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탁자 한쪽에 쌓인 대본집들을 봤다."이거 다 작품 들어온 거예요?""응.""이렇게 많은 제의가 들어오는데 지금 백수예요?""그러게. 나도 미치겠다. 우리 대표가 날 영 못 믿어 해서.""형 소속사 대표님이요?""응. 내 연기를 별로라고 생각해.""설마요. 형 연기 좋던데.""그래? 너 내가 나온 거 봤어?"봤다 뿐일까. 틈만 나면 찾아봤다."네.""야, 영광인걸. 정말 연기 좋았어?""네.""특히 어떤 부분이?"나는 잠깐 생각했다."살아 있다고 해야 하나요. 눈빛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고,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어요.""햐— 너 연기 좀 아는데."우석이 갑자기 젓가락을 탁 내려놓더니 대본집 하나를 집어 들었다."그럼 나 이 대사 해볼 테니까 이 역할 맞을지 판단 좀 해줘."그리고 나를 바라봤다.눈빛이 달라졌다.아까까지의 우석이 아니었다.가볍고 능청스러운 그 얼굴이 순식간에 무거워지며, 깊고 서늘한 눈이 나를 향했다."저 당신의 남편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습니까? 닮은 사람일 뿐이라고요. 다시는 내게 그 사람 이름 올리지 말아요."나는 젓가락을 놓칠 뻔했다.미쳤다.너무 멋있다.저 눈빛에 저 목소리에, 당장이라도 빠져들 것 같아서.흠흠—나는 헛기침을 하며 라면을 집어 올렸다."눈에 힘을 조금만 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아, 그래? 그럼 다시 해볼 테니까—""아이, 제가 뭘 안다고요. 괜찮아요. 그냥 해본 소리예요.""야! 놀리지 마! 나 상처받을 뻔했다고. 내 연기가 별로인가 해서."풉—웃음이 새어 나왔다."왜 웃어?""그냥요. 라면 먹다 말고 그렇게 빨리 감정 잡고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데, 왜 대표님이 형 연기를 못 미더워하겠어요. 제 눈엔 다 좋던데."그 말에 우석이 갑자기 손을 뻗었다.덥석—내 손을 잡았다."그치? 혁아! 너 정말이지? 내 연기 괜찮은 거지?"그의 눈이 간절했다.저 단단하고 능청스러운 남자가, 이렇게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Last Updated : 2026-07-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