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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이사가기 싫어

작가: 릴리
last update 게시일: 2026-05-03 17:01:29

도진은 멀어지는 지수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우아하게 뻗은 그 뒷모습이 오늘따라 낯설었다. 지수가 내뱉은 ‘인자한 배려’는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도진의 가슴속 깊숙이 박혔다. 아내에게서 느껴본 적 없는 서늘한 위압감이 그를 짓눌렀다. 도진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누르며 발길을 돌렸다. 그가 돌아간 곳은 컨퍼런스 홀 구석, 하얗게 질린 얼굴로 떨고 있는 수진의 곁이었다.

“한수진, 너 미쳤어? 지수가 영상을 가지고 있는 걸 알면서도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낮게 으르렁거리는 도진의 음성에 수진이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 수진은 눈물이 맺힌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나는 그냥 사람들이 단지 내에서 조심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어. 우리 아이들이 다치지 않길 바라는 내 진심이 그렇게 잘못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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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쁘지... 않아?" ​수진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도진은 굳어있던 안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껍데기뿐인 미소가 그의 얼굴에 기괴하게 자리 잡았다. ​"당연히 기쁘지. 내일 병원 갔다가 아기용품부터 보러 가자. 전에 네가 갖고 싶다던 한정판 가방도 사줄게." ​그의 다정한 음성에 수진은 안심한 듯 도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도진은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입안의 쓴 침을 삼켰다. 수진과 밀회를 즐기면서도 잠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피임을 챙겼던 자신이었다.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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