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내 선택도 놓을 수 있소?”붉은 천 끝에 붙은 불씨가 결을 타고 번졌다.이겸의 손이 들렸으나 문턱 앞에서 멎었고, 연화는 등잔 옆 물그릇을 바라보지 않았다.“불부터 끄시오.”“대답부터 하시오.”“놓고 싶지는 않소.”연화의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그러면서도 빼앗지는 않겠소. 태울지 말지는 그대가 정하시오.”불길이 손끝 가까이 다가오자 연화는 천을 물그릇에 떨어뜨렸다.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등잔불이 흔들렸고,젖은 붉은 천에서는 검게 탄 냄새가 올라왔다.이겸은 한 걸음도 다가오지 않았다.“놓고 싶지 않으면서 내 선택은 따른다니, 그 두 말이 함께 설 수 있소?”“그대가 나를 택하지 않아도 막지 않겠다는 뜻이오.”“막지 않는다고 놓은 것은 아니지 않소.”연화는 물그릇 가장자리에 번진 붉은 물을 닦지 않았다.탄 조각이 물속에서 풀릴 때마다 색은 옅어졌으나 검은 끝은 그대로 남았다.그녀는 천을 꺼내려다 다시 잠기게 했고,이겸의 발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두 손으로 건져 냈다.젖은 천을 문 안쪽에 펼치자 물이 문턱을 타고 골목으로 흘렀다.붉은 물이 돌틈에 고였다가 천천히 번졌다.연화는 그 자국이 골목 끝까지 흐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문에서 물러섰다.등잔에는 탄내가 오래 남아 있었다.새 빗장이 걸린 뒤 이겸은 닫힌 문 앞에 머물지 않았다.아침이 밝자 탄 자국은 붉은 천의 한쪽 귀를 검게 오므려 놓았다.연화는 잘라 내지 않고 마당 빨랫줄에 걸었다.밤새 물에 젖은 소매도 함께 널었고,월선은 빈 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다 두 천을 번갈아 보았다.“태웠구먼.”“끝까지 태우지는 못했소.”“못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부터 정해야겠네.”월선은 마루 끝에 놓인 방석을 털었다.먼지가 햇빛 속으로 일었다가 빈자리 위에 다시 내려앉았다.“문을 열면 누군가 다칠 것이고, 닫으면 그대가 다치오. 어느 쪽이 덜 나쁜지 골라야 하는 것이오?”“죄 없는 선택만 찾으면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지.”“그러면 다치게 해도 된다는 말이오?”
Last Updated : 2026-07-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