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톱스타 차우석은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달라며 남장 탐정 유혁을 찾아간다. 취기에 나눈 입맞춤과 낯익은 얼굴, 그날부터 우석은 이유 모를 끌림에 빠진다. 유혁의 정체는 아버지가 남긴 빚 50억 때문에 변호사를 접고 남장한 채 살아가는 여자, 송희우다. 정체를 눈치채고도 티 내지 않는 우석과, 사랑할수록 그를 위험에 빠뜨릴까 겁내는 희우. 사채업자의 협박, 반복되는 오해, 하나둘 나타나는 위협 속에서도 우석은 재산과 명성을 걸고 그녀를 지켜낸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안전한 사람이 되어 나란히 선다.
View More똑똑.
경쾌한 노크 소리였다.
"네"
나는 짐짓 태연한 척 대답했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들어서는 남자를 보는 순간, 나는 그만 숨을 한 박자 놓쳤다.
차 우석.
스물여덟.
대한민국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이름.
긴 기럭지, 정장 재킷 차림에도 한눈에 느껴지는 단단한 어깨.
흘러내린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눈매가 지금도 예사롭지 않았다.
몇 년 전, 삶의 벼랑 끝에서 나를 붙잡아 준 사람.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그를 잊은 적이 없었다.
저런 남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다시 서 있다는 게, 어딘지 현실 같지 않았다.
나는 입을 살짝 벌리고 말았다.
그런 내 표정이 이미 수도 없이 익숙하다는 듯, 그가 피식 웃었다.
웃음을 보아하니, 그는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눈이 가늘어졌다.
아, 저 눈빛은 반칙이다.
하지만 나, 송희우, 또 다시 흔들리면 안 된다.
이런 감정 따윈 사치다.
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으려면 정신 줄을 꽉 붙잡아야 했다.
나는 재빠르게 표정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유혁이라고 합니다."
명함을 내밀었다.
'탐정 — 유혁'이라고 적힌.
그가 명함을 받아 들고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젊으시군요. 좀 더 연륜 있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아, 윤이솔 씨께서 자세히 설명을 안 하셨나 보군요. 비록 스물여섯이지만 실력은 됩니다. 앉으시죠."
나는 최대한 전문가처럼 보이려 애쓰며 낡은 검은 가죽 소파를 가리켰다.
그가 사무실 안을 슬쩍 둘러보며 자리에 앉았다.
안다.
낡은 상가 건물 2평짜리 사무실.
전 사장에게서 통째로 넘겨받은 거라 가구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맞은편에 앉았다.
목소리를 한 톤 낮게 깔았다.
"사람을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가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중년의 여성이었다.
온화한 미소, 인자한 눈매.
사진 속에서도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제 친어머니입니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담담한 표정.
흔들림 하나 없이 평온한 얼굴이었는데, 어딘지 그 평온함이 너무 단단하게 다져진 것처럼 보였다.
"친어머니를 찾으신다고요?"
"네. 제가 다섯 살 때 집을 나가셨습니다."
몰랐다.
차우석에게 이런 아픔이 있을 줄은.
"경찰에선 뭐라 하던가요?"
"고등학교 때 갔었는데,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찾아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그리고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찾으시려는 거고요."
"네. 찾을 수 있겠습니까?"
"살아 계신다면 얼마든지요. 다만 저도 같은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나는 잠깐 말을 고르다 이었다.
"당사자가 만나길 원하지 않으신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렇다면 굳이 만날 필요는 없습니다."
그가 짧게 답했다.
"다만 한 가지만 묻고 싶어요."
"어떤 걸 말입니까?"
"나를 두고 떠난 것을, 이젠 후회하느냐고요."
나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여전히 담담한 얼굴이었지만, 그 질문 뒤에 얼마나 긴 시간이 담겨 있는지가 느껴졌다.
다섯 살부터 지금까지.
20년 넘는 시간.
"…알겠습니다. 어머니를 찾게 되면 꼭 여쭤보겠습니다."
그가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선금이었다.
아마 이솔에게 미리 들었나 보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따라 일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물론입니다. 비밀은 절대 지키겠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 마세요."
그게, 다시 그와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나는 내 능력을 총동원해 그의 어머니를 찾아냈다.
강원도 어느 바닷가 마을의 작은 식당.
그녀는 그곳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들을 만나길 원하지 않았다.
대스타가 된 아들이라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우석이 부탁한 말을 전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회… 한 적 없어요. 그렇게 전해줘요."
나는 말없이 들었다.
"그래야 그 애가 저를 잊고,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에 나는 그녀의 아픔을 보았다.
후회하지 않는 게 아니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야만 하는 사람의 마음을.
거울 앞에서 준비를 마쳤을 때, 내 모습이 나 스스로도 낯설었다.유혁이 아닌, 오래전에 묻어둔 송희우도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되어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걸었다.클럽 안을 천천히 훑으며 변 사장이 말한 김 실장이 있을 만한 사무실 쪽으로 움직였다.그때였다.슥— 하고 허리에 두꺼운 팔이 둘러졌다."야, 새로 보는 얼굴인데. 언제 들어온 거야?"술 냄새가 역하게 풍겼다.취한 남자가 나를 품으로 당겼다.성가시게 됐네.몸을 빼내려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손님, 여자 손님한테서 손 빼시죠."돌아보니 훤칠한 키의 남자가 서 있었다.변사장이 말한 김 실장이었다.꽤 훈남이었다.다부진 몸에 날카로운 눈빛.겉으로는 단정한데 어딘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취한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아 김 실장, 왜 그래? 서로 다 아는 처지에.""그러니까요."김 실장이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서로 다 아시면서. 제가 제 손님한테 함부로 구는 거 싫어한다는 걸."그가 남자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욱— 외마디 비명이 나오며 남자가 뒤로 물러섰다."자,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시죠."김 실장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손님도 나가주시죠. 여기는 오실 곳이 아닙니다."정중한 목소리, 하지만 확고했다.하지만 내겐 이자가 달려 있었다.나는 일부러 휘청거렸다."아, 여기가 어디지…"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걸어가다가— 김 실장 옆을 지나치는 순간 일부러 발을 삐끗했다.악—미리 살짝 느슨하게 해둔 구두 굽이 쏙 빠져나갔다.나는 휘청하며 구두를 벗어 들고 김 실장을 올려다봤다."이런, 구두가… 아저씨, 여기 신을 만한 신발 없어요?"김 실장이 잠깐 나를 내려다봤다.성가시다는 표정이 스쳤다.그래도 그가 말했다."이쪽으로 오시죠."나는 절뚝이며 그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김 실장이 신발장을 뒤지는 사이, 나는 재빠르게 사무실 구조를 눈에 담았다.책상, 서랍, 캐비닛 위치.그가 구두 한 켤레를 내밀었다.나는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다.익숙한 얼굴들, 잊고 있었던 이름들이 스쳐 지나갔다.한 장 한 장, 처음부터 끝까지.그러나 어디에도 채령이라는 이름은 없었다.나는 앨범을 덮었다.이상하다.분명 어딘가에서 들었던 이름인데.차우석이 잊지 못하는 채령은 도대체 누구인 걸까.어떤 여자였길래, 저 남자의 가슴속에 저다지도 깊이 박혀 있는 걸까.창밖에 눈이 다시 내리고 있었다.소리도 없이, 차갑게.우석이 앉았던 방석 위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을 것 같았다.나는 시선을 돌렸다.보지 마, 송희우.그 온기에 익숙해지면 안 돼.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차창 밖으로 서울의 밤 풍경이 흘러갔다.불빛들이 빗속에 번지듯 지나쳤다.나는 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그래, 잘한 일이다.동생처럼 생각하고 지내다 보면, 차차 유혁을 통해 채령을 느끼려는 감정도 가라앉겠지.채령.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자.하필 나를 면회 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지금까지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비밀 연애였던 탓에 그녀의 죽음은 세상에 알려지지도 못했다.조용한 장례. 조용한 이별.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채로 계속되는 나의 고통의 시간.후—어느새 집에 도착했다.나는 터덜터덜 현관으로 들어섰다.예삐가 없어서일까.넓은 집이 평소보다 훨씬 더 휑하게 느껴졌다.나는 소파에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다시 앉았다.텔레비전을 켰다가 껐다.유혁이 있는 그 옥탑방으로 다시 가고 싶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피식 웃었다.정말 너 단단히 미쳤구나, 최우석."강아지를 찾으셨다구요?"다음날, 우석이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강아지를 찾았다고 했다."그게 글쎄, 요 옆집에서 맡고 있었더라구."정말 강아지를 잃어버린 건 맞는 걸까?의구심이 들었지만 나는 짐짓 모른 척했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의뢰하실 일이 있으면 찾아주세요."나는 사무적으로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아이 왜 그래, 꼭 일이 있어야 서로 찾는
십 분 후.수건으로 머리를 마저 말리고 있는데우석이 맥주와 안주를 한 봉지 사들고 다시 나타났다.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탁자 앞에 털썩 앉더니 말했다."뭐해요? 어서 앉지 않고."나는 얼떨결에 맞은편에 앉았다.탁—맥주 캔이 내 앞에 놓였다.그가 자기 캔을 따더니 내 쪽으로 들어 올렸다."자, 예삐의 무사 귀환과 유 탐정님을 위해!""예삐요?""네, 제 강아지 이름이 예삐입니다."그가 맥주를 쭉 들이켰다.나도 따라 한 모금 마셨다.하—"어때요? 시원하죠?""네…""하하하. 우리 예삐는 말입니다—"그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유기견 보호소에서 예삐를 데려오던 날의 이야기를.처음엔 밥도 안 먹고 구석에서 떨고만 있는 모습에, 그게 어찌나 안쓰럽던지 결국 침대 위로 올려 꼭 안아주었다고 말하는 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이렇게 큰 사람이.카메라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이 남자가, 지금 강아지 이야기를 아이처럼 늘어놓고 있다.참. 강아지가 무섭다고 뒤에서 떨던 사람이.이렇게나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줄이야....맥주가 한 캔, 두 캔 비워졌다.이야기가 무르익고 우석의 눈빛이 조금 풀릴 무렵, 그가 불쑥 말했다."유 탐정님, 우리 호형호제 합시다.""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난 유 탐정이 동생 같고 너무 좋습니다."동생 같고.그 말에 웃어야 할지 씁쓸해야 할지 잠깐 헷갈렸다.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석이 내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며 물었다."혁이 너는 형제가 어떻게 돼?"그와 얼굴이 너무 가까워졌다.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상체를 뒤로 빼며 답했다."동생 하나 있습니다.""여동생?""아닙니다. 남동생입니다.""아, 그래? 에이 아깝다. 여동생이었다면 나 소개시켜 달라고 했을 텐데.""소개요? 이솔씨랑 사귀는 거 아닙니까?""이솔이? 아이 아냐. 걘 나하고 남매 같은
차우석이 잊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그리고 내가 그 여자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을.나는 천장을 향해 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들어 올렸다.채령.어딘지 익숙한 이름인데.기억이 나지 않는다.그때였다.톡톡— 톡톡.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샤워기 아래에서 굳었다.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아버지 친구분들이 여기까지 또 찾아온 건가.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는데."유 탐정님! 저 차우석입니다!"'차우석?!'나는 그 순간에야 깨달았다.지금 내가 욕실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서 있다는 것을."잠..잠깐만요! 곧 나갑니다!"나는 허둥지둥 타월로 몸을 닦으며 소리쳤다.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있었다.옷을 황급히 집어 들고 입으면서 발이 엉켰다.겨우 정신을 차리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감싼 채 현관문을 열었다.차우석이 서 있었다.손에는 종이가방.표정은 멋쩍음과 걱정이 반반이었다."아, 제가 너무 늦은 시간에 온 건 아닌지…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으셔서요.""아닙니다. 그런데 웬일이시죠?""모자 가져다 드린다 해놓고 또 깜빡했었네요."그가 종이가방을 내밀었다."급하지 않은데… 다음에 주셔도 됐는데.""늘 쓰시던 모자인 것 같아서요."그가 소년처럼 웃으며 말했다.6년 전 처음 그를 봤던 날 보였던 그 미소였다.그때였다.계단 저편에서 헉헉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아이고, 왜 이렇게 힘들어!"주인집 아줌마였다.나는 반사적으로 우석의 팔을 잡아챘다."잠깐 들어와요. 빨리!"영문도 모른 채 우석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나는 황급히 문을 닫고 그를 벽 쪽으로 세웠다.그런데 방이 너무 좁았다.등을 붙이고 선 그와 나 사이에, 겨우 손바닥 하나 들어갈 틈밖에 없었다.나는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우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숨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젖은 머리에서 물방울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그의 숨결이 정수리 위쯤에서 느껴지자 심장이 다시 요동치기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