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라 한 적 없소.”이겸의 대답에도 연화는 문밖으로 반쯤 내밀었던 붉은 천을 거두지 못했다.새벽바람이 천 끝을 가볍게 흔들었고, 손안에 감긴 부분은 눌린 자국대로 구겨졌다.그는 두 걸음의 거리를 남긴 채 그녀의 손만 바라보았으나,연화는 끝내 문고리에 걸지 않고 천을 안으로 끌어들였다.“말로 하지 않아도 죄가 되는 일이 있소.”“그대가 원하는 것을 숨긴다고 없어지지는 않소.”“그러니 보지 마시오.”“보지 않는다고 모르게 되지는 않소.”연화의 손이 문짝 가장자리에서 멎었다.상 위에는 밤새 비우지 못한 물잔이 남아 있었고,붉은 천 끝에는 넘친 물이 스며든 자국이 번져 있었다.그녀는 그것까지 감추듯 문을 당겼으며,천 끝이 문틈에 잠깐 물렸다가 안으로 사라졌다.이겸은 손을 뻗지 않았고, 빗장이 걸리는 소리를 들은 뒤에야 돌아섰다.해가 오른 뒤 연화는 전날 손을 데인 매향에게 가져갈 약주를 사러 옥련의 주막에 갔다.마당에는 씻어 엎어 둔 사발이 가지런했고,옥련은 평상 끝에 앉아 술독 뚜껑의 금을 천 조각으로 메우고 있었다.처마 아래에서는 이겸이 장작을 쪼갰는데,도끼를 내릴 때마다 옆구리의 붕대가 당기는지 몸이 살짝 뒤틀렸다.“매향에게 줄 거요?”“손을 데었으니 기운이라도 돋우라 가져가려 하오.”옥련은 작은 병에 술을 따르면서 연화의 젖은 소매 끝을 보았다.물이 마른 자리에는 여러 번 비튼 주름이 남아 있었고,그녀는 병목을 헝겊으로 감으며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이 불편해도 다친 손은 그냥 못 지나치는군.”“다친 사람을 챙기는 일에 다른 뜻이 필요하오?”“없지. 필요 없는 것일수록 오래 붙드는 사람도 있으니.”옥련은 누구를 뜻하는지 밝히지 않았다.연화가 약주를 받아 돌아서자 장작더미 한쪽이 기울었고,이겸이 손을 뻗어 붙들었다.그의 손등과 연화의 치맛자락 사이에는 손가락 하나만큼의 틈이 남았다.연화가 먼저 물러났지만 이겸의 시선은 그녀가 골목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따라갔고,옥련은 술독 뚜껑을 덮
Last Updated : 2026-07-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