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한다는 게, 무슨 뜻이야."서우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경계가 섞였다.하진은 드레스룸 거울 앞에 서서 그를 돌아보았다."숨기니까 더러운 소문이 됐어요.""그럼 반대로 가요.""계속 숨기기만 하면, 태겸 씨한테 계속 끌려다니는 것밖에 안 돼요.""공개하자는 거군.""각오는 됐나.""당장은 아니에요.""근데 언젠가 해야 할 거면, 미리 준비하는 게 낫잖아요.""준비, 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데.""우선은 이 옷장부터요.""사진 찍혀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옷들로요.""아직은 아니에요.""근데 준비는 해야죠."서우가 다가와 하진의 뒤에 섰다.드레스룸 조명이 두 사람의 어깨 위로 낮게 떨어졌다.거울 속에 두 사람의 얼굴이 나란히 비쳤다.검은 슈트를 입은 서우와, 그 옆의 하진.문득 하진의 시선이 흔들렸다."왜 그래.""거울로 보니까, 태겸 씨랑 닮은 데가 보여서요.""눈매 쪽이요."서우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하진은 그 반응에 움찔했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내 얼굴에서 태겸을 찾지 마.""찾으려는 게 아니에요.""그냥, 보였어요.""무섭게 그러지 마요.""제대로 보면, 태겸이 아니라 나만 보일 거다.""자신 있게 말하네요.""자신 있는 게 아니라, 확실한 거다.""나는 나고, 그놈은 그놈이야.""그건 절대 안 헷갈린다.""제대로 보면, 당신을 원하게 될까 봐 무서워요."정적이 흘렀다.서우의 손이 하진의 어깨에 얹혔다.무겁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손끝의 무게만으로도 하진의 숨이 멎었다."그럼 제대로 봐.""도망은 그다음에 해.""그 정도 시간은 나도 줄 수 있다."하진은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보았다.그리고 그 뒤에 선 서우의 눈을 보았다.닮았다고 생각했던 선들이, 자세히 보니 전혀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하나는 차갑게 이용했고, 하나는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었다."당신 눈은, 그 사람이랑 안 닮았어요.""이제야 보여요.""이제 알았나.""몰랐던 게 아니라, 인정하기 무서웠
Last Updated : 2026-07-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