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정말로 몸 뿐인 사이가 된 것 같아.’툭, 툭.미옥이 입술을 꽉 깨물었음에도 참았던 눈물 방울이 평상의 비단 시트 위로 스며들었다."읏, 하아…… 흐읏."미옥의 떨리는 신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륜이 그녀의 허리를 더욱 억세게 옭아맸다."더 벌려봐. 원하는 만큼 느끼게 해줄 테니까."그 차갑고 난폭한 음성에 미옥이 젖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뒤로 돌리려 했다. 자신을 부서져라 안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정말로 저 천박한 말투처럼 차갑게 식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미옥의 고개가 반쯤 돌아가기도 전에, 하륜의 커다란
하륜의 뜨거운 입술이 미옥의 목덜미를 잘근잘근 물어뜯던 찰나였다.그가 거친 손길로 미옥의 허리를 억세게 틀어쥐고는,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휙 뒤집어엎었다."아앗……!"갑작스러운 악력에 밀려 푹신한 평상 위로 엎어진 미옥의 두 다리가 벌어지고,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다리를 다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취해본 적 없는, 아니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 감히 취할 수조차 없었던 자세였다.미옥은 저도 모르게 고통을 예상하며 어깨를 움츠렸으나, 평상을 짚고 선 무릎에서는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형적으로 굳어있던 관절이 부드럽게
"모두 물러가라!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으니, 상선이 오기 전까지 숨소리도 내지 말고 밖으로 나가 있어!"날카로운 호통에 궁인들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새 처소의 내실을 빠져나갔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 발소리마저 완전히 잦아들자, 치켜뜬 미옥의 눈매가 가라앉았다.그녀는 홀로 남은 내실의 푹신한 평상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풍성한 치맛자락을 무릎 위로 서서히 걷어 올렸다.드러난 다리에는 아직 옅은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으나, 궁을 다시 들어올 때만 해도 흉측하게 얽혀 있던 흉터들은 눈에 띄게 희미해져 있었다.
목이 달아날 위기에 처하자, 은월의 이성이 툭 끊어졌다. 초 귀인의 협박 따위는 눈앞에 들이밀어진 칼날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아닙니다! 저는 절대 안 훔쳤습니다!"바닥에 엎드린 은월이 오열하며 머리를 짓찧었다."초 귀인 마마입니다! 며칠 전에 서역에서 들어온 귀한 분이라면서 저한테 먼저 써보라고 주셨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이렇게 뒤집어지니까, 명현현상이라고 하시며 백분으로 덮어버리셨고요.""…….""행여나 다른 사람들한테 얼굴을 들키면 역병 환자로 몰아서 불태워 죽이겠다고 협박하셨습니다. 마마, 저는 진짜 시키는 대
"마, 마마! 소인은 역병이 아니옵니다! 맹세코 역병이 아니오라, 그저 얼굴에 바른 분(粉)이 맞지 않아 잠시 탈이 난 것뿐이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살기 위해 내뱉은 절박한 변명. 미옥의 짙은 눈매가 일순간 흥미롭게 휘어졌다."분 때문이라고? 그래, 가만 보니 지금도 얼굴에 백분을 두껍게 올렸구나. 그 백분을 지워보거라. 내 직접 보아줄 터이니.""히익……!"은월은 반사적으로 두 손을 올려 제 뺨을 감싸 쥐었다. 이 끔찍한 몰골이 드러나면 당장 흉측하다며 내쳐질 것이 뻔했다.잔뜩 겁에 질려 고개를 젓는 나인을 보며,
초희의 처소에서 빠져나온 은월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뒤뜰의 으슥한 담벼락을 타고 걷고 있었다.참담한 심정에 자꾸만 왈칵 눈물이 차올랐지만, 은월은 행여나 물기가 뺨을 타고 흐를까 서둘러 옷고름을 쥐고 눈가를 꾹꾹 눌러 닦아내야만 했다.'눈물에 분이 씻겨 내려가면 안 돼. 마마께서 덮어주신 뽀얀 백분이 지워지면, 그 흉측한 몰골이 다시 드러나고 말 거야.'눈물조차 마음 편히 흘리지 못한 채, 면포로 얼굴을 칭칭 감고 숨죽여 걷던 그녀의 걸음이 일순간 우뚝 멈춰 섰다. 어느새 다가온 낯선 궁인 서넛이 쥐도 새도 모르게 그녀의 앞뒤
“모실 아이를 보내었는데, 어찌 저를 찾으십니까.”문을 열고 들어선 하륜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조소가 섞여 있었다.“네 놈의 집에서 네 놈을 찾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인가.”“쓸모가... 없으셨습니까.”낮게 깔리는 하륜의 음성에는 묘한 박동이 섞여 있었다. 연호는 입술 끝을 비스듬히 올리며 답했다.“쓸모라…, 누구든 와서 대체 할 수 있는 거라면 없다고 봐야겠지.”하륜이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극진한 태도였으나, 연호를 바라보는 눈빛만은 사냥감을 살피는 맹수처럼 예리했다.“두통은 좀 어떠십니까. 안색이 눈에 띄게 좋
취명향 덕에 어깨의 고통은 둔감해졌지만, 이따금 머리를 찌르는 통증에 절로 눈살이 찡그려졌다. 다시 하륜을 부르려는 찰나, 문이 벌컥 열리며 미옥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이것 좀 보세요!”미옥은 품 안에 가득 찬 이름 모를 풀들을 한 움큼 들고 다가와 연호의 앞에 툭 내려놓았다.“……이게 뭐지?”연호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길쭉한 이파리에서는 모과처럼 상큼하면서도 박하처럼 매운 향이 훅 끼쳤다. 피와 취명향에 절여진 방 안의 공기를 뚫고 들어오는 생경한 냄새였다.“이름은 모릅니다. 하지만 천자님의 두통을 낫게 해줄 겁니다
'주인님을 놈이라고 부르다니 필시 높으신 분이구나.'미옥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어느 정도의 신분일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시, 신선님입니까?”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에 남자가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흑발 사이로, 갈증에 젖은 눈동자가 번뜩였다.“신선이라…… 하긴, 이 향에 취하면 이곳이 극락인지 지옥인지 분간이 안 가긴 하지. 가까이 와서 확인해 보거라. 내가 신선인지, 아니면 너를 잡아먹을 괴물인지.”미옥은 침을 꿀꺽 삼키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었다. 발이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는
“으아, 이 한겨울에 빨래 담당이라니! 세수도 하기 싫은 날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원래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잖아!”동기의 칭얼거림이 차가운 냇가에 울려 퍼졌다. 미옥은 대꾸 대신 얼음장 같은 물에 방망이질을 해댔다.“입 말고 몸을 움직여. 그럼 좀 덜 추울 테니까.” “그러지 말고, 미옥아.”콧소리 섞인 목소리에 미옥이 경계 서린 눈초리로 고개를 돌렸다.“또 뭔 소리를 하려고?” “노 씨한테 가서 뜨거운 물 좀 달라고 해봐. 네가 부탁하면 물이 뭐야, 빨래도 대신 해줄걸?”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방망이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