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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Penulis: 루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1 01:42:35

해원은 해가 기울기 전부터 장옷을 꺼내 두었다.

복례가 옷고름을 매어 주며 물었다.

“오늘도 주막에 가십니까?”

“사람을 고르러 가는 건 아니야.”

해원은 거울 속 제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내 이름을 판 값부터 받아야지.”

작업장에서는 망치 소리가 이어졌고 의원방에서는 약 찧는 소리가 들렸다.

돌쇠도 허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해원은 누구도 부르지 않고 대문을 나섰다.

주막의 가장 밝은 상에는 두 잔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해원이 쓰던 잔과 맞은편의 빈 잔이었다.

전날 잔 밑에 있던 푸른 실 묶인 엽전은 보이지 않았다.

“돈은 어디 갔어요?”

만복이 술병을 내려놓았다.

“말을 살 돈은 오래 드러내 두지 않습니다.”

“돈을 낸 자는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해원은 맞은편을 가리켰다.

“앉아요.”

만복은 곧장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

“오늘도 마님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제 자리입니까?”

“오늘은 자리를 사러 온 게 아니에요.”

해원은 엽전 세 닢을 상 위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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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녀문 아래 색귀   28화

    해원은 해가 기울기 전부터 장옷을 꺼내 두었다.복례가 옷고름을 매어 주며 물었다.“오늘도 주막에 가십니까?”“사람을 고르러 가는 건 아니야.”해원은 거울 속 제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내 이름을 판 값부터 받아야지.”작업장에서는 망치 소리가 이어졌고 의원방에서는 약 찧는 소리가 들렸다.돌쇠도 허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해원은 누구도 부르지 않고 대문을 나섰다.주막의 가장 밝은 상에는 두 잔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해원이 쓰던 잔과 맞은편의 빈 잔이었다.전날 잔 밑에 있던 푸른 실 묶인 엽전은 보이지 않았다.“돈은 어디 갔어요?”만복이 술병을 내려놓았다.“말을 살 돈은 오래 드러내 두지 않습니다.”“돈을 낸 자는요?”“아직 오지 않았습니다.”해원은 맞은편을 가리켰다.“앉아요.”만복은 곧장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오늘도 마님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제 자리입니까?”“오늘은 자리를 사러 온 게 아니에요.”해원은 엽전 세 닢을 상 위에 놓았다.“나리가 감춘 말을 사러 왔어요.”만복의 시선이 엽전에 머물렀다.“한 가지 말에 한 닢입니다.”“좋아요.”“무엇부터 들으시겠습니까?”“푸른 실을 묶은 자가 무엇을 샀는지.”만복이 첫 번째 엽전을 집었다.“마님 맞은편에 누가 앉는지.”두 번째 엽전도 손안으로 들어갔다.“그 사내가 마님 잔이나 소매에 손을 대는지.”그의 손이 마지막 엽전 앞에서 멈췄다.“하나가 더 있습니다.”“무엇인데요?”“세 번째 값을 주셔야지요.”해원은 마지막 엽전을 손바닥으로 덮었다.“내 밤을 세 조각으로 잘라 샀군요.”“마님의 밤이 아니라 주막 안에서 누구나 볼 수 있던 장면입니다.”“그 말을 넘겼어요?”“아직은 아무것도 팔지 않았습니다.”“돈은 받았으면서?”만복은 빈 잔을 해원 쪽으로 돌렸다.“저자는 마님이 누구와 앉고, 어디에 손을 허락하고,누구와 돌아가는지 살펴 기억해 두라 했습니다.”“입을 다물라는 값도 냈어요?”“그 값은 내지 않았습니다.”해원의 손이 마지막 엽

  • 열녀문 아래 색귀   27화

    다음 날 아침, 주막의 어린 심부름꾼이 별당 대문 앞에 술잔 하나를 놓고 갔다.복례가 잔 밑에 접힌 종이를 펼쳤다.먹물로 찍은 둥근 자국 하나뿐이었다.“아무 말도 없습니까?”해원은 잔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어젯밤 제 입술이 닿았던 잔이었다.“맞은편 잔은 그대로 두고, 내 잔만 보냈네.”작업장에서 나온 돌쇠가 잔을 보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주막에서 온 겁니까?”“돌려주고 와.”돌쇠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제가 가져가야 합니까?”“싫어?”“그자가 마님께 보낸 것을 들고 가기 싫습니다.”해원은 잔을 그의 손바닥에 올렸다.“내가 받은 걸 돌려주는 거야.”돌쇠의 손가락이 잔을 감쌌다.“오늘 밤에도 가십니까?”“가면?”“비워 둔 자리에 제가 앉고 싶습니다.”“오늘은 안 돼.”돌쇠의 손등에 힘줄이 돋았지만 잔을 내려놓지는 않았다.“만복을 고르신 겁니까?”“아직은 사람보다 자리를 보는 중이야.”“무슨 차이입니까?”“사람을 먼저 고르면 그 사람이 내 자리를 제 것이라 착각하잖아.”해원은 대문 쪽을 가리켰다.“잔을 돌려주고, 오늘 밤에는 주막 문밖에서 기다려.”“들어가지는 말라는 뜻입니까?”“내가 부르기 전에는.”돌쇠는 잔을 품에 넣고 대문을 나섰다.해가 지자 해원은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복례가 뒤따르며 몇 번이나 골목을 돌아봤지만, 해원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주막은 전날보다 붐볐다.해원이 문턱을 넘자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잠시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가장 밝은 상에는 어젯밤의 빈 잔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돌쇠가 돌려준 잔은 해원이 앉았던 자리에 놓여 있었다.만복은 다른 손님에게 술을 따르다가도 서둘러 오지 않았다.해원이 자리에 앉은 뒤에야 술병을 들고 다가왔다.“약속을 지켰네요.”“세 사람이 저 자리를 사겠다고 했습니다.”“얼마를 냈대요?”“가장 많이 부른 자보다 먼저 값을 정한 분이 계셨지요.”“내가 정한 값이 뭐죠?”“다시 오시는 것.”만복은 맞은편 잔을 비운 채 두었다.해원이

  • 열녀문 아래 색귀   26화

    복례는 장터에서 돌아오자마자 별당 문부터 닫았다.광주리에는 두부도 파도 없었다.짓이겨진 쑥 한 줌만 바닥에 붙어 있었다.“왜 빈손이야?”복례는 숨부터 골랐다.“주막에서 마님을 색귀라 부른답니다.”해원의 손이 옥비녀 끝에서 멈췄다.“누가 시작했대?”“만복이 손님들한테 들었다고 했다는데,들은 자마다 자기가 처음은 아니라 했답니다.밤마다 사내를 바꿔 들이고 창으로도 받는다 했어요.”어젯밤 창 아래 남은 작은 짚신 자국이 떠올랐다.해원은 거울 앞에서 일어나 장옷을 꺼냈다.“주막에 가야겠네.”복례가 소매를 붙들었다.“이 밤에 나가시면 저들이 옳다고 할 겁니다.”해원은 장옷 끈을 매었다.“숨어 있으면 저들 말이 내 죄가 돼. 내 발로 나가면 내 선택이고.”별당 앞을 지키던 하인이 길을 막았다.“큰마님께서 해가 진 뒤에는 나가지 말라 하셨습니다.”해원은 멈추지 않고 그의 앞에 섰다.“막으려면 내 팔을 잡아.”하인의 손이 허공에서 움찔했다.“과부의 밤길을 막느라 몸을 만졌다고 네 입으로 큰마님께 고할 수 있겠어?”하인이 끝내 손을 내리지 못했다.해원은 그 곁을 지나며 말했다.“따라오고 싶으면 뒤에서 와. 앞을 막지는 말고.”작업장 쪽 망치 소리가 끊겼다.돌쇠가 어둠 속에서 나왔다.“어디 가십니까?”“주막.”“제가 모시겠습니다.”“그러면 내 소문에 네 이름 하나가 더 붙겠지.”돌쇠의 발이 멎었다.해원은 그를 지나쳤다.“기다리겠다 했지.”“예.”“오늘은 여기서 기다려.”의원방 앞에서는 허담이 약재를 거두고 있었다.그는 해원의 장옷과 복례를 보고도 길을 막지 않았다.“밤길이 좋지 않습니다.”“나리도 막으려고요?”“막을 수 없다는 건 압니다.”허담은 약향이 밴 천을 내밀었다.“속이 불편하면 씹으십시오.”해원은 받지 않았다.“그걸 받으면 나리가 따라오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허담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그럼 돌아오실 때까지 등잔만 켜 두겠습니다.”“그건 나리 마음대로 해요.”주막 앞 등불은

  • 열녀문 아래 색귀   25화

    작은 짚신 앞코는 돌쇠의 넓은 발뒤꿈치 아래에 반쯤 눌려 있었다.해원은 복례에게 대나무 자를 가져오게 했다.자국은 담장 쪽 흙길에서 시작해 창 아래에서 멎었다가,담 밑의 평평한 돌 앞에서 끊겼다.“돌아간 발이 안 보입니다.”“돌 위로 빠졌겠지.”해원은 창턱 아래를 손끝으로 쓸었다.들린 빗장 밑에는 손톱으로 긁은 듯한 흠집이 남아 있었지만,작은 짚신 자국은 창틀에 닿지 않았다.“돌쇠를 불러.”돌쇠는 연장을 들고 왔다.해원이 자국을 가리키자 그는 제 짚신을 옆에 대 보았다.“제 것보다 두 치는 짧습니다.”“여자 발 같아?”“그건 모르겠습니다.”돌쇠는 앞코가 향한 쪽을 살폈다.“창을 향해 섰던 건 맞습니다. 한자리에서 발을 여러 번 옮겼습니다.”“오래 있었단 뜻이야?”“기다렸거나, 안에서 나는 말을 들었겠지요.”해원은 별당 안으로 돌아섰다.탁자 모서리에는 전날 베개에서 떼어 둔 마른 약재 조각이 놓여 있었다.돌쇠의 시선이 그것에 닿았다.손이 올라가다 멈췄다.“치우고 싶어?”“예.”“그런데 왜 안 치워?”“마님이 버리라 하지 않으셨으니까요.”해원은 머리에서 옥비녀를 뽑아 그의 손에 건넸다.“이건?”“마님이 주셨으니 만집니다.”“꽂아 줘.”돌쇠가 등 뒤로 다가왔다.거친 손이 흩어진 머리카락을 모았다.약재 조각을 보지 않으려 할수록 그의 눈길은 거울 속 탁자 쪽으로 돌아갔다.해원은 그 참는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두 남자가 제 앞에서는 감추지 못하는 것이 아직은 재미있었다.비녀가 머리에 자리 잡자 돌쇠가 손을 내렸다.“어제 못 한 대답을 해.”“열쇠 없이 기다리겠습니다.”“별당 밖에서?”“마님이 부르실 때까지요.”“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가도?”돌쇠의 손이 옷자락 곁에서 접혔다.“문을 닫고 싶어도 참겠습니다.”“내가 열어 준 문인데도?”“예.”해원은 거울 속 그를 보다가 문을 가리켰다.“오늘은 그 대답만 가져가.”돌쇠가 문턱을 넘자 복례가 불러 둔 허담이 마당으로 들어섰다.두 남자의 어

  • 열녀문 아래 색귀   24화

    “해원아, 안에 있는 사내와 함께 문을 열어라.”최씨 부인의 목소리가 문짝을 울렸다.창 아래에서는 하인이 창살을 움켜쥔 채 돌쇠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돌쇠가 허리춤의 송곳으로 손을 옮기자 해원이 그의 손목을 잡아 내렸다.“숨지도 말고, 싸우지도 마.”“제가 혼자 나가겠습니다.”“끌려가려고?”“제가 멋대로 들어왔다고 하겠습니다.”해원은 그의 손에 들린 옥비녀를 빼앗아 제 머리에 꽂았다.“내가 들인 사람을 너 혼자만의 죄로 만들지 않아.”눌린 이불도 펴지 않았다.젖은 소매에서 떨어진 물자국도 그대로 둔 채 문 앞으로 걸어갔다.“복례야, 열어.”빗장이 내려가자 최씨 부인이 하인 둘을 거느리고 들어섰다.그녀의 눈은 해원의 얼굴보다 창가에 선 돌쇠에게 먼저 닿았다.이어 흐트러진 자리와 바닥의 물기, 해원의 머리에 급히 꽂힌 옥비녀를 차례로 훑었다.“과부의 방에서 목수가 새벽을 맞았구나.”“창빗장을 보러 불렀습니다.”“밤중에?”“밤중에 빗장이 들렸으니 그때 살펴야지요.”최씨 부인이 창 아래의 진흙을 내려다봤다.“그래서 문이 아니라 창으로 들였느냐?”“문을 열어 마당을 깨우고 싶지 않았습니다.”“소문을 피하려다 더 큰 꼴을 들켰구나.”그녀의 손이 해원의 뺨 가까이 올라왔다.돌쇠가 한 발 움직이자 해원이 손바닥을 펴 보였다.“그 자리에 있어.”돌쇠의 발이 멎었다.“네 말이라면 잘도 듣는 사내가 되었구나.”“제 말을 듣지 않는 사내라면 제 방에 둘 이유도 없습니다.”“그럼 지금 내보내라.”해원은 문 앞과 창 아래를 막은 하인들을 둘러봤다.“나갈 길을 모두 막아 놓고 어디로 내보내라는 겁니까?”최씨 부인이 턱짓하자 하인 둘이 돌쇠에게 다가섰다.해원은 그의 앞을 막아섰다.“제가 불렀습니다.”“끝까지 책임질 수 있겠느냐?”“제 선택을 저 사람 죄로 바꾸지는 않겠습니다.”돌쇠는 창틀 아래에서 빠진 나무못을 꺼내 내밀었다.“못이 썩어 빗장이 들렸습니다.”최씨 부인은 못을 받아 손톱으로 눌렀다.검게 문드러진 나무

  • 열녀문 아래 색귀   23화

    창문 빗장이 들린 순간, 해원은 머리맡의 놋촛대를 움켜쥐었다.“거기서 손 떼.”창살 아래로 들어오던 손이 멎었다.나무진이 밴 손등과 젖은 소매가 어둠 속에 걸려 있었다.“접니다.”돌쇠가 얼굴을 드러냈다.해원은 촛대를 내려놓지 않았다.“문으로 내보냈더니 창으로 와?”“돌아가려 했습니다.”“그런데?”“의원방에 다시 불이 켜질까 봐 못 갔습니다.”해원은 창가로 다가갔다.돌쇠의 손끝은 빗장에서 떨어져 있었으나, 창턱에는 그가 묻힌 진흙이 남아 있었다.“네가 연 창으로는 못 들어와.”돌쇠의 어깨가 굳었다.“물러나.”그는 묻지 않고 손을 거두었다.창 아래에서 발소리가 한 걸음, 두 걸음 멀어졌다.해원은 그제야 빗장을 직접 들어 올리고 창을 끝까지 밀었다.“이제 와.”돌쇠가 돌아왔다.그는 창턱을 넘은 뒤 방 안에 내려섰지만 더 다가오지 않았다.젖은 소매에서 떨어진 물이 마룻바닥에 작은 자국을 만들었다.“왜 젖었어?”“창 아래 흙을 씻었습니다.”“들킨 흔적은 지우면서 내 방에는 남기네.”돌쇠가 무릎을 꿇으려 하자 해원이 발끝으로 물기를 밟았다.“놔둬.”“왜요?”“오늘 네가 어디로 들어왔는지 잊지 않으려고.”돌쇠의 시선이 해원의 맨발에 머물렀다.손이 움직였다가 무릎 위로 돌아갔다.해원은 베개 끝에 붙은 마른 약재 조각을 집어 그의 앞에 떨어뜨렸다.허담의 약갑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돌쇠의 눈이 그 조각에 박혔다.“치우고 싶어?”“예.”“그런데 왜 안 집어?”“마님이 버리라 하지 않으셨으니까요.”해원은 약재 조각을 손끝으로 밀었다.“허담이 남긴 건데도?”돌쇠의 손등에 힘줄이 돋았다.“싫어도 제 마음대로 없애지 않겠습니다.”“그럼 네가 원하는 건 뭐야?”돌쇠는 해원의 얼굴을 올려다봤다.“저 사람이 다시 이 방에 들어오지 않는 것.”“그것도 네 마음대로 정할 수 없어.”“압니다.”“알면서 창까지 왔네.”“마님이 그 사람에게 문을 열어 주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지는 못했습니다.”해원은 그의 젖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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