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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Author: 꼬미 요괴
허서령은 눈물을 머금고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은영은 그녀의 슬픈 미소를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다시 돌아와 허서령을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허서령의 힘없이 무너져 있던 몸에도 조금의 온기와 힘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얼굴을 지은영의 어깨에 묻은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지은영은 그녀를 끌어안고 두 손으로 등을 가볍게 쓸어 주며, 마음 아픈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

“뭐든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말아요. 제가 본 건 언니가 우리 둘째 오빠를 사랑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에요. 너무 사랑해서, 오빠의 앞날을 망치고 싶지 않았고, 오빠가 법을 어기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선택 때문에 고통에 빠지게 하는 것도 차마 못 해서 죄책감까지 떠안고 헤어진 거예요.”

지은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쁜 사람 역할은 다 언니가 하고, 좋은 평판은 우리 둘째 오빠한테 남겨 준 거네요.”

허서령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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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12화

    “우리 나이면 결혼 적령기야. 2년만 더 지나면 노총각 노처녀가 되지. 너 혹시 생각해 본 적 없어...”“없어요.”허서령은 말을 끊고, 고개를 숙인 채 담담히 웃었다.“혼자서도 충분히 괜찮아요. 꼭 결혼해야 인생이 완성되는 건 아니니까.”소준혁은 곧장 핸들을 돌려 차를 길가에 세웠다. 허서령은 의아하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길가의 따뜻한 노란 조명이 차를 감싸고, 빛은 유리를 통과해 희미하고 아련히 차 안을 밝혔다.소준혁은 핸들을 쥔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었다. 마치 엄청난 용기를 낸 사람처럼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허서령, 난 아직도 네가 좋아. 나한테 기회를 한 번 줄 수 있을까?”허서령의 마음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방금 다시 만났는데 이렇게 직구라고?”“넌 내 첫사랑이자 마음속의 여신 같은 사람이야. 그때 널 얻지 못한 건 내 평생의 아쉬움이야.”소준혁은 씁쓸하게 웃고 한숨을 쉬었다.“나중에 몇 명을 만나 봤지만, 그 사람들한테서 네 그림자를 찾았어. 그런데 다 너는 아니었고, 오래가지 못했지.”허서령은 더욱 어색해져서 농담 섞인 말투로 이 이상한 분위기를 풀었다.“오빠 꽤 쓰레기네. 그 여자분들 대신 내가 억울해요.”“그건 내가 널 정말 좋아해서야.”“얻지 못한 것은 언제나 마음을 뒤흔든다더니.”허서령은 냉정하게 분석했다.“그때 제가 오빠랑 사귀었다면, 오빠는 저를 마음속 여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 결말도 오빠 전 여자친구들과 똑같았을 가능성이 커요.”“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단정해?”“해 보고 싶지 않아요. 운전해요. 앞에서 돌면 도착해요.”소준혁은 핸들을 쥐고 앞길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서령아, 이번에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널 계속 쫓아다닐 거야.”어른들의 세계는 이렇게 직접적이었다. 그녀도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조금도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마음대로 해요. 하지만 저를 괴롭히지는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법원에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11화

    지은영은 담담히 웃고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둘째 오빠, 사람들이 그러잖아. 헤어진 연인이 친구로 지낼 수 있다면 그때야말로 정말 내려놓은 거라고. 내려놓지 못한 사람만 친구가 될 수 없고, 한 번 더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고.”지강산은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와 앞에 섰다. 입가에는 옅고 차가운 웃음이 걸렸다.“그래서,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니까 너는 기쁘니?”지은영은 굳어 버렸다. 고개를 들어 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다가, 그 눈가가 희미하게 붉어진 것을 보고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며 죄책감에 침을 삼켰다.지강산은 여전히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목소리에는 온몸의 힘을 다해 한숨을 붙잡고 있는 사람처럼 희미한 죽음 같은 기운이 배어 있었다. 그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둘째 오빠가 너한테 잘못했어? 아니면 오빠가 어디 너한테 미안한 짓을 했니? 말해. 오빠가 고칠게. 정말 고칠게. 하지만 부탁이야, 더는 그 여자를 내 앞에 데려오지 마.”지은영의 심장은 쥐어짜이듯 아팠다. 이렇게 평온한 둘째 오빠가 이렇게까지 비참한 말을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눈물이 눈가에 맴돌았다.“둘째 오빠, 나...”지강산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붉어진 눈으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은영아,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둘째 오빠를 괴롭혀. 하지만 서령이만은 안 돼. 알겠지?”지강산이 평온하고 담담하게 말할수록 지은영은 마음이 더 아팠다. 칼날은 분명 둘째 오빠의 마음을 베고 있는데, 그녀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다. 투명한 눈물이 눈가에 반짝였고, 그녀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미안해. 둘째 오빠.”“그리고 아까 하다 만 말, 지금마저 해.”“무슨 말?”지은영은 시큰한 코를 훌쩍였다.“네 그 전과 있는 친구가 누구야? 왜 내 직업을 빗대서 말했어?”지은영은 살짝 멈칫하다가 망설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문득 허서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결말을 바꿀 수 없다면,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저 오빠를 더 슬프게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10화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전 먼저 갈게요. 다들 즐겁게 놀아요.”허서령은 태연한 척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누구도 감히 허서령에게 벌칙을 지키라고 요구하지 못했다. 모두가 그녀가 일부러 카드 판에서 져서 지강산의 체면을 세워 줬다는 걸 알았다. 또 그녀가 분수를 알고 예의를 지켜, 도은정의 앞에서 전 남자친구와 어떤 교류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도 알았다.하지만 도은정은 이득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허서령 씨, 내기에서 졌으면 약속을 지켜야죠. 조상님이라는 말은 그래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분위기는 한순간 난감해졌다.모두가 말문이 막힌 가운데, 지강산은 허서령이 자기 앞에 내려놓은 칩을 내려다보았다.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았고, 턱선은 팽팽하게 굳었으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허서령은 농담 같은 말투로 어색함을 풀었다.“죄송해요. 도은정 씨, 제가 원래 인성이 별로라서 떼쓰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부르고 싶지 않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작별 인사를 하고 밖으로 걸어갔다.지은영은 달려가 허서령의 손을 덥석 잡았다.“서령 언니, 이렇게 늦었는데 우리 둘째 오빠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요.”“괜찮아.”허서령은 급히 거절했다.지은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외쳤다.“둘째 오빠, 차로 서령 언니 데려다줘.”“정말 괜찮아...”허서령은 마음이 긴장됐다.이건 너무 부적절했다. 지강산에게 약혼녀가 없었다 해도, 그녀는 다시 미련이 남은 듯 얽히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그의 약혼녀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지강산은 나른하게 의자에 기대앉아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나더러 데려다주라고? 정말 내 약혼녀는 안중에도 없어?”지은영은 곧장 말문이 막혔다.허서령은 마음이 쓰렸지만, 동시에 안도하듯 웃었다. 이것이 그녀가 알던 지강산이었다. 그의 가치관은 얼굴보다도 더 반듯했다. 지질하지도, 나쁘지도 않았다.지강산의 입장에서 보면 처음 그녀에게 차였을 때는 아쉬움도, 미련도 있었고, 오랫동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09화

    지강산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지은영이 먼저 대답했다.“우리 오빠가 지면 서령 언니한테 누나라고 부르고, 승제 오빠한테는 아빠라고 불러야 해요. 반대로 서령 언니가 지면 우리 오빠한테 조상님이라고 불러야 하고요. 혹시 의견 있어요?”도은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지강산의 앞에 놓인 칩을 힐끗 보았다. 얼마 남지 않았다.‘이대로라면 허서령을 누나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물론 게임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었다.하지만 도은정은 결혼 전에 위신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 오늘 지강산의 전 여자친구도 이 자리에 있으니, 지강산의 인품과 마음을 시험해 볼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을 더 신경 쓰는지, 아니면 이 전 여자친구를 더 신경 쓰는지 알고 싶었다.그녀는 미소를 짜내며 지강산에게 물었다.“제가 싫다고 하면 이 게임 안 할 수 있어요?”지강산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빛이 순간 가라앉았다.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남편을 잡으려는 건가? 친구들의 모임에서 약혼자에게 편을 들라고 압박하고, 게임 규칙을 지키지 않은 채 말을 바꾸게 하려는 건가?’이건 지강산에게 친구를 택하든지, 약혼녀를 택하든지 선택을 강요하는 것으로, 제대로 된 복종 테스트였다.그 행동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지강산은 몇 초간 멈췄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물론이지. 네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면 안 하면 돼.”도은정은 만족스럽게 입술을 감빨며 웃었다. 마음이 달콤했고, 몹시 뿌듯했다.그녀의 이 약혼자는 역시 그녀를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고, 평생을 맡겨도 될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화가 난 지은영은 주먹을 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둘째 오빠, 너무한 거 아니야? 거의 다 져 놓고 인제 와서 못 하겠다는 거야?”도은정은 급히 달랬다.“은영 씨, 화내지 말아요. 전 그냥 은영 씨의 둘째 오빠랑 농담한 거예요. 계속해도 돼요. 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08화

    이승제가 어깨를 으쓱했다.“없어.”“열 끗은?”“그것도 없어.”지강산은 카드를 덮으며 또다시 패배를 인정했다. 허서령은 홍단, 청단, 피 1장, 총 7점으로 승리한 것이다.허서령의 마지막 한 장은 여전히 벚꽃 피었다.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은 더욱 환해졌다. 지강산과 이승제가 던져 준 칩을 거두고 다시 패를 섞었다.이승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감탄했다.“보아하니 나도 누나라고 불러야겠네.”지강산은 평정심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 쪽으로 술을 따르러 갔다.이후 전황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과격파인 허서령은 좋은 패든 나쁜 패든 모두 대담하게 쳤다.이승제는 보수파였다. 지강산은 이미 마음이 흐트러진 것처럼 계속 지기만 했다.바둑을 두던 두 형도 이쪽 카드 판에 끌려 다가왔다.분위기는 점점 좋아졌다. 카드 판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허서령이 칩을 거의 다 따 가려는 순간, 지은영은 휴대폰을 꺼내 지강산을 향해 도발했다.“둘째 오빠, 이따 표정 좀 부드럽게 하고, 목소리도 다정하게, 태도도 진심을 담아 누나라고 불러야 해. 내가 영상 찍어서 저장해 둘 거야.”지강산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미간을 찌푸린 채 손안의 카드를 바라보았다. 지은영의 도발에도 차갑게 코웃음 칠 수밖에 없었다.소준혁은 두 손을 펼치고 허서령 쪽으로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 팔은 그녀가 앉은 소파 등받이 뒤에 걸친 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확실히 기대되네.”허서령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지강산은 눈을 들어, 소준혁의 선을 넘는 행동에 차갑고 무거운 시선을 꽂았다.그때, 온화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긴 참 시끌벅적하네.”목소리를 듣고 모두가 문가를 바라보았다.들어온 사람은 큰어머니 도미란이었다.오십 대의 그녀는 살구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단정하고 우아했다. 세월의 운치가 가득한 그녀 곁에는 역시나 단정한 도은정이 함께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큰어머니.”지태일도 인사했다.“엄마.”“다들 앉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07화

    지강산은 그녀가 패를 섞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빛이 갑자기 가라앉았다.소준혁이 또 말했다.“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중에 우리 카톡도 추가하자.”허서령은 말했다.“그래요, 고마워요.”소준혁이 물었다.“제산시에 남아서 자리 잡을 생각은 없어?”허서령은 천천히 카드를 나눠 주며 말했다.“없어요.”지강산은 테이블 위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티 나지 않게 입을 살짝 벌려 숨을 내쉬었다.이승제도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허서령, 싱글이야?”허서령은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였다. 그래서 예의상 고개만 끄덕였다.소준혁이 곧장 말을 받았다.“나도 싱글이야.”이승제가 눈썹을 치켜들었다.“아무도 너한테 안 물었거든.”허서령은 화제를 돌렸다.“칩을 다 잃으면 벌칙이 뭐예요?”이승제는 패를 집으며 대답했다.“점수 제일 높은 사람한테 아빠라고 부르기.”허서령은 패를 나눠 주던 손을 멈췄다.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이승제와. 소준혁을 보다가, 마지막으로 시선이 지강산에게 멈췄다.그녀는 완전히 어리둥절했다.‘거의 서른이 넘은 남자들이, 학력도 높고 젊잖고 직업도 번듯한데, 노는 건 이렇게 유치하다고? 이런 건 고등학생들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장난으로 친구 자존심을 건드릴 때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 설마 남자는 죽을 때까지 유치하다더니, 아무리 성숙해도 친구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 주길 바라는 걸까?’이건 돈을 잃는 것보다 자존심에 더 큰 상처였다.허서령은 계속 패를 나눠 주며 말했다.“그 벌칙은 제가 받는 거로 할게요. 제가 이기면 저한테 누나라고 불러요.”이승제는 곧장 동의했다.“그거 좋네! 너한테 지는 게 저 둘한테 지는 것보다 훨씬 낫지.”고스톱을 치는 세 사람 중 허서령이 나이가 가장 어렸다.지강산은 팔꿈치를 두 무릎 위에 얹고 몸을 내밀어 카드를 집으며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화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7화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화

    다음 날.업무를 마친 허서령이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인혜야, 깼어?][어, 깼어.][시욱 씨랑은 어떻게 됐어?][얘기 잘 끝냈어. 시욱 씨가 양보하기로 해서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해.][미안해서 어떡하지? 지금 손에 엄청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거든. 다음 달에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들러리 못 서줄 것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양쪽의 비주얼 담당 두 사람이 다 못 온다고? 둘이 짰어?][그게 무슨 소리야?][지강산 씨도 일이 생겨서 못 온대.]지강산 역시 허서령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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