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051 - Chapter 1060

1110 Chapters

제1051화

연천능은 눈가가 살짝 뜨거워지며 시큰해졌고, 이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따뜻한 손이 그의 관자놀이를 살며시 누르며 부드럽게 마사지했다."지금은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데다 전쟁까지 벌어졌으니,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씩 정리되고 나면 훨씬 나아질 거예요."연천능은 그녀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은 둘이서 제대로 여유를 즐겨 보자꾸나."그의 눈빛이 반짝였고, 그 속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장난기가 가득했다.백진아는 그를 흘겨보며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피곤하지 않습니까? 괜히 무리할 생각만 하고!"연천능도 그녀가 많이 지쳐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녀를 더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공간에 사람이 너무 많아 둘만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탓에 답답함마저 있었다."한동안 함께 수련도 못 했잖느냐? 무예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배와 같아서, 나아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법이지. 하루를 쉬면 열흘을 쉬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벌써 며칠이나 쉬었느냐?"그렇게 존귀한 황제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황후를 영천수의 얕은 물가로 이끌었고, 그녀의 몸 위를 살며시 덮었다!둘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낸 뒤, 백진아는 얼굴을 붉히며 투덜거렸다."좀 적당히 해요!"황제는 당당하게 대답했다."이제야 함께 수련하는 진정한 의미를 조금 깨달은 것 같구나. 아직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그러면서 그는 다시 그녀의 입술을 훔쳤고,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백진아는 냉정하게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연천능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래도 영수소축으로 가는 게 좋겠군. 거기선 더 편안하고 피곤함도 덜 느껴지는 것 같구나."그는 백진아를 번쩍 안아 들고 몸을 날려 영수소축으로 향했다.삐걱거리는 침상과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가림막을 보며, 백진아는 얼굴을 붉힌 채 눈을 감아 버렸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만 바라보는 남자를 차마 똑바로 볼 수 없었다!반 시진 후. 백진아는 연천능의 품에 안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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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안하무인인 말투는 듣기만 해도 거슬렸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백진아는 마차 창에 드리운 얇은 비단 너머로 한 사내를 보았다.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는 키가 작았고, 피부는 까맣고 몸집은 뚱뚱했다. 작은 눈에 주사코, 덥수룩한 수염까지 기른 모습은 음흉하고 간사한 인상을 풍겼다. 건장하고 인자하다는 뜻이 담긴 이름과는 정반대였다!뢰십이 검을 짚고 차갑게 외쳤다."이건인! 감히 예도 올리지 않고 황후마마의 행차를 가로막다니! 정말 무엄하구나!"이건인은 거만하게 코웃음을 쳤다."네놈이 누구기에 감히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느냐? 내가 누군지나 아느냐? 나는 연천능의 사숙, 곧 그의 웃어른이다! 우리 문선산이 아니었으면 그자는 벌써 죽었을 몸이다. 오늘의 그가 있을 수 있었겠느냐? 다들 나를 맞이해야지, 어찌 내가 예를 갖춘단 말이냐!"그는 황제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입에 올렸고, 태도는 극도로 오만했다. 게다가 그 말에는 내공까지 실려 있었다. 엄청난 내공이 담긴 소리에, 수많은 어림군은 가슴이 답답해지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입가로 피가 흘러나왔다.뢰십과 뢰십일 같은 고수들도 가까스로 기를 끌어올려 치솟는 혈기를 억눌러야 했다.무공이 없는 궁녀와 환관, 그리고 구경하던 백성들은 더 참혹했다. 하나같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백진아는 등을 곧게 세우고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인은 분명 좋은 의도로 찾아온 사람이 아니었다.왜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을 웃어른이라 내세우고, 문선산을 황실의 은인인 양 치켜세운다는 말인가!처음부터 오지 않고 보물을 얻은 뒤에 찾아온 것은 오약설의 복수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보물을 탐내 한몫 챙기려는 것인가?혹은 앞으로 이어질 전쟁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인가? 지금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공손히 그를 궁으로 모셔 들인다면 황실의 위엄은 어쩌지?천하 사람들이 연천능을 무능하다고 비웃으며, 이름까지 함부로 부르는 사람에게 굽신거린다고 조롱할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하지 않거나 두들겨 패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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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백진아는 이내 비웃으며 말했다."증거를 내놓거라! 그런 허접한 나무패 하나 들고 와서 사람을 속이려 들지 말고!"이건인은 통행 증명서를 내놓는다 해도 백진아가 가짜라고 우길 것임을 알고 있었다. 순간 당황스러움은 분노로 바뀌었고, 그의 눈빛에는 이내 살기가 번뜩였다. 그가 손목을 가볍게 털자, 비수 하나가 마차 창을 향해 날아갔다.그의 내공이 워낙 강해, 비수는 그대로 백진아의 몸을 꿰뚫을 기세였다.백진아가 정신력으로 비수를 공간 속에 거두려던 바로 그때, 노란 황제의 곤룡포 자락이 번쩍 스쳐 지나갔다.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이건인조차 깜짝 놀랐다.연천능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그대로 소맷자락 속으로 말아 넣더니, 손을 털어 다시 되돌려 보냈다. 비수는 이건인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날아갔다.이건인은 크게 놀랐다. 그 속도는 받아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황급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가까스로 피했다.비수는 그의 귀밑머리를 스치며 지나가, 얼굴과 귀에 길게 상처를 남겼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연천능의 무공은 원래 그보다 한참 아래였다. 그런데 지금은 내공이 오히려 자신보다 훨씬 강해졌고, 그를 한 걸음이나 물러서게 만들었다!이것은 그에게 더없이 큰 치욕이었다!이건인은 상대가 약하면 강압적으로 나가는 부류였다. 하지만 연천능의 실력이 훨씬 위라는 사실을 깨닫자, 이내 신중해졌다.연천능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문선산의 이건인 사숙은 작지만 날렵한 체격이다. 너처럼 살진 모습이 아니다. 게다가 이건인은 짐의 사숙인데, 어찌 무공이 짐보다 못할 수 있겠느냐?""좋다. 아주 좋아! 결국 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로군!"이건인은 음산한 눈빛으로 연천능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속으로 계속 허세를 부릴지, 아니면 적당히 물러날 명분을 찾을지 저울질했다.백진아는 마차에서 내려 연천능의 곁에 섰다."이자는 폐하와 문선산의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흉악한 속셈을 품고 있습니다. 어쩌면 적이 보낸 첩자일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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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이건인은 연천능의 사숙이라는 점만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무진 일행은 진작부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있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원수를 갚고 치욕을 씻을 기회가 온 것이었다!역시 황후마마는 지혜로웠다. 병사 하나 희생시키지 않고도 내공이 깊은 고수를 쓰러뜨렸을 뿐 아니라, 명분까지 완벽해서 누구도 트집을 잡을 수 없었다.백진아는 연천능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는 문선산의 스승님이 오셔도, 먼저 정말 당신의 스승이라는 걸 증명해 보라고 하세요. 분명 화가 나서 쓰러질 것입니다."연천능은 입가를 씰룩이며 말했다."오늘은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좋겠다. 네 안전이 걱정되는구나."백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괜찮습니다. 위험해지면 바로 공간으로 들어가면 되잖아요."연천능은 고개를 끄덕였다."꼭 조심하거라. 짐도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백진아도 당부했다."폐하도 몸조심하세요."두 사람은 서로의 시종들에게도 몇 마디 당부했고, 연천능은 백진아를 마차에 오르도록 부축했다. 그는 마차가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궁으로 돌아갔다.식품 공장과 피복 공장, 병기 공장 설립 계획은 이미 모두 추진되고 있었다. 부지는 경성 교외로 정해졌고, 실제 측량과 예산 편성, 건설 등 구체적인 업무는 공부와 호부에서 맡기로 했다. 백진아는 그저 전체적인 방향만 조율하면 되었기에, 일일이 현장을 지킬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곧장 회춘당으로 가서 진료를 시작했다. 주로 중상자와 위독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이었다."스승님!"막 문을 들어서자, 맑고 시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 보니 고지행이 평소처럼 붉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서 있었다. 비단처럼 윤기 나는 검은 머리는 자연스럽게 풀어져 있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매와 긴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요염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백진아가 웃으며 말했다."웬일로 이곳에 왔습니까?"고지행은 보조개를 살짝 드러내며, 봄바람 같은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바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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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백진아가 은밀히 손짓하자, 뢰십이 즉시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그 후 백진아가 물었다."이번에 소주가 가져온 약은 어디 있느냐? 먼저 확인해 봐야겠다."일꾼이 앞으로 나와 길을 안내했다."백 장로님, 이쪽입니다!"백진아는 현우와 현빙을 데리고 창고로 가서 약병을 꼼꼼히 살펴보았다.약병 뚜껑은 모두 밀랍으로 봉인되어 있었기에, 누군가 손댔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봉인이 훼손된 흔적은 전혀 없었다.백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회춘당의 책임자를 모두 불러오거라. 할 말이 있다."잠시 후 관리들이 모두 모였고, 백진아는 그들과 회의를 시작했다.능란은 회춘당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자마자, 고지행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이렇게 꽉 잡지 말거라!"고지행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먼저 날 끌고 나온 건 너다. 어디 적당한 곳이라도 찾아서 우리…""퉤!"능란은 침을 뱉으며 쏘아붙였다."네가 정체를 들킬까 봐 끌고 나온 것이다! 급하게 익힌 수준의 의술로, 감히 백진아 앞에서 의술을 논할 셈이더냐?"고지행은 코웃음을 쳤다."너무 예민하구나. 난 오랫동안 몰래 고지행을 관찰했으며, 훈련도 충분히 받고 왔다. 게다가 백진아도 평소에 고지행을 자주 보지 않으니,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능란은 그를 흘겨보았다."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알겠느냐?"고지행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절대 들키지 않아. 난 먼저 궁으로 가서 연천능부터 만나 보마."하지만 그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이미 정체가 드러났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백진아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녀에게는 다른 여인들에게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고, 남자라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백진아는 걱정과 초조함에 마음이 무거웠다. 가짜가 나타났으니, 진짜 고지행과 능란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사하기는 한 걸까?상대의 목적도 아직 알 수 없고, 두 사람의 행방도 파악하지 못한 이상, 지금으로서는 모른 척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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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연천능은 날카롭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칼날처럼 차가운 눈빛에, 얇은 입술에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억지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렇게 다급히 네가 아끼는 제자를 만나고 싶은 것이냐?"끝을 살짝 올린 목소리에는 짙은 질투가 배어 있었다.그러자 백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농담 그만하고, 빨리 말하십시오. 고지행을 만났습니까?"연천능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대답했다."만났다."백진아가 물었다."그 사람은요?"연천능은 담담하게 말했다."죽었다.""죽었다고요?"백진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어찌 죽였습니까? 진짜 고지행과 능란이 분명 저들의 손에 있을 텐데, 생사도 모르잖아요!"연천능은 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가짜라는 걸 알아보고 사람을 시켜 잡으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지행 일로 사정도 묻지 않고 먼저 나를 탓하는구나."백진아는 얼른 웃으며 달랬다."그런 뜻이 아닙니다. 너무 뜻밖이라서요. 당신하고 보아는 다친 데 없습니까?"연천능은 보아를 안아 들더니, 버림받은 사람처럼 말했다."그래도 우리 부녀를 기억은 하고 있었구나."보아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연천능의 서운한 표정을 보자, 작은 입술을 삐죽이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연천능은 아이를 놀라게 했다는 걸 깨닫고 급히 웃으며 달랬다."보아야, 울지 마. 아버지가 어머니랑 장난친 것이다. 진짜가 아니야."보아는 그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더니, 작은 손을 번쩍 들었다.짝!보아는 그대로 연천능의 뺨을 한 대 때렸다."나빠!"연천능은 보아를 안고 있었기에 따귀를 피할 수도 없었다. 딸을 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그는 보아의 따귀를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백진아는 배를 잡고 웃었다."호되게 당했네요? 굳이 나서지 않아도, 딸이 대신 혼내 주네요!"무공이 절정에 이른 황제도 사랑하는 딸 앞에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연천능은 체념한 듯 한숨만 내쉬었다.백진아는 발끝을 세워 그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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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연천능은 백진아를 다독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고지행은 머리가 좋은 녀석이니, 분명 목숨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미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미안해요. 저는… 그저 그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그렇다면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라."연천능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질투한 건 사실이지만, 네가 고지행에게 남녀 간의 정을 품고 있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백진아는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당신 마음도 이해해요. 만약 당신이 다른 여인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쓴다면, 저도 질투할 것입니다. 질투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우리 사이에 더 이상 정이 없다는 뜻일 테니까요."연천능은 복숭아 한 조각을 그녀의 입에 넣어 주며 말했다."나를 속 좁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달콤하고 과즙이 가득한 복숭아를 먹으며 백진아가 말했다."사랑은 이기적이고 독점을 원하는 것입니다. 제삼자가 끼어들 자리는 없죠."연천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했으니, 반드시 두 사람을 무사히 데려오마."그들이 아직 살아 있기만 하다면.백진아가 말했다."회춘당으로 늑대 두 마리를 보내세요. 고지행의 옷으로 냄새를 맡게 하면 추적할 수 있을 거예요."연천능의 눈이 번쩍 빛났다."좋은 생각이구나."능비는 대랑과 이랑을 공간 밖으로 데려갔고, 뢰십이 늑대를 데리고 회춘당으로 향했다.한편, 어느 작은 산골 마을의 초가집.고지행은 천천히 눈을 떴다. 주변은 여전히 차갑고 음산했다.몸을 움직여 보니 온몸에 힘이 빠져 있었다. 내공을 써 보려 했지만, 단전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그는 바닥을 세게 내리치며 욕설을 내뱉었다."젠장! 평생 독수리를 길들이다가 결국 독수리한테 눈을 쪼인 꼴이네! 나도 약에 당하는 날이 올 줄이야!"고지행은 벽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키가 큰 탓에 손만 뻗으면 초가지붕에 닿을 정도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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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말을 마치자마자, 두 덩치 큰 사내가 폭소를 터뜨렸다.고지행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다음에 네 병을 치료할 때, 내 손이 좀 떨릴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네 두목의 어머니를 치료할 때, 처방을 깜빡 잊을 수도 있지."횃불을 든 사내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몇 년째 남성 기능에 문제가 있었는데, 얼마 전 고지행이 침을 몇 대 놓아 준 덕에 집에 돌아가자마자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부인과 첩들이 봐 달라고 애원할 정도였고, 오랜만에 체면도 세울 수 있었다.결국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좋아. 내일 아침 일찍 약을 구해 오지! 침 몇 대 더 놔 줄 수 있겠느냐? 이따가 옆집 과부네에 좀 놀러 갈 생각이다."고지행은 낡은 나무문에 기대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약을 너무 많이 쓴 탓에, 몸에 힘이 하나도 없구나. 중요한 곳에 침을 놓아야 해서 손을 한 번이라도 떨면… 평생 남자 구실을 못 할 수도 있다!"원래도 남녀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연약하고 억울한 표정을 짓자, 더욱 사람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평생 미인을 몇 번 보지 못한 거친 사내 둘마저도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이 요사스러운 놈. 남자인데도 괜히 피가 끓어오르네! 언젠가 널 잡아먹고 말 것이다!""여인보다도 더 예쁘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나."고지행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싫으면 어쩔 수 없구나. 나중에 힘이 생기면, 그때 침을 놔주마."횃불을 든 사내는 품속을 뒤져 작은 약병을 꺼냈다. 그리고 약 하나를 부숴, 그중 일부를 떼어 고지행에게 건네며 말했다."자!"고지행은 희고 길쭉한 손을 문틈 밖으로 내밀어 그것을 받았다.사내는 그 틈을 타 그의 손을 한번 쓰다듬으며 음흉하게 웃었다."정말 부드럽구나. 여자 손보다도 더 곱네!"그리고 다른 사내에게 말했다."가서 침을 가져오너라."그 후, 사내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고지행은 등을 돌려 소매 속에 미리 숨겨 두었던 작은 해독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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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고지행은 능란의 말을 더 듣지 않았고, 그녀를 그대로 번쩍 안아 든 뒤에 양 우리를 빠져나왔다. 낮은 담장을 발끝으로 땅을 살짝 디뎌서 단숨에 뛰어넘었고, 그대로 산속 숲을 향해 몸을 날렸다.그는 숲속을 전력으로 달렸다. 하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데다, 독도 막 풀린 상태였고, 거기에 능란까지 안고 있으니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능란은 그의 목을 꼭 끌어안고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눈을 가늘게 감은 그녀의 얼굴에는 더없이 행복하고 황홀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러나 이내 눈가를 타고 눈물이 한 줄기씩 흘러내렸다.그동안 같은 방에서 지내고, 아침저녁으로 함께 시간을 보냈으며, 오늘은 이렇게 그의 품에 안기기까지 했다. 이제 당장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행복하고 달콤하면서도, 가슴이 저리고 허전했다. 억울하고 서글프기도 했다…능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그의 가슴팍을 적셨다. 그녀의 어깨도 계속 떨렸다.고지행은 그녀의 흐느낌을 듣고,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췄다."왜 그래? 어디 다친 것이냐?"그는 두 손으로 그녀를 들어 올린 채, 캄캄한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니 머리나 다리를 부딪치기 쉬웠다.능란은 고개를 저었다."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지행 오라버니, 이제 저를 미워하시지 않으면 안 될까요? 저도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고지행은 그녀를 땅에 내려놓고 차갑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한마디만 더 하면 이곳에 버릴 것이다!"능란은 그가 정말 자기를 버리려는 줄 알고 더 서럽게 울었다.갑자기 두 발의 신호탄이 하늘로 치솟더니, 공중에서 터졌다.신호였다!산 위의 산적들이 산 아래 동료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이곳은 산채였고, 산 전체가 그들의 땅이었다.고지행은 곧바로 몸을 숙였다."업히거라!"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복이었다. 능란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음을 터뜨렸다."다 커서 철이 든 뒤로는… 한 번도 절 업어 준 적 없습니다."말을 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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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우두머리로 보이는 흉악한 사내는 커다란 칼을 고지행에게 겨누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외쳤다."너희는 이제 도망칠 수 없다! 순순히 항복하는 게 좋을 것이다!"능란은 몸부림치며 고지행의 등에서 내려오려 했다. 그리고 그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지행 오라버니, 절 내려놓으세요. 혼자 길을 뚫고 나가세요! 그리고 제 부모님과 오라버니에게 전해 주세요. 철없는 딸이 걱정만 끼쳤다고요! 다음 생이 있다면, 이번에는 꼭 부모님과 오라버니 말씀 잘 듣겠습니다."하지만 그녀가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 있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더는 그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부모님과 오라버니의 말을 듣고, 좋은 사람과 혼인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겠다고…다음 생이 있다면 고지행이 백진아와 혼인하기 전에 찾아가 진실을 털어놓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멀리서 조용히 그의 혼례를 지켜보고, 그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런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파왔다.고지행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아, 큰 나무에 등을 기대게 했다. 그리고 그녀 앞을 막아서며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들었다."죽고 싶은 놈은 덤비거라!"우두머리가 손을 휘둘렀다."잡아라! 숨만 붙어 있으면 된다!""멍멍!"몇 마리의 사냥개가 먼저 달려들었다.고지행은 내공을 나뭇가지에 실었다. 순간, 평범한 나뭇가지가 날카로운 검처럼 변했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가지를 휘두르자,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사냥개들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바닥에 쓰러져 몸을 떨다가 그대로 죽었다.능란은 절망한 채 눈을 감았고, 눈물은 샘처럼 흘러내렸다. 그녀는 고지행이 사냥개를 죽인 뒤, 분명 길을 뚫고 혼자 도망칠 것이라 생각했다.그는 그녀를 데리고 갈 리 없었다. 백진아의 일 때문에 그토록 그녀를 미워했으니!하지만 고지행은 여전히 그녀 앞을 막아선 채, 피가 묻은 나뭇가지를 들어 올렸다."덤비거라. 죽는 게 두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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