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4

Author: 하민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30 04:05:30

네리나가 문득 톰의 환영을 떠올리고는 물었다.

“톰이라는 이름은 마음에 들어요?”

“하하. 그 이름이 흔하다는 건 나도 이제 알아요. 하지만 내가 나에게 준 첫번째 이름이라서 그런지 애틋하네요….”

“아….”

“환영에서 본거죠?”

네리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의 속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았다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러면 내가 진짜 멋진 두번째 이름을 줄게요.”

“정말? 네리나씨가요?”

문득 은빛 머리에 자색 눈동자를 한 톰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의 얼굴 한 구석에는 애수가 묻어 있어, 괜히 그녀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자색 눈동자가 반짝이며 대답을 종용했다. 네리나는 한참을 끙끙대며 고민한 끝에 이야기했다.

“아우구스투스! 어떄요?”

톰이 네리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예쁘게 웃으며 네리나에게 물었다.

“네리나씨 이름의 뜻은 뭔가요?”

“아 그게,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인데 뜻은 몰라요.”

“아우구스투스라… 정말 멋있는 이름이네요.”

속눈썹을 내리깐 톰이 네리나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을 갖다댄 상태에서 그대로 속눈썹을 들어 네리나를 보았다.

네리나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순간 조세르가 그녀의 앞으로 와 톰을 밀치고는 그녀를 안아들었다.

“조세르! 뭐예요! 왜 마음대로 안아요!”

네리나가 조세르의 가슴을 콩콩 내리쳤다. 조세르는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마음이 나를 거부하지 않길래.”

조세르의 품은 뜨끈뜨끈했다. 조세르는 그녀를 한참이나 내려놓지 않았다. 씩씩대던 네리나는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소란스러운 소리에 네리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조세르와 나란히 누운 채, 그의 품에 한껏 파고들어 있었다. 깜짝 놀라 옷매무새를 정리하는데, 조세르가 윙크를 하며 말을 걸었다.

“푹 잤어, 자기? 난 자기가 자꾸 파고들어서 여러모로 힘들었지 뭐야.”

“시, 실례했어요.”

네리나가 최대한 앙칼지게 말했는데도 조세르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네리나는 괜히 얄미운 기분이 들었다.

“넌 추운 걸 싫어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

조세르가 문득 다정하게 이야기했다. 네리나는 자신이 조각상 앞에서 덜덜 떨며 모포를 뒤집어쓰던 것을 기억했다.

“조세르, 조세르는 어떻게 살아 돌아온 거예요?”

네리나가 조세르의 표정을 살피고는 덧붙였다.

“이 질문이 당신을 슬프게 한다면 대답하지 말아요.”

조세르는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리나가 완전히 잠에서 깨자 일행은 순식간에 출발할 채비를 마쳤다. 강가를 지나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가보니 조세르의 말대로 고대 왕국의 터가 있어다. 거대한 기둥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왕궁은 터만 남아 있었다.

‘쿵’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네리나가 귀를 기울였다.

‘쿵’

묵직한 거인의 발소리와 닮아 있었다.

“다들 조심해요.”

오르하가 활을 꺼내들었다. 에녹이 네리나를 뒤로 보내고는 검을 빼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죠?”

톰이 물었다. 네리나는 내심 자신만 들은 게 아니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조세르가 증오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트롤이야.”

쿵쿵거리는 소리와 끽끽대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에녹이 말했다.

“오크도 함께 있군. 네리나, 내 왼쪽 갈비뼈쪽에 있는 단검을 가져가.”

“네, 네.”

네리나가 조심스레 에녹의 뒤에서 가슴춤을 더듬었다. 에녹의 심장소리가 쿵쿵 울리는게 여간 소란스러운 게 아니었다.

곧 단검을 빼내들고 에녹의 뒤로 물러났다. 한숨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쿵쿵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일행이 모두 긴장한 낯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노려보았다.

“구워어어어!”

어깨에 오크가 앉아있는 트롤이 소리를 지르며 일행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 번 대장! 이건 어떻게 할깝쇼!”

트롤이 바닥에 있는 기둥을 들어 그들에게 던질 때였다.

“일단 흩어져! 이후에 뒤쪽을 노린다.”

조세르가 일행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에녹이 얼른 네리나를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조세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에녹은 멈추지 않았다.

에녹이 근처에 있는 동굴 같은 곳에 네리나를 내려놓았다.

“여기에 있어.”

“잠시만요, 에녹. 다치면 어떡해요?”

네리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에녹이 그녀의 눈가를 엄지손가락으로 훑고는 씨익 웃었다.

“이번에는 성공이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7

    “조세르씨! 네리나양!”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아가씨!”눈을 뜨니 다시 반쯤 부서진 사원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일행들이 그녀와 조세르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꼴이 이게 뭐예요? 왜 이렇게 꾀죄죄해요?”“지난 사흘 동안 아가씨랑 조세르씨만 기다렸는걸.”긴이 여유있는 척하며 말했다. 톰은 눈물이 고인 채로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잡았다.“무사히 돌아와서 천만다행….”에녹이 네리나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와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괜찮아?”그녀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영 안심하는 눈치는 아니었다.“왜 안떠나고 여기 계속 있었어요?”“아가씨 네가 대장인데 우리가 어디를 가?”긴의 말에 네리나는 왠지 찡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모험의 초반인데도 이들이 자신과 함께 해주는 것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용이 천 년 전 여기 있었다는 건 확실해. 버려진 용이더군.”조세르가 말하자마자 돌풍이 휘몰아쳤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오르하가 물었다. 그는 답지 않게 초조한 모양이었다. 아름다운 엘프의 회색 눈동자가 일그러져 있었다.“시간을 거슬러 갔다 왔어. 거기서 떠나지 못한 용을 마주했다.”“동쪽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용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첫번째 엘프들을 시켜 서쪽항구를 열게 할겁니다. 그러기 위한 제물도 필요할거구요.”“첫번째 엘프들이 정말 제물을 받을까?”조세르의 물음에 오르하가 네리나를 조심스레 바라보며 말했다.“받을겁니다.”네리나가 허옇게 질렸다. 순간 에녹이 네리나를 품에 감쌌다. 일행이 일제히 에녹과 조세르를 둥글게 감쌌다.“오크다!”긴이 크게 외쳤다. 톰이 다리를 덜덜 떨며 검을 꺼내들었다. 오르하는 흥분된 얼굴이었다.순식간에 오크들이 사원 전체를 감쌌다. 온 들판이 오크로 가득찬 광경에 조세르조차 할 말을 잃은 듯했다.완전히 포위된 상태에서 조세르가 말했다.“섣불리 먼저 공격하지 마!”“하지만 이놈들이 우리를”긴이 다급하게 외쳤다. 조세르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죽이는 게 목적은 아닌 것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6

    네리나는 속으로 궁금한 부분을 꾹 참았다. 여기서 시간여행을 하는 외부인이라는 것을 들키면 안될 것 같았다. 솔직히 기대가 되기도 했다. 신랑으로 등장하는 조세르는 얼마나 멋있을까.그가 언젠가 자기 곁을 떠나더라도, 이 결혼식으로 떠나려는 발걸음 한 자락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아가씨, 이제 뒤집어주세요.”네리나는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갈무리하려 애썼다. 결혼식이라니, 가짜지만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셈이었다.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새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 밝아왔다. 네리나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아리와 아티를 기다렸다.“아가씨, 옷을 입으실 차례에요.”“네, 네!”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아스완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치장을 할까? 새어머니보다 아름다울까?“깨끗한 무명천으로 만든 의복과 가장 푸르고 깨끗한 옥을 골라 만든 목걸이입니다.”그러니까,그러니까 조세르처럼 입으라는 거잖아?네리나는 내심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아티가 엄하게 말했다.“가장 정갈하고 깨끗한 마음만이 부부의 화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결혼식은 엘실실라의 사원 앞뜰에서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아리와 아티가 길고 넓은 푸른 천을 들어 네리나의 온 몸을 가렸다.네리나가 얼핏 고개를 들어보니 맞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5

    네리나는 정신없이 마사지를 받았다. 어찌나 힘이 억센지, 온 몸의 붓기란 붓기는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남편이 많이 잘해주나 봐요?”아리가 네리나에게 물었다. 네리나는 평소의 조세르를 떠올리며 대답했다.“맞아요. 좀 짓궂은 면이 있긴 하지만요.”아티가 네리나의 두피를 마사지하며 그녀를 연신 힐끔거렸다. 네리나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저는 도우미 일족이잖아요?”“그렇죠, 아가씨.”“여기 엘실실라 사람들은 저랑 조세르가 부부라고 하니까 너무 놀라던걸요.”“엘실실라는 특히 폐쇄적인데다 우리 문화를 잘 모르니까요.”“일단 이틀은 절대 신랑을 만나면 안 돼요. 부정탄답니다.”네리나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자신과 조세르가 부부행세를 하는 것이, 조세르의 고향인 아스완 왕국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네리나는 어느 가문을 돕고 있나요?”“네? 그게, 저….”“아리! 그런 걸 묻는 건 실례야.”다행이 끼어든 아티 덕분에 네리나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한참 네리나의 몸 구석구석을 제모하고 닦고 마사지하던 이들은 그녀를 어디론가 데려갔다.“네? 이틀동안 신랑을 볼 수 없다구요?”“맞아요. 이미 두 분만의 식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4

    와글와글잼에 버터를 바른 토스트는 정말 맛이 있었다. 조세르는 네리나가 와구와구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얼굴을 흐렸다. 네리나는 도우미일족이라는 말이 조세르의 기분도 흐렸으리라는 짐작을 했다.“아스완 사절단이다!”“아스완에서 사람을 보냈어!”그떄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조세르처럼 흰 옷에 푸른 옥을 꿰어 만든 긴 목걸이를 한 사람들이 일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도 기쁨이 한가득했다.“조세르.”“…응, 네리나.”“아는 사람 있어요?”그 말에 조세르가 쿡쿡 웃고는 네리나를 쓰다듬었다.“아직. 나보다 더 조상인 것 같아.”그때 행렬 한 가운데 있는 남자가 그들에게 알은체를 했다.“아스완 분이시군요! 곁에는… 도우미 일족인가요?”“맞습니다. 저희는 부부입니다.”조세르가 젠체를 하며 말했다. 남자는 그 말에도 그리 놀란 기색이 아니라, 네리나는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결혼식은 올리셨나요?”“아뇨, 사정이 있어서.”조세르는 모든 질문에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같았다. 네리나가 기가 차서 입을 다문 사이, 어느새 그들은 아스완 출신이지만 양가 어른들의 허락을 받지 못해 엘실실라로 사랑의 도피를 와서 둘만의 식을 치르고 부부가 된 관계가 되어 있었다.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3

    “아마 배반당한 용이 아니라면, 모두 떠날 것입니다. 물의 신께서 선포하신 바, 이 곳은 인간의 땅입니다.”신관의 말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용은 인간에게 큰 위협이었기 때문이었다.“조세르, 저 여자.”“쉿, 나도 듣고 있어.”네리나의 옆에 선 여자는 신관의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저어….”“안돼, 네리나!”그녀가 여자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조세르가 그녀를 막았다.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본 여자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왜 자꾸 뒤를 밟는 것이냐.”조세르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이쪽의 소중한 것을 그쪽이 데리고 있다.”순간 여자의 머리가 용의 머리로 변하더니 불을 내뿜기 시작했다.조세르가 재빨리 뒤를 돌아 네리나를 보호했다. 용의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용이 한참을 포효하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이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조세르와의 대화에서 네리나는 직감했다. 이 자가 벤자민을 납치한 그 용이라는 것을.“지금이라도 날아가요! 동족들을 따라가요!”“네리나, 과거의 존재에 말을 붙이는 건 조심해야 해!”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2

    “내가 바닥에서 잘게요. 조세르는 침대에서 자요.”“…왜 그래야 하지?”“네?”네리나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조세르가 쓴 과일을 먹은 것 같은 얼굴로 친절히 말했다.“왜 우리가 따로 자야 하지, 여보?”“네에? 우리끼리 있을 때는 안그래도 되잖아요!”“난 한시도 당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 당신도 그렇지?”조세르가 능글맞게 말했다. 네리나는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덥썩 좋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조세르가 다홍빛 눈동자를 살풋 접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를 침대로 이끌어 눕히자 네리나는 못이기는 척 그를 힐끔 바라보며 자리에 누웠다.그는 네리나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 자신은 이불 위에 누웠다. 네리나는 내심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조세르.”“음?”“언제쯤이면 다 말해줄거예요? 약속이니, 아까 도우미 일족이니 하는 것이요.”“네리나, 그대의 영혼이 지식을 감당할 무게가 된다면.”네리나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투덜거렸다.“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언제냐구요.”조세르가 그녀의 양 입술을 엄지과 검지로 콱 집고 흔들었다.“그떄가 되면 내가 먼저 말하지, 나의 네리나. 그러니 이제 자 주겠어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39

    “인어비늘갑옷은?”“입었고, 검도 챙겼어요.”“잘했어, 아가씨.”엘프 왕국의 서쪽으로는 수풀이 가득해 있었다. 말의 발이 나뭇잎에 푹푹 빠지기는 했지만, 오르하와 갔던 북쪽보다는 수월한 경로였다. 네리나는 긴을 꼭 끌어안고 싶지는 않아서 말의 앞에 타겠다고 했다.“긴, 레드 드래곤이 물이 있는 서쪽으로 왔을까요?”&ldqu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3. 유일한 가족

    “들어와요.”이때만큼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딸인 것처럼,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우아한 목소리를 뽐내는 네리나였다. 벤자민이 키득거리며 그녀의 옆에 와 앉았다.그는 자신과 동생들의 방에 비해 한없이 작고 초라한 방을 휘이 둘러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무슨 일이야, 벤자민?”“일은 무슨. 내가 떠난다니까 누나가 울고 있을까 봐 왔죠.”“떠난다고 말하지마. 나 진짜 울 것 같아.”어느새 네리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써 천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벤자민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짧게 웃고는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2. 국경 지대 수비

    “벤자민,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니? 이사벨라와 에스텔라가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단다.”“오늘은 네리나랑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 어머니. 물론, 네리나가 자리를 비운 바람에 이루지는 못했지만요.”“….”드완 부인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리나는 성질 더러운 쌍둥이 자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싶지 않았다.‘얼른 가. 애들이 기다린다잖아.’‘알겠어.’입모양으로 대화한 뒤, 벤자민이 떠날 채비를 했다. 그제야 드완 부인도 별채 뒤뜰에서 소리없이 발걸음을 옮겨 먼저 떠났다.“누나.”“왜.”“밥 잘 챙겨먹어.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1. 드완 가문의 첫째딸

    네리나는 드완 가문의 첫째딸이었다. 바로 그 점이 새어머니가 그녀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이유였다. 드완 가문의 아이들보다도 나이가 많다는 점은, 적어도 드완 경이 결혼생활 중 바람을 피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드완 가문이 세워지기 전부터 이 지역에 눌러 살던 토착민의 피가 섞여 있었다. 밀빛 피부에 다홍색 머리카락이 그 증거였다. 회색이 감도는 초록빛 눈동자만은 아버지를 닮아서, 쉬이 드완 가문에 입적할 수 있었다.뚜렷한 토착민의 외모 덕분에, 새어머니는 개를 데리고 살 듯 네리나를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