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테 변경백의 서신은 북문 기록대 위에 펼쳐진 채였다.결속식 준비를 위해 방벽 보수석 네 개가 수도로 반출된 뒤, 성벽 아래에서 밤마다 박동이 들리고 있다.오늘 새벽, 종탑 아래의 지맥 관측기가 처음으로 사람의 심장과 같은 파형을 기록했다.그리고 조금 전, 외성 안쪽에서 뿌리처럼 생긴 검은 것이 발견됐다.마지막 질문은 서신 본문과 달리 굵고 거칠었다.‘수도에서 성녀님의 심장을 옮긴 적이 있느냐.’엘리시아는 답장을 곧바로 쓰지 않았다.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그럴듯한 설명부터 붙이면, 로스테는 황실과 대신전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오해할 것이다. 반대로 검은 병과 대체 결속 장치까지 전부 알리면, 정확한 성질을 확인하기도 전에 주민들이 피난을 시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빈 종이 세 장을 나란히 놓았다.첫 번째는 로스테 변경백에게 보내는 공개 답변이었다.두 번째는 현지 치료소와 구호 책임자에게 보낼 의료 질의서였다.세 번째는 종탑과 외성을 관리하는 기술자에게 보낼 관측 요청이었다.칼릭스가 맞은편이 아닌 기록대 옆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왕핵관리국의 답변을 먼저 쓰지 않았고, 엘리시아의 문장에 손을 대지도 않았다.엘리시아는 첫 번째 종이에 적었다.‘수도에서 성녀의 장기나 신체 일부를 로스테로 옮기도록 승인한 사실은 없습니다.’펜끝이 잠시 멈췄다.표본은 옮기려 했다.누군가는 엘리시아의 혈액과 신성력을 사람 하나의 의사와 같은 것으로 취급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심장이라고 불러서는 안 됐다.그녀는 다음 문장을 이어 적었다.‘다만 과거에 채취된 성녀 표본과 왕핵 관련 장비를 결합한 불법 장치가 발견돼 조사 중입니다. 로스테에서 감지된 박동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옆에서 기록하던 오스카가 물었다.“불법이라는 표현은 아직 이르지 않습니까? 장치 자체를 허가한 문서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사용 대상의 동의도, 중단 조건도, 책임자 승인도 없습니다.”엘리시아는 대체 수용체 의자가 실린 두 번
Last Updated : 2026-07-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