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우의정이 서찰을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안락당을 살핀 의원의 소견서였다."초 귀인의 몸에서는 포궁악창의 병증인 종괴도, 하혈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병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오면 어째서 멀쩡하던 귀인이 그리 끔찍한 피를 쏟았단 말입니까?"우의정이 바닥에 엎드린 채, 짐짓 비통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진을 한 의원은 조심스레 소견을 밝혔습니다. 귀인이 겪은 고통과 하혈은 병이 아니라, 회임 초기에 누군가 용종을 해치려 맹독을 썼을 때 나타나는 징후와 소름 끼치도록 흡사하다고 말입니다!""……!""비록
따스한 아침 햇살이 내려앉은 연화당.여유롭게 찻잔을 기울이는 미옥의 앞으로, 차 상시가 품에서 꺼낸 서찰 하나를 정중히 밀어 놓았다."오늘 새벽, 안락당에 다녀온 의원이 쓴 내진 소견서입니다."차 상시가 마른침을 삼키며 차분하게 보고를 이었다."초 귀인의 병증이 완치되었다 하옵니다. 하오나 안락당의 굳은 문을 열기 위해서는 내명부를 총괄하시는 마마의 윤허가 필요하기에, 이리 먼저 서찰을…….""잠깐."미옥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그녀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늘어졌다."안락당에 의원이 들었다고? 내
안락당의 창살 너머로 희부연 새벽빛이 스며들었다.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초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속적삼을 끌어내렸다.하얗고 깨끗했다.간밤에도 핏자국은커녕 탁한 분비물조차 묻어나지 않았다.'확실해. 다 나았어. 아니, 애초에 오진이었던 거야.'초희는 메마른 입술을 꽉 깨물었다. 더 이상 밑이 빠지는 듯한 통증도 없었고, 배를 짓누르던 불쾌한 열기도 사라졌다. 더는 이 썩은 내 나는 지옥에서 죽어갈 이유가 없었다.끼익-.때마침 무거운 문이 열리며 나인 하나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싸늘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스며드는 내수사(內需司).동이 트기가 무섭게 하륜의 은밀한 집무실로 달려온 차 상시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그래서."서류를 뒤적이던 하륜의 건조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귀비께서 대놓고 뇌물을 받으며 벼슬장사를 시작하셨고, 네게 그 수금 책임을 맡겼다?""예, 상선 어른! 간밤에 기어이 폐하의 확답까지 받아내셨습니다! 당장이라도 금괴 상자가 더 들어온다면, 호조 정랑 자리에 그 촌구석 사또 놈이 꽂힐 겁니다."차 상시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폐하께서는 뻔히 뒷돈을
"확실하게 자리 값을 치러드릴 테니.""하아…… 발칙한 계집."질척, 찌걱.살과 살이 맞붙어 미끄러지는 외설스러운 마찰음이 고요한 내실에 울려 퍼졌다. 미옥의 갈라진 음순 사이로 흘러넘친 뜨거운 애액이 연호의 단단한 기둥을 미끄럽게 적셨다.삽입하지 않고 그저 가장 예민한 끝부분을 점막으로 뭉개며 문지르는 감각. 그것은 쾌감이라기보단 차라리 고문에 가까웠다.그녀의 뜨겁고 축축한 살결이 닿을 때마다 척추를 타고 찌릿한 전율이 치솟았다. 당장이라도 허리를 쳐올려 가장 깊은 곳까지 단숨에 꿰뚫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연호의 하복부를
깊은 밤, 연화당의 내실.어지럽게 엉켜 있던 비단 휘장 너머로 연호의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내 품에 안겨서 딴생각하는 여자는 천하에 너 하나뿐일 거다."연호가 미옥의 허리를 안아 당기며 픽 웃었다. 그의 가슴팍을 의미 없이 훑어 내리던 미옥이 시선을 들어 연호를 마주 보았다."계산할 게 좀 남아서요.""계산? 내명부 관리하는 데 돈이라도 모자라? 아니면, 궐 밖에서 수금할 궁리라도 하느냐.""폐하께서 안 주시니 제가 직접 벌어야죠."농담처럼 받아치는 미옥의 태도에 연호의 눈매가 흥미롭게 휘어졌다. 미옥이 연호의
"그러지 말게. 내 어찌 그 아이를 탓하겠는가.""마마…….""그저…… 자네들에게 미안할 따름이지. 모시는 윗전이 힘이 있고 온전해야 아랫사람들도 궐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다닐 터인데. 내 이 흉측한 몸뚱이 때문에, 자네들까지 저런 뼈대 없는 천기에게 수모를 겪게 만드는구나. 다 내 불찰이네."그 한마디는 궁인들의 가장 예민한 현실 감각을 찔렀다.궐에서 윗전의 권력은 곧 수족들의 명줄이자 자존심이었다.이제 막 미옥을 모시게 된 궁인들이라 할지라도, 제 주군이 첩지조차 없는 천기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곧 자신들의 얼굴에 먹
"……마마. 처음 뵙겠사옵니다."초희의 시선이 미옥의 치맛자락 아래, 간신히 땅을 디디고 있는 위태로운 발목을 향해 진득하게 휘감겼다.'하. 겉으로는 저리 고운 비단옷을 둘러놓았으나, 속은 안 봐도 뻔하지. 사내의 애를 태우기는커녕 흉측한 상흔이나 가득할 망가진 몸뚱아리가 아니더냐.'초희의 붉은 입꼬리가 은밀하게 비틀려 올라갔다.기방에서 숱한 사내들의 밑바닥을 겪어온 그녀였다.사내란 결국 여인의 보드라운 살결과 교성 앞에서 이성을 잃는 짐승.제아무리 황제라 한들, 제 스스로 다리를 벌리지도 못하는 저런 병신 같은 몸뚱아리
아침 햇살이 들이치기 무섭게, 침전 안으로 늙은 상궁과 궁녀들이 무리 지어 들어섰다."뫼실 처소가 마련되었으니, 이만 발걸음을 옮기시지요."말투는 꼬박꼬박 존대를 갖추고 있었으나, 상궁은 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채 서늘한 눈으로 초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털끝만 한 복종심도 담겨 있지 않은 꼿꼿한 목덜미였다.상궁의 턱짓이 가볍게 떨어지기가 무섭게, 궁녀들이 초희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가 덮고 있던 황제의 붉은 비단 이불을 홱, 거칠게 걷어냈다.채 옷깃을 여미지도 못한 초희가 수치심에 몸을 움츠렸으나, 궁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
밀전 밖, 궐의 인적이 드문 후미진 전각 뒤편.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혁의 멱살을, 핏발이 선 하륜의 두 손이 짐승처럼 틀어쥐었다."네놈이…… 네놈이 어찌 그녀를 다시 이 사지로 끌고 온 것이냐!"숨을 죽인 채 억눌러 토해내는 하륜의 음성에는 뼈를 깎는 듯한 절망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목을 꺾어버릴 듯한 살기였으나, 사혁은 제 멱살을 쥔 주군의 떨리는 손을 쳐내지 않았다.그의 주름진 눈가에는 무너져 내리는 주군을 향한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이 짙게 배어 있었다."제가 끌고 온 것이 아니옵니다."오직 두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