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사흘째 내리던 저녁, 망월촌 어귀에 낯선 사내 하나가 들어섰다.빗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머리,어깨와 허리의 선이 젖은 도포 아래로 드러나는 몸.마을 여자들은 장작을 거두다 말고 그를 바라보았으나,누구도 먼저 이름을 묻지 않았다.물에 젖은 천이 살결을 따라 붙었다 떨어지며,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허리선과 가슴팍이 시선을 자극했다.주막 처마 밑에 서 있던 윤옥련이 먼저 입꼬리를 올렸다.“길을 잃었소, 아니면 일부러 찾아왔소?”사내는 젖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며 마을 안쪽을 천천히 훑었다.대장간 앞 난실, 약초 광주리를 든 매향, 바느질감을 품은 초희를 지나던 시선이 골목 끝에서 멎었다.그의 눈길이 닿는 순간, 여자들의 숨결이 살짝 흔들렸다.한연화는 대문에 기대 선 채 젖은 빨랫줄을 걷고 있었다.상복의 흰 깃이 목을 단정히 감싸고,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목이 희게 빛났다.물에 젖은 소매가 팔뚝을 따라 붙어 있었고,그 아래로 드러난 맨살이 빗물에 반들거렸다.사내가 오래 바라보자 연화는 빨랫감을 내려놓기도 전에 소매를 재빨리 끌어내렸다. “대답은 저쪽을 보면서 하는 버릇이오?”옥련의 말에 이겸은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이겸이오.”“이름은 묻지 않았는데.”“밤을 함께 보낼 사람에게도 묻지 않을 셈이오?”옥련은 웃음을 삼키며 주막 안으로 들어갔다.잠시 뒤, 손에는 붉은 댕기 하나가 들려 있었다.문고리에 걸자 빗물을 머금은 천이 손등에 붙었다가 천천히 떨어졌다.그녀의 손등이 붉은 천에 스치며, 손가락이 살짝 긴장했다.붉은 댕기가 걸렸는데도 이겸은 다가가지 않았다.빗속에 그대로 서 있는 그의 모습에 월선의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망월촌에서는 여자가 문을 열기 전까지 사내가 문턱을 넘지 못하오.”“마음이 바뀌면?”옥련은 걸어 둔 댕기를 다시 손안에 감았다. 손가락이 매듭을 조이며, 손등의 맥박이 드러났다.“이렇게 거두면 끝이오.”그녀가 문을 반쯤 열었다.등잔불이 어깨 너머로 번졌고, 비
Terakhir Diperbarui : 2026-07-24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