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 감꽃 마을에 이상한 일행이 내려왔다.눈처럼 흰 옷의 남자와, 웃음 많은 처녀와, 마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몸종과, 검은 옷의 — 본인 주장으로는 '지나가던 상인'이 감나무 밭에 나타난 것이다. 남자는 감 따는 법을 몰라 나무 아래서 반나절을 서 있었고, 처녀가 장대 쓰는 법을 가르쳐 주자 한 시진 만에 마을에서 제일 감을 잘 따는 사람이 되었고, 씨 뱉는 법은 끝내 배우지 못해 세 알을 그냥 삼켰다."사부님, 그거 삼키면 배 속에서 감나무 나요.""…거짓말이다.""거짓말이에요. 근데 표정 왜 그러셨어요, 방금."설봉의 겨울은 그렇게 왔다.전각은 셋이 되었다. 본채와, 앵두가 "주방이 아니라 제 성(城)이에요"라고 선언한 부엌채와, 위지란이 "임시 거처"라고 우기며 사 년째 안 나가는 객채. 백리유음은 근신이 풀린 뒤 계절마다 올라왔다. 올 때마다 차와 이야기가 늘었다. 사매와 사저가 마루에 앉아 삼백 년 전의 시시콜콜한 것들 — 그 시절 주방의 국수 맛, 젊은 사부의 더 지독했던 말수 — 을 꺼내며 웃는 소리가, 마당의 매화나무에는 제일 좋은 거름이었을 것이다.그을렸던 나무는 이듬해 봄에 다시 피었다. 그다음 봄에도.수련은 계속되었다. 도력의 태반을 반납한 두 사람이었지만, 유설십이식은 도력의 검법이 아니라 혼의 검법이었으니까. 다만 이제 수련 끝의 문답이 조금 달라졌다."사부라고 부르지 마라. 서약한 사이다.""그럼 뭐라고 불러요?""…이름이 있다.""단목현 씨?""….""현 님? 목현아?""…사부라고 불러라."이름은 천천히 자리를 잡았다. 호칭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삼백 년이 걸린 것도 있는데, 몇 년쯤이야.위지란의 몸속 마겁은 고요했다. 가끔 — 아주 가끔, 그가 국수를 먹다 말고 창밖 먼 곳을 보는 날이 있었다. "왜요?" 하고 물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았지만, 아무도 캐묻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그 이야기의 계절에 하면 되는 것이다.어느 봄밤,
Huling Na-update : 2026-07-14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