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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Penulis: 루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29 11:13:27

해원이 차례를 정하겠다고 말한 순간, 두 남자의 침묵은 전보다 무거워졌다.

담장 너머의 발소리가 멀어졌는데도 돌쇠와 허담은 창고 앞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해원은 먼저 별당 쪽으로 걸었다.

돌쇠가 뒤따라오며 소매에 묻은 나무 가루를 털었다.

“저 말을 그냥 두실 겁니까?”

“입을 막으면 더 멀리 퍼져.”

“그래도 마님 밤을 함부로 입에 올리게 둘 수는 없습니다.”

해원이 걸음을 멈췄다.

“내 소문인데 왜 네가 먼저 화를 내?”

“제 이름이 나와서가 아닙니다.”

돌쇠는 손가락 사이에 낀 톱밥을 내려다봤다.

“마님이 누구를 들였는지 남들이 세는 게 싫습니다.”

허담이 뒤에서 말을 받았다.

“목수가 행랑채를 돌아다니며 따지면 소문에 얼굴까지 붙게 됩니다.”

돌쇠가 돌아봤다.

“의원은 가만히 있을 겁니까?”

“제가 나서면 사내 이름이 하나 더 붙겠지요.”

두 남자의 말이 해원의 등을 따라붙었다.

별당 앞에 도착한 해원은 문턱을 넘기 전 돌아섰다.

“둘 다 아무것도 하지 마.”

“마님.”

“내가 누구를 골랐는지는 내가 말할 일이야. 당신들이 대신 숨기거나 인정할 일이 아니고.”

복례가 문을 열었다.

해원은 돌쇠를 바라봤다.

비뚤어진 적삼 위에 자신이 움켜쥔 자국이 깊게 남아 있었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야.”

돌쇠의 시선이 해원의 옷고름에 닿았다.

자신이 다시 묶어 준 매듭이었다.

“내일도 부르실 겁니까?”

해원은 그의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오늘 밤을 내일까지 가지려 하지 마.”

돌쇠의 입술이 닫혔다.

그는 계단 아래로 내려갔지만 마당을 건너지는 않았다.

허담도 약갑을 든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의원 나리는 왜 안 가요?”

“진료가 끝났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허담은 해원의 목덜미에 남은 붉은 자국에서 시선을 거뒀다.

약갑 뚜껑을 여는 데 평소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뭐가 달라졌는데요?”

“맥을 짚지 않아도 열이 오른 흔적이 보입니다.”

해원은 손목을 등 뒤로 감췄다.

“그 열은 의원 나리가 내릴 게 아니에요.”

“압니다.”

“그런데도 계속 보고 있네요.”

허담은 약갑을 든 채 돌아서지 않았다.

“보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흔적은 아니니까요.”

해원이 문 안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만 봐요.”

문이 닫힌 뒤에도 마당에서는 누구도 떠나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복례가 창호지 가까이 다가가 밖을 살폈다.

“둘 다 아직 있습니다.”

“알아.”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요?”

해원은 돌쇠가 묶어 준 옷고름을 풀었다.

매듭이 느슨해질수록 방 안에 남은 나무진 냄새가 다시 짙어지는 듯했다.

“내가 먼저 부르길 기다리는 거겠지.”

새벽이 밝기 전까지 소문은 행랑채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을 긷던 하녀 둘은 해원이 지나가자 말을 삼켰고, 부엌아낙은 멀쩡한 솥뚜껑만 여러 번 닦았다.

복례가 세숫물을 내려놓았다.

“어젯밤 돌쇠가 별당에서 나오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허담 의원도 봤겠지.”

“의원 나리는 문밖에 있었다고 합니다.”

해원은 물에 손을 담갔다.

“그래서?”

“행랑채에서는 마님이 같은 밤에 사내 둘을 불렀다고 합니다.”

“둘 다 방에 들였대?”

“그것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르면서 내 차례는 잘도 세네.”

복례가 수건을 내밀었다.

“제가 입을 막을까요?”

“아니.”

해원은 젖은 손을 천천히 닦았다.

“열녀도 저들이 붙인 이름이야.”

거울이 사라진 벽 앞에 선 그녀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모았다.

“이번 이름도 마음대로 부르라 해.”

“대부인 귀에 들어가면요?”

“내 밤만 내가 정하면 돼.”

아침 문안 때 최씨 부인은 해원을 위패 앞에 오래 세워 뒀다.

향로에서는 매운 연기가 피어올랐다.

“밤새 열이 올랐다지?”

“지금은 괜찮습니다.”

“의원이 늦도록 별당 앞에 있었다더구나.”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목수도 있었다고 들었다.”

뒤에 선 하녀들의 숨이 잇달아 짧아졌다.

최씨 부인이 향로 뚜껑을 덮었다.

“둘 중 누가 네 병을 고쳤느냐?”

해원은 위패를 바라봤다.

죽은 남편은 아무 대답도 요구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사람들만 그녀의 밤을 캐물었다.

“병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무엇이었느냐?”

“답답해서 문을 열었을 뿐입니다.”

최씨 부인의 손이 향로 곁에서 멈췄다.

“오늘부터 별당 앞에 하녀를 하나 더 세우겠다.”

“세우세요.”

“목수는 다시 들이지 않을 것이다.”

해원이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문을 고칠 일이 생기면 어쩌시려고요?”

“다른 목수를 부르면 된다.”

“소문은 문보다 먼저 다니나 봅니다.”

최씨 부인은 더 묻지 않았다.

문안이 끝난 뒤 해원이 별당으로 돌아오자 돌쇠는 마당 건너편에서 문살을 다듬고 있었다.

허담은 새벽에 돌아갔으나, 최씨 부인이 해원의 열을 확인하라 불러 다시 들어온 참이었다.

두 남자의 시선이 동시에 해원에게 닿았다.

복례가 속삭였다.

“누구를 먼저 들이실 겁니까?”

해원은 별당 문을 반쯤 닫았다.

“오늘은 아무도 안 들여.”

돌쇠의 대패질이 끊겼다.

허담도 약봉지를 내려놓지 못했다.

“그럼 내일은요?”

두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겹쳤다.

해원은 문틈 사이로 두 남자를 번갈아 봤다.

“내일 밤까지 먼저 차지하려 하지 마.”

문이 닫혔다.

잠시 뒤 돌쇠의 톱질 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허담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문 아래로 약봉지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겉면에는 복용법 대신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 열이 가라앉지 않으면 문을 여십시오. ]

해원이 약봉지를 읽는 동안 문밖에서 톱질이 멎었다.

돌쇠가 물었다.

“의원이 뭘 넣었습니까?”

해원은 약봉지를 손안에서 천천히 뒤집었다.

“보고 싶으면 들어와.”

문밖의 두 남자가 동시에 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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