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091 - Chapter 1100

1110 Chapters

제1091화

백진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수고가 많구나.”주일검은 눈을 굴리더니 그녀를 자기 집 바로 옆 별채로 안내했다.그곳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정면에는 큰 방 세 칸과 여러 개의 사랑방이 있었다. 모두 현지에서 구한 청석으로 지어져 웅장하면서도 튼튼해 보였다.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해 지어져 넓고 햇볕도 잘 들었다.주일검은 애틋한 눈빛으로 백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황후마마, 제 집이 바로 옆입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담 너머로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그 말에는 여러 의미를 담은 여운이 묻어 있었다.백진아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알겠다. 먼저 가서 볼일 보거라.”주일검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그럼, 먼저 물러가겠습니다.”그는 눈을 찡긋하며 예를 올렸다.“이만.”백진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답례했다.“그래.”“다녀오겠습니다!”주일검은 아쉬운 듯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 몸을 돌려 나갔다. 문 앞에 이르러서도 다시 한번 다정한 눈길을 보내고서야 비로소 발걸음을 옮겼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뢰십이 코웃음을 쳤다.“저 멀쩡한 얼굴이 아깝군요. 폐하께서 저 역겨운 꼴을 보셨다면 틀림없이 거세해 버리셨을 겁니다.”백진아는 웃으며 말했다.“아마 너희 폐하라면 먼저 저놈 눈알부터 뽑았을 것이다.”“하하!”일행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백진아는 곧바로 말했다.“집 안팎을 전부 살펴보거라. 모두 긴장 늦추지 말고 조심하도록.”사람들도 즉시 표정을 굳혔다.“예!”뢰십 일행은 곧바로 체계적으로 역할을 나누어 마당과 방 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한편, 주일검은 마당을 나선 뒤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턱을 매만지며 장미 덩굴이 가득한 담장을 두른 별채 쪽으로 걸어갔다.그는 문 앞에 잠시 서 있다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 했지만, 끝내 포기했다.“일검 오라버니, 돌아오셨네요!”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인이 걸어왔다. 분홍빛 비단 치마를 입은 그녀는 가느다란 눈썹과 살구처럼 동그란 눈망울을 지녔고, 늘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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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주일검은 소요림의 다정하고 맑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온몸의 힘이 풀리는 듯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연천능의 황후, 백진아네.”소요림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능 오라버니의 황후라면, 사매인 제가 마땅히 찾아뵈어야겠네요.”주일검이 곧바로 말했다.“그럼, 함께 가지.”백진아는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만약 소요림에게 독이라도 쓴다면, 자신이 나서서 미인을 구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었다.소요림은 장문이 가장 아끼는 막내딸이었다. 그가 장문의 사위가 된다면 문선산에서의 지위도 단숨에 올라갈 터였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도 백진아는 방 안에 들어가지 않은 채였다. 그녀는 공간 시스템의 스캔 기능으로 주변을 살피며 어디에 사람이 숨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백운 부인은 보아의 목숨을 쥐고 있으니, 백진아가 감히 무슨 짓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주변에 감시를 붙여 두지 않은 듯했다.백진아는 꽃덩굴로 뒤덮인 돌담 마당에 서 있었다. 저녁노을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산속에서 길을 잃은 요정처럼 아름다웠다.소요림은 백진아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백진아는 그녀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 맑고 화사한 미모 앞에서 그녀는 아무런 우위도 점할 수 없었다.하지만 백진아는 다른 사저와 사매들처럼 자세가 곧고 눈빛이 강인했으며, 어딘가 남성적인 기백까지 풍겼다.소요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남자들은 결국 연약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가? 자신은 물처럼 부드러운 성격으로, 단단하고 얼음 같은 연천능마저 손안의 실처럼 부드럽게 휘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물론 그녀는 백진아를 가만둘 생각은 없었다. 다만 자기 손을 더럽힐 생각도 없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기꺼이 대신 움직여 줄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었으니까.백진아는 이미 문밖에 누군가 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의 파문도 없었지만,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기세만으로도 연약한 소요림을 순식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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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백진아는 은은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자네의 사형도 그동안 우리를 힘들게 호송해 주었는데, 그 은혜에 보답하는 의미로 술 한잔 건네야 하지 않겠는가?”그 말은 주일검도 식사에 함께하자는 뜻이었다.소요림이 반대하지 않자 주일검은 기뻐서 하늘이라도 날아오를 듯했다. 한 사람은 차갑고 고귀했으며, 다른 한 사람은 부드럽고 온화했다. 두 미녀와 함께 식사하다니,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었다.“그럼 저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조금 이따 다시 오겠습니다.”소요림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진아를 한 번 바라봤다.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 음산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백진아라는 여자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어서 어머니에게 알려 조심하라고 해야 했다.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뒤를 돌아보니, 늘 강아지처럼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주일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오히려 백진아 곁에 남아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묻고, 입맛에 맞게 준비하겠다며 연신 말을 붙이고 있었다.소요림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남자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몹시 화가 났다.자신에게 마음을 바친 남자들은 오직 그녀만 바라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대가는 매우 클 것이다.하인들은 재빨리 방 안을 정리하고 이불과 침구를 침상에 깔아 놓았다.마차에 실려 있던 짐도 말 등에 나눠 싣고 모두 옮겨 온 상태였다.산 아래에는 문선산 전용 마구간과 마차 보관소가 있어, 그곳에 말을 맡긴 뒤에 필요한 물건만 등에 멘 채로 산을 타야만 했다.백진아는 하품을 하며 공간으로 들어갔다.연천능은 보아와 낙우진을 데리고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세 사람의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두 아이는 말타기 자세를 연습하고 있었다. 낙우진은 제법 자세가 정확하고 안정적이었지만, 보아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어머니!”보아는 소리치며 달려오려 했다.연천능이 헛기침하며 말했다.“수련할 때는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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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마당에는 음식 냄새가 가득 퍼져 향긋한 내음이 멀리까지 흘러갔다.닭고기와 오리고기, 생선과 고기 요리, 여기에 여러 가지 푸른 채소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조화가 훌륭하며, 무척 풍성한 상차림이었다.주일검은 백진아가 몸에 꼭 맞는 좁은 소매의 긴 치마로 갈아입고 나오자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황후마마, 산골의 소박한 음식이니 부디 흉보지 마십시오.”백진아는 옅게 미소 지었다.“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니, 재료도 분명 뛰어난 맛을 지녔을 것이다.”주일검은 자랑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그야 당연하지요. 전부 산에서 나는 산해진미입니다. 물고기도 산속 계곡에서 잡은 것이라 아주 신선하고 맛이 뛰어납니다.”백진아는 식탁 앞으로 다가가 상을 살펴보았다. 생선은 매우 신선해 보였고, 버섯을 넣어 끓인 생선탕도 있었다.그 밖에도 멧돼지고기, 토끼고기찜, 죽순과 버섯을 넣어 끓인 닭고기, 볶은 채소와 산나물무침 등 다양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그녀는 몰래 공간으로 각 요리를 조금씩 옮겨 분석했고, 결과는 금세 나왔다. 음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그때 소요림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새하얀 비단 치마로 갈아입고 정성껏 단장한 채 선녀처럼 청초한 분위기를 풍겼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키와 외모, 그리고 존재감 모두 백진아에게 크게 밀렸다. 게다가 흰옷을 입으니 더욱 왜소하고 연약해 보여, 세상 물정을 모르는 시골 처녀 같은 인상만 두드러졌다.옆에서 지켜보던 주일검도 속으로 놀랐다. 소요림은 모두가 인정하는 문선산 최고의 미인이었다. 그런데 백진아와 나란히 서 있으니,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정말 사람은 비교하면 안 된다는 말이 실감 났다.만약 그가 연천능이라도 백진아를 선택했을 것이다. 황후라면 마땅히 저런 기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소요림 정도라면 후궁이나 귀인쯤으로는 어울릴 것이다.물론 속으로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주일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요림 사매, 오늘 정말 아름답구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맑고 순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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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명문가 규수들과 비교할 것도 없이, 오약설과만 견주어 봐도 그녀는 한참 뒤처졌다.백진아는 주일검과 소요림에게도 손짓하며 말했다.“두 분도 앉게.”세 사람이 자리에 앉자, 소요림은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로 음식을 권하며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백진아의 앞접시에 직접 반찬을 놓아 주기까지 했다.백진아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하며 지켜보았다. 가장 뛰어난 수법은 사람들 앞에서도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독을 쓰는 것이다.더군다나 천하 사람들 모두 백진아의 뛰어난 의술과 신의라는 명성은 잘 알고 있었다. 음식에 독을 탔다면 그녀가 반드시 알아차릴 터였다.그러니 독이나 고독 같은 비열한 수법을 쓰려면, 차라리 눈앞에서 직접 써서 그녀가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편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소요림은 죽순 한 조각을 집어 백진아의 앞접시에 놓아 주었다. 손을 거두는 순간, 새끼손가락 손톱이 젓가락을 툭 건드렸고 검은 벌레 한 마리가 백진아의 소매 위로 떨어져 순식간에 옷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백진아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그녀는 곧바로 의념으로 그 고독을 공간 안에 집어넣었다.자세히 살펴보니 그 벌레는 바로 식수고였다. 백진아는 눈동자를 굴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정신력으로 식수고를 그대로 소요림의 귓속으로 집어넣었다.소요림은 귀가 살짝 간지러운 것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리며 귀를 긁었다. 그러다 곧 가려움이 사라진 듯, 다시 백진아에게 음식을 덜어 주기 시작했다.고개를 숙인 소요림의 눈동자에는 계략이 성공했다는 득의양양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주일검은 백진아가 소요림에게 당연한 듯 대접받는 모습을 보자 왠지 마음이 아팠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소요림을 세심하게 챙기며 살뜰히 보살피기 시작했다.소요림은 그런 대접을 무척 즐기는 듯 수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 일검 오라버니. 저를 이렇게 세심하게 돌봐준 사람은 오라버니 말고는… 능 오라버니뿐이지요.”주일검의 눈빛이 가라앉았고, 백진아를 힐끗 바라보았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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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주일검은 호위 역할을 허락받자, 소요림이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인 것이라 생각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사람이 없는 곳에 이르자, 그는 주변이 어둡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슬그머니 소요림의 손을 잡으려 했다.원래 같았으면 소요림은 예전처럼 티 나지 않게 그의 손길을 피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너무도 격렬했다.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안고 돌담을 향해 들이받기 시작했다.“아! 아파!”‘쾅! 쾅! 쾅!’주일검은 겁에 질려 더듬거리며 말했다.“요림 사매, 왜 그러시오? 아니, 내가 세게 잡은 것도 아니잖아!”“아! 아파요! 너무 아파요!”소요림은 머리를 감싼 채 계속 벽에 머리를 부딪쳤고, 이마에서는 피까지 흘러내렸다.주일검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혹시 소요림에게 큰일이라도 생기면 책임을 뒤집어쓸까 두려워 겁에 질린 채 도망치려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소요림이 뒤에서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복에 그는 황급히 소요림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려 했다.하지만 소요림은 머리로 바로 그의 얼굴을 들이받으며 외쳤다.“아파요! 어서 어머니와 영아 사저에게 데려다주세요!”주일검은 어쩔 수 없이 소요림을 안고 미친 듯이 가장 크고 화려한 별채를 향해 달려갔다.“게 섰거라!”백운 부인의 거처 앞을 지키던 노파가 주일검을 막아섰다.모처럼 존재를 드러낼 기회라고 생각한 주일검은 다급하게 고함쳤다.“이 늙은 계집종 같으니! 요림 사매가 아픈 게 안 보이느냐?”노파 역시 소요림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안에서는 한창… 방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소요림은 무너져 내릴 듯 울부짖었다.“어머니! 스승님! 살려 주세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죽을 것 같습니다!”‘끼익!’문이 열리며 스무 살 남짓한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주일검은 불이 난 것처럼 다급하게 말했다.“영아 사저! 어서 사매가 왜 이러는 것인지 살펴보세요.”영아는 소요림이 머리를 감싸 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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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잠시 후, 소요림의 가운뎃손가락에서 검은 벌레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그제야 소요림은 해방된 듯 길게 한숨을 내쉰 뒤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백운 부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영아야, 요림이도 얼음 두꺼비 같은 약재가 있어야지만 독을 없앨 수 있는 것이냐?”영아의 표정 역시 매우 무거웠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백운 부인은 그대로 침상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흙빛이 된 얼굴로 중얼거렸다.“그 약재를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설마 요림이도 가망이 없는 것이냐?”영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 뒤 주일검을 돌아보며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주일검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대답했다.“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황후 쪽에서 식사하고 요림 사매를 데려다주고 있었는데, 가는 길에 갑자기 머리로 벽을 들이받기 시작했습니다…”그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설마… 백진아가 소요림에게 고독을 심은 것일까?하지만 그의 몸속에도 백진아가 쓴 독이 있었기에, 백진아는 죽어서는 안 되는 처지였다. 그는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음식은 전부 부엌에서 만든 것이고, 제 시야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함께 먹었으니 고독이 음식 속에 있었을 리도 없습니다.”하지만 영아가 관심을 가진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언제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느냐?”주일검이 대답했다.“별채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습니다. 백 보쯤 걸었을 때였습니다.”영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이만 물러가거라.”주일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문선산에서 자란 제자였다. 그런데 이 영아라는 여자는 나중에 들어온 데다 무공도 높지 않은 주제에, 마치 하인을 부리듯 자신에게 명령하고 있었다.주일검은 속으로 불만과 원망이 치밀어 올랐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백운 부인에게 예를 올린 뒤 몸을 돌려 나갔다.백운 부인은 영아의 손을 꼭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영아야, 요림이는 괜찮은 것이냐?”영아는 백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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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백진아는 안색이 창백해진 주일검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주일검은 백진아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요림 사매에게 고독을 심은 겁니까?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연약하고 착하고 얌전한 사매에게, 어찌 그런 비열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백진아는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증거는?”주일검은 목을 빳빳이 세우며 말했다.“무슨 증거가 필요합니까? 여기서 밥을 먹고 나간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발작했는데, 당신이 아니면 대체 누구라는 겁니까?”백진아는 나직하게 말했다.“넌 계속 그녀와 함께 있었지. 그렇다면 나는 오히려 네가 소요림을 차지하려고 그녀에게 고독을 심은 게 아닌지 의심되는데.”주일검은 발끈하며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백진아는 차갑게 웃었다.“아무런 증거도 없이 미친개처럼 사람을 물어뜯고 있다니. 백운 부인은 뭐라고 하시더냐?”주일검은 말문이 막혔다.“백운 부인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습니다.”백진아가 다시 물었다.“그 고독은 어떻게 끌어냈느냐?”주일검은 해독 과정을 떠올렸다.“영아 사저가 약가루와 피를 이용해서 고독을 꺼냈습니다…”그 역시 강호를 떠돌며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말을 하다 보니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설마… 영아가 요림 사매에게 고독을 심었다는 것입니까?”백진아는 바보를 바라보듯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주일검은 곧바로 자신의 추측을 부정했다.“아니면 설마… 요림 사매가 마마께 고독을 심으려다가… 아니, 아닙니다! 요림 사매는 순수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절대로 그런 일을 할 리 없습니다!”그러자 뢰십이 차갑게 말했다.“정말 사람 보는 눈이 없구나.”그는 오랫동안 연천능을 따라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보아왔다. 그래서 소요림이 겉으로는 순하고 착해 보여도 속은 음험하고 질투심도 강해, 남이 자기보다 나은 꼴을 절대 못 보는 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주일검은 씩씩거리며 말했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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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백진아는 깜짝 놀라 물었다.“백운 상인은 폐관 수련 중이었던 건가요?”연천능은 다소 좌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뒷산 전체를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백진아는 그의 겉옷을 벗겨 주다가 피가 안쪽의 새하얀 속옷까지 흠뻑 배어든 것을 보고 말했다.“속옷도 벗으시지요. 좋은 비단이라 아쉽지만, 이건 더는 못 입겠네요.”연천능은 손을 뻗어 상의를 벗어 던지며 탄탄하게 단련된 상반신을 드러냈다.그는 물었다.“이쪽은 별일 없었느냐?”백진아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소요림이 왔었습니다. 저한테 고독을 심으려다가 결국…”그러고는 곧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연천능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그렇다면 보아에게 식수고를 심은 것도 그 영아라는 여인이었군!”백진아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영아가 누군지 모르는 겁니까?”연천능은 고개를 저었다.“본 적 없다. 내가 문선산을 떠난 뒤에 입문한 사람이다. 백운 부인의 총애를 아주 많이 받아 곁에서 시중들 정도지. 나도 사람을 시켜 그녀의 배경을 조사해 봤다. 월국의 작은 마을 출신이고 부모도 모두 죽었다더군. 신분이 깨끗해서 오히려 더 수상해.”백진아가 물었다.“내일 보아를 진찰하러 온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연천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보아를 진찰하게 하거라.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봐야겠군.”백진아는 그의 상의가 벗겨진 모습을 보자 눈빛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슬쩍 손을 뻗어 그의 몸을 한 번 만졌다.그런데 뜻밖에도 연천능은 갑자기 장풍을 내질렀다.백진아는 그를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기에 정통으로 맞고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다행히 공간 안이었기에 그녀는 의념을 움직여 벽에 부딪히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그녀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피를 억지로 삼키며 눈을 가늘게 뜨고 가슴을 움켜쥔 채, 연천능이 혹시 가짜가 아닌지 스캔하기 시작했다.연천능 역시 놀라고 당황한 얼굴로 백진아를 때린 자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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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다행히 이곳은 공간 안이었다. 게다가 최첨단 지능형 종합 수술실까지 있었기에, 다행히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백진아는 부상자들의 상처를 모두 치료한 뒤에야 뢰일과 뢰이의 몸 상태를 검사했다. 예상대로 두 사람의 머릿속에도 고독이 들어 있었다.고독이 분비하는 호르몬은 사람을 난폭하게 만들어 폭력적인 행동을 유발했다.고독을 꺼낸 뒤, 뢰일은 무릎을 꿇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죄를 지었습니다!”뢰이도 죄책감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동굴에서 틈을 타 고독을 심은 것 같습니다.”연천능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잘못이 아니다. 모두 가서 쉬어라.”그러고는 백진아를 부축하며 물었다.“상처는 어떠냐?”백진아는 가슴팍이 조금 아팠지만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그러나 연천능은 믿지 않았다. 그는 백진아를 이끌고 방으로 돌아가며 말했다.“직접 봐야겠다.”영수소축으로 돌아오자 그는 백진아를 침상에 앉히고 능숙하게 그녀의 옷을 벗겨냈다. 눈처럼 희고 매끄러운 피부가 드러났다.하지만 가슴 한가운데에는 선명한 푸른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상처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증거였다.연천능의 눈이 붉어졌다.“이런 빌어먹을! 너무 지나치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백진아는 그를 달래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내상만 조금 입었을 뿐이에요. 갈비뼈도 멀쩡합니다.”백진아는 정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연천능은 그녀가 강한 척하는 것이라 생각해 더욱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백진아는 약을 먹은 뒤 연고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미안하면 약이라도 발라주세요.”연천능은 힘을 줄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주먹만 꽉 움켜쥐었다.백진아는 그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처리하시지요.”그녀의 눈빛에는 차가운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다.백운 부인은 이번 일을 통해 그들을 손아귀에 넣으려 했다. 이곳은 문선산, 그녀의 영역이니 얌전히 있으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일은 서막에 불과했다. 앞으로 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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