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은 용상 앞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공술서와 상소문, 붓과 먹, 종이와 벼루까지 모조리 바닥으로 쓸어 떨어뜨렸다.와장창!요란한 소리가 전각 안을 뒤흔들자 죄수는 겁에 질려 그대로 주저앉더니, 대소변까지 지리고 말았다.이준의 가슴은 거칠게 들썩였다. 두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고, 그 안에는 세상을 무너뜨릴 듯한 분노와 끝없는 고통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김하연!”그는 이를 악문 채 이름 석 자를 내뱉었는데, 한 글자 한 글자마다 피비린내가 배어 있는 듯했다.이 순간의 그는 마치 격노한 맹수 같았다.그는 홱 몸을 돌려 가장 중요한 공술서 몇 장을 움켜쥔 뒤, 건원전을 박차고 나가 장춘궁으로 곧장 향했다.“쾅!”장춘궁의 전각문이 이준의 발길질에 거칠게 열려 젖혀졌다.엄청난 소리에 안에서 거울을 보며 단장하던 김하연은 깜짤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온몸에 살기를 품고 눈까지 붉게 충혈된 이준을 본 순간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재빨리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폐하, 이 시간에 어인 일이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혹 조정에 무슨 근심거리라도...”짝!이준은 두툼한 공초를 냉정히 내던졌고, 그것은 김하연이 공들여 꾸민 얼굴 위로 그대로 떨어졌다.종이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김하연은 얼이 빠졌다.그녀는 얼얼한 볼을 감싸 쥔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준을 바라보았다.“폐하! 어찌...!”“직접 보아라.”이준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한 것이 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웠다.“네가 저지른 짓을 똑똑히 보아라.”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공술서 한 장을 집어 들던 김하연은, 곧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아, 아닙니다! 폐하! 신첩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모두 모함입니다! 누군가 신첩을 해치려는 것이란 말입니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들어 이준의 소매를 붙잡으려 했다.눈물은 순식간에 쏟아져 내렸고, 꽃잎에 빗물이 맺힌 듯 처연한 모습이었다.“혜비 짓일 겁니다! 신첩이 폐하를 차지한 것이 원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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