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북문은 닫히지 않았다.성벽 위의 쇠사슬은 평소 높이로 걸려 있었고, 출성 대기 줄도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곡물을 실은 마차와 북부로 향하는 상단은 법무청 집행관의 확인을 받은 뒤 한 대씩 성문을 통과했다.길이 막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안도했고, 이내 길 한쪽에 세워진 대신전 마차 세 대를 힐끗거리기 시작했다.바퀴 옆에 은색 띠를 두른 마차는 멀리서도 성녀 표본 운송차임을 알 수 있었다. 평소라면 신관복과 대신전 봉인만으로 검문대를 지나갔을 것이다.오늘은 달랐다.세 마차는 성문 바깥이 아니라 안쪽의 화물검사장으로 옮겨졌고, 마차 사이에는 서로의 문서와 물건을 바꿀 수 없도록 빈 공간이 확보돼 있었다.엘리시아는 검사장 중앙에 서지 않았다.지붕이 있는 기록대 아래에서 마차와 북문, 법무청 서기관들이 모두 보이는 자리를 골랐다. 이레나는 오른쪽에, 펠릭스는 기록대 맞은편에 섰다. 데미안은 북문 경비를 맡았지만, 대신전 마차의 검문 지휘권까지 가져가지는 않았다.칼릭스는 엘리시아와 같은 차양 아래로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세 걸음 이상 떨어진 곳에서 레온하르트와 함께 왕핵관리국의 출성 기록을 확인했다. 황제의 등장으로 주민과 상인들이 길을 멈추지 않도록 검은 마차도 문장이 없는 것으로 골랐다.눈에 띄지 않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적어도 황제가 나타났다는 이유로 성문 전체가 멎지는 않았다.엘리시아는 세 마차의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수첩에 적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대신전 성녀 관리국 소유였다. 세 번째는 황실 왕핵관리국 소속이었다. 운송표상 목적지는 모두 북부 구호소였지만, 실제 출성 요청서는 서로 다른 시각에 제출됐다.첫 번째 마차는 새벽 네 시.두 번째는 새벽 다섯 시 십 분.왕핵관리국 마차는 새벽 여섯 시 십오 분.가짜 결속 동의서가 등록된 시각과 거의 같았다.법무청 집행관이 첫 번째 마차 앞에 섰다.“운송 책임자는 앞으로 나오십시오.”마부 옆에 앉아 있던 중년 신관이 내려왔다.
Last Updated : 2026-07-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