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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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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s by 김혜미

도망자 재이에게

도망자 재이에게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 체육학과 복학생 해이는 늦은 밤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옆집 남자와 우연히 마주친다. 보기만 해도 더운 긴팔옷에 검은 모자를 푹 뒤집어쓴 수상한 옆집 남자에게선 어쩐지 아기 우유 냄새가 났다. 새벽녘에만 간신히 마주치는 이웃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 해이는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하고, 마침내 베일에 감춰져 있던 302호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버렸다. “우리 서로 비밀 하나씩 공유할까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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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화
*이번 회차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 시 유의 바랍니다.“...어둠 속에서 작게 빛나는 불빛들.”오랜 시간을 들여 나온 대답은 이것이었다. 거의 속삭이는 것에 가까운 옆집 여자의 작은 목소리는 어째선지 그에게 분명하고 명확하게 와닿았다. 지난날 그녀의 집에서 본 어두운 거실 테이블 위에 작게 새어 나오던 조명이 떠올랐다.“그리고요?”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가 재차 물었다.“......솜사탕”“단 걸 좋아할 것 같진 않았는데.”“그냥. 물에 닿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좋아요.”대답을 끝으로 여잔 우유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걸 따라 해이 또한 잔에 든 우유를 잠시 바라보다가 한 모금 마셨다. 따듯한 우유는 생각 외로 맛이 좋았다.“전 더위를 많이 타서 차가운 음식을 좋아해요.”그런 것 같긴 했다. 마주칠 때마다 더워 보였던 데다 옅게 땀 냄새가 났으니까. 언젠가 학생이 본인의 윗옷을 앞뒤로 흔들며 작은 바람을 만들던 모습까지 연달아 떠오르자, 재이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흘끗 에어컨 온도를 살폈다. 뜨거운 남자의 체온에 맞게 온도를 좀 더 낮춰줘야 할까를 잠시 고민하다가 제법 정상적인 걸 생각하고 있는 저를 깨닫곤 잠시 놀란 얼굴을 했다.이런 평범한 생각을 한
Last Updated: 2026-07-02
Chapter: 4화
“야, 주해이 너 집에 꿀 발라 놨냐?”“뭐가”도원은 요새 들어 술자리를 마다하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가는 제 친구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너 솔직하게 말해. 여자 친구 생겼지? 집에 여자 친구 감춰 놨지?”“또 이상한 소리 한다.”“뭐야? 주해이 여자 친구 생겼어?”“진짜? 누군데? 저번에 이도원이 소개해 준다던 그 애?”도원의 목소리가 거의 확성기 수준이라 함께 체력 훈련을 받던 학생들이라면 못 들으려야 못 들을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고된 훈련으로 지쳐 있었던 찰나에 도파민 도는 연애사 이야기가 나오자, 그들은 눈에 불을 켜고 해이와 도원이 있는 쪽으로 몰려들었다.“야, 어떻게 생겼는데? 좀 보여줘 봐.”“뭔 소리야. 여자 친구 없어. 이도원이 괜히 설레발친 거야.”“뭘 또 감추냐. 그러니까 더 궁금하잖아.”졸지에 여자 친구가 생긴 뒤로 친구와 술 한 잔도 함께 마시지 않는 의리 없고 꼴사나운 사내가 되었다. 결국엔 도원의 손에 이끌려 과 동기 모임에 참석하게 된 그는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며 제 친구를 아니꼽게 응시했다.“뭘 또 그렇게 쳐다봐. 내가 오해하긴 했지만, 그동안 네가 우리랑 안 놀아준 건 사실이잖아.”“군 입소는 언제 한다고?”“이 자식이 가장 아픈 곳을!&rdq
Last Updated: 2026-06-30
Chapter: 3화
졸지에 장 본 봉투를 빼앗긴 사람이 급히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옆집 학생이 본인의 짐과 함께 거뜬하게 들어주고 있는 제 짐이 보였다.“집으로 가시는 거죠?”최근 자신의 일상에 함부로 침투하는 남학생이 302호 입장에선 사실상 반갑지 않았다. 무어라 대꾸하고 싶지도 않아서 다시 제 짐을 가지고 오려 하는데, 학생의 동작이 한 수 빨랐다. 짐을 향해 뻗은 손이 무색할 정도로 그가 제 손에 들린 짐을 등 뒤로 감추었다.“어차피 같이 가잖아요.”“......”서글서글 웃는 낯을 하는 학생에게 더는 기운을 빼고 싶지 않아서 옆집은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걸었다. 해이는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많아지자, 그 사람이 눈에 띄게 경계하는 것을 느꼈다.“지명수배라도 붙었어요?”대꾸 없이 걸음을 멈추는 옆집을 내려다보며 그가 ‘아님, 잠복 중?’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이유가 됐든 저하고는 관계가 없을 테지만, 왜 이다지도 숨을 죽이며 사는지 궁금하긴 했다.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것처럼 그 사람이 잘게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해이의 눈빛이 무언가를 가늠해 보듯 전보다 차갑게 가라앉았다.“만약 누군가를 피해 도망 온 신세라면 지금 그 모습은 오히려 더 눈에 띄니 그만두는 게 좋아요.”“......”“온 힘을 다해 ‘내
Last Updated: 2026-06-29
Chapter: 2화
“야 진짜 괜찮은 애라니까. 한 번만 만나봐.”“글쎄 관심 없다니까.”점심 식사 후 몸풀기용으로 함께 농구 중이던 도원이 윗옷 끝단으로 땀을 닦는 해이에게, 끈질기게 제안했다. 줄곧 거절하는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예쁘장한 외모에 교육학과인 데다 성격 또한 매우 좋은 학생이었다. 대체 무엇이 부족해서 거절한다는 말인가.“자, 얼굴 봐봐. 예쁘지?”액정에 띄운 여러 개의 사진을 친히 넘겨주며 열성을 다하는 도원의 적극적인 태도가 점점 부담스러워지던 해이는 농구공을 튕기며 제 눈앞까지 드밀어진 핸드폰을 밀어냈다.“그만해라. 관심 없다고 하잖아. 야, 너 농구 안 할 거면 그만 가.”“아니, 얘가 진짜 이럴 애가 아닌데, 계속 나한테 부탁한단 말이야. 내 얼굴을 봐서라도 한 번만 만나주라 응?”이번엔 대꾸조차 하지 않고 끈덕지게 달라붙는 친구를 내버려둔 채 그가 홀로 농구대를 향해 나아갔다. 큼지막한 걸음으로 다가선 골대 쪽으로 줄곧 들고 있던 공을 던졌다. 넓게 호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공은 깔끔하게 그물망을 통과했다.바닥을 튕기며 떨어진 공을 다시 드리블하며 갖고 온 그가 다시 한번 공을 집어넣었다. 몇 차례 이어지는 그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보던 도원은 제 친구가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터덜터덜 그에게로 다가갔다.“나쁜 새끼. 그게 뭐 어려운 부탁이라고. 같이 해, 자식아!”도
Last Updated: 2026-06-28
Chapter: 1화
“야! 주해이!”사내의 걸걸한 목소리가 캠퍼스를 가로질렀다. 갈 길을 멈춰 세운 해이는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했다. 곧 그의 얼굴에 반가운 웃음이 내걸렸다. 시원하게 웃는 입매가 매우 매력적인 남잔, 단숨에 제 친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뭐야. 어째 못 본 사이에 엄청나게 늙은 것 같다?”“죽을 맛이야 지금. 그나저나 제대한 거야?”“해병대 만기 전역했지, 인마.”입대 전보다 조금 피부가 그을린 친구를 장난스럽게 바라보던 도원은 친근하게 어깨 위로 팔을 올리곤 평소 자주 찾는 술집으로 발길을 돌렸다.“야 어디 가? 나 학과실 가야 돼.”“제대했으면 형님들한테 먼저 보고를 해야지 자식이!”“됐어. 안 가.”귀찮다는 듯 제 어깨 위에 올려진 팔을 치워낸 그는 이내 도원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럼에도 도원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친구의 근육질 어깨 위에 매달리듯 제 팔을 감았다. 그 반동으로 휘청일 것 같았던 몸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니, 그가 살짝 당황한 얼굴을 했다.“야, 군대에서 대체 뭘 했길래 몸이 더 커졌냐. 징그럽게.”“너도 미루지 말고, 빨리 갔다 와라.”“...우울한 소리 하지 말고. 술이나 먹으러 가자니까.”칭얼대며 우는소리를 하는 제 친구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녀
Last Updated: 202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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