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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렌트 프리면 1억 8천만 원이다. 당장은 손해 같지만, 장기적으로 매출 3%를 받는다면 훨씬 큰 이득이다. 무엇보다 건물주와 임차인이 운명 공동체가 되어 건물을 더 잘 관리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권 대표가 팔짱을 끼고 고민에 잠겼다. 깐깐한 사업가인 그가 이 계산을 모를 리 없었다.잠시 후, 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네요. 강 작가님, 건축가입니까 아니면 사기꾼입니까?” “비즈니스맨입니다.” “좋습니다. 제 요리에 그 정도 자신은 있으니까요. 매출 3%, 콜. 대신 건물 관리 확실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계약이 성사되었다. 백 회장은 나를 보며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제 인정을 넘어선 신뢰가 담겨 있었다. 『시스템: 퀘스트 「첫 번째 의뢰」 완료!』『평가: S등급 (기대 이상의 성과)』『보상: 명성도 +300, 자금 1억 원(성공 보수), 히든 스킬 해금...』 [히든 스킬: 「부동산의 맥(脈)」이 개방되었습니다.] [땅의 기운과 돈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능력이 아니다. 돈이 흐르는 길을 보는 능력. 이것만 있으면 연남동 프로젝트는 식은 죽 먹기다.' 그때, 내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발신자는 또다시 '최무진'이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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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네. 어제 날짜로 신고 수리됐어.” “이봐요, 학생. 아니, 사장님. 상도가 있지. 우리 아파트 입구 바로 앞에다가 이런 알박기를 하면 어떡합니까? 이거 짓고 나면 우리 공사 차량은 어떻게 다니라고!” 소장이 억지를 부렸다. “제 땅에 제 건물 짓는데 남의 공사 차량 걱정까지 해줘야 합니까? 그리고 알박기라뇨. 섭섭하게. 저는 엄연히 '협소 주택'이라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입니다.” “협소 주택은 개뿔! 이거 딱 봐도 우리 엿 먹이려고 짓는 거잖아!” '들켰나?' 하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내 땅 경계선 안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짓고 있으니까. “김 대리, 아니 김영민 씨. 최무진 팀장님한테 전해요. 지난번에 1.5배 부르셨죠? 이 건물 다 지어지면 10배를 주셔도 안 팝니다.” 김영민이 이를 갈며 나를 노려봤다. “강진호... 당신 진짜 후회할 짓을 하는군. 우리 태영 법무팀이 가만있을 것 같아? 일조권 침해, 조망권 침해, 공사 금지 가처분 신청... 걸 수 있는 건 다 걸 거야!” “거세요. 어차피 이 건물은 4층이라 일조권 침해 해당 사항 없고, 조망권? 아파트가 남의 땅 조망권을 침해하면 했지, 꼬마빌딩이 아파트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법정 가서 판사님 앞에서 한번 떠들어보시죠.” 그 사이, 3층 모듈이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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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매장이라. 이미 한번 죽었다 살아난 나에게 그딴 협박이 통할 리가. 오히려 기대됐다. 그가 덤벼들수록 나는 더 높이 올라갈 테니까.' “대표님! 아니, 소장님!” 현장 뒤편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뒤돌아보니, 카메라를 든 기자 한 명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건축 잡지 <공간과 사람>의 이기자입니다! 지나가다 건물이 너무 독특해서 취재 좀 하려고요! 이거 누가 설계하신 겁니까? 하루 만에 뚝딱 생겼다는 게 사실인가요?” 기자의 눈이 반짝거렸다.'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 “제가 했습니다. 한국대학교 4학년 강진호입니다.” “네? 대학생이요? 와, 대서특필감이네요! 이 건물 이름이 뭡니까?” 나는 건물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태영 아파트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는 검은 칼날. “<더 엣지(The Edge)>. 그리고 부제는... '다윗의 돌멩이'입니다.” “다윗의 돌멩이요? 골리앗을 쓰러뜨린 그 돌멩이 말씀이시죠? 오, 의미심장하네요. 저기 뒤에 있는 대기업 아파트가 골리앗인가 보죠?” 기자는 냄새를 맡았다. 기사 제목이 벌써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했다.[대기업의 횡포에 맞선 대학생 건축가의 통쾌한 반란! 15평의 기적!] “인터뷰하시죠. 할 말이 아주 많습니다.” 나는 기자를 데리고 건물 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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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민수, 그리고 지현 누나는 맨 뒷줄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와... 사람들 기세가 장난 아니네요. 우리가 낄 자리가 있을까요?” 지현 누나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걱정 마요. 덩치만 크지 속빈 강정들이니까.” 나는 설명회 자료집을 훑어봤다.서울시가 내건 조건은 까다로웠다. [친환경 초고층 빌딩], [미디어 산업과의 연계성], [획기적인 디자인].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재무 건전성]이었다. 시공사가 공사 도중 부도나지 않을 자금력을 갖췄느냐. 이 조건 때문에 사실상 태영건설과 같은 재벌 계열사들에게 유리한 판이었다. 잠시 후, 서울시 관계자가 단상에 올랐다. “지금부터 상암 DMC 랜드마크 타워 민간 사업자 공모 설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루한 설명이 이어졌다.최무진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이미 내정된 승리자처럼 보였다.전생에서 태영건설은 이 사업을 따냈다. 그리고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고 설계 변경을 하다가, 타워 크레인이 전도되는 대형 사고를 쳤다. 그 여파로 회사는 휘청거렸지만, 막대한 로비로 사건을 덮고 결국 완공시켰다.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내가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으니까. 설명회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었다.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질문을 쏟아냈다. 대부분 형식적인 질문들이었다. &l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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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니, 작업복 점퍼를 입은 백발의 노신사가 서 있었다. 수행원도 없이 혼자였다.세영건설의 창업주이자 현 회장, 박태수였다. 현장 출신으로 평생을 바쳐 세영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 겉멋 든 걸 싫어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꼬장 영감으로 유명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강진호입니다.” “강진호? 아... 그 15평 꼬맹이?” 박 회장이 흥미롭다는 듯 나를 훑어봤다. “자네가 보기엔 우리 아파트가 영혼이 없어 보이나?” “네. 튼튼하기만 하죠. 마치 군복 입은 군인처럼요. 요즘 사람들은 군복보다 수트를 원합니다. 튼튼하면서도 섹시한 건물이요.” “섹시? 허, 건물이 섹시하다니. 말버릇 한번 특이하구먼. 그래서, 자네가 그 섹시한 옷을 입혀줄 수 있다 이건가?” “기회만 주신다면요. 상암 랜드마크 타워, 태영한테 또 뺏기실 겁니까? 제가 알기로 이번에도 지면 회장님 은퇴하셔야 한다던데.” 박 회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곡을 찌른 것이다.'세영건설 내부에서도 이번 수주에 실패하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었다.' “맹랑한 놈이군. 내 약점까지 파악하고 왔어?” “약점이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아이디어가 있고, 회장님에겐 기술과 자본이 있습니다. 우리가 손을 잡으면 태영? 놈들은 그냥 모래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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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도면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머릿속으로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 다이아그리드로 철골 물량을 줄이고, 공기 역학 디자인으로 구조비를 아끼고, 콜드 벤딩으로 마감비를 줄인다. 결과적으로 태영건설의 사각형 타워와 공사비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디자인은 압도적이다.' “...자네, 괴물인가?” 박 회장이 허탈한 듯 웃었다. “이런 계산을 혼자서 다 했다고? 구조 기술사 수십 명이 달라붙어도 몇 달은 걸릴 계산인데?” “혼자가 아닙니다. 제 뒤에는 천재적인 파트너들이 있으니까요.” 나는 뒤에 서 있던 지현 누나를 가리켰다.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내 손짓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그렇습니다! 구조 해석 데이터는 이미 검증 끝났습니다! 풍동 실험 시뮬레이션 결과, 태영의 사각형 안보다 횡변위가 40% 적게 나옵니다!” 박 회장은 돋보기를 벗어 책상 위에 탁 내려놓았다. 그리고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좋아. 기술적인 건 인정하지. 하지만 이건 3조 원짜리 사업이야. 우리 세영 임원들도 설득해야 하고, 무엇보다 서울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훔쳐야 해. 자네, 그럴 자신 있나?” “자신?” 나는 박 회장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회장님. 세영건설의 사훈이 뭡니까? '정직한 땀방울'이죠? 하지만 세상은 땀방울만으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때로는 미친 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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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최 상무님 팀이 설계한 브리지. 보기엔 튼튼해 보이지만, 두 건물이 바람에 의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흔들릴 때 발생하는 비틀림 응력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태풍 매미급 바람만 불어도 저 다리는 끊어집니다. 3조 원짜리 건물이 흉물이 되는 거죠.” “...말도 안 돼. 우리가 계산했을 땐 문제없었는데!” “정적 해석만 하셨으니까요. 바람은 살아 움직입니다. 동적 해석을 하셨어야죠.”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이게 여러분의 실력입니다. 경험? 중요하죠. 하지만 낡은 경험은 독입니다. 자, 이제 누가 총괄을 맡아야 할지 답이 됐습니까?” 회의실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박 회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구경하고 있었고, 최 상무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고개를 숙였다. '실력으로 찍어 눌렀다. 이제 내 말을 거역할 사람은 없다.' “앞으로 2주 뒤, 공모전 마감입니다. 기존 안은 전면 폐기합니다. 지금부터 제 지시대로 움직입니다. 토 달지 마세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이기게 해 드릴 테니까.” --- 그날부터 세영건설 본사 15층은 불이 꺼지지 않는 요새가 되었다. '팀 마에스트로'라는 이름 아래, 세영의 정예 멤버들과 우리 팀이 섞였다.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세영의 직원들도, 내가 내놓는 디테일한 도면과 지현 누나의 신들린 구조 계산 능력, 그리고 박민수의 미친 친화력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l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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