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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잖아 (2)

Author: 전왠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3 18:05:24

“뭐 다 좋아. 그니까 다 떠나서 걔가 보낸 메신저에는 바로바로 답장 좀 하라는 거야. 이렇게 너 전학 첫날이라고 나까지 이용해서 선물 전달해주는 친구가 어디 있어.”

“음... 그건 재원이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알았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라 고마웠다고 말할게. 안 그래도 오늘 안에는 연락하려고 했거든. 그니까 얼른 돌아가 봐.”

아, 이름 모를 친구께서는 모종의 일로 자신이 등장하지 않고 제 3의 인물인 박재원을 통해 전학 선물을 전달하셨구나.

근데 난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

걔라고 불린 그 이름 하나 모르는데 말이야.

차휘안, 그래도 네 기분을 티내서는 안 돼.

오늘은 율혜가 전학 온지 겨우 첫날이고 박재원과 이름 모를 걔만 놓고 봐도 율혜와 친해지기에는 제 쪽이 훨씬 더 유리하니까.

***

찰나였지만 어제는 위험했던 게 맞았다.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에 복도에 서있던 모두 교실로 돌아가자 하던 분위기.

그 분위기 덕분에 박재원은 저희에게서 바로 뒤돌아섰고 저는 율혜와 함께 제 자리로 돌아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니까.

물론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하루 사이에 타이밍이라는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되었다.

율혜가 저에게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제가 먼저 율혜에게 인사하고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는 타이밍 쪽으로.

가령 이른 등교를 해서라도 말이다.

“율혜야, 안녕? 좋은 아침이야.”

“응, 휘안아. 오늘도 좋은 아침이야.”

고작 하루 더 지났다고 매끄러워진 분위기.

이게 바로 귀여운 짝꿍의 힘이라는 건가.

아침의 햇살이 휘안이만을 비추는 것도 아닌데 오늘은 정말이지 하늘 위 구름을 타고 이곳저곳 날아다니는 새하얀 아기 포메라니안 같아.

얼굴만큼 헤어스타일도 단정한 휘안이.

손끝뿐만이 아닌 교복에서도 좋은 향이 나서는 리짱을 들뜨게 만들어주는 휘안이.

어제와 달리 새롭게 발견된 점이 있다면 휘안이 눈에 리짱이 오래도록 비친다는 거.

그건 아마 리짱이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다시금 대화하고 싶다는 신호일 테니까.

“근데 나는… 내가 오늘 되게 일찍 온 편이라 생각했는데 휘안이도 일찍 와있어서 놀랐어. 휘안이는 원래 이 시간에 등교하는 거야?”

“아... 오늘은 평소보다 눈이 좀 일찍 떠져서. 율혜는? 율혜는 잘 잤어? 전학 첫날이라 긴장 많았을 텐데 잠은 잘 잤는지 궁금해.”

실수를 가장한 우연인지 우연을 가장한 실수인지는 몰라도 휘안이라 납득은 된다.

새하얗고 귀여운 아기 토끼가 떠오르는 이케맨의 얼굴로서 제 이름을 두 번 부른 말실수쯤은 또 하나의 매력일 뿐이니까.

“응! 안 그래도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어. 덕분에 이렇게 일찍 왔나봐. 걱정해줘서 고마워. 휘안이는 참 다정한 짝꿍 같아.”

아직 저희 반에는 채 다섯 명뿐인 상황.

율혜는 휘안만 들리게끔 한껏 낮춘 목소리로 귓속말을 하듯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자 휘안 역시 율혜를 따라 목소리를 더 낮추더니 또 다른 질문을 건네 보였고.

“근데… 그 친구랑은 연락 잘 했어? 율혜가 어제 전학 와서 전학 선물 줬다는 그 친구.”

어, 이건 도대체 무슨 질문이지.

이렇게 대화의 주제가 순식간에 달라질 때면 상대방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하는 법인데.

어째서인지 휘안이 시선이 흔들리고 있어.

“아, 별 건 아니고 율혜랑 난 서로 짝꿍인데 전화번호도 모르잖아. 근데 율혜는 박재원, 아니 재원이랑도 연락하고 학교도 다른 이름 모를 친구와도 자주 연락하는 거 같아서.”

“아~ 어제 이야기하는 거구나? 응. 연락은 잘 했어. 선물 전해줘서 고맙다고도 말했고. 걔가 여러 종류의 초콜릿을 선물해줬는데 하나만 맛봐도 많이 달아서 아주 좋았거든.”

“그래? 연락 잘 해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율혜는 초콜릿 같이 단 걸 좋아하는구나. 초콜릿 말고 뭐 또 좋아하는 디저트 있어?”

리짱에게 선물을 준 다른 학교 친구와 연락은 잘 주고받았는지 물어본 게 서론.

리짱의 전화번호가 알고 싶다는 게 본론.

근데 왜 갑자기 본록 쪽에서 서론 쪽으로 되돌아가 리짱의 디저트 취향을 물어보지.

물론 신이 나 대답할 리짱이기는 하지만.

“음~ 디저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푸딩이야. 푸딩 중에서는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는 수제 푸딩이 제일 좋아. 물론 아이스크림이랑 빵도 좋아해. 가족들이랑 친구들이랑 자주 먹는 익숙한 디저트니까.”

“율혜야. 그럼 나랑 같이 푸딩 먹으러 갈래? 율혜가 나한테 율혜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우리 둘이 약속 잡기가 쉬울 거잖아. 물론 푸딩이 아닌 다른 밥 약속도 좋고. 어때?”

제 핸드폰을 율혜에게 내밀고 난 후의 몇 초.

그 사이 휘안은 모래시계의 모래 알갱이 같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낙차를 과감 없이 온 몸으로 받아들인 존재가 되었다.

부디 제 질문에 길게 망설이기보다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기를 바랐으니까.

“아, 내 전화번호...”

올곧은 시선과는 달리 붉게 달아오른 귓불.

율혜는 휘안의 변화를 바로 포착했다.

누가 봐도 강단 있던 모습이었으면서 끝내 숨기지 못한 본래의 수줍은 모습.

그러니 좀 더 사심을 보태보자면 제 마음에 쏙 드는, 아주 단순한 제안이 확실했다.

“좋아! 다른 친구면 몰라도 전학 와서 처음 만난 짝꿍이니까 알려줄 수 있어. 내가 이렇게 입력해서 전화를 걸면… 다 됐다! 나도 휘안이 번호 저장할게. 휘안이도 내 번호 저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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