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어둠 속에서 미옥의 뜨거운 숨결이 하륜의 입술을 탐했다.그녀는 발돋움까지 해가며 제 몸을 바짝 밀착시켜 왔다. 급하게 타액을 얽어오던 미옥이, 기어이 뒷짐을 지고 있던 하륜의 한쪽 손을 억지로 끌어당겼다.스르륵-.미옥이 입고 있던 어두운 장의(長衣)의 앞섶이 벌어지고, 그녀가 하륜의 크고 단단한 손을 제 옷자락 안으로 거침없이 밀어 넣었다."……!"하륜의 눈동자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미세하게 흔들렸다.손끝에 닿은 것은 부드러운 내의의 감촉이 아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뜨겁고 매끄러운 여인의 맨살.온전히 드러
깊은 밤, 연화당.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내 속에서 연호의 크고 단단한 손이 미옥의 허리를 은밀하게 감싸 안았다.그가 나른한 숨결을 내뱉으며 미옥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으려던 찰나였다."오늘은 가세요, 폐하."미옥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연호의 가슴을 툭 밀어냈다."……왜. 네가 내 손을 쳐내는 날도 다 있군.""우의정이 용종까지 들먹이면서 기껏 안락당 문을 열어놨잖아요. 그 귀하신 초 귀인이 복권된 첫날인데, 오늘 밤마저 제가 폐하를 독차지하고 있으면 내일 아침 조당에서 영감들이 얼마나 들고일어나겠어요."미옥의 입에서 나온
"폐하께서 결국 우의정의 손을 들어주셨습니다. 안락당 문이 열렸습니다."텅 빈 연화당. 하륜의 건조한 보고에 찻잔을 매만지던 미옥의 손끝이 멈칫했다.'결국 밖으로 기어 나온다는 거네.'미옥의 머릿속이 차갑게 가라앉았다.황제의 애정을 뺏길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천유희로서 겪었던 뼈저린 경험들이 그녀의 본능을 날카롭게 깨우고 있었다.황궁에서 황제의 총애만으로 부족했다.진짜 무서운 것은 조정 대신들의 뒷배였다. 그들의 권력이 등에 업히는 순간, 황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판은 뒤집힌다.초희가 저 늙은 구렁이들과 결탁해
우의정이 서찰을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안락당을 살핀 의원의 소견서였다."초 귀인의 몸에서는 포궁악창의 병증인 종괴도, 하혈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병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오면 어째서 멀쩡하던 귀인이 그리 끔찍한 피를 쏟았단 말입니까?"우의정이 바닥에 엎드린 채, 짐짓 비통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진을 한 의원은 조심스레 소견을 밝혔습니다. 귀인이 겪은 고통과 하혈은 병이 아니라, 회임 초기에 누군가 용종을 해치려 맹독을 썼을 때 나타나는 징후와 소름 끼치도록 흡사하다고 말입니다!""……!""비록
따스한 아침 햇살이 내려앉은 연화당.여유롭게 찻잔을 기울이는 미옥의 앞으로, 차 상시가 품에서 꺼낸 서찰 하나를 정중히 밀어 놓았다."오늘 새벽, 안락당에 다녀온 의원이 쓴 내진 소견서입니다."차 상시가 마른침을 삼키며 차분하게 보고를 이었다."초 귀인의 병증이 완치되었다 하옵니다. 하오나 안락당의 굳은 문을 열기 위해서는 내명부를 총괄하시는 마마의 윤허가 필요하기에, 이리 먼저 서찰을…….""잠깐."미옥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그녀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늘어졌다."안락당에 의원이 들었다고? 내
안락당의 창살 너머로 희부연 새벽빛이 스며들었다.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초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속적삼을 끌어내렸다.하얗고 깨끗했다.간밤에도 핏자국은커녕 탁한 분비물조차 묻어나지 않았다.'확실해. 다 나았어. 아니, 애초에 오진이었던 거야.'초희는 메마른 입술을 꽉 깨물었다. 더 이상 밑이 빠지는 듯한 통증도 없었고, 배를 짓누르던 불쾌한 열기도 사라졌다. 더는 이 썩은 내 나는 지옥에서 죽어갈 이유가 없었다.끼익-.때마침 무거운 문이 열리며 나인 하나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싸늘
태자 책봉의 막바지, 정전 앞마당에 베풀어진 연회장은 겉보기에는 화려하고도 평화로웠다.궁중 악사들이 타악을 울리고 무희들이 비단자락을 흩날렸으나, 연회장 한구석에는 묘한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었다.황후와 내명부의 실세인 천 귀인이 불참한 상석 아래로, 화려하게 치장한 다른 후궁들이 서열대로 늘어앉아 곁눈질로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무리의 끄트머리.말석에 가까운 자리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앉은 무 숙원, 미옥의 존재감은 그 화려함 속에서 유독 이질적이고도 위태로워 보였다.옥좌에 비스듬히 기대어 무료한 눈으
책봉식의 번잡함이 한풀 꺾인 황제의 처소.무거운 조복(朝服)과 익선관을 벗어낸 연호의 얼굴은, 평소의 무표정이 무색할 만큼 나른하고 여유로운 기색이 완연했다.그의 시선이 제 수발을 드는 하륜의 정갈한 얼굴에 가닿았다. 평소라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있을 사내의 낯빛에 묘한 온기와 생기가 돌고 있었다.마치 어젯밤, 누군가와 지독한 열기를 나누기라도 한 것처럼.연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오늘따라 얼굴이 썩 보기 좋군. 남몰래 정분(情分)이라도 난 게냐?”짓궂은 농담에 하륜은 손의 움직임을 멈추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
“옷을 지을 줄 아나?”“바느질은 꽤 합니다만, 천자님의 마음에 들만한 옷을 지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꿈도 야무지구나. 누가 너 같은 것이 만든 옷을 입고 싶다더냐. 버리기 아까운 이불이니 홑청으로 옷이나 한 벌 지어보아라.”“이 귀한 비단 이불을 버린다고요? 차라리 빨아서 쓰심이.”“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거늘!”화들짝 놀란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한번은 그냥 넘어가나, 앞으로 내 말에 어떤 토도 달지 말아라.”“저…, 그러면 누구의 옷으로 할까요?”“그런 것까지 알려주랴? 그냥 네 마음대로 해
“새 이불과 옷을 챙겨왔습니다.”커다란 보따리에 가려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지만, 얼어붙은 치맛자락이 미옥음을 알려주었다. 연호는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안개 같은 연기 너머로 걸어오는 그녀를 응시했다.“옷을 새로 짓기라고 한 것이냐? 머리만 나쁜 줄 알았더니, 손발까지 이리 더뎌서야.”그의 목소리는 갈라진 비단처럼 거칠고 낮았다. 하륜의 집 근처에서 습격을 당하고, 하필 이곳에 머물게 된 이 모든 상황이 누군가의 정교한 설계 같아 심사가 뒤틀렸기 때문이다.‘누군가가 있다면 하륜과 황후겠지. 그리고 그들이 보낸 이 계집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