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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Penulis: 희나리K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22 02:17:04

거실은 조용했다.

낮게 켜진 스탠드 조명 아래, 네 사람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드리웠다.

식탁 위에는 따뜻한 물, 약 봉지, 그리고 차가운 손을 녹이려다 식어버린 유자차가 놓여 있었다.

누구도 말이 없던 중, 이현이 무거운 정적을 깨듯 은하를 바라보며 힘겹게 웃어 보였다.

“강은하. 언제 이렇게 단단해진 거야?”

태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짜. 그 무서운 상황에서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어.”

그리고 우주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은하가 그 떨리는 어깨를 바라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오빠… 또 우는 거야?”

“오빠 정말… 얼마나 무서웠는줄 알아?”

은하는 그런 우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나도 무서웠어. 케이블 타이에 손목이 묶이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어.”

"…"

“근데, 누군가 반드시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믿었는데 진짜로 문이 열렸어.”

은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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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24화

    다음날 아침,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나온 태하가 최 비서의 차 트렁크에 조심스럽게 캐리어를 실었다. 트렁크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닫히는 순간, 공기 중에는 무언가 또 하나의 시간이 접히는듯한 느낌이 감돌았다. 은하, 이현, 우주. 세 사람은 나란히 서서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음 한 켠 어딘가가 자꾸만 가라앉았다.“태하야, 부모님껜 연락 드렸고?”“네. 아까 통화 했어요.”“그래, 잘 다녀오고. 연락 자주 하고.”“…네.”이현 역시 별다른 말 대신, 특유의 담백한 목소리로 짧은 인사를 건넸다.“가라, 연락하자.”“그래.”은하는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물이 났다.정말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사이인데 왜 이렇게 눈 앞에 흐려지냐고. “은하야?”태하의 목소리에 은하는 황급히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 그냥…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좀 이상하다.”태하는 그런 은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나까지 괜히 목이 메네. 연락 자주 하자. 백이현이 힘들게 하면 바로 말하고!”“…응.”이현은 아무 말 없이 은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그는 그렇게 말 대신 손끝의 온기로 은하의 마음을 눌러주고 있었다. 태하가 마지막으로 짧은 인사를 전하곤 최 비서의 차에 올라탔다.“간다. 형님, 저 가 보겠습니다!”그렇게 그들은 크게 울지도, 떠들지도 않으면서 작은 작별을 나누었다.조금은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또 다른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걸 알았기에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울 이유도 없었다.***책상에 앉아 기숙사에 챙겨갈 짐 목록을 정리하던 은하는 점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메모장을 빼곡하게 채운 단어들. 정녕 이게 맞는 것인가.거주하는 곳 자체가 달라지다 보니, 챙겨야 하는 건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았다. '완전 이사 수준이잖아?'그러던 중 이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응. 백이현.”“강은하! 준비하고 나와.”“지금? 어디 가게?”“나 그 표정 또 보여줘라!”“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22화

    개강을 앞둔 그들은 서연이에게 들려 안부 인사를 전하고, 오랜만에 이현의 집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민희가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표현했다.“이제 진짜, 다들 가는 거야?”이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주말마다 올 건데 왜 그러냐.”“그래도….”은하 역시 이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덤덤한 척 노력했다.“어차피 다 서울인데 뭐.”그때, 태하가 이현을 향해 고개를 훽 돌렸다.“백이현, 너 이 집 안 뺄거야?”“주말마다 와야 되는데, 뭐하러 빼냐?”“한국대 근처에서 자취한다며. 집에 몇 개냐? 집 수집가냐?”“여기가 본가라고 치지 뭐.”은하가 이현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에게는 이 곳이 더 따스한 공간이었을까.“그래도, 거의 비어 있을 텐데.”“강은하! 너까지 왜 그래? 죽어도 안 빼! 비어도 상관 없어! 추억이 얼마나 많은 곳인데.”그 말에, 은하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여기서 보낸 시간이 특별하긴 해. 서연이도 그렇고… 아, 서연이 국문과 가고 싶어 했었는데.”“….”짧은 침묵 안, 이 집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누군가의 기억이 또렷하게 스며들었다. 잠시 내려앉은 분위기에 민희가 박수를 치며 일어났다. “아니, 잠깐만? 어차피 백이현 자취하면, 거기를 또 아지트로 쓰면 되는 거 아니야?”“야!” 거실에는 다시 웃음꽃이 퍼지기 시작했다. 잠깐 먹먹했던 가슴이 작은 소란스러움으로 다시 풀려버렸다. 이번에는 민희의 시선이 태하에게로 향했다.“너도 대학가면 연애 좀 해라? 어?”“너나 잘해.”“나는 연애보다 창업이 먼저야.”“그렇게 말 하는 사람들은, 꼭 둘 다 안 하더라.”거실 안에 다시 폭소가 터졌다.그렇게 그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온 성인의 문턱을 조금은 엉성하게 맞이했다. 예전엔 막연하게 느껴졌던 어른이라는 단어.그저 숫자 하나 바뀌었을 뿐이지만 이제는 서로의 무게를 나누고, 과거를 조심스레 품고,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걷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21화

    꿈같았던 시간에 비해 현실로 돌아가는 길은 유난히 조용하고, 무겁고, 어딘가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것 같았다.“형님 화 많이 나셨어?”“응. 너 오빠한테 혼날 준비 해.”“솔직히 이건… 같이 혼나야 되지 않냐?”“…맞아.”“설마 때리진 않으실거야, 그치?”“…모르겠다.”이제야 뒤늦은 후회가 몰려오는 두 사람이었다.이현이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 행복하고 꿈만같던 시간에 이런 무거운 분위기가 따라 붙는 게 싫어서.혼이야 이따 나면 되지. “맞다, 기숙사 신청은 했어?”“응. 너는?”“나는 기숙사 답답해서 못살아. 근처 아파트 구해주셨지.”맞다. 백이현은 부잣집 도련님이었지.요즘은 자꾸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그리고 너랑 나랑은 CC확정이야. 그렇게 알고 있어.”“참나.”“뭐? 참나?”“대학가서 아무리 잘 생긴 사람이 와봐라!”“어떡할건데?”“얼굴 구경은 해야지.”“야! 강은하!”“근데 백이현, 우리 돌아가서도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까?”은하의 물음에 이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똑같을 거야. 네가 그런 표정 지으면, 나는 늘 미쳐 날 뛸거야.”“…야!”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중, 차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어느새 조수석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 은하. 그 모습을 확인한 이현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참나, 도발이 겁나게 힘들었나보네.”***트렁크에서 짐을 내리고 은하의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웠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우주의 모습이 보였다.뭐지? 왜 별다른 반응이 없지?“오빠….”“형님… 저희 왔습니다.”잠깐의 정적이 흘렀다.그리고,“앉아.”긴장한 어깨에 단단해졌다.우주는 두 사람을 차례로 바라보다, 다시 찻잔을 들어 차를 몇 모금 더 마셨다.그 짧은 침묵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늦었네?”“…죄송합니다.”“미안해 오빠.”이번에는 길고 긴 한숨을 내쉬더니,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너희 마음을 이해 못하는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20화

    해는 어느새 중천을 향해 있었고, 남은 건 두 사람의 체온과 작게 엉킨 숨결 뿐이었다. “따뜻해.”“응, 지금이 제일 좋다.”이현이 은하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볼엔 남은 옅은 열기, 감정의 잔향이 스며든 눈동자까지. 모든 게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강은하. 조심 좀 해.”“응? 뭐를?”“전에는 키스만 해도 바닥에 주저앉더니, 이젠 아주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고.”은아가 콧소리를 내며 이현의 가슴팍에 이마를 묻었다.“그 얘기 좀 그만해!”“아니, 근데 어떻게 다리에 힘이 풀리냐? 고작 키스만 했는데?”“그때는 진짜…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고.”“근데 지금은 왜 안 그러냐?”“….”그러네, 생각해보니까 이제는 그보다 더한 걸 막 하고 있네..?은하는 그 사실을 깨닫자 입을 다물었고, 이현은 은하의 허리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제는 내 정신이 나갈 것 같아. 네 눈빛은… 진짜….”“눈빛이 왜!”“사람을 미치게 만들잖아!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내가 뭘!”“반쯤 감은 눈은 완전 몽롱해가지고, 입술도 약간… 아? 잠깐만… 하.”이현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들은 너무도 선명했고,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또 다시 달아오르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은하의 장난기가 단단히 발동됐다. “이 눈빛?”눈을 가늘게 뜨며 음흉하게 바라보자, 이현은 곧바로 담요를 뒤집어썼다. “하지 마. 진짜 그만해. 오후엔 출발해야 한다고!”“왜? 저녁에 가면 되지.”“확 여기서 살아버린다.”“괜찮아, 아직 12시야.”은하의 목소리는 맑았지만, 그 눈빛은 무언가를 캐치한 눈빛이었다.지금 누가 더 조종을 당하고 있는지. 주종 관계까 어떻게 달라졌는지.“그만 쳐다 봐! 이게 진짜 자꾸만 위험해지네?”“너한테만 그래.”짐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창밖의 햇살은 어느새 높게 걸렸지만, 두 사람은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또 다시 자연스레 포개진 입술.그 입맞춤 안엔 떠나야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19화

    이현의 움직임은 한없이 느리고 섬세했다. 마치 은하가 내리는 속도에 정확히 맞추기라도 하듯 단 하나의 동작에도 질문이 담겨 있었고, 은하가 허락할 때에만 다음으로 나아갔다.“지금 괜찮아?”"으응..."“강은하… 조금만 더…”“천천히 해줘… 천천히…”서로의 체온이 완전히 포개지고, 마침내 두 사람의 숨이 하나의 숨으로 이어졌다.그 밤, 그들은 사랑을 몸으로 말하는 법을 배웠다. 그건 가장 조용하지만 온전한 교감이었다.***다음날 아침, 햇빛이 커튼 틈 사이로 살짝 스며들었다. 은하는 새하안 이불 속, 포근한 온기에 둘러싸인 채 눈을 떴다.눈부신 빛에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지만, 곧 따스한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옆에서 평온한 얼굴로 잠이 들어 있는 이현의 얼굴.은하는 자는 모습도 참 사랑스럽다, 그리 생각하며 아무 말도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일어났어?”이현의 입술이 움직이더니, 잠에 덜 깬 목소리가 나긋하게 들려왔다.은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현은 웃었다. “아침 먹자.”“응.”주방엔 갓 구운 토스트 냄새와 따뜻한 커피 향이 조용히 퍼지고 있었고, 식탁 위엔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흔적들이 놓여 있었다. 잼 묻은 나이프, 반쯤 비운 머그잔,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지금이 가장 좋다는 그 똑같은 표정까지."너는 왜 자다 일어나도 예뻐?""하지 마, 나 느끼한 거 별로야.""거짓말. 귀는 또 빨개졌는데.""씨이."식사를 끝낸 은하가 테이블 위에 놓인 그릇들을 정리하려 하자, 어느새 다가온 이현이 은하를 번쩍 안아 식탁 위로 올려 앉혔다.은하가 당황한 듯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톡톡 때렸다.“야, 백이현! 지금 아침이야!”“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그럼 뭐가 중요한데?”그의 손바닥이 등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너 왜 내 셔츠만 입고 돌아다니냐? 나 또 설레잖아.”“음… 남자들은 이런 게 로망이라던데?”“뭐냐? 완벽하게 노린거였네?”은하의 볼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셔츠 소매는 손등까지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18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하는 이현이 가져온 찻잔을 받아 들고는 고개를 갸웃했다.“오늘은 술 안마셔?”“어차피 너, 잘 먹지도 못 하잖아.”“나 술 잘마시거든?”안다. 생각보다 주량이 쎄다는 사실은. 문제는 취한 다음이라고. 이 바보야.“사실 너 술 마시면, 애교가 많아져서 좀 힘들어."내, 내가 언제!?""그리고, 그 박찬희네 집에 들어갔을 때 보였던 술병들도 떠올라서 짜증 나고.”“백이현….”이현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엔 그날의 떨림이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요즘은 정말인지, 초록색의 소주병만 봐도 분노가 치밀어 시선을 돌려버린다.“몰라, 네 앞에서 술 마시는 게 싫어졌어.”“바보, 트라우마는 씩씩하게 이겨내는 거란다. 나처럼.”“멍청아. 사람을 몇 번이나 놀래키는 거야 진짜.”“그래도, 여행까지 왔는데 진짜 안마셔?”이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응.”은하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끝을 늘어뜨렸다.“난 너랑 마시고 싶은데….”“안돼.”“딱 한 잔만 하자! 응? 으응? 응?”아씨, 이제는 취하지도 않았는데 애교를 막 부리네. 확 잡아먹을까.“그럼 딱 와인 반 잔만.”“응응응! 우리 여기까지 온 것도, 충분히 건배할 이유잖아!”이유도 꽤나 그럴싸했다.이현의 손에는 결국 와인 병이 들렸다.찬란하게 붉은 빛이 잔 안에서 돌았고, 서로의 잔이 부딪히는 소리에는 동시에 웃었다.“1년 전에는 몰래 홀짝 홀짝 마시고 취하더니.”이현이 먼저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자, 은하가 웃음을 꾹 참으며 잔을 바라봤다.“진짜 궁금했어.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건지.”“하도 흐느적거려서, 내가 2층까지 데리고 간 거 알아? 몰라?”“…설마.”“진짜거든. 핵 멍청아.”또 한 번, 명쾌한 ‘짠’ 소리가 맑게 울렸다.그리곤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은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 맞다, 잠깐만!”“어디 가?”“잠깐, 뭐 좀 가지러.”은하는 미소만 남긴 채 방으로 향했고, 뒷모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10화

    조심스럽게 은하를 안아들고 보건실로 향해 걸음을 옮기는 태하. 팔에 안긴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숨소리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민희 역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를 따르며 은하의 핸드폰을 꽉 쥐고 있었다.보건실로 향하자마자 은하를 조심스레 침대 위에 내려 놓았다.놀란 보건 선생님이 급히 다가와 은하의 상태를 살폈고, 담임 선생님 역시 소식을 듣고 보건실로 달려왔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큰 소리에 갑자기 놀란 듯 하더니… 가방에서 약을 꺼내 먹었어요.”“약? 무슨 약?”민희는 서둘러 은하의 가방을 뒤적여 은하가 먹었던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9화

    뒷문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태하가 은하를 향해 다가왔다. “괜찮아? 보건실 데려다 줘?”목소리엔 왠지 모를 걱정이 담겨 있었고, 눈빛에는 분명한 진심이 서려 있었다. 이현은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느릿하게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 뒤에 감춰진 감정은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까지가 흥미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아니… 나… 먼저 가봐야겠어. 담임 선생님께 말 좀 전해줘.”그 말과 함께, 은하는 가방을 들고 자리를 피하려는 듯 행동을 취했다. 하지만 태하는 쉽게 수긍하지 않는 표정이었다.“은하야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8화

    다음날도 어김없이 시작된 학교생활.우주는 한결같이 동생 은하의 등교를 챙겼고, 교문을 지나던 은하는 커다란 은행나무를 보며 생각했다. ‘이틀이나 잘 해왔잖아. 이대로만 하면 돼.’ 다행히 은하의 생각대로 오늘은 별일 없이 무난한 시간이 끝나가는 듯 했다. 수업이 끝나고 청소 시간이 되자,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은하는 이번 주, 교실 청소 담당이었다.표정 없이 칠판을 닦고 있던 은하가 잠시 손을 멈추고 손에 묻은 분필 가루를 털어냈다.그리고 그 순간, ‘쾅—!’누군가 철제로 된 청소 도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7화

    잔뜩 인상을 찌푸린 이현이 투덜거렸다.“뭐야, 너는 왜 또 여기 앉아?”“자리가 남길래.”태하는 담담하게 국을 떠먹었다. 태도는 가벼워 보였지만, 그 속에는 '적당히좀 해라' 라는 의미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갑작스러운 태하의 착석에 은하와 민희 역시 적지 않게 놀란 듯 했다.모두가 퍽 어이없는 상황, 이현이 은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야 전학생.”“…….”“넌 좋겠다. 정태하가 매번 나서서 도와주네?”도발적인 말이 떨어지고, 은하보다 태하가 먼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백이현.”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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