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조차 사라진 그의 곁.그때서야 이현은 스스로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음을 알아버렸다.이현은 혼자가 되었다.조유리도, 하윤서도 이젠 그의 세계에 아무도 없었다.그의 손끝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그의 세계엔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그날 밤, 이현은 처음으로 조용한 자신의 집 식탁에 앉아하염없이 식지 않은 커피를 바라보았다.식지 않아도 맛도 향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커피.그것이 그의 지금이었다.서울의 겨울은 이현의 폐부를 찌를 만큼 차갑고 무심하게 그를 혼자 두었다.그는 그 차가움을 더 이상 밀어내지도 못하고 그저 견뎌내는 척 버티고만 있었다.유리 없는 세상에서 그는 아무 의미도 없는 텅 빈 사람으로 남았다.겨울의 바닷가 마을은 유리가 바랐던 것처럼 조용했고,누구도 그녀를 찾지 않았고,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그녀는 그 침묵 속에서 마치 자신이 모든 걸 지워냈다고 믿으려 애썼다.작은 부엌. 작은 식탁. 작은 창문.그 모든 것이 유리의 세계였다.아무런 소음도, 아무런 방해도 없이 그녀는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요리했고,자신만의 공간 속에서 스스로를 지워내려 했다.그러나 그 고요가 그녀에게 평온을 주지는 않았다.처음에는 이현의 부재가 숨을 쉬게 해줄 것 같았다.그러나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자 그 부재는 그녀의 폐부까지 갉아먹는 독이 되었다.유리는 자신의 손끝에서 자꾸만 흘러나오는 그 사람의 흔적을 지우려 더 세게, 더 빠르게 칼질을 했다.그가 좋아하던 소스는 더 이상 그녀의 입안에서도 아무런 맛도 향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녀의 부엌은 냉정하고 차가운 공간으로 변해갔다.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유리야, 오랜만이다. 호텔 페어에서 셰프 초청 강연 리스트 아직 네 이름 올라가 있어. 네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더라.]유리는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서울. 그 이름만으로도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다.“…취소해달라고 해. 내가 거기 얼굴 비출 일 없어.”그러나 상대는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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