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귀비 조씨가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덧 3년이 흘렀다.조정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폐하, 나라에 군왕이 없어서는 아니 되듯, 궁궐 또한 중궁의 자리를 오래 비워 둘 수 없사옵니다. 황후의 자리가 비어 있고 국본마저 정해지지 않은 것은 종묘사직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사옵니다. 하오니 신이 감히 청하옵니다. 부디 덕망 있는 여인을 맞아들이시어 황후로 책봉하시고, 흔들리는 민심을 안정시켜 주시옵소서.”용좌에 앉은 이정은 검은 곤룡포를 걸치고 있었다.수척해진 얼굴과 깊게 패인 눈가는 지난 3년의 세월이 남긴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다만 그의 그 두 눈만큼은 깊고 고요해, 아무도 그 속내를 헤아릴 수 없었다.그는 상소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짐이 마음에 둔 이는 이미 세상을 떠났거늘, 어찌 다시 황후를 들인단 말인가?”“폐하, 귀비마마께서 승하하신 일에 신들 또한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사옵니다. 허나 떠난 이는 이미 떠났고, 살아 있는 이는 살아가야 하옵니다. 폐하께서는 한 나라의 군주이시니, 부디 나라와 종묘사직을 먼저 헤아려 주시옵소서...”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상소문이 옥계 아래로 내던져졌다. 흰 종잇장이 사방으로 흩날렸다.이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숨죽인 채 엎드려 있는 신하들을 차례로 훑어보았다.그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누구든 다시 황후 책봉을 입에 올리면, 참형에 처하겠다.”순간 대전 안은 숨 막힐 듯 고요해졌다.아무도 감히 다시 입을 열지 못했다.조회가 끝난 뒤, 이정은 어서방으로 돌아왔으나 눈앞에 쌓인 정무는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상소문은 산처럼 쌓여 있었으나, 붓을 쥔 손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결국 그는 붓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겨, 3년째 주인 없는 전각으로 향했다.비록 주인은 떠났으나 궁인들은 하루도 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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