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는 내 환상보다 더 뜨거웠다.: Bab 21 - Bab 30

38 Bab

6. 환상을 깨지 않는 법[2][+19]

Side. B   아, 행복하다. 지금 내 얼굴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노래를 부르던 한별이 나와 눈이 마주치면 흠칫 놀라며 오만상을 찌푸리는 거 보면 동생들과 팬들이 변태 아저씨 같다며 질색하던 그 웃음이 실실 튀어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 근데 어떡해. 너무 좋은걸. 날카롭고 선명한 눈매와 특유의 예민함이 묻어 있는 찌푸린 표정이 기본값인 한별은 마치 앙칼진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외모였지만, 노래할 때의 목소리만큼은 매우 따뜻하고 다정하여 눈을 감고 듣고 있다 보면 마치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서 산들바람을 맞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러니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록 내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가지 않는 건 유감이지만, 굳이 표정을 예쁘게 꾸미지 않아도 내 마음이 어떤지는 그에게 잘 닿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나 역시 저 찌푸린 표정 뒤에 있는 다정함을 잘 알고 있으니까. 오늘은 이렇게 잔잔하게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노래를 듣다가 시시콜콜한 대화를 이어가고, 출출해질 때쯤 간단한 주전부리 먹으면서 서서히 잠에 들면, 이것만큼 완벽한 첫 방문이 어디 있겠어. 분명 이때까지만 해도 내 머리는 순수한 로망만을 나열하고 있었다. 솔직히 흑심이 아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보단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만나지 못했던 기간 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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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환상을 깨지 않는 법[3][+19]

“흐... 아......!” 청아했던 목소리가 볼품없이 갈라지고, 보기 좋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익어가고 있음에도 내 손은 그의 몸을 탐하는 걸 멈추지 못했다. 좀 더. 좀 더 내게 매달리고 기분 좋게 해달라 애원해 줬으면 좋겠어. 저 기계 따위에 당할 때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질투와 욕정이 고루 섞인 인간은 갖 발정기를 겪는 짐승과 별다를 게 없었다. “그만, 좀...!” 슬슬 한별도 강약 조절 따위 없이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쾌감이 버거웠는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날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를 넘는 쾌락에 혹사당한 몸은 한 마리의 짐승이 된 인간을 밀어내기엔 너무도 나약했다. 결국 어설픈 저항으로는 이 상황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았는지 한별은 이를 악물었다. 그 독기 서린 표정을 보면 좀 위기감을 느낄 법도 하것만, 눈깔이 돌아버린 나는 그의 발이 내 어깨를 부러뜨릴 기세로 걷어차기 전까지 그의 몸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악!! 아파!!” 무방비 상태였던 나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발로 차인 어깨와 침대 바깥으로 굴러떨어지면서 부딪친 머리에 쨍한 고통이 퍼지면서 머리를 홧홧하게 불태우던 정욕의 불꽃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그와 동시에 방 안에 울려 퍼진 한별의 갈라진 목소리가 사리 분별을 못하고 있던 나의 정신을 깨웠다. “그만하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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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환상을 깨지 않는 법[4]

항상 무대 위에서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목소리와 표정을 연기하며 춤추고 노래했지만, 도대체 그런 표정을 어떻게 지었는지 나조차 의문일 정도로 나는 딱히 사랑이란 것에 환상을 가진 적이 없었다. 중학생 때, 친구들이 멋있다고 꺅꺅대며 이름을 부르짖던 선배들을 보아도 별 감흥이 없었고 연습생이 되어 내로라하는 잘생긴 연습생들 및 연예계 선배들을 마주쳐도 와, 세상에 저런 생물도 다 있네. 하고 감탄이나 했지, 저 사람과 눈이 맞아서 뭔가를 하고 싶단 생각은 전혀 안 들었고 한창 연애에 관심 있는 친구들의 호들갑스러운 환상에도 좀처럼 공감이 가지 않아, 반응을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 난감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그게 뭐가 그리 좋다고 다들 사랑, 사랑 난리인 건지. 그렇게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이상한 취향에 눈을 떠버리고 곧 누군가와 이런 개쩌는 플레이를 해보고 싶단 생각까지 도달하긴 했으나 그것뿐이었다. ‘피곤해.’ 아이돌은 더럽게 바쁘고 정신없는 직업이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끼 넘치고 빛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나를 갈고 닦아야 했으며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정점에 올라가면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최대한 오래 각인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무엇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사랑하고, 날 반짝이게 해 주는 빛 그 자체인 팬들. 그들에게 일일이 감사와 보답을 표하며 그들의 환상을 최대한 지켜주려 노력하는 시간만 해도 이십사 시간이 모자른데, 이 일상 안에 나만큼이나 신경 쓰고 애정을 쏟아야 할 사람을 끼워 넣어서 좋은 게 뭐가 있지? 생각만 해도 피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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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환상을 깨지 않는 법[7]

도대체 어떤 경위로 한별과 호연이 백희 앞에 나타났는가? 사실 그 이유 자체는 정말 별 게 없었다. 그냥 미래와 백희가 들어간 술집이 우연히 호연과 한별이 사는 집 근처였고, 그날따라 요리를 하기도, 뭘 시켜 먹기도 내키지 않았던 두 사람이 술이나 간단하게 한 잔 하자고 들어간 집이 우연히도 그 음식점이었을 뿐이었다. 물론 식당이 넓고 바빴던 만큼 호연과 한별이 처음부터 그 두 사람을 발견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언니 괜찮아요?”“으응... 괜찮... 괜찮아아......” 분위기에 얼마나 취해 있었던 건지, 본인이 술이 약하다는 것도 잊어버린 백희는 미래가 건네준 술을 좋다고 다 받아먹었고 곧 얼마 안 가 혀와 함께 정신까지 풀려 버리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조금 당황했던 것도 잠시. 어쩌면 지금 이건 언니와 술이 내게 준 기회가 아닐까? 미래는 비틀거리며 제게로 무너지는 백희의 어깨를 슬쩍 끌어안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언니,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응~ 뭔데~?”“레이라 선배랑 진짜 사귀어요?” 레이라... 레이라가 누구더라? 아. 한별이. 우리 한별이 예명이었지, 참. 백희는 한별을 떠올리며 바보 같은 표정을 지은 채 헤헤 웃다가 활기찬 목소리로 의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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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환상을 깨지 않는 법[8]

잠결에 흐트러진 꼴을 대충 정리하고 거실로 나와보니 언제 만들어 놓았는지 거실 가득 구수한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아, 냄새만으로도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아. 백희는 홀린 듯이 부엌으로 걸어가 식탁 의자를 뺐고 한별은 별말 없이 코를 킁킁대기 바쁜 백희의 앞에 북엇국을 가득 담은 그릇을 놓아주었다. 북엇국이다. 한별이가 날 위해서 끓여준 북엇국.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밤새 속을 뒤집어 놓았던 숙취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퍼석퍼석한 생선이 씹히는 게 싫어서 평소엔 잘 먹지도 않는 북엇국이 오늘따라 왜 이리 맛있게 느껴지는지. 마치 처음으로 소고기가 든 이유식을 맛 본 아기처럼 세상 행복한 얼굴로 북엇국을 흡입하고 있는 백희를 가만히 지켜보던 한별이 묘한 흐뭇함과 미소가 묻어있는 목소리로 무심하게 물었다. “맛있냐?”“응!”“많이 먹어라.” 그 뒤로 두 사람 사이엔 한동안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으나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안절부절못하느라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던 아까와는 달리 입안에 들어가는 북엇국처럼 따뜻하고 간간이 들리는 한별의 옅은 웃음소리처럼 훈훈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 이거 계속 먹고 싶다. 그러면 계속 이 따뜻한 분위기에서 한별이랑 단 둘이 있을 수 있을 텐데. 백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언제 일어났었는지 물컵을 가져온 한별이 그녀의 앞에 가져온 물컵을 쓱 밀어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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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환상을 깨지 않는 법[9]

Side. B   도대체 여기다 뭔 말을 해야 하나. 평소엔 대표님 앞이고 뭐고 잘만 움직이던 입술과 혓바닥이 말을 자아내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도 물어볼 것은 물어보고 들어야 할 것은 들어야 했기에 나는 자꾸 주인의 머릿속에서 가출하려 드는 정신을 붙잡으며 여전히 뻣뻣한 입술을 움직였다. “그러니까... 저랑 한별... 아니, 레이라씨랑 듀엣곡을......”“야, 니들 사진 찍혀서 나돌아 다닌 지가 몇 달인데 뭘 모르는 척이야? 그냥 편하게 불러, 편하게.”“죄송합니다......”“얼씨구. 너 요즘 얼굴 철판이 많이 얇아졌다? 왜 이리 기가 죽었어? 너답지 않게.”“하하하... 저도 나이 들었나 보죠, 뭐......” 왜긴 왜겠어요, 한별이한테 혼나기 싫으니까 그렇지. 이미 잔뜩 혼나고 깨지고 그 뒤에 흐지부지 다시 말을 이어가고... 뭐 그렇게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대표님 표정 보아하니 대충 얼버무린 변명은 씨알도 안 먹힌 것 같지만, 그래도 별다른 의문을 표하지는 않은 채 그저 옅은 한숨을 내쉬며 안 그래도 너덜너덜한 내 양심에 팩트 폭력이란 이름의 화살을 꽂아 넣기 시작했다. “너희 데뷔한 지 십 년이 넘어가는 마당에 연애하지 말라고는 안 해. 너희 정도 연배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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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환상을 깨지 않는 법[10]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꽂히자, 급 민망함과 쑥스러움이 밀려와 하려던 말을 잠시 까먹고 말았다. 평소였으면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막 했을 텐데. 그만큼 난 이 작업에 진심이었고 내 아이디어가 두 사람에게 어떻게 와 닿을지 매우 신경 쓰였다. 그러니 어떻게든 말을 잘 꾸며서 이 아이디어가 괜찮다는 걸 어필해야만 해. 나는 떨리는 혀에 힘을 팍 주고 천천히 머릿속에 정리해 두었던 말을 더듬더듬 늘어놓았다. “나는 그... 상대방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은? 그래서 좀 상대방의 로망대로 행동하고 싶어 하는... 뭐 그런 노력에 대해서 이것저것 써봤거든. 여기에 한별이가 원하는 상황을 섞으면 좀... 좋지 않을까?” 왠지 마지막 마무리가 좀 어색했던 것 같지만, 하고 싶은 말은 대충 다 했으니 이젠 내 작업물과 두 사람의 판단에 맡겨야지, 뭐 어쩌겠어. 미래는 내가 건넨 노트를 사락사락 넘기며 내가 쓴 가사들을 바쁘게 읽어내리다 내용이 잘 감이 잡히지 않았던 모양인지 이내 아리송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착각물을 써 보고 싶단 거예요?”“아니, 그것보다는 음... 뭐라 해야 하지......” 나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쓰고 싶은 내용 자체는 명확했지만, 한별의 아이디어와 결합해서 써야 할 내용을 설명하자니 제대로 정리가 되질 않았다. 그렇게 끙끙대며 미래와 나 자신이 유레카를 외치게 할 적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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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진짜 사랑은 꿈꾸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더라[1][+19]

Side. L   어쩌다 스파크가 튀어, 정신없이 입을 맞추다 잔뜩 흥분한 몸을 욱여넣은 곳은 때마침 비어 있던 연습실이었다.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고, 이곳에 용건이 있는 누군가가 이러고 있는 우리를 본다면 두고두고 여러 사람의 입방아 위에 올려 두고도 남을 위험한 장소.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못했다. 그때, 그 대기실에서처럼. “후... 으......” 참아보려 해도 잇새로 뜨겁고 밭은 숨이 새어 나왔다. 그때는 어땠더라? 당황해서 안 그래도 뜨거웠던 얼굴이 익어 터질 것만 같았고, 그러면서도 혹시 하는 기대감에 심장이 쿵쾅거려 머리가 어지러웠다. 왜냐하면,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도 주백희는 혐오감과 당혹감을 드러내긴커녕, 오히려...... 그 얼굴을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입 맞추다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리니 내가 왜 이러나, 의아했는지 주백희가 얼빠진 표정으로 날 멀뚱히 바라보았다. 참, 저런 얼굴조차 귀엽고 예뻐 보이니, 그렇게 이성적이고 정확하다 자부했던 내 눈도 사랑 앞에선 제 기능을 영 못하는 것 같았다. 이 상태면 좀 더 과감한 짓을 해도 수치심이 좀 덜 들지 않을까? 쪽을 당해도 나 혼자 당하는 게 아닐 거 아냐. 그때처럼. 나는 백희의 어깨를 붙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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