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장 앞 복도, 오혜련이 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진도 함께였다.오혜련의 시선이 두 사람을 번갈아 훑었다.복도의 조명이 그녀의 표정을 유난히 또렷하게 비추고 있었다."기어이 세상에 다 알렸구나.""숨기는 것보다, 이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그 대가가 뭔지는 알고 있나.""압니다.""그래도 감당하겠습니다."오혜련의 눈빛이 하진에게로 옮겨갔다.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눈빛이었다.경멸 대신, 무언가를 가늠하는 시선이었다."윤하진 씨.""네, 말씀하세요.""어제 그 회견, 봤다.""생각보다 담담하더군.""떨렸어요.""근데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두렵지 않았나.""두려웠습니다.""근데 두려움보다, 제 이름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오혜련이 작게 웃었다."이 집에서 도망치지 않는 사람, 오랜만에 보는군.""도망치는 게 습관이 되면, 나중엔 도망칠 곳도 없어진다는 걸 배웠거든요.""누구한테 배웠나.""제 자신한테요.""그리고 강서우 씨한테도 조금.""저 하나 겁준다고 물러설 사람 아니라는 거, 이제 아셨을 거예요.""당돌한 건 여전하네.""당돌한 게 아니라, 정직한 거라고 말씀드렸었죠."오혜련이 웃음을 터뜨렸다.서우가 놀란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어머님, 지금 웃으신 겁니까?""웃으면 안 되나.""아니요.""그냥, 낯설어서요.""낯선 게 나쁜 건 아니다.""가끔은 필요하지.""서우야.""네, 어머님.""이사회에서 너를 밀어낼 명분, 이제 없다.""이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버렸으니까."하진의 눈이 커졌다.뜻밖의 말이었다."떳떳하게 나선 사람을 두고, 흠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당당하다.""여론도 이미 그렇게 돌아가고 있고.""저희를 도와주시는 이유, 여론 때문만은 아니시죠.""반은 여론, 반은 내 판단이다.""이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며느리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며느리라는 단어가 이렇게 낯설고도 벅찰 줄 몰랐다."그럼 이번 이사회, 저희 편이신 겁
최신 업데이트 : 2026-07-1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