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아침 안개가 형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한양 도성 밖, 서소문 형장.거친 모래바닥 위로 무릎이 꿇린 서연은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피와 오물로 엉망이 된 소복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모진 고문으로 열 손가락의 손톱이 모두 빠지고, 살갗은 불에 지져져 감각조차 희미했다.하지만 서연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빨리 끝났으면.’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바람이었다.형조 옥사에 끌려온 뒤 줄곧 바라왔던 것처럼, 어서 이 끔찍한 숨통이 끊어지기만을 바랐다.“죄인 서연은 들으라!”단상 위에 앉은 판관이 근엄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너는 옛 역모 사건의 잔당으로 몰린 죄인으로서, 국법에 따라 참수형에 처한다!”구경꾼들의 야유와 침 뱉는 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망나니가 비릿한 막걸리를 입에 머금고 번쩍이는 대도의 칼날 위로 뿜어냈다.푸우우-!허연 막걸리 거품이 칼등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자, 간다!”망나니가 기괴한 춤을 추며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서연은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목덜미로 쏟아져 내리려는 찰나였다.“멈춰라!!!”형장을 뒤흔드는 거대한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동시에,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구경꾼들을 거칠게 밀치며 형장 한가운데로 난입했다.히이잉-!거대한 흑마가 앞발을 치켜들며 모래바람을 일으켰다.말등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사내의 모습에, 형장의 모든 사람의 숨이 멎었다.짙은 붉은색의 곤룡포.어깨와 가슴에 수놓아진 거대한 금빛 용 문양.
최신 업데이트 : 2026-07-2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