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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1 - チャプター 40

46 チャプター

31화

조현지의 허락으로 정광연과 김나현도 파트너 수업을 함께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김나현 사태와 함께 연구진과 주니어의 관계가 더 소원해진 이유로, 관리실에 합류하게 된 조현인의 일이 더 바빠져 수업은 무기한 연장이 되어버렸다.소라한 일행은 종종 식당에 모여 밥을 먹었는데 그 주위엔 바이러스라도 도는 듯 아무도 앉지 않았다. 일행 중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가끔 소라한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다 들으라는 듯 비꼬는 투로 한번씩 얘기하는 게 나름의 이벤트라면 이벤트였다.“진짜 심심하다.” “나도.” “미치도록 심심하다.” “나도.” “심심해서 죽을 것 같아.” “나도.” “나도밖에 못 하냐?” “나도.”소라한이 늘어져 있는 정광연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쟤도 참 정상은 아니야. 혀를 차며 고개를 저은 소라한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정우주과 김나현을 보았다. 둘이 잘 맞는지 요즘 대화가늘었다. 둘을 빤히 쳐다보던 소라한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는 정광연을 툭 쳤다.“야, 쟤네 어때.” “뭐가?” “뭔가 있는 것 같지 않아?” “엥?” “왜, 요즘 둘이 잘 속닥거리잖아.” “소라한아, 남녀 둘이 대화한다고 다 사귀는 건 아니란다.”이번엔 정광연이 소라한을 보며 혀를 차고 고래를 저었다. 마치 연애를 한번도 해보지 못한 이를 불쌍하게 여기는 듯한 시선이었다.“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너 조현진 연구원이랑 사귀냐?” “미쳤어?” “바로 그거야.” “…”소라한이 대답을 못 하자 정광연은 다시 늘어졌다.“재미 없네.”소라한도 정광연을 따라 늘어졌다.정말 재미 없는, 아무것도 없는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관리실에 말단 원구원들이 웬일로 한 테이블에 모여 있었다.“얘를 통과 시켜야만 할까?” “하지만 룰은 룰이잖아.” “그래도 다른 주니어들에 비해 컨트롤이 장난 아닌데.” “저는 충분하다 봅니다.” “나도 얘는 나쁘지 않다고 봐.” “그래도 2단계에서 진도를 나가지 못 하고 있는데?”누군가의 말에 정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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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얘만 특별 취급해 주기엔 좀 그렇지 않아?”회의는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반대파가 몇 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강경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좀처럼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말단이라 관리실에 나와 일을 하고 있지만 자이언트 레빗 때의 일로 주니어들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이들이었다.“다른 창을 띄워 주자는 게 특별 취급이라면 반항이 끝날 때까지 이렇게 두자고?” “김나현 사태 잊었어? 저런 애들은 나오기 전에 좀 꺾어 둬야 돼.” “나오고 나서 반항심만 더 불태우면 어쩌려고?” “그럴 리가 있겠어?” “아니라는 보장도 없잖아.” 차분하게 이어지던 회의는 점점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그 어느 누구도 의견을 굽히지 않아서 벌어진 결과였다. 시스템은 오차 범위가 없기 때문에 천을 다시 생성하지 않았지만 바느질이 되지 않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두지 않았다. 때문에 이승준은 지금 이 순간에도 두번 째 단계를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었고, 그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었다.“나가고 싶으면 시스템을 따라 바느질을 하라는 창 하나 띄어 주는 게 특별 취급이야?”그때 싸움을 관전하고 있던 조현진이 눈치를 보다가 발표하듯 손을 올리고 질문했다. 다들 질문자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조현진이 누구인가. 시스템으로 소라한과 거래까지 하고 사다리를 지급하여 시말서를 작성한 장본인이었다.“…창 띄어 주자.”회의가 끝이 났다.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09시 12분, 이승준 기상.”이승준이 눈을 떴다.-“그렇게 해서 같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며칠이 지나 잡히게 된 파트너 수업 때 조현지의 옆에 선 이승준이 소라한 일행을 통해 꾸벅 인사를 했다.“뭔데, 왜 점점 사람이 많아져? 우리 뭐 파워레인저 그거야?” “그럼 내가 레드 할래.” “이런 건 원래 블랙이 더 멋있는 거 모르냐? 난 블랙.” “아 그래? 그럼 니가 레드 해. 내가 블랙 할래.” “정정하기 없음.”소라한과 정광연이 투닥거릴 때 김나현이 손을 들었다.“그럼 다섯이라 짝이 안 맞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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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우당탕 소리가 나며 소라한이 날아갔다. 별 일 아니었다. 그저 정우주와 소라한의 힘차이가 크게 났을 뿐이었다. 정우주는 당황하며 소라한에게 달려가 소라한을 일으켰다.“야, 힘조절 안 해?” “소라한 씨가 이렇게 약한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서…” “나는 두뇌파란 말이야.” “...더 단련해야 될 것 같아요.”둘이 합을 맞췄을 뿐인데 정우주의 힘을 버티지 못 하고 소라한이 매번 나가떨어졌다. 소라한이 헉헉대며 숨을 고르고 있는 반면 정우주는 그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소라한은 자존심이 상했다. “항복. 내가 졌으니까 그만하자.”하지만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는가? 소라한은 일어나자마자 맞은편에서 자세를 잡는 정우주를 향해 두 손은 들어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은 뒤에서 지휘나 하며 편하게 먹고 사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전쟁 중에 이기고 지는 건 없습니다. 죽느냐 사느냐만 있을 뿐.”어느 순간 다가온 조현지가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소라한의 머리 뒤로 겨누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만 강해지십시오.”소라한은 결국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자세를 잡을 뿐이었다.-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눈을 뜨고 씻고 밥을 먹고 다같이 교육을 받고 씻고 잠시의 휴게 시간을 가지고 밥을 먹고 교육을 받고 씻고 밥을 먹고 방에 들어가 자유 시간을 가지고 잠을 자고. 소라한은 점점 지쳐갔다. 전보다 몸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에 대한 희열이 없었다. 보상이라 느껴지는 것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소라한은 센터 내에 있는 모든 글자들을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복도를 지나가다 소화기에 부착되어 있는 안내문까지 읽을 정도였다.“쟤 괜찮은 거야?” “며칠 전부터 저러기 시작했는데, 이유를 모르겠어요.”오랜만에 합류한 조현진이 배식표를 보고 중얼거리는 소라한을 보며 걱정을 표했다. 대충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무도 소라한의 책 미로에서의 모습을 몰랐으니 제가 없는 동안 소라한에게 책을 줄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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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의무실에 가 소라한의 상태가 정상이라는 걸 재차 확인까지 받아낸 일행은 소라한의 손에 글이 써 있는 책까지 쥐어 준 후 상황을 일단락 시켰다.“책이 없는 소라한은 저렇게 되는구나…”휴게실에서 옆에 책을 쌓아두고 몇 시간 째 말 없이 책만 읽고 있는 소라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은 조현진이 커피를 쭉 빨았다. 다들 그런 소라한이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소라한 씨는 이 전에 어느 곳에 있었나요?” “책 미로에 있었지.” “책 미로요?” “책만 가득한 방이 있는데, 그 곳에서 하도 안 나가서 내가 사정사정 했지.” “아…”정우주가 왜인지 납득했다.“…다들 어디에 있었는지 물어봐요 돼요?”웬일로 말이 잘 없던 이승준이 말을 꺼냈다.“저는… 설명하기 힘든데 계속해서 공격 당하는 방이었어요.” “어떤식으로요?” “칼이 비처럼 쏟아지기도 하고, 괴물이 나오기도 하고…” “…” “그걸 어떤식으로든 방어하고 공격해서 버텨내는 방이었죠.”일행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나는 끝도 없는 바다에 있었어.”김나현이 의자에 한쪽 팔을 걸치며 말했다.“거기에서 낙오자는 바다에 삼켜지고 이기는 사람만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지.”이승준을 제외한 사건의 전말을 아는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다시 싸해진 분위기에 이승준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그러는 넌?”김나현이 이승준을 턱끝으로 가르켰다.“…아마도 염력의 방?” “염력?” “계속해서 바느질을 하라고 시키더라구요.” “아, 바느질.”김나현이 대놓고 비웃자 정광연이 눈치를 줬다. 김나현이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염력으로 바늘을 띄워서 바느질을 하라고 시켰는데, 하기 싫어서 천을 찢었습니다.”조현진과 조현지를 제외한 주니어들의 얼굴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계속해서,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찢다보니 제대로 바느질을 하면 내보내 준다고 하더군요.”물음표가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그래서 제대로 바느질을 했더니 눈을 떴어요.” “얘 뭐라는 거야…?”김나현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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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소라한이 센터에서 눈을 뜬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젓가락질도 익숙해져 콩 하나를 집는 데 어색함이 없을 정도였다. 이제 식당에는 빈 자리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니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정우주.” “네.” “우리는 여기서 언제 나갈까?” “....모르세요?” “난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기억이 없잖아.” “기억이 없다니?”옆에서 밥을 먹던 김나현이 끼어들었다.“소라한 씨는 그 곳에서 너무 오래 있던 탓에 기억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얼마나 오래 있었는데?”소라한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소라한도 모른다는 소리였다.“알고보니 할아버지 아냐?” “세계 최고 동안 할아버지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내가 싸인해 줄까?”김나현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잠시 날린 후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소라한이 잠시 상처 받은 눈빛을 하다 금방 회복하고 다시 정우주를 바라봤다.“그래서 우리 여기서 얼마나 있어야 되는데?” “입학식 전까지요.” “뭐? 입학?”소라한이 깜짝 놀라 입을 턱 벌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단어였다. 입학이라니. 본인이 학생 신분이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17살이 학생인건 맞지만 헌터에게도 적용되는 거였나?“헌터도 학교에 다녀?” “우선 저희는 헌터가 아니라 주니어고, 학교에 다니면서 능력에 대한 교육을 받는 거예요.” “능력에 대한?” “일반 학교처럼 생각하면 안 되긴 한데...”정우주가 더는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뜸을 들였다. 일반 학교와는 달리 계열이 비슷한 학생들을 모아두고 교육 시킨다는 것 외에는 정우주도 아직 입학하기 전이라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우선 그렇게만 알고 계시면 돼요.” “입학식이 언젠데?”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 인원이 충당되면 해요.” “그래?”소라한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전에 비해 사람이 바글바글했다.“곧 할 수도 있겠네.”정우주도 소라한을 따라 주변을 둘어보았다.“그럴지도 모르겠네요.”그리고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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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갑작스레 뜬 센터장의 방문 소식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쟤네들이 뛰는 법도 아네?”그리고 센터장은 이미 아침 일찍 도착해 구석에 배치된 의자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비서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거짓 공문을 명령한 건 센터장이었으나 그에 일조한 자신의 잘못도 있었다.“뭐야, 거기 내 자리인데.”그리고 책을 읽기 위해 방해 받지 않을 자리를 모색했던 소라한이 점찍어 놓은 자리인지라, 사실상 이제는 거의 소라한의 지정석이 된 자리이기도 했다.“응?” “거기 내 자리라고. 책 읽게 비켜.” “으응, 실제로 들어보니 싸가지가 장난 아닌데?”센터장, 유현준이 씩 웃으며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러곤 다리를 척 꼬며 더 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 말 많이 들어. 시간 없으니까 비켜.” “여기 말고 다른 데도 많은데, 거기 가서 읽지 그래.” “시끄러워서 싫어. 니가 가.” “나도 거긴 시끄러워서 싫은데.”소라한이 벽에 걸린 시계를 초조하게 쳐다보았다. 말싸움으로만 벌써 3분이 지났다. 3분이면 몇 장이나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소라한이 입을 꾹 다물고 시계와 유현준을 노려보다 한숨을 푹 쉬더니 그대로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응?” “말 걸지 마. 시끄러워.”그리고 그 상태로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유현준은 재밌게 돌아가는 상황에 웃음이 나오려다 약간의 소리에도 소라한이 눈으로 광선을 쏘아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분침이 30분을 향하자 소라한이 책을 덮고 벌떡 일어났다.소라한은 책을 읽고 책을 읽는 소라한을 관찰하는 유현준을 질리게 바라보는 비서가 있는 숨막히는 시간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벌써 가?” “어.” “다음에 또 봐.”소라한은 유현준의 인사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쳤다.“진짜 싸가지 없다.”하지만 유현준은 소라한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도대체 왜 그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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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센터 내부에 있는 가장 넓은 회의실 안, 모두 식은땀을 흘리며 앉아 있었다. 단 한 사람, 센터장인 유현준을 제외하고 말이다. 유현준은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아 제게 제공된 아이스 커피를 한 입도 마시지 않고 빨대를 잡아 휘젓고만 있었다.“그래서, 지금 당장 입학할 수 있는 인원 파악이 안 된다는 말인가요?” “그건…”관리실 최고 직위를 맡고 있던 한 연구원이 말끝을 흐렸다. 연구원들과 주니어들의 사이가 소원해진 이후로 관리를 후배들에게만 맡긴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연구원이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저를 쳐다보던 조현진과 눈이 마주쳤다. 조현진이 재빨리 눈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저, 저기, 조현진이 담당하고 있는 사항입니다!”모든 시선이 조현진을 향했다. 조현진은 고개를 놀라 입을 금붕어처럼 뻐끔거렸다. 정적 사이로 유현준이 빨대로 휘저어 얼음들이 달그락 달그락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아니, 전… 그게…”수많은 시선 사이로 날카롭게 빛나는 관리실 선배의 눈동자에 아니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떄문이었을까.“저는, 그냥… 소라한만… 맡아서…” “소라한?”어버버거리다 얼떨결에 나온 이름에 처음으로 유현준이 관심을 표했다.“그쪽이 소라한 담당 연구원? 박…” “조현진 연구원입니다.”옆에서 비서가 작게 속삭였다. “그래, 조현진 연구원.” “…네.”조현진은 순간 달라진 공기에 눈치를 보여 대답했다. 유현준이 씩 웃으며 박수를 두 번 쳤다. 마치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를 부르는 듯한 행위였다.“자, 이번 회의는 여기까지 할까요? 조현진 연구원은 잠시 나 좀 보고 가요.”그 말을 끝으로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질서정연하게 우르르 빠져나갔다. 조현진만 멍하게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유현준은 친히 조현진의 앞까지 와 테이블 위를 두 번 노크했다.“그럼 조현진 연구원은 잠깐 나 좀 볼까?” “네?” “소라한에 대해 궁금한 게 아주 많거든.”할 말을 다 끝내고 유유히 걸어나가는 유현준의 뒤로 조현진이 뭐에 홀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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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소라한에 대한 보고서를 봤는데.” “네…” “책 미로에 꽤 오래 있었더라고.” “네…” “시스템이 참 발전이 없어. 일정 이상 숫자는 세지 못 하잖아.” “네…”조현진은 네, 라는 대답밖에 하지 못하는 기계마냥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유현진은 그런 조현진이 아무렇지 않은 듯 제가 할 말을 계속 이어갔다.“보고서에는 10000일. 그렇게 적혀 있던데. 실제로는 얼마나 있었어?” “네… 네?” “몰라?” “…” “사실 기대도 안 하긴 했어.”그럼 왜 물어봤냐.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조현진은 목까지 올라오는 말을 꿀꺽 삼켰다.“시말서를 읽어봤거든. 사다리를 얻어서 기밀 문서까지 얻은 건 좀…”조현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흥미롭더라.”더 새파랗게 질렸다.또라이 보존의 법칙인 것인가. 조현지라는 또라이 보냈더니 소라한이라는 또라이 오고 소라한이라는 또라이 보냈더니 유현준이라는 또라이가 왔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신단 말인가.“혹시 어디까지 읽은 지 봤어?” “…” “화면을 통해 조현진 연구원도 좀 읽었나?” “…”조현진의 눈이 점점 까맣게 죽어갔다. 반대로 유현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흥분한 듯 말이 빨라져갔다. 뒤에서 비서가 진정하라는 듯 어깨를 다독였다.“아, 실례. 요즘 도파민이 좀 부족했나 봐.”다시 여유 있는 모습으로 돌아온 유현준의 모습에 조현진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한 발자국 떨어졌다.“저는, 그…”조현진이 어렵사리 말을 떼자 유현준의 눈빛이 빛났다.“아무것도 몰라요.”이번엔 유현준의 눈에 빛이 가셨다. “그래? 바쁜 사람을 붙잡아서 미안. 이만 가봐도 좋아.”조현진이 괜히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 치다 꾸벅 인사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유현준은 맨바닥을 구둣발로 툭툭 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진짜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는데.” “일 좀 그만 만드세요.” “해야 될 일을 하는 거지.” “굳이 하시는 거죠.” “배고프네? 식당이 어디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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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셋을 따라가던 김나현이 인상을 쓰며 이승준을 툭 쳤다.“우리는 왜 따라가는 건데? 너가 뭐라도 해 봐.” “난 니가 따라가길래 가는 건데.” “뭐라는 거야. 그럼 정우주, 넌 왜 따라가?” “다같이 가니까요?” “지금 누가 누굴 따라가고 있다는 거야?”셋은 투닥거리면서도 누구 하나 빠질 생각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유현준의 걸음걸이에 발을 맞추기 바빴다.한편 앞서가는 쪽에서는 난리가 유현준의 팔을 풀어내려고 소라한이 온갖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이거 놓으라고 백 번은 얘기했다.” “정확하게 열 네 번 얘기했어.”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소라한, 그래도 센터장님인데 욕은 좀…” “넌 닥쳐봐.” “괜찮아, 넌 이름이… 광어라고 했니?” “정광연인데요.” “그래. 광어든, 연어든.” “…”정광연은 짜게 식은 눈으로 유현준을 쳐다봤다. 미친놈이라 육성으로 내뱉는 소라한을 잠깐이나마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소라한, 너는 이거 풀려면 아직 백 년은 이르니까 괜히 힘 빼지 말고 순순히 가자.” “…” “아니다, 천 년? 만 년?”자기가 한 말에 푸학 하고 웃음이 터진 유현준을 소라한까지 짜게 식은 눈으로 쳐다보자 유현준이 큼큼 목을 다듬었다.“자, 곧 도착하니까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그들이 도착한 곳은…그냥 복도 한 가운데였다.“어라, 회의실이 어디였지?” “…이쪽입니다.”오늘도 비서의 주된 업무는 네비게이션이었다.-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소라한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의자를 빼고 털썩 앉았다. 그리고 유현준을 향해 고개를 까딱 움직였다. 얼른 용건만 말하라는 듯한 행동에 방 안에 있는 누군가 ‘와 싸가지…’ 하고 작게 속삭였지만 소라한은 항상 들었던 익숙한 말인지라 그냥 무시했다.유현준은 어깨를 한번 으쓱 올렸다 내리곤 여전히 서 있는 일행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일행까지 자리에 앉은 후 유현준이 소라한 앞에 서서 테이블 위에 손을 짚고 허리를 숙여 소라한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뭐야,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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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정적이 방 안을 휩쓸었다.“…이런 아가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였나?” “뭐라는 거야?” “옛날 옛적에 대한민국이라는 도시가 있었…”유현준이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 주는 톤으로 얘기하자 소라한이 책상을 쾅 치며 눈을 부라렸다. 유현준은 그저 웃으며 귀여운 강아지를 보듯 뒤로 한 발자국 물어나 줄 뿐이었다.“그러니까, 지금 시스템이라는 게, 너네가 만든 게 아니라는 거지?” “응.” “근데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 건데?” “얘기하자면 좀 길어. 이건 너네가 배우지 않는 역사이기도 하고.” “말해.” “국가 기밀이랄까…” “말하라고.” “간단하게 말하면 시스템은 우리와 아주 오래 전부터 공존하고 있었고, 연구하고 있었고, 우리를 허락해 줬다, 그정도?” “허락?” “이 이상은 나도 말 안 해. 넌 읽어본 적 있어. 니가 기억 안 하는 거야. 기억해내.”소라한이 책상을 친 주먹을 바르르 떨 때였다. 어디선가 까득, 하고 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나현이었다.“겨우 빌려온 기술 따위로, 우리들을 그딴식으로 대했다고?”김나현의 발 아래로 물줄기가 흘러나오더니 점점 커져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웅덩이가 점점 커지더니 양옆에 앉아 있던 정우주와 정광연의 발밑까지 점점 번져가기 시작했다.“야, 김나현. 정신차려.”정관연이 김나현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고개를 번쩍 든 김나현은 이를 악물고 유현준만을 노려보고 있었다.“이런.”유현준이 점점 퍼지는 물웅덩이에 무미건조한 감탄사를 내놓았다. 하필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 짧은 털 재질의 회색 카페트였다. 점점 짙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 때문에 물이 번지는 게 눈에 더 잘 띄었다.“내가 그런 거 아닌데.” “지금 여기서 니 탓 내 탓 타령할 때입니까?”유현준이 구두 바로 앞까지 다가온 물을 바라만 보고 있자 비서가 팔을 잡아당기며 인상을 썼다. 주니어가 폭주 조짐이 보이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만 하는 상사가 이해되지 않았다.“사람을 불러올까요?” “됐어. 아직 아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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