는 없어도 그 정도는 살 수 있어.""......"이건 뭐 심쿵해야 할 타이밍일지, 어이없어해야 할 타이밍일지 감이 오질 않았다. 저를 상대로 밥 사겠다는 사람도 처음인데 한 번도 계산하게 두질 않으니까 이건 색다름을 넘어선 상태였다. "대신 애기는 커피 사.""그... 알겠어요."결국 주하가 좋아한다는 어느 맛집에 20분씩 줄을 서서 점심을 먹었다. 누군가랑 둘이서 밥을 먹으려고 줄을 서보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그래도 주하가 서 있는 내내 조잘조잘 열심히 말해서, 그 시간이 좋았다. 그는 그녀가 말하는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했다. 학교에선 무슨 모형을 만들고 있는 것,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일이 많아서 서로 돕기 위해 학교에 가고 있는 것, 혼자서도 할 순 있지만 어차피 집에 둘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간다는 것, 이 모형을 졸업하기 전에 전시한다는 것. 그런 내용들이 주르륵 쏟아졌다. 왜 그렇게 바빴는지 조금은 납득이 되는 얘기들이었다. "그럼 모형은 이미 만들기 시작한 거 아니에요?""응. 맞아. 설계는 이미 1학기에 마쳤으니까.""그럼 오늘 돌아본 건?""졸업 논문도 써야 하거든."대학생은 참 할 일이 많구나. 도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밥을 입에 밀어 넣었다. 오주하는 이런 맛을 좋아하는구나. 일식집 덮밥을 먹으며 그런 정보도 차곡차곡 쌓았다. "어때?""어. 맛있어요."주하는 자신이 데려온 식당이라 그런지 항상 어떤지 물어왔다. 더 긴 감상평을 내놓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사실은 좀 무리였다. 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단 주하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좋기도 했고. "여기 내가 2년 전에 처음 왔었거든? 근데 너무 맛있어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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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주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덮밥 두 그릇보다 비싼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어이가 너무 없어서. 커피를 사라는 게 이런 의미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았을 거라고 생각하다가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도혁을 보면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평범한 대학생이라 굳이 호텔 라운지에 와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었기에,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도 없었다. "...보통 이런 데서 커피 마셔?""그럼 어디 가요?"도혁이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이라 주하는 그냥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진짜 모르나? 그런 생각을 하려는데 도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 예뻐해 주기도 적당하잖아."그렇게 말하며 웃는 얼굴을 보고서야 주하는 확신했다. 역시 일부러 온 거 맞잖아! 잠시라도 속은 게 분했지만, 그녀는 티 내지 않았다. 뭐 하러 저 능글맞은 인간에게 틈을 준단 말인가. "글쎄. 예뻐해 줄 만 해야 예뻐하지."곧장 억울해지는 얼굴을 보며, 그제야 속으로 조금 안도하고 있는데 도혁이 불시에 몸을 일으켜 가까이로 훅 붙여왔다. 그가 이렇게 먼저 아주 가까이에 다가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위협적이기보다는 정말 억울해 하는 것 같았다."얌전히 커피 사고 있는 사람한테 너무한 거 아니에요?"어디가 '얌전히'라는 건지. 어딜 봐도 커피 마시고 호텔 갈 생각밖에 없는 사람인데. 정말 '얌전히' 사심 없이 커피를 산 거라면 억울해하는 게 이해라도 되지만. "얌전히?"주하는 그렇게 되물으며 가까이 다가온 도혁의 뺨을 살짝 손끝으로 훑었다. 도혁의 몸이 순식간에 굳는 것이 느껴졌다. 과장 살짝 보태어 저보다 2배 정도는 큰 남자가, 고작 이 정도 터치에도 어쩔 줄 모른다는 것쯤은 잘 알았다. 그러니까 이런 곳까지 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거였다."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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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뭐. 애들...이 아니라 직장 동료들이랑 술 한잔하고 그러면 집이 머니까 가끔?"사실 술을 마시고도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꼬박꼬박 집에 들어가는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호텔에서 자긴 했다. 웬만한 집안 행사가 다 호텔에서 있다는 말은 쏙 빼고 했지만 거짓말은 아니고. "그 얘기 하는 거 아니잖아.""그럼요?"집안 행사 얘기를 아는 건 아닐 텐데. 도혁은 다른 얘기가 뭐가 있는 건지 몰라 되물었다. 그러나 주하는 제대로 된 대답은 하지 않았다. "...아니야."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 타는 주하의 얼굴이 뭔가 미묘했다. 백도혁 바보 아냐. 그는 자신을 바보라고 칭하며 주하의 뒤를 얼른 따라 탔다. "아. 그 말이구나.""됐어.""솔직히 말하면 처음인데.""뭔지 알고 처음이래."주하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휙 돌아보았다. 도혁은 아깐 알아듣지도 못해놓고 어느새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진짜 알아들었구나. 그렇게 확신하자마자 도혁이 말했다. "여자랑 호텔 오는 거.""거짓말도 좀 그럴듯하게 해야지. 뻔뻔하네, 진짜.""진짜예요."도혁은 너무 억울해하며 눈썹을 슬쩍 내리고 항변했다. 그래도 주하는 믿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숨기는 게 너무 많았으니까. 사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공간과 너무 잘 어울리는 잘생긴 돈 많은 남자가, 그걸 처음이라고 말하는 걸 믿는 게 더 이상했다. 아무리 자신이 순진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이라고 쳐도. "문이나 열어.""진짠데. 나는 주인님이 다 처음인데. 뒤도 처음 뚫리고.""그래, 그래."주하는 성의 없이 대답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도혁이 말한 방으로 향했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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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얘가 이미 난리가 났는데."주하는 옷을 입고 있었을 때도 존재감을 뽐내던 그의 페니스를 보며 조금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밖으로 나오니 그냥 예쁨만 받고 있을 모양새는 확실히 아니었다. "아, 걔는 주인님 앞에선 늘 그래서 새삼스러울 건 없는데."도혁은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는 얌전히 굴 수도, 무릎을 꿇을 수도, 주인님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지만, 발기를 안 할 수는 없었다. 주하를 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되니까,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엄청나게 까딱거려.""그냥 예뻐해달라고 애교 떠는 건데요?"주하는 뻔뻔한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작게 웃었다. 도혁은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왜 안심이 되었는지 또한 알지 못했어도, 그녀가 웃는 얼굴이 그냥 좋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손가락으로 그저 가리키던 주하가 제 페니스를 꽉 쥐어왔기 때문이었다."읏...""사실은 더 예뻐해 주려고 했는데, 반성이 조금 필요하니까 오늘은 손으로만.""...반성?""보통의 사람은 '미행' 같은 거 안 하거든."도혁은 반박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이게 '반성의 시간'인거라면, 그런 시간이 있어서 주하가 도망가지 않는 거라면, 그는 그 시간이 아주 길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었다. 주하는 얌전해지는 도혁을 보며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런 핑계로 넘어가 볼 생각이었다. 자신을 해치려 미행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았고 사과도 받았으니 문제를 삼을 생각은 없었지만, 방에 들어오고 나니 조금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라서 섹스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속내를 도혁에게 들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핑곗거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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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아...! 읏...!"저도 모르게 손이 빨라졌는지 도혁이 고개를 젖혔다. 미치겠네. 이렇게 빨리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섹시하고 난리야. 이제 와서 말을 바꾸고 싶진 않았던 터라 주하는 이를 꽉 다물었다. 그가 아무리 투정을 부리며 그녀를 녹여도, 그녀는 틈을 보여선 안 됐다. 그러니까 말을 바꾸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와 다시 박고 싶어졌다고 해도. "그랬어? 말하지."말했으면 안 도망갔으려나. 도혁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평범한 여대생은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는건, 도혁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그는 그녀의 일상을 무너트리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 사이의 선을 찾아서 지킨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겐 더 다가가지 않고, 미행이라는 결론을 냈던 거다. 궁금한 게 많아도 질척거리지는 않으려고. 그게 오히려 더 마이너스였지만. "...예뻐, 해주세요."말하라고 하니까, 내친김에 욕망을 한 번 말해본 건데 주하의 눈빛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 얼굴에 망설임이 들어선 것은 처음 보는 거였다. 도혁은 순간 저도 모르게 사정할 뻔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증상들이 혹시 병이라면, 그는 심각한 불치병에 걸린 게 틀림없었다. 고칠 의지가 없는 그런 불치병. 하지만 그 망설임은 정말 찰나였다. 그녀는 맹수에게 잡아먹힐 생각이 없는 듯, 금세 웃으며 아까처럼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애기만 잘하면, 난 언제든지 예뻐해 줄 거야."그러니까 미행 같은 건 하면 안 되고, 시키는 대로 잘하고, 고분고분 굴라는 거였다. 도혁은 다 알아들은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치 잘하겠다고 말하듯이. 그걸 주하도 눈치챈 것 같았다. 그의 페니스를 따뜻한 손으로 가득 감싸는 걸 보니. 그러니까, 이 순간을 위해서 기다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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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부르셨습니까, 보스.""대표님.""아, 네. 백 대표님."요즘 조직원들은 서로 호칭을 바꾸느라 정신이 없었다. 종종 이렇게 지적을 당할 때 재빨리 바꾸어야만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친절하게 정정해 줄지 모를 일이었다."주소 하나 보낼..."테니까 사진을 찍어오라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도혁은 곧바로 핸드폰을 눈으로 확인했다. 성철은 그 모습을 생소하게 바라보았다. 도혁은 급하게 연락이 올 곳이 없었다. 급하게 연락이 필요하면, 누군가 뛰어와서 알릴 테니까. 하던 말을 끊게 할 정도의 연락은 대체 뭘까. 그러니까 그런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손으로 그 핸드폰을 쥐기까지 하니 더 의아함이 커졌다."가 봐.""예?"성철은 태규에게 들었던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도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던 적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고 했는데, 지금 그 미친 짓을 자신이 하고 있었다."가라고.""아, 예, 형님."뭐지. 뭘까. 주소? 분명 뭔가 큰일을 시키려고 부른 것일 텐데 연락받고 멈추신다고? 성철은 허둥지둥 일어나면서도 머릿속이 어지러워서 멈칫거렸다. 그러나 도혁은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다. 성철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는 어쩔 수 없이 도혁의 방에서 나와야 했다. 영문도 모르는 채.그때, 도혁은 주하에게서 다시 온 문자를 보고 있었다.주하에게서 온 메시지인 것을 알고 빠르게 핸드폰을 확인하니, 허무한 문장이 그를 반겼다. 혹시라도 같이 가겠다는 내용일까 싶었는데. [ 애기가 직접 ] 다른 사람한테 시킬 걸 알고 있었나?도혁은 결국 성철을 내보내고 나가기 위해 옷을 걸쳤다. 운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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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 20분이요. ]그렇게까지 밟아서 가는 걸 주하가 원할 것 같지 않았다. '조심히 와.' 답장은 그렇게 왔다. 도혁은 이 시간에 또 어딜 가시냐고 묻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차에 올라탔다. 운전해 주겠다고 뛰어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데리러 오라는 말이 왜 이렇게 설레는 건지, 가는 길 내내 손에 조금 땀이 났다. 솔직히 뭔가 기대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주하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이 들었다. 9시면 사실 그녀가 늘 집에 가는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데 피곤하다고 하니까 신경도 쓰였다. [ 북문으로 나와요. ][ 이미 서 있어 ]길만 건너면 곧이라 차가 멈춘 사이 보낸 문자에 빠르게 답장이 왔다. 마음이 조금 급해졌지만 도혁은 차분하게 운전을 계속했다. 이 정도 거리면 주하에게 보일 수도 있는데 괜히 난폭해 보이고 싶진 않았다. 사람이든 차든. "흐아... 너무 졸리다."주하는 차가 멈추자마자 익숙한 듯 보조석에 올라타고 등을 기대었다. 솔직히 조금 각오하고 부른 거였는데, 화려한 스포츠카가 아니어서 신경 쓸 일은 덜었다. 그녀는 그의 검은 세단이 얼마나 비싼지 같은 건 가늠하지 못했다. "바빴나 봐요.""조금. 빨리 왔네? 집 어딘지 알지..."주하의 목소리가 제법 지쳐있어서 도혁은 그녀를 힐끔 보았다. 그녀의 눈은 감길 듯 말 듯 위태로웠는데, 심지어 눈 밑에 다크서클이 보일 정도였다. "눈 감고 있어요.""응..."주하는 그 말에 비로소 편하게 눈을 감았다. 사실 주하의 집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심지어 차로는 오히려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나 도혁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런 걸 따질 거였으면 오지 않았을 테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깊고 일정한 숨소리가 색색 들려왔다. 어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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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어느 날은 부하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 충전기가 없다고 문자가 와서 헛웃은 적도 있었다. 그는 다들 놀라서 쳐다보는 건 신경 쓰지도 않고, 또 차키를 들었다."어, 어디 가십니까...?"방금까지 뭔가 얘기하던 부하가 황망히 올려다보며 물었지만 도혁은 바쁘다며 자리를 떴다. 그런 일이 제법 반복되었다. 그러나 주하가 다시 '상'을 주는 일은 꽤 오래 없었다. 그녀는 그것이 전부 익숙해진 사람처럼 굴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매번 꼬박꼬박했지만.[ 나 동기랑 갈 곳이 있는데 지금 올 수 있어? ]동기? 도혁은 잠시 문자를 내려다보았다. 주하와 도혁이 만나는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그녀는 꼭 그를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굴곤 했다. 늘 학교에 데리러 오라고 할 때도, 인적이 드문 곳으로만 불렀다. 그런 그녀가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 자신을 부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곱씹게 되었다.[ 좀 이따 가야 하는데 택시가 잘 안 잡혀서 ]도혁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답지 않게 주하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 도혁은 20분이 걸린다고 대답하고 또 차키를 들었다. 이제 문득문득 사라지는 도혁의 존재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었다. 그냥 '바쁘신가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만 남았다. 그만큼, 너무 자주 그런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짐이 많네요."도혁은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다가오고 있는 주하가 잔뜩 들고 있는 쇼핑백을 우선 받아 들었다. 짐은 제법 묵직했다. 도혁은 짐의 무게를 대충 가늠해보면서 주하와 짧게 눈을 마주했다. 그게 인사라기보단 무슨 신호 같았다. 그제야 도혁은 주하의 옆에 있는 주하의 동기를 보았다. 그녀 또한 주하처럼 짐을 잔뜩 들고 있었다."안녕하세요."주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조금 생소해했다. 평소에 듣던 목소리가 아니라서. 이런 목소리로 원래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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