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Chapter 41 - Chapter 50

60 Chapters

41. 긴장할 때마다 누르던 왼손목

잠시 뒤 혼인국 서기관이 얇은 문서철과 작은 초상화를 가져왔다.요하네스는 초상화를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다.“이 사람이 아닙니다.”“확실합니까?”“메르텐이라는 이름을 댄 사람은 이보다 키가 컸고, 왼쪽 눈썹 아래에 점이 있었습니다.”혼인국장이 초상화를 들여다보았다.“출입패가 위조된 것 같습니다.”펠릭스가 물었다.“실제 메르텐 서기관은 어디에 있습니까?”“거처를 확인하겠습니다.”혼인국장이 경비병을 부르려 하자 엘리시아가 말했다.“황실 근위대만 보내지 마세요.”국장이 멈칫했다.“법무청 집행관과 함께 가게 하십시오. 거처를 수색하려면 영장도 발급받고요.”“시간이 지체될 수 있습니다.”“그래서 절차를 생략하면 나중에 발견한 물건을 누가 넣어둔 것인지 또 다투게 됩니다.”혼인국장은 법무청에 긴급 영장을 요청했다.기다리는 동안 엘리시아는 메르텐의 근무 기록을 확인했다.그는 혼인국에서 육 년간 일한 하급 서기관이었다. 주로 사본 대조와 봉인함 관리 보조를 맡았고, 황제의 서명을 전사할 권한은 없었다. 최근 한 달 동안은 결속 준비위원회 공동실무단에 파견돼 있었다.마지막 근무 기록은 어제 밤 열한 시였다.당직표상 그는 새벽 여섯 시까지 혼인국에 남아 있었다.가짜 동의서가 작성되고 등록된 시각과 겹쳤다.“당직 동료는요?”혼인국장이 장부를 넘겼다.“한 명 더 있었습니다. 대신전 성녀 관리국에서 파견된 신관입니다.”“이름이 무엇입니까?”“마틴.”복도에서 검사 명령서를 전달하고 사라진 수습 신관과 같은 이름이었다.성이 없고, 얼굴 기록도 없으며, 분실한 출입증을 사용한 사람.누군가는 어디에서든 마틴이라고 불릴 수 있었다.혼인국 정문으로 법무청 집행관이 들어왔다. 긴급 영장이 발급됐고, 메르텐의 거처를 확인할 인원들이 곧 출발했다.엘리시아는 함께 가지 않았다.한꺼번에 모든 현장에 자신이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법무청과 혼인국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두는 것 역시 필요했다.그녀는 대신 당직실을 확인하겠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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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훔쳐본 선택

엘리시아는 자신의 손목을 누르지 않았다.누군가는 미래를 본 것이 아니었다.그녀를 오래 관찰했고, 취향과 버릇을 분류했으며, 선택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배치했다. 엘리시아가 스스로 골랐다고 믿게 만들 만큼 정교하게.법무청 집행관이 종이를 증거함에 넣었다.“작성자는 성녀님의 행동을 상당히 자세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저를 잘 아는 것이 아닙니다.”엘리시아는 책상 위에 남은 긁힌 자국을 보았다.사람의 마음을 이해한 기록이 아니었다. 손목을 누르면 불안하다, 네 번 호흡하면 결정을 내린다, 어머니의 백합을 보면 중앙 도안을 고른다.누군가 그녀를 인간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장치로 정리했다.“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오래 지켜본 겁니다.”그때 당직실 바깥에서 혼인국 서기관이 다급히 들어왔다.“메르텐 서기관의 거처를 확인했습니다.”혼인국장이 돌아보았다.“어디 있지?”서기관의 입술이 떨렸다.“사흘 전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집주인은 결속 준비위원회에서 밤샘 근무를 한다고 들었답니다.”“그렇다면 어제 당직실에 있던 사람은 누구였습니까?”“근무일지에는 메르텐의 서명이 있습니다.”서기관이 장부를 펼쳤다.엘리시아는 서명을 가까이 보지 않아도 이상한 점을 알 수 있었다.메르텐의 원래 인사기록 서명과 당직표의 서명은 형태가 완전히 달랐다.가짜는 정교하지 않았다.정교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누구도 하급 서기관의 서명을 대조하지 않았으므로.엘리시아가 당직실을 나가려는 순간, 복도 반대편에서 금속 종소리가 울렸다.혼인국의 긴급 봉인 경보였다.중앙 보관실에서 서기관 하나가 뛰어나왔다.“국장님, 성녀 관련 등록함이 열렸습니다.”“누가 열었지?”“아무도 없습니다. 당직 인장이 안에서 작동했습니다.”엘리시아와 일행이 중앙 보관실로 향했다.황실 혼인 계약들이 보관된 긴 복도 끝에서 작은 금속함 하나가 저절로 열려 있었다. 안에는 오늘 새벽 등록된 가짜 결속 동의서 사본이 들어 있어야 했다.그러나 보관함은 비어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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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선택하는 순간을 훔쳐보는 자

펠릭스가 공방에서 가져온 도안 종이를 꺼냈다. 엘리시아가 이름과 열린 곡선을 그린 장이었다.육안으로는 평범했다.감정관이 종이를 비스듬한 빛에 대자 뒷면에서 희미한 은빛이 번졌다. 엘리시아가 펜을 움직였던 자리만 얇게 빛났다.펠릭스의 표정이 굳었다.“공방에서 쓴 종이입니다.”“잉크가 아니라 종이가 문제였군.”이레나가 도안 가까이 얼굴을 기울였다.감정관은 종이 아래쪽을 작은 칼로 긁었다. 겉면과 안쪽 섬유 사이에서 비늘처럼 얇은 은판이 드러났다.“기억은판입니다.”혼인국 서기관 몇 명이 숨을 삼켰다.기억은판은 황실 조폐국과 법무청에서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종이 아래에 숨겨두면 위에서 눌린 글자나 문양을 반대편 판에 그대로 남길 수 있었다. 계약서의 사본을 만드는 데 쓰였지만, 사용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설치하는 것은 금지돼 있었다.감정관이 은판을 완전히 분리했다.그 위에는 엘리시아가 그린 이름이 거꾸로 눌려 있었다.“이 판을 전사 장치에 넣었다면 인장을 바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종이는 아직 여기에 있습니다.”펠릭스가 말했다.“판도 종이 안에 그대로 있었고요.”감정관은 잠시 생각하다가 판의 가장자리를 살폈다. 네 모서리 가운데 하나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홈이 있었다.“직접 옮긴 것이 아닙니다.”그가 홈 위에 푸른 감응석을 대었다.희미한 빛이 은판의 선을 따라 움직이더니, 공중에 같은 문양을 한 번 더 떠올렸다. 빛은 곧 보관실 바닥을 가로질러 벽 쪽으로 이어졌다.“연결된 수신판이 있었습니다. 이 판에 새겨진 문양이 마력선을 통해 다른 장소로 전달된 겁니다.”엘리시아는 빛이 향하는 벽을 바라보았다.혼인국장은 곧장 건물 도면을 가져오게 했다. 문양이 사라진 벽 너머에는 중앙 보관실이 아니라 오래전 폐쇄한 문서 운반 통로가 있었다.“저 통로는 십 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았습니다.”“잠겼습니까?”이레나가 물었다.“혼인국 안쪽에서는 열 수 없습니다. 인쇄거리 쪽의 외부 출입구가 폐쇄됐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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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묻지 않고도 안다고 믿는 순간

“필적 위조 가능성은 남습니다.”“서명할 때마다 짧은 확인문을 바꾸겠습니다. 문서 본문에 없는 문장을 제가 직접 덧붙이고, 입회인들도 별도의 기록에 적게 하세요.”펠릭스가 말했다.“필적뿐 아니라 그 순간의 문장까지 맞춰야 하니 위조가 어려워지겠군요.”“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거야.”엘리시아는 가짜 인장을 보았다.“그래도 인장 한 번으로 제 의사를 대신하지는 못하게 해야지.”법무청장은 임시 절차를 공개 명령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혼인국장이 엘리시아를 향해 물었다.“이후 성녀님의 이름으로 접수되는 문서는 모두 이 방식이 아니면 거부할까요?”“예. 오늘 이전에 등록된 문서도 전부 다시 확인하세요.”“양이 상당합니다.”“그래서 이름을 빌려 쓰기 쉬웠겠죠.”엘리시아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시간이 걸리더라도 하세요.”수신판의 마력 흔적은 인쇄거리 아래의 지하 운송로로 이어졌다.법무청 집행관들이 양쪽 출구를 봉쇄하지 않고 감시 인원을 배치했다. 누군가 안에 남아 있다면 출구를 막는 순간 문서나 장치를 태울 가능성이 있었다.엘리시아는 혼인국에서 절차를 마친 뒤 인쇄거리 공방으로 돌아갔다.공방 앞은 오전보다 소란스러웠다. 요하네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견습공 하나가 작업복을 벗어두고 사라진 것이다.공방 직원은 그가 점심 무렵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이름은 안톤.사흘 전 찾아와 혼인국의 추천서를 내밀었고, 금속 표면을 다루는 솜씨가 좋아 임시로 채용됐다. 요하네스가 엘리시아의 인장 주문을 준비하는 동안 종이와 도구를 정리한 사람도 그였다.벽에 걸린 직원용 외투 하나가 비어 있었다.이레나는 외투 걸이 아래에 떨어진 작은 금속 가루를 손끝으로 확인했다.“혼인국의 수신판과 같은 재질입니다.”요하네스는 작업대 가장자리를 붙들었다.“제가 직접 채용했습니다.”“추천서를 확인했습니까?”펠릭스가 물었다.“혼인국 봉인이 있었고, 담당 서기관 이름도 적혀 있었습니다.”“클라우스 메르텐이었습니까?”요하네스는 고개를 끄덕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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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래서 폐기한 것도 저입니다.

그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인장도, 가문 문장도 없었다.오스카가 문장을 읽었다.“새 확인문으로 사용하시겠습니까?”“오늘만요.”“내일은 바꾸고요?”“예.”엘리시아는 종이를 그에게 건넸다.“문장을 정하는 사람도 매번 저여야 합니다.”그때 지하에서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이어 누군가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발소리가 들렸다.이레나의 목소리가 울렸다.“동쪽 출구로 갑니다!”펠릭스가 공방 밖으로 뛰어나갔다.엘리시아는 따라 달리지 않았다. 대신 인쇄거리의 구조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동쪽 지하 출구는 종이 운반 창고 뒤편으로 이어지고, 오후에는 인쇄소 마차들이 골목을 가득 채운다.도망자는 큰길로 나가기보다 마차 사이로 숨으려 할 것이다.“거리 북쪽을 막지 마세요.”법무청 집행관이 그녀를 돌아보았다.“도주자가 북쪽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북쪽은 황궁 방향이라 검문이 많아요.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북쪽을 막고 남쪽을 비우는 겁니다.”엘리시아는 공방 뒤편 창문으로 인쇄거리의 마차 흐름을 보았다.“남쪽 종이창고 쪽에 사람을 보내세요. 출구를 완전히 막지 말고, 마차 주인들을 먼저 빼내세요.”집행관이 즉시 신호를 보냈다.잠시 뒤 골목 끝에서 짐수레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말이 놀라 울었고, 인쇄용 종이 묶음이 길 위로 쏟아졌다.검은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그 사이에서 튀어나왔다.왼쪽 눈썹 아래에 작은 점이 있었다.요하네스가 외쳤다.“저 사람입니다! 주문서를 가져왔던 사람입니다!”그는 클라우스 메르텐의 이름으로 공방을 방문했고, 안톤이라는 이름으로 견습공이 된 같은 사람이었다.이레나가 지하 출구에서 따라 나왔다.남자는 종이 수레를 밀어 넘어뜨리고 남쪽 골목으로 달렸다. 집행관들이 양쪽으로 퍼졌지만, 그는 거리 구조를 미리 아는 사람처럼 사람과 마차가 가장 많은 곳만 골라 움직였다.엘리시아는 공방 문턱을 넘었다.멀리서 남자의 손이 허리춤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작은 유리병을 꺼내 바닥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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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선택할 대안마저 미리 적혀 있던 수첩

남자가 끌려가면서 고개를 돌렸다.“성녀님께서 만든 새 확인문도 금방 알게 될 겁니다.”엘리시아는 작업대 위에 남겨둔 종이를 바라보지 않았다.“그 문장은 오늘만 사용합니다.”남자의 발이 잠시 멈췄다.집행관이 다시 그를 움직였다.이레나는 회색 연기가 든 유리병을 봉인함에 넣었다.망토 한쪽이 검게 그을렸지만 피부에는 닿지 않았다.“괜찮습니까?”엘리시아가 물었다.“예. 망토만 상했습니다.”“새것으로 준비할게요.”“황실 경비대 지급품보다 성녀 측 예산이 나을 것 같습니다.”“그럼 가격부터 확인하세요. 공짜라고 하면 받지 말고요.”이레나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두 사람이 공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황궁 쪽에서 검은 마차 한 대가 인쇄거리로 들어왔다.황제 문장은 달려 있지 않았지만, 데미안이 마부 옆에 앉아 있었다.마차가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는 거리에서 멈췄다.칼릭스가 내렸다.그는 엘리시아에게 곧장 다가오지 않았다. 법무청 집행관에게 현장 통제권이 있음을 확인한 뒤, 세 걸음 이상 떨어진 곳에 섰다.“로젠베르크 성녀.”“폐하.”엘리시아는 그의 손을 보았다.오른손에는 개인 인장이 들려 있었다.칼릭스가 그것을 이레나에게 내밀지 않고 투명한 증거판 위에 직접 올려놓았다.“조금 전 황실 결속 준비실에서 사용 중인 전사판을 조사했습니다.”레온하르트가 뒤따라와 기록서를 펼쳤다.“황제 폐하의 개인 인장을 복제한 판이 하나 더 발견됐습니다. 공식 장부에 없는 물건입니다.”엘리시아가 칼릭스를 바라보았다.“폐하의 인장도 훔쳤다는 뜻입니까?”“제 인장을 가져간 것이 아닙니다.”칼릭스는 자신의 인장에서 손을 뗐다.“제가 과거에 서명했던 결속 승인서가 전사판의 원본으로 사용됐습니다.”그는 자신의 잘못을 숨기지 않았지만, 길게 설명하지도 않았다.결속식 준비를 빠르게 진행하려고 승인한 대리 절차가 가짜 동의서에 사용됐다. 칼릭스의 이름 역시 훔쳐졌으나, 훔칠 수 있도록 권한을 열어둔 사람은 그 자신이었다.“복제 인장은 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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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성녀가 없는 결속

수도 북문은 닫히지 않았다.성벽 위의 쇠사슬은 평소 높이로 걸려 있었고, 출성 대기 줄도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곡물을 실은 마차와 북부로 향하는 상단은 법무청 집행관의 확인을 받은 뒤 한 대씩 성문을 통과했다.길이 막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안도했고, 이내 길 한쪽에 세워진 대신전 마차 세 대를 힐끗거리기 시작했다.바퀴 옆에 은색 띠를 두른 마차는 멀리서도 성녀 표본 운송차임을 알 수 있었다. 평소라면 신관복과 대신전 봉인만으로 검문대를 지나갔을 것이다.오늘은 달랐다.세 마차는 성문 바깥이 아니라 안쪽의 화물검사장으로 옮겨졌고, 마차 사이에는 서로의 문서와 물건을 바꿀 수 없도록 빈 공간이 확보돼 있었다.엘리시아는 검사장 중앙에 서지 않았다.지붕이 있는 기록대 아래에서 마차와 북문, 법무청 서기관들이 모두 보이는 자리를 골랐다. 이레나는 오른쪽에, 펠릭스는 기록대 맞은편에 섰다. 데미안은 북문 경비를 맡았지만, 대신전 마차의 검문 지휘권까지 가져가지는 않았다.칼릭스는 엘리시아와 같은 차양 아래로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세 걸음 이상 떨어진 곳에서 레온하르트와 함께 왕핵관리국의 출성 기록을 확인했다. 황제의 등장으로 주민과 상인들이 길을 멈추지 않도록 검은 마차도 문장이 없는 것으로 골랐다.눈에 띄지 않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적어도 황제가 나타났다는 이유로 성문 전체가 멎지는 않았다.엘리시아는 세 마차의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수첩에 적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대신전 성녀 관리국 소유였다. 세 번째는 황실 왕핵관리국 소속이었다. 운송표상 목적지는 모두 북부 구호소였지만, 실제 출성 요청서는 서로 다른 시각에 제출됐다.첫 번째 마차는 새벽 네 시.두 번째는 새벽 다섯 시 십 분.왕핵관리국 마차는 새벽 여섯 시 십오 분.가짜 결속 동의서가 등록된 시각과 거의 같았다.법무청 집행관이 첫 번째 마차 앞에 섰다.“운송 책임자는 앞으로 나오십시오.”마부 옆에 앉아 있던 중년 신관이 내려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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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동의를 철회합니다

병마다 날짜와 검사 항목, 표본 종류가 적힌 작은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혈액.성흔 잔류 신성력.모발.손톱.점막 표본.엘리시아는 표본병을 보자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이었다.언제 채취했는지는 대부분 기억나지 않았다. 어떤 것은 열네 살 때, 어떤 것은 결속 약혼 뒤, 어떤 것은 불과 몇 달 전 날짜가 적혀 있었다.전생에서 혼돈교단의 유물에 묻어 있던 신성력도 저 병 가운데 하나에서 나왔을 수 있었다.이레나가 엘리시아의 얼굴을 살폈지만 다가오지는 않았다.엘리시아는 왼손목 안쪽을 눌렀다.하나.표본을 세지 않았다. 숨의 길이만 셌다.둘.마차 안쪽으로 들어가 자신의 병을 빼앗고 싶은 충동을 흘려보냈다.셋.누구도 그 표본을 현재의 자신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넷.손을 내렸다.“병을 하나씩 꺼내지 마세요.”감정관이 움직임을 멈췄다.“마차 안에서 목록과 실제 수량을 먼저 대조합니다. 표본병을 옮길 때에는 원래 위치와 봉인 상태를 기록하세요.”“예, 성녀님.”엘리시아는 에드문트에게 물었다.“북부 구호소가 이 많은 표본을 필요로 합니까?”“신성력 안정 장치는 성녀 파장을 기준으로 맞춰야 합니다.”“기존에는 무엇으로 맞췄습니까?”“표준 파장석을 사용했습니다.”“그런데 오늘부터 제 혈액과 신체 표본이 필요해졌군요.”에드문트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저는 운송 지시만 받았습니다.”엘리시아는 그 말을 변명으로 밀어내지 않았다.그가 지시만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확인해야 할 정보였다.“지시서를 보여주세요.”문서함은 표본 마차와 분리돼 기록대 반대편에서 열렸다.안에는 정기 검사 포괄 동의서 사본과 북부 구호소 지원 명령, 표본 이동 허가서가 들어 있었다.포괄 동의서에 찍힌 서명은 엘리시아의 것이었다.이번에는 위조가 아니었다.열네 살 때 대신전에 들어간 첫날 작성한 문서였다.‘성녀의 신성력 연구와 제국 구호를 위해 필요한 표본 채취·보관·사용에 동의한다.’보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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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대체 표본 수용체

두 번째 마차는 첫 번째보다 작았다.차체는 대신전 문양으로 덮여 있었지만, 바퀴와 축은 장거리 운송용이 아니었다. 수도 안에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 차량이었다.운송 책임자는 없었다.마부는 성문 인근의 역참에서 고용된 사람이었고, 마차는 새벽에 이미 짐이 실린 상태로 넘겨받았다고 진술했다.“어디에서 받았습니까?”이레나가 물었다.“대신전 동쪽 담장 아래입니다.”“누가 열쇠를 줬죠?”“얼굴을 가린 신관이었습니다.”“이름은?”마부는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대신전 일이라….”그는 대답을 흐렸다.대신전의 문양을 보면 얼굴과 이름을 묻지 않는다.로젠베르크가 마차를 보면 가문 사람이라고 믿는다.황실 인장이 있으면 황제가 승인했다고 생각한다.모두 같은 허점이었다.엘리시아가 마부에게 말했다.“모른다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세요. 지어내서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마부의 굳은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두 번째 마차 문에는 외부 봉인이 없었다.대신 내부에서 잠겨 있었다.이레나는 차체를 한 바퀴 돌아본 뒤 바닥 아래 작은 레버를 발견했다. 비상시 마부가 열 수 있도록 만든 장치였다.“당기면 안쪽 잠금쇠가 풀립니다.”“자동 장치는요?”“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법무청 기계 감정관이 먼저 레버와 문 사이의 연결선을 확인했다. 소각 장치나 독성 마석은 발견되지 않았다.이레나가 레버를 당겼다.마차 문이 안쪽으로 천천히 열렸다.표본병은 없었다.사람도 없었다.대신 마차 내부 전체가 하나의 의식실처럼 개조돼 있었다.바닥에는 성녀의 성흔을 본뜬 금색 선이 그려져 있었고,맞은편 벽에는 왕핵 파장을 고정하는 검은 금속판이 박혀 있었다. 중앙에는 사람 한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의자 양옆에는 손목을 고정하는 가죽끈이 달려 있었다.엘리시아의 시선이 그곳에 닿았다가 바로 떨어졌다.감옥의 쇠고리와는 다른 물건이었다.그럼에도 누군가의 손목을 묶는 용도라는 사실은 같았다.이레나가 마차 입구를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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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누가 무엇을 붙였는지 밝혀내기 전까지

두 번째 장에는 후보 목록이 있었다.성녀 후보 신관.신성력 적합 판정을 받은 고아.중증 환자 가운데 생존 가능성이 낮은 자.사형 확정수.제국이 잃어도 된다고 판단한 사람들의 목록이었다.엘리시아는 서류를 끝까지 읽었다.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사람을 찾기 전부터 조건만 만들어둔 문서였다.“이 계획을 누가 승인했습니까?”승인란은 비어 있었다.대신 맨 아래에 작은 문장이 있었다.‘성녀 부재 또는 거부 시 비상조항 적용.’엘리시아가 결속을 거부하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성녀의 표본을 덧씌워 결속을 진행한다.결속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자신의 파장과 이름만 필요로 했다.사람 엘리시아가 없어도 성녀의 기능은 남길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펠릭스가 문서를 읽다가 종이 모서리를 구겼다. 그는 곧 손의 힘을 풀고 종이를 원래대로 펴놓았다.“사형수에게도 동의를 받지 않겠다는 겁니까?”“동의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오스카가 답했다.“비상조항이 적용되면 황실과 대신전이 공익을 이유로 사용 대상을 정하게 돼 있습니다.”엘리시아는 칼릭스를 바라보았다.“폐하께서는 이 조항을 알고 계셨습니까?”검사장의 시선이 황제에게 모였다.칼릭스는 숨을 고를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문서를 보지 않았다.“알지 못했습니다.”짧은 대답이었다.“비상시 결속 강제 청원권은 확인했지만, 대체 수용체 계획은 처음 봅니다.”“폐하의 관리국 장비가 사용됐습니다.”“예.”“반출을 승인한 사람은요?”왕핵관리국 기술관이 장부를 펼쳤다.대여 승인란에는 관리국장과 결속 준비위원장의 서명이 있었다. 황제 개인 승인란은 없었다.그러나 장치 대여를 가능하게 한 포괄 명령은 칼릭스가 결속 준비 첫날 서명한 것이었다.칼릭스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결속 준비위원회에 구형 장비 사용 권한을 준 사람은 저입니다.”엘리시아는 그를 바라보았다.“내용을 확인하지 않고요?”“예.”칼릭스의 오른손이 몸 옆에서 아주 잠깐 굳었다.그는 손가락의 굳은살을 문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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