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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하민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8 15:28:03

오르하가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네리나가 입을 떡 벌렸다.

“안들려요?”

“적어도 내 귀에는 아무것도 안들리는….”

톰마저 한 마디를 보탰다. 네리나가 희게 질리자 조세르가 입을 열었다.

“나의 백성들이 묻혀있는 무덤이다. 우리는 영생을 산다고 알려져 있지. 이들은 끝까지 버텼고, 영생을 누리는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거야.”

“그러면, 그러면 왜 내 손이 닿자마자 빛으로 변해서 없어진 거예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군. 확실한 건 네 손길이 그들에게는 안식이라는 거야 네리나.”

조세르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또다시 너는 구원이구나, 네리나.”

“아가씨가 마법의 손을 가지고 있든 말든, 여기 한가운데에서는 식수를 구할 수도 없으니 이동하는 게 어떻겠소, 조세르씨?”

“긴… 왜 조세르한테 물어봐요? 대장은 나라구요.”

“아, 일 번 대장이 끙끙 앓아눕고 있으니 이 번 대장한테 물어볼 수밖에.”

“세상에. 난 멀쩡해요!”

“그러면 옷부터 챙겨입어 아가씨. 여벌 옷은 있지?”

“…치. 긴은 너무해.”

“긴은 현실적인 거랍니다.”

네리나가 투덜거리며 담요 속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새 옷은 뽀송해서 네리나의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었다.

“긴은 빚쟁이잖아요. 왜 돈도 안드는 이런 여행에 따라온 거예요?”

“빚쟁이라니… 받을 빚이 있는 거랑 빚쟁이는 현저히 다른….”

“아, 어쨌든요!”

“빚쟁이는 빚을 받기 위해서는 지구 끝까지 쫓아간답니다.”

긴이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듯 등을 돌렸다. 네리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벤자민이 언제 저렇게 젊은 긴에게 돈을 빌렸단 말인가? 가문의 장남이라 돈이 모자라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었다.

“그러면 얼른 강을 건너요. 어차피 강을 다 건너려면… 족히 두시간은 걸릴 것 같아요.”

“아가씨 분부대로.”

일행이 다시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망자들이 다리 난간 위로 손을 뻗어왔다. 조세르가 했던 말을 떠올리니, 네리나는 괜히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망자들의 손 끝을 스치듯 잡아주니 시신들이 빛무리가 되어 하늘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네리나씨에게는 확실히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은….”

“이런 아가씨인줄 몰랐군.”

“어쩌면 축복을 받았을 수도 있겠어요, 네리나양은.”

일행들이 놀라워하며 네리나를 향해 한마디씩 했다. 이와중에 에녹은 네리나의 등만 쳐다보며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일행의 칭찬에 신난 네리나가 아예 다리 아래로 몸을 뻗으려 하자, 조세르가 그녀의 등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네가 모두를 구할 수는 없어, 네리나. 아직은 말이야.”

“뭐요?”

네리나가 곧 발끈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녀가 수긍하자마자 조세르가 떨어져 나갔다. 네리나는 괜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터벅터벅 걷던 일행이 드디어 반대쪽 강가에 이르렀다. 긴과 오르하는 부지런하게 천막을 세우고 불을 피웠다. 에녹은 수풀을 해치고 들어가더니, 금세 토끼와 꿩 여러마리를 구해왔다.

톰은 그냥 가만히 네리나의 곁에 있었다. 조세르가 그들의 맞은편에 앉아 네리나의 얼굴을 끊임없이 살펴보았다.

“그런데요, 톰.”

네리나가 문득 톰의 환영을 떠올리고는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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