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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Author: Zeaautho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5 22:10:38

“에이드리언! 지금 당장 이걸 보셔야 합니다!”

마커스는 문도 두드리지 않은 채 집무실 문을 거칠게 밀쳐 열며 무거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손에는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있던 에이드리언이 고개를 확 쳐들었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또 무슨 일이야? 내 머리 더 아프게 하지 마!”

마커스는 서류들을 책상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이틀 전 론칭 파티 이후 발생한 손실 보고서입니다. 사람들이 다 회사를 등 돌리고 떠나는데, 제가 계속 가만히 있을 줄 알았습니까?”

에이드리언은 서류를 힐끗 보더니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투자자들이 화가 많이 났다 건 알아.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설명요?” 마커스는 기가 찬 듯 비웃었다. “컬렉션 실패로 단숨에 날아간 500억 원을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아니면 모든 투자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나선 건 또 어떻게 설명하실 건데요? 그 사람들은 지금 소송까지 불사하며 돈을 돌려달라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졌다.

“그 돈을 내가 어떻게 돌려줘! 최고급 원단 사들이고 홍보비로 쓰느라 이미 다 바닥났단 말이야! 너 지금 날 도둑놈 취급하는 거야?”

마커스는 전혀 기죽지 않고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도둑은 아니겠죠. 하지만 바보는 맞습니다. 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놔두고, 카산드라 같은 여자를 믿은 대가가 바로 이겁니다.”

또다시 그 이름이 흘러나왔다.

로즈마리.

에이드리언은 주먹을 불끈 쥐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내 앞에서 두 번 다시 로즈마리 이름 꺼내지 마!”

마커스가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현실을 똑똑히 보셔야 합니다, 에이드리언 씨. 이 회사가 내놓은 최고의 컬렉션들은 전부 로즈마리 씨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걸 온 세상이 다 압니다. 투자자들이 우릴 믿었던 건 그분의 디자인 때문이었어요. 이제 그분이 떠났고, 회사는 망해가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에이드리언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만해! 나 그 여자 필요 없어! 실력 있는 디자이너는 얼마든지 널렸고 내가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널렸다고요?”

마커스가 그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그렇다면 왜 투자자들이 오직 로즈마리 씨의 작품만 원하는 겁니까? 왜 카산드라의 디자인은 보자마자 쓰레기 취급하며 거부한 건가요? 눈이 멀어버리신 겁니까...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도망치시는 겁니까?”

에이드리언은 말문이 막혔다.

그의 턱관절이 거칠게 떨렸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그 여자는 날 증오해, 마커스. 로즈마리는 절대 안 돌아와. 너도 잘 알잖아.”

마커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한 톤 낮추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분이 돌아오지 않으면, 에이드리언 코퍼레이션은 그걸로 끝입니다. 투자자들은 이미 소송을 준비 중이고, 회사에는 이 위기를 버텨낼 자금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방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유난히 크게 울려 퍼지며, 마치 파멸을 향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듯했다.

결국 에이드리언은 떨리는 숨을 길게 내쉬며, 집무실의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잿빛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거지?”

마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상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은 너무나 명백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 모든 건 다 당신이 자초한 일입니다.’라고.

에이드리언은 초조하게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참혹하게 실패했던 론칭 파티의 기억이 망령처럼 그를 괴롭혔다. 분노에 가득 찬 투자자들, 대놓고 낄낄거리던 하객들, 그리고 무슨 코미디 같았던 카산드라의 드레스까지.

“겨우... 겨우 그 여자 하나 없다고 이 모든 게 무너질 리가 없어.” 에이드리언이 핏기 없는 입술로 중얼거렸다.

그 말을 마커스가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아니요, 그게 현실입니다. 당신이 로즈마리 씨를 아무리 증오해도, 이 회사는 그분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곳입니다. 그분 없이는... 우린 아무것도 아닙니다.”

에이드리언이 고개를 확 쳐들었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듯 그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이게 나한테 쉬운 줄 알아? 그 여자가 나한테 준 모욕이 얼마인데! 사람들 앞에서 날 세상 가장 멍청한 인간으로 만들었단 말이야!”

마커스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에이드리언 씨, 당신을 멍청하게 만든 건 로즈마리 씨가 아닙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뼈를 때리듯 차갑게 덧붙였다.

“당신의 그 쓸데없는 오만함이죠. 자신이 피땀 흘려 이룩한 회사를 살리는 것보다 고작 자존심 하나 지키는 걸 선택하셨잖아요. 그리고 그 결과... 당신은 이제 모든 걸 잃기 직전입니다.”

에이드리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마커스의 말은 그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가슴속 깊은 치부를 사정없이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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