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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화 잔혹한 피

Author: 릴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30 17:01:31

CB 뷰티를 완벽하게 빼앗기고 그룹 이사회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린 강도진에게, 세상은 온통 차가운 잿빛이었다. 숨조차 쉬기 힘든 패배감과 치욕이 사방에서 그를 목 졸랐다. 하지만 그 참담한 지옥 속에서도, 매일 밤 그를 버티게 하는 단 하나의 온기 어린 구원처가 있었다.

병원 인큐베이터의 차가운 유리를 견디고 드디어 신생아실로 옮겨진, 수진이 낳은 그의 아들이었다.

처음 '정자 운동성 저하'라는 진단서를 손에 쥐었을 때만 해도, 제 아이일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하루가 다르게 핏덩이 같은 얼굴에 온기가 도는 것을 지켜보며, 그의 가슴엔 미련하도록 깊은 정이 뿌리를 내렸다.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도록 애틋한데 제 핏줄이 아닐 리 없다는, 처절하고도 어리석은 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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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192화 잔혹한 피

    CB 뷰티를 완벽하게 빼앗기고 그룹 이사회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린 강도진에게, 세상은 온통 차가운 잿빛이었다. 숨조차 쉬기 힘든 패배감과 치욕이 사방에서 그를 목 졸랐다. 하지만 그 참담한 지옥 속에서도, 매일 밤 그를 버티게 하는 단 하나의 온기 어린 구원처가 있었다.병원 인큐베이터의 차가운 유리를 견디고 드디어 신생아실로 옮겨진, 수진이 낳은 그의 아들이었다.처음 '정자 운동성 저하'라는 진단서를 손에 쥐었을 때만 해도, 제 아이일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하루가 다르게 핏덩이 같은 얼굴에 온기가 도는 것을 지켜보며, 그의 가슴엔 미련하도록 깊은 정이 뿌리를 내렸다.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도록 애틋한데 제 핏줄이 아닐 리 없다는, 처절하고도 어리석은 확신이었다.유리창 너머로 조그마한 손발을 꼼지락거리는 아이를 바라볼 때만큼은, 도진은 세상의 모든 치욕을 잊을 수 있었다.“……아빠가 미안하다. 네가 세상에 나올 때는 훨씬 더 근사하고 당당한 모습이 되어 있으려고 했는데.”도진은 정성스레 준비한 배냇저고리와 앙증맞은 모자를 품에 안은 채, 신생아실 유리창에 가만히 이마를 대었다. 차가운 유리 너머의 아이를 향한 그의 눈빛에는 핏발 선 욕망 대신, 지독할 정도로 애절하고 묵직한 부성애가 서려 있었다.수진과의 관계는 이미 썩어 문드러진 껍데기였을지언정, 이 아이만큼은 도진에게 무너진 인생을 재건해 줄 유일한 희망이자 마지막 피붙이였다. 지수에게 빼앗긴 모든 것을 언젠가 이 아이에게 되찾아주겠

  • 가장 잔인한 축복   191화 달콤한 휴식

    CB 뷰티의 인수 계약이 완료된 다음 날 아침.제이아우라 사옥은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CB 그룹의 핵심 알짜 신사업을 완벽하게 품에 안았다는 기사가 경제지 메인을 장식하면서, 제이아우라의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를 쳤고 회사 로비는 직원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대표님! CB 뷰티 핵심 연구진과 실무진 승계 절차, 완벽하게 마쳤습니다! 다들 CB 본사의 꼰대 임원들한테 시달리다가 우리 회사로 넘어온다니까 만세를 부르던데요?”팀원들이 들뜬 얼굴로 보고서를 내밀자, 지수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생 많았어요, 다들. 오늘 저녁은 법인카드 한도 없이 회식하니까 마음껏 즐겨요.”사무실을 뒤흔드는 직원들의 환호성을 뒤로한 채, 지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한편, 같은 시각 CB 그룹 본사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었다. TV 화면에서는 연신 앵커의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CB 그룹, 뷰티 사업부 파격 매각…… 사실상 실패 인정][강도진 대표의 무모한 사업 확장, 100억 채무와 승계 비용 본사에 안기며 이사회 반발 극에 달해]뉴스 자막 옆으로는 취재진을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비틀거리며 도망치듯 들어가는 도진의 처량한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도진이 커다란 야망으로 시작한 사업을 결국 지수의 손에 쥐어주고, 100억 대의 채무와 승계 정산금만 본사에 떠안긴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이사회의 차가운 해임 건의안과 주주들의 거센 비난뿐이었다.껍데기뿐인 왕좌에 앉아 술병을 거머쥔 도진의 몰락은, 이제 완전히 지수의 관심 밖이었다.저녁 무렵, 지수는 진우의 차를 타고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젓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거창한 파티 대신, 두 사람만의 소소하고 따뜻한 저녁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테이블

  • 가장 잔인한 축복   제190화 판을 삼키는 자

    300억 원. CB 뷰티의 부도를 막고 그룹 전체로 번질 연쇄 파산을 저지하기 위해 당장 피처럼 필요한 현금이었다.도진은 평생 차려본 적 없는 납작한 태도로 시중 금융권과 대형 사모펀드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미 A은행을 시작으로 ‘신용 불량’ 낙인이 찍혀버린 CB 뷰티에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룹 본사의 유보금이라도 끌어다 쓰려 했으나, "뷰티의 무모한 확장이 낳은 자업자득에 본사 자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이사회의 서늘한 반발에 막혀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만기 상환일이 한 달 남짓 남았던 시점에서 금융권을 전전하며 허송세월을 보낸 지 어느덧 삼 주. 벼랑 끝에 몰린 채 밤을 새운 도진의 눈은 핏발이 서다 못해 검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시시각각 죄어오는 상환 시한에 숨이 막혀갈 때쯤, 대표이사실의 묵직한 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박진우, 이지수, 그리고…… 얼마 전까지 자신의 충직한 수석비서였던 최태준이었다.“……너희가 여기 왜 있어? 최태준, 네가 감히 여길……!”도진이 쉰 목소리로 쏘아붙이며 태준을 노려보았다. 진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꺼낸 두툼한 서류 한 권을 도진의 유리 테이블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툭, 하고 둔탁한 마찰음이 정적을 깨트렸다.“강도진 대표, 피를 말리며 죽어가는 중인 것 같아 구원투수로 친히 와줬는데 표정이 왜 그러나?”도진이 경계심 가득한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펼쳐 들었다.[CB 뷰티 지분 매각 및 사업권 양도 계약서]“CB 뷰티가 안고 있는 단기 대출 채무 300억 원을 제이아우라와 RV가 전액 인수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CB 뷰티의 지분 80%와 브랜드 소유권을 넘겨받는 조건이

  • 가장 잔인한 축복    189화 통과하지 못한 재심사

    ‘제이아우라와 CB의 '검은 태양' 컬렉션 긴밀 협업 체결.’대대적인 언론 발표와 함께 끝없이 폭락을 거듭하던 CB 그룹의 주가가 단숨에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렸다. 시장은 지수와 도진의 전격적인 협업을 ‘두 신흥 거인의 극적인 결합’이자 최고의 호재라 부르며 환호했다.CB 그룹 본사 대표이사실. 도진은 모니터 화면에 가득 찬 붉은색 주가 상승 그래픽을 내려다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짓눌러 오던 답답함이 일순간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거봐, 내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빨리 이 미친 난국을 해결할 수 있었겠어.”도진은 턱을 바짝 쳐들며 특유의 자만 어린 미소를 되찾았다. 비록 지수에게 7 대 3이라는 비참할 정도로 불리한 수익 배분율을 내주긴 했지만, 어차피 위태롭던 자신의 대표 자리를 완벽히 보전하지 않았는가. VVIP들의 불안 요소마저 단번에 잠재우며 CB라는 브랜드의 명줄을 연장할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승리한 경주라고 생각했다. 지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찜찜함쯤은 당장 얻어낸 과실 뒤로 손쉽게 묻어버릴 수 있었다.그때, 정지상 실장이 굳어버린 표정으로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대표이사실 문을 열었다.“대표님, 시중은행 세 곳에서 통보서가 도착했습니다. CB 뷰티의 300억 단기 대출 건에 대한 ‘만기 연장 재심사 결과’입니다.”도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

  • 가장 잔인한 축복   188화 판의 주인 (2)

    철저하게 도진을 거부하던 ‘더 문(The Moon)’의 상층부가 지수의 초대를 받은 지금, 드디어 그를 받아주었다. 보안 요원의 엄중하고 절제된 안내를 받아 들어선 ‘DARK MOON’의 전경은 도진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외부의 화려한 쇼룸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세공 설비와 적막함마저 감도는 완벽한 보안 시스템. 접견실로 가는 길목에 전시된 'Z'의 작품들과 눈에 익은 몇몇 습작들이 도진을 반겼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목의 차가운 유리 벽 너머, 진우 및 직원들과 함께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도진의 눈에 들어왔다.바로 얼마 전까지 CB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던 수석비서, 태준이었다.계속되는 도진의 오만과 실망스러운 행보에 끝내 사직서를 던지고 떠났던 그였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태준은 도진의 곁을 떠나기 전의 지치고 우울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진우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한층 안정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도진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의 모습에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태준이 계속 내 곁을 지켰다면... 한수혁이 파고들 틈 따위는 없었을 텐데. 아니, 애초에 그가 CB에 들어올 기회조차 얻지 못했으리라.’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도진은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지수의 함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섬뜩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혼, 안젤라이트 선택, ‘새로운 태양’으로 하이엔드 고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결국 ‘검은 태양’을 선택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항상 자신의 곁에서 올바른 조언을 해주던 태준의 모습이 겹쳐지며, 가슴 밑바닥에서 깊은 허탈함과 솟구치는 울화가 기괴하게 엉켜 올라왔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무너뜨린 지수 옆에서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도

  • 가장 잔인한 축복   187화 판의 주인(1)

    한참의 오열 끝에 접견 신청도 없이 찾아간 ‘더 문(The Moon)’은 도진을 환영하지 않았다.고객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선 도진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1, 2층의 일반 쇼룸이 전부였다. 매장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보아도 지수가 머무는 상층부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찾을 수 없었고, 직원들에게 물어보아도 보안 기밀이라며 정중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이곳의 모든 공기와 인테리어조차 자신을 거부하는 듯했다.같은 시각, 보안실. 지수는 도진의 차량이 입차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모니터를 통해 그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구김이 가득한 양복, 며칠째 정리하지 않은 덥수룩한 수염과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비서 한 명 동행하지 않은 그의 처량한 몰골은, 마치 3년 전 CB가 바닥을 치고 있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불러올까요?”옆에 서 있던 민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수는 보안 요원들에게 제 할 일을 하라는 듯 가볍게 손짓하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아니. 우리의 달은 예의 없이 불쑥 찾아오는 손님을 가장 싫어하거든요.”지수는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고, 도진은 영업 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텅 빈 쇼룸 주위를 맴돌다 쫓겨나듯 사라졌다.“CB 측에서 세공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다음 날 아침,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지수의 귓가에 민철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수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던하게 응수했다.“그렇겠지. 이제 CB 내부의 세공사들로는 물량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외부로 공개되었고... 스승님은 그 고집스러운 성격에 CB 일을 받아주실 리가 없으니까.”“그렇다면 이번 ‘검은태양’ 컬렉션에서 C

  • 가장 잔인한 축복   8화 D-8

    이지현은 비서 슬비가 가져온 서류를 검토하다거 결국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류 봉토 안에는 동생 지수의 처절한 결혼 생활과 강도진의 외도 증거들이 빠곡히 담겨 있었다. "하, 이지수,, 이딴 남자 때문에 그렇게 속상해하고 있었던 거야?" 지현은 화가나고 속상한듯 서류를 구기며 슬비를 봤다."박비서님은 지수의 친구이기도 하니 당분간 A국에서 가서 지수 옆에 있어 주실수 있다요? 이건 상사로서 명령이라기 보다는 지수 오빠로서의 부탁입니다. 아 그리고 지수가 부탁한 사람은 이 이사람이 좋겠군요""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7화 D-9

    전날 시어머니에게 수모를 당하고 돌아온 지수는 K국에 있는 오빠 이지현에게 연락을 했다. " 오빠~ 잘 지내? 너무 오랫만에 연락했지? 실은 나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서 ...." 지금 K국은 아침 6시였다. 지현은 시차도 잊은 채 걸려온 동생의 목소리에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다정한 웃음을 지었다."우리 공주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 줘야지. 무슨 일인데. 말만해. 오빠가 다 처리해 줄께."여전히 자신을 아껴주는 오빠의 음성이 지수는 목이 메었지만,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 " 오빠 나 아이가 생기면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기

  • 가장 잔인한 축복   6화 D-10

    3일간 안정을 취한 지수는 외출준비를 서둘렀다.거울 앞에 선 지수의 차림새는 단조로웠다. 연한 하슬색 원피스에 검은색 C사의 핸드백이 전부였다. 초췌해진 얼굴은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ㅇ낳았고 푸석해진 머릿결과 여전희 볼록하게 남아있는 복부는 지수를 실제보다 훨씬 지쳐보이게 했다.누가 이모습을 보고 스물여덟의 꽃다운 나이라 할까. K국의 공주님으로 불리던 지수는 이제 A국의 가정부보다 못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지수는 거울 속 낯선 여자를 뒤로 한채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집을 나섰다.그녀의 차는 도진이 3년전 결혼 기념으로 사준

  • 가장 잔인한 축복   5화 D-14

    7일간 입원 치료를 마치고 영양제로 간신히 기력을 회복한 지수는 배아 이식을 끝내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도진에게서는 단 한통의 연락도 없었다.지숙 역시 먼저 손을 내밀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적막하고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거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지수의 귓가에 가정부의 은밀한 전화 통화 소리가 드려왔다."네 사모님 진짜라니까요. 그 여자가 일주일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분명 다른 남자가 생긴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사장님은 방치할수는 없는 거죠 . 네 ,맞아요 제가 어떻게 사모님께 거짓말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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