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은 다음 날 아침 돌쇠를 불렀고,별당 문은 열어 두었으나 그는 문턱 밖에서 더 들어오지 않았다.마당 건너편에는 허담이 약갑을 내려놓고 있었는데,전날 해원이 약만 두고 가라고 했던 탓에 계단 아래에서 발을 멈춘 채였다.거울 앞에 앉은 해원은 옥비녀를 머리에 꽂은 채 돌쇠를 바라봤다.“들어와.”돌쇠는 문턱을 내려다보다가 물었다.“들어가도 됩니까?”“불렀으니까.”그제야 한 발 안으로 들어왔지만,시선은 해원의 얼굴보다 비녀에 먼저 닿았다.어제 제 품에서 떨어졌던 물건이라 눈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빼고 싶어?”“예.”“오늘은 안 돼.”돌쇠의 손가락이 옷자락 곁에서 접혔고,해원은 거울로 그의 반응을 지켜봤다. 그러나 그는 이유를 묻지 않았으며,비녀를 한 번 더 본 뒤 스스로 문턱 쪽으로 물러났다.“왜 가?”“안 된다고 하셨으니까요.”“갖고 싶은데도?”돌쇠는 비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숨을 삼켰다.“더 보고 있으면 또 손이 먼저 갈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해원의 손이 옥비녀 끝에서 멈췄다.어제는 욕심이 먼저였으나 오늘은 물러날 자리를 골랐고,해원은 잠시 그를 본 뒤 손짓했다.“이제 와.”돌쇠가 고개를 들었다.“비녀만 빼.”“허락하시는 겁니까?”“이번에는.”그가 천천히 다가오자 해원은 등을 보였고,거울 속에서는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렸다.거친 손이 옥비녀 가까이 올라왔으나 곧장 닿지는 않았다.“머리카락에는 닿아도 됩니까?”“필요한 만큼만.”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돌쇠의 손가락이 매끈한 옥을 감쌌다.이윽고 비녀가 검은 머리 사이에서 빠져나오자 풀린 머리카락이 해원의 등 위로 흘러내렸고,가까워진 돌쇠의 숨도 함께 흐트러졌다.다만 그는 머리카락을 움켜쥐지 않았으며, 옥비녀만 받쳐 들었다.해원이 손바닥을 내밀자 돌쇠는 곧바로 비녀를 올려놓지 못했다.엄지가 옥 표면을 한 번 쓸었고,해원이 그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비녀가 손바닥 위로 옮겨졌다.“아직 놓기 싫지?”“예.”“그런데 놓았
Last Updated : 2026-07-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