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철저하게 도진을 거부하던 ‘더 문(The Moon)’의 상층부가 지수의 초대를 받은 지금, 드디어 그를 받아주었다. 보안 요원의 엄중하고 절제된 안내를 받아 들어선 ‘DARK MOON’의 전경은 도진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
외부의 화려한 쇼룸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세공 설비와 적막함마저 감도는 완벽한 보안 시스템. 접견실로 가는 길목에 전시된 'Z'의 작품들과 눈에 익은 몇몇 습작들이 도진을 반겼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목의 차가운 유리 벽 너머, 진우 및 직원들과 함께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도진의 눈에 들어왔다.
바로 얼마 전까지 CB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던 수석비서, 태준이었다.
계속되는 도진의 오만과 실망스러운 행보에 끝내 사직서를 던지고 떠났던 그였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태준은 도진의 곁을 떠나기 전의 지치고 우울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진우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철저하게 도진을 거부하던 ‘더 문(The Moon)’의 상층부가 지수의 초대를 받은 지금, 드디어 그를 받아주었다. 보안 요원의 엄중하고 절제된 안내를 받아 들어선 ‘DARK MOON’의 전경은 도진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외부의 화려한 쇼룸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세공 설비와 적막함마저 감도는 완벽한 보안 시스템. 접견실로 가는 길목에 전시된 'Z'의 작품들과 눈에 익은 몇몇 습작들이 도진을 반겼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목의 차가운 유리 벽 너머, 진우 및 직원들과 함께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 도진의 눈에 들어왔다.바로 얼마 전까지 CB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던 수석비서, 태준이었다.계속되는 도진의 오만과 실망스러운 행보에 끝내 사직서를 던지고 떠났던 그였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태준은 도진의 곁을 떠나기 전의 지치고 우울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진우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한층 안정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도진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의 모습에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태준이 계속 내 곁을 지켰다면... 한수혁이 파고들 틈 따위는 없었을 텐데. 아니, 애초에 그가 CB에 들어올 기회조차 얻지 못했으리라.’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도진은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지수의 함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섬뜩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혼, 안젤라이트 선택, ‘새로운 태양’으로 하이엔드 고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결국 ‘검은 태양’을 선택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항상 자신의 곁에서 올바른 조언을 해주던 태준의 모습이 겹쳐지며, 가슴 밑바닥에서 깊은 허탈함과 솟구치는 울화가 기괴하게 엉켜 올라왔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무너뜨린 지수 옆에서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도
한참의 오열 끝에 접견 신청도 없이 찾아간 ‘더 문(The Moon)’은 도진을 환영하지 않았다.고객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선 도진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1, 2층의 일반 쇼룸이 전부였다. 매장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보아도 지수가 머무는 상층부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찾을 수 없었고, 직원들에게 물어보아도 보안 기밀이라며 정중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이곳의 모든 공기와 인테리어조차 자신을 거부하는 듯했다.같은 시각, 보안실. 지수는 도진의 차량이 입차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모니터를 통해 그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구김이 가득한 양복, 며칠째 정리하지 않은 덥수룩한 수염과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비서 한 명 동행하지 않은 그의 처량한 몰골은, 마치 3년 전 CB가 바닥을 치고 있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불러올까요?”옆에 서 있던 민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수는 보안 요원들에게 제 할 일을 하라는 듯 가볍게 손짓하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아니. 우리의 달은 예의 없이 불쑥 찾아오는 손님을 가장 싫어하거든요.”지수는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고, 도진은 영업 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텅 빈 쇼룸 주위를 맴돌다 쫓겨나듯 사라졌다.“CB 측에서 세공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다음 날 아침,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지수의 귓가에 민철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수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던하게 응수했다.“그렇겠지. 이제 CB 내부의 세공사들로는 물량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외부로 공개되었고... 스승님은 그 고집스러운 성격에 CB 일을 받아주실 리가 없으니까.”“그렇다면 이번 ‘검은태양’ 컬렉션에서 C
기자들의 미친 듯한 취재 세례와 카메라 플래시를 피해 도진은 수혁의 멱살을 잡다시피 끌고 컨벤션 홀 지하 주차장으로 도망쳤다.차에 올라타자마자 도진은 이성을 잃고 옆자리의 수혁에게 주먹을 날렸다. 핏발 선 눈과 상처 난 주먹, 그리고 피범벅이 된 수혁의 얼굴은 도진이 느낀 수치심의 크기를 대변하고 있었다.도진은 짓이겨진 수혁을 질질 끌다시피 하여 수진이 머물고 있는 자신의 저택으로 향했다.그 시각, 집에서 TV를 켜지 않은 채 도진이 가져올 승전보와 지수의 매장 소식을 기대하며 행복한 상상에 잠겨 있던 수진은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환하게 웃으며 마중을 나왔다."도진 씨! 어떻게 됐어요? 이지수 그 기집애..."하지만 수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들어선 도진의 처참하게 헝클어진 옷차림, 너클이라도 맞은 듯 퉁퉁 부어오른 수혁의 얼굴, 그리고 도진의 피투성이가 된 손마디를 본 순간, 수진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을 쳤다."도, 도진 씨...? 수혁오빠, 이게 무슨..."도진은 뒷걸음질 치는 수진을 향해 순식간에 다가가 그녀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뼈가 부러질 듯한 악력에 수진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아악! 도진 씨, 왜 이러는..."도진이 수진의 얼굴 앞으로 바짝 다가가 낮은 짐승의 훔침 소리로 으르렁거렸다."너랑 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8개월 만에 나와 아직도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어. 그런데 넌 여기서 이지수가 망하는 꼴이나 볼 생각에 환장해 있었나 보지?""도, 도진 씨... 난 그냥 도진 씨를 위해서...!""입 닫아."도진은 변명하려는 수진의 말을 짓밟으며 그녀를 거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수진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자, 도진은 핏빛 어린 눈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수진과 구석에서 벌벌 떠
도진은 감정위원의 판정서를 보는 순간 머리가 하해지며 패닉상태에 파져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아스테리아는 가짜 감정서로 업계에서 신뢰도를 잃고 자신에게 블랙다이아몬드를 납품해야 했으며 제이아우라는 자신의 완벽한 세공을 탓하며 거래를 막는 악의적 기업이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한다. 도진은 인정할 수 없었다. "이, 이게 아니야... 뭔가 착오가..."도진의 입술이 경련하듯 떨렸다.눈앞이 하얗게 질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그를 향해 돌아오는 것은 세계보석협회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의 차디찬 멸시와 실망 어린 시선뿐이었다.도진은 핏발 선 눈으로주위를 둘러보며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았다. 그의 눈에 제 뒤에 서서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자신을 바라보는 한수혁이 눈에 들어왔다. . "그래 이 모든건 니가 벌린일이지?" 도진은 한수혁 대리의 덜미를 낚아채듯 틀어쥐었다. "한수혁! 네가 올린 보고서엔 전부 이상 없다고 적혀 있었잖아! 네가 원석 문제없다고 장담했잖아!""대, 대표님! 저, 저도 세공업체에서 준 대로 전달만 했을 뿐입니다! 제 잘못이 아닙니다!"한수혁이 흙빛이 된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려 하자, 지현의 신호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보안요원들이 한수혁의 퇴로를 막아서며 그를 기자들 앞으로 밀어 넣었다.사방에서 죄어오는 압박감과 형사 처벌의 공포를 견디지 못한 한수혁이 결국 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지르듯 실토했다."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한수진 씨가... 한수진 씨가 CB 기획실로 들어오게 해줄 테니 이지수를 매장시킬 보고서를 올리라고 시켰단 말입니다! 자금 지원도 전부 그쪽에서 나왔어요!"자신이 아이를 낳아준 한수진, 그리고 그녀가 직접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한수혁 대리가 처음부터 자신을 이용하고 공작을 펼쳤다는 사
A국 최대 컨벤션 홀. 전 세계 주요 패션지 기자들과 세계보석협회(ICA), 공정거래위원회 참관인단이 들어찬 장내는 초조함과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단상 중앙에는 초고밀도 광학 현미경과 현장 생중계용 4K 초고화질 스크린, 그리고 중량과 밀도를 측정할 정밀 전자저울이 배치되어 있었다.도진은 턱을 높이 든 채 여유로운 척 단상 아래 앉아 있었다. 그 뒤에는 한수진이 CB 기획실에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한수혁대리가 완벽하게 각색된 보고서를 들고 서 있었다.‘오늘로 너희 남매가 얼마나 추악한지 전 세계에 드러나게 될 거야. 기대해라, 이지수.’도진의 차가운 확신 속에서, 마침내 지수와 오닉스 대표 지현이 단상 위로 걸어 나왔다.공정한 진행을 위해 선출된 세계공인보석감정원(GIA) 수석 감정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지금부터 CB와 아스테리아, 제이아우라 간의 블랙 다이아몬드 원석 품질 및 세공 적합성 공개 검증을 시작하겠습니다."감정위원이 아스테리아에서 봉인하여 가져온 블랙 다이아몬드 원석을 전동 리프트로 들어 올려 현미경 단상에 올려놓았다. 스크린에 원석의 단면이 200배 확대되어 찍혔다."먼저, CB 측이 'A급 하이엔드 원석'이라 주장하며 아스테리아가 고의로 납품을 거부했다고 주장한 1차 채굴 원석의 현장 감정을 진행합니다."스크린에 원석 내부의 검은 점과 어두운 불순물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장내의 보석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수석 감정위원이 마이크 앞으로 다가섰다.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블랙 다이아몬드는 일반 다이아몬드와 달리 흑연(Graphite)과 적철석(Hematite) 내포물이 대량 포함되어 형성됩니다. 따라서 색상의 균일도와 단단함이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이죠."그가 스크린의 특정 부위를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켰다."화면에 보이듯, 이번 원석은 흑연 결정이 특정 구역에만 뭉쳐있는 '내포물 불균형(Uneven Inclusion Distribution)'과 미세한 공기 구멍인 '다공성 결함(Po
은밀히 퍼뜨린 도진의 찌라시는 어느새 증권가를 넘어 SNS와 메이저 언론사까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아스테리아와 제이아우라를 향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제이아우라의 주가가 다시 한번 휘청였다.지수와 아스테리아 측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언론은 더욱 신이 나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쏟아냈다.[제이아우라 이지수 대표, CB와의 갈등 논란 속에 잠적?][침묵하는 오닉스와 아스테리아, 블랙 다이아몬드의 진실은?]언론이 한참 시끄럽게 타오르던 그 시각, 아스테리아의 공식 SNS와 홈페이지에 단 두 장의 사진이 게시되었다.한 장은 과거 CB와 체결했던 계약서 중 ‘납품 원석의 품질 기준’에 관한 조항이었고, 다른 한 장은 세계공인보석감정원의 원석 감정서였다. 계약서에는 ‘최상급 보석용(Gem-grade) 원석만 납품한다’는 조항이, 감정서에는 이번 채굴 원석이 내포물 불균형과 결함으로 인해 ‘상업용(Commercial-grade)’ 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찍혀 있었다.상황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CB의 거짓말? 진실을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아스테리아, 상업용 등급 원석 감정서 공개… 정당한 납품 거부였나]기사의 방향이 180도 바뀌자,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확인하던 도진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심장이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느꼈다. 꽉 쥐어튼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그 불안을 기민하게 포착한 한수혁이 도진의 곁으로 다가와 뱀처럼 나지막하게 속삭였다."대표님, 일희일비하지 맙시다. 대표님도 느끼고 계시잖아요. 저 감정서, 오닉스 가문의 힘으로 위조된 거라는 걸."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도진에게 수혁의 그 말은 너무나 달콤한 피난처였다."그래…… 저게 진실일 리가 없지. 만약 진실이라고 해도, 상업용 등급 원석이라도 이번에 채굴된 양을 생각하면 20억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이아우라에 넘기는 게 말이 돼?""그렇죠. 그러니까 우리가 그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주는 겁니다. 진짜 갑이 누구인지.""그렇죠. 그러니까 우리가 그들에게
"기쁘지... 않아?" 수진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도진은 굳어있던 안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껍데기뿐인 미소가 그의 얼굴에 기괴하게 자리 잡았다. "당연히 기쁘지. 내일 병원 갔다가 아기용품부터 보러 가자. 전에 네가 갖고 싶다던 한정판 가방도 사줄게." 그의 다정한 음성에 수진은 안심한 듯 도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도진은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입안의 쓴 침을 삼켰다. 수진과 밀회를 즐기면서도 잠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피임을 챙겼던 자신이었다. '임
그토록 기다렸던 임신 소식이었지만, 지수와 도진에게 허락된 기쁨은 야속할 정도록 짧았다. 다음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확신을 유보한 채 일주일 후에 다시 검사하자는 말만을 나겼다. 그 일주닝은 도진과 지수에게 평생보다 긴 지옥이었다. 손끝하나 대면 깨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부부는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으나, 운명은 그들에게 자비롭지 않았다.일주일 후 다시 마주한 초음파 화면에는 생명의 고동 대신 기괴한 그림자만이 가득했다. " 포상기태 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 임신유지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태아를 제
슬비를 만나고 잠시 RV에서 현재까지 도진의 회사에 투자된 내역을 훝어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던 지수는 아랫쪽의 축축한 감각에 번쩍 눈을 떳다. 생리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다. 임신이라는 희망이 이내 절망으로 뒤바뀌는 이 지독한 상실감은, 몇번을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평소와 다르게 일찍 돌아온 도진은 지수를 찾으며 방문을 열었을때 무기력하게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는 지수의 모습을 보았다. 이번 시술은 유난히 지수를 갉아먹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된 지수를 보며, 힘들었을 순간 곁을 지켜주
아침에 일어난 지수는 싸늘하게 식어있는 옆자리를 보았다. 몇일 집에 잘 들어오던 도진은 어젯밤 들어오지 않았다.생리가 시작하기 전에 느껴지는 익숙한 배의 묵직한 불편감에 불안감이 든 지수는 자신의 아랫배를 살살 만지며 제발 이번에는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과 편하게 강도진을 떠나기 위해 이번에도 실패하기를 바라는 자신의 양가적인 생각에 웃음이 났다. 잠시 후 오랫만에 슬비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가던 중 가정부의 통화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가출하신 것 같아요. 집에 안들어 오시네요. 아마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