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택의 넓은 거실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네 남녀 사이의 기류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특히 아리나를 향해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도,정작 아리나가 말을 걸면 로봇처럼 뻣뻣하게 대답하는 카시엘의 어설픈 뚝딱거림은 단연 눈에 띄었다.아리나 역시 카시엘의 서투른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부끄러운 듯 잔을 만지작거리며 미묘한 썸의 분위기를 풍겼다."어머머, 저것 들 좀 봐요."에일린이 어머니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우리 아리나랑 저 찰나의 천사님. 분위기가 완전 핑크빛이네.. 루카스 녀석이 낄 자리는 애초에 없었구만.""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에일린. 루카스랑 저 여의사 테리도 만만치 않구나."어머니의 시선은 테리에게 머물러 있었다.테리는 루카스가 과자를 건네거나 말을 걸 때마다과도하게 긴장하며 찻잔을 세게 쥐고 있었다.평소 뉴욕 맨해튼 종합병원 응급실을 호령하던카리스마 넘치는 여의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사춘기 소녀처럼 수줍게 덜렁거리는 모습이 가문 사람들의 영안에 고스란히 비쳤다.테리의 영혼이 루카스의 푸른 수호령 기운과 닿을 때마다연분홍빛으로 선명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루카스, 넌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 강력계 형사는 어떻게 하니?"에일린이 한심하다는 듯 남동생의 등짝을 후려쳤다."아, 또 왜 그래, 누나!""그러게. 모쏠인 내 눈에도 훤히 보이는데, 좀 한심하긴 하다, 루카스...""루이자 누나까지..? 정말 왜들 그러는 건데.." 뭐가?"루카스가 억울해하는 사이,아리나는 카시엘이 내민 따뜻한 손수건을 받으며 수줍게 웃었다.밀러 가문의 부모님은 네 사람의 엇갈리는 사각관계를 흥미롭게 지켜보면서도,다가올 전쟁을 떠올리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악마들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아들의 감정적 결속뿐만 아니라,아직 미완성인 테리의 영적 능력 역시 반드시 깨워야 했기 때문이었다.아버지 아서 밀러는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테리를 바라보았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