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671 - Chapter 680

691 Chapters

제671화

자신의 체면이 서지 않는 상황인 것은 분명했지만 주세웅은 이런 자리에서 대놓고 여종현의 얼굴을 깎아내릴 수도 없었다.그는 결국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네, 인연이네요.”주세웅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루인을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너도 복이 참 많은 아이네.”강루인은 속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부 할아버지 덕분이죠.”짧은 한마디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감정이 거센 소용돌이처럼 얽혀 있었다.여종현의 능청스러운 웃음과 주세웅의 즉각적인 수습 덕분에 분위기는 겨우 가라앉았다.강루인의 등장은 그렇게 일단락되었지만 그로 인해 남은 긴장감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누구도 감히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다.오늘의 주인공은 주세웅이었고 그의 체면만큼은 지켜줘야 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화제의 중심에 끼지도 못했던 민아라는 마치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라도 다시 본 듯한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사람 죽은 거 아니었어? 어떻게 살아 돌아온 거지?”주승우는 마음속 놀라움을 애써 감춘 채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저승에서 너무 가여워서 다시 돌려보낸 거겠지.”그는 세 사람을 천천히 훑어보더니 무미건조하고 지루했던 자신의 일상에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주승우가 구경거리라 여겼던 상황은 어느새 음습한 하수구의 쥐 떼처럼 불쾌하게 느껴질 만큼 뒤틀려 있었다.레이더라도 달린 듯 예리한 그의 시선은 강루인에게 단단히 고정된 채 그녀의 속내를 꿰뚫어 보려는 듯 집요하게 따라붙었다.그 시선을 마주한 지수현의 매혹적인 눈빛에는 순식간에 살기가 스쳤다.“저 눈알 확 뽑아버리고 싶네.”강루인은 그의 찌푸려진 미간에 손가락을 가볍게 얹으며 말했다.“난 네가 미간을 찌푸리는 거 싫어.”지수현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등을 살짝 굽힌 채 마치 대형 반려견처럼 자신을 그녀에게 맡겼다.그러고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그럼 뽀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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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오빠, 마침 잘 왔어요. 이 사람들이 저를 괴롭혔어요. 저 대신 처리해 줘요.”주초원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그녀가 기대를 걸었던 사람은 더 이상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주영도의 시선에는 주초원이라는 존재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그는 시선을 강루인에게만 고정한 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마치 눈을 깜빡이는 순간 그녀가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처럼 모든 관심을 그녀에게 집중시키고 있었다.주영도는 시선을 강루인에게 고정한 채 입가에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를 마주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깊이 품어온 무언가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그는 목 끝까지 차오른 감정을 애써 눌러 삼키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돌아왔구나. 그동안 잘 지냈어?”그의 눈빛에는 수많은 질문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살아 있으면서 왜 찾아오지 않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알고는 있는 건지.강루인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오래된 지인을 대하듯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럼. 네가 없는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그 말에 지수현은 무의식적으로 등을 곧게 세웠다.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는 한 행복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한 태도였다.강루인의 짧은 한마디는 주영도의 가슴을 날카롭게 찔렀다.하지만 그는 억지로 참아내며 입술을 달싹이더니 오래도록 묻고 싶었던 말을 떠올렸다.‘그동안 내 생각은 했을까?’속으로 생각했던 말이 결국 입 밖으로 흘러나오고 말았다.“내 생각은 안 했어?”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기대와 희망이 가득 차 있었다.강루인이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지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쓰레기는 쓰레기장에나 있을 것이지. 쓰레기 따위가 감히 어딜 넘봐! 설마 태어났을 때부터 기형이었나? 얼굴은 어디 두고 다니는 거야?”지수현의 조롱과 비아냥에도 주영도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시선은 여전히 강루인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하지만 그의 기대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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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말을 마친 지수현의 시선은 이내 주영도의 뒤를 따라온 구연정과 마주쳤다.그녀는 지수현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에 순간 발걸음을 멈추더니 두려운 듯한 발 뒤로 물러섰다.마치 무언가를 훔치다 들킨 사람처럼 감히 앞으로 다가가지도 못했다.지수현은 냉소를 머금은 채 날카롭게 말했다.“그쪽 여자는 뒤에 있네요. 남의 것까지 넘볼 생각하지 말고 앞에 그릇이나 잘 챙기세요. 이제 그 시선은 거두시죠.”주영도는 그제야 지수현의 존재를 의식한 듯 시선을 돌렸다.그의 눈빛에는 억누를 수 없는 혐오와 불쾌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지수현은 그에게 있어 단순한 상대가 아니었다.감히 분수를 모르고 제멋대로 자신의 보물을 훔쳐 간 도둑과도 같은 존재였다.주영도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움켜쥘 듯한 살기가 번져 있었다.반면 지수현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 채 조금의 위축도 없이 오히려 도발적인 시선을 보냈다.그때 강루인이 부드럽게 손을 뻗어 지수현의 손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집에 가자. 은우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그녀의 손길이 닿자 조금 전까지 날을 세우고 있던 지수현의 기세는 거짓말처럼 가라앉았고 마치 스위치가 눌린 듯 다시 다정한 얼굴로 돌아왔다.“그래, 집에 가자.”두 사람이 나란히 맞잡은 두 손은 주영도의 눈에 유독 거슬렸다.그의 머릿속에는 그 손을 당장이라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강루인은 내 거야! 나만 가질 수 있어!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어!’강루인이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주영도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앞을 가로막아 서며 말했다.“루인아, 가지 마...”그러나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윽!”주영도가 한발 다가서려는 순간 지수현이 발로 거칠게 그를 걷어찼다.갑작스러운 충격에 그는 결국 몇 걸음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지수현의 매혹적인 눈동자에는 다시금 거센 살기가 번졌다.그가 막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강루인이 손을 뻗어 붙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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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고급 주거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강루인이 막 안전벨트를 풀려던 순간이었다.그녀의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익숙하고도 따뜻한 품이 그녀를 끌어안았다.지하 주차장은 조명이 밝아 차량 내부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강루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래?”지수현은 그녀의 어깨에 턱을 기대며 어둠 속에 애매한 감정을 숨긴 채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안고 싶어서.”강루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네가 지금 은우인 줄 알아?”지수현이 곧바로 되물었다.“지금 날 욕하는 거야?”강루인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언제?”지수현이 바로 받아쳤다.“방금 날 세 살짜리 애 취급했잖아.”강루인은 지은우를 대신해 말을 정정했다.“은우는 이제 네 살 넘었어.”지수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래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애잖아.”강루인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보면 너도 별로 다를 거 없어.”지수현은 투덜거리듯 받아쳤다.“넌 직접 욕은 하지 않지만 말뜻을 보면 욕보다 더 심해.”강루인은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됐어. 이제 놔줘. 은우랑 저녁 먹기로 약속했잖아.”지수현은 마지못해 그녀를 놓아주면서 끝까지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애가 왜 이렇게 일이 많아.”지은우만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쯤 강루인을 데리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지수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은우가 어린이집에 가면 기숙사 신청해 줄 생각이야.”그의 말에 강루인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눈빛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겨우 네 살이 된 아이에게 기숙사 생활이라니, 상식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강루인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은우는 이제 겨우 네 살 넘은 아이이고 아직 어린이집에 다닐 나이야.”지수현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가 그 나일 때는 초등학교 내용까지 배웠어. 잘 먹는 건 그렇다 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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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창밖은 살을 에는 듯 추웠고 숨을 쉴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주영도에게는 외부의 추위보다 마음속의 공허감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그는 얼마나 달렸는지도 모른 채 갑자기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그러고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어두운 밤거리에 손끝에서 타오르는 붉은 불빛만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주영도는 곧바로 노윤환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있던 노윤환은 이 순간만큼은 더없이 여유로웠다.그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며 야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해방감에 잠시 취해 있던 참이었다.사람은 역시 너무 편안해도 탈이다.지나치게 여유로워지면 오히려 일이 터지기 마련이다.날카로운 휴대전화 벨 소리가 그의 여유로운 시간을 끊어버리듯 울려 퍼졌다.발신자 번호를 확인한 순간 노윤환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전생에 자신이 주영도에게 큰 빚이라도 졌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그게 아니라면 이번 생에 이렇게까지 그를 위해 목숨 바쳐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노윤환은 잠시 전화를 무시할까도 생각했지만 매달 들어오는 두둑한 월급과 연말 보너스를 떠올리며 이내 정신을 되찾았다.그는 이 정도면 아직은 버틸 만하다고 자신을 스스로 달랬다.“네, 대표님.”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주영도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지수현 아내의 지난 5년간 모든 행적을 조사해 봐. 그리고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도 확인해.”노윤환은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전에 두 사람 관계에는 관심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자기 입으로 했던 말이었지만 주영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강루인은 죽지 않았어. 지금은 지수현의 아내로 살고 있어.”순간 전화기 너머로 잠깐 정적이 흘렀다.노윤환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혹시 꿈꾸고 있는 건가 싶어 팔을 꼬집어보았고 곧 현실이라는 걸 확인했다.이미 밤은 깊었지만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그렇다면 자신이 잘못 들었거나 주영도가 헛소리하는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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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주영도는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최지호가 왜 지수현을 알고 있었고 함께 식사까지 하게 된 건지, 게다가 자신을 마주했을 때 어딘가 불편해 보였던 그 미묘한 태도까지.결국 모든 일의 근원은 단 하나였다.분노에 휩싸인 주영도는 이성을 완전히 잃은 듯 더욱 거칠게 주먹을 휘둘렀고 최지호를 거의 샌드백처럼 몰아붙였다.그의 한마디에 최지호는 잠시 움찔하더니 눈빛에는 아주 잠깐 당혹감이 스쳤다.‘어떻게 알아낸 거지?’그러나 뺨에 번진 뜨거운 통증과 입안에 퍼지는 피비린내가 그 마지막 당혹감마저 서서히 지워버렸다.그는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일방적으로 맞아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주영도는 작정이라도 한 듯 노골적으로 얼굴만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다.억울함이 치밀어 오른 최지호도 결국 참지 못하고 그대로 반격했다.두 사람은 거리 한복판에서 서로 주먹을 주고받으며 소란을 일으켰다.그들의 싸움이 점점 거칠어지자 구경하던 사람들은 선뜻 나서서 말리지도 못했다.혹시라도 인명사고가 나서 자신의 영업에 영향을 줄까 봐 두려웠던 군밤 가게 주인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경찰에 신고했다.결국 두 사람은 경찰서로 연행됐다.경찰은 원래대로라면 벌금과 훈방으로 처리하려 했지만 신분을 확인한 순간 준비해 두었던 말이 모두 목구멍에 걸려버렸다.‘참 한가한 사람들이네. 이 늦은 밤에 집에도 안 가고 왜 거리 한복판에서 싸우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업무 부담만 늘잖아!’보석 서류를 들고 달려온 노윤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그는 볼펜으로 서류를 거의 찢을 듯 눌러 서명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정말 사람 속을 제대로 썩이네.’경찰서 밖으로 나오자 주영도와 최지호는 출입문 양쪽에 떨어져 서서 서로 다른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다.노윤환은 그 뒤에 서서 주영도의 시선이 닿지 않는 틈을 타 노골적으로 한 번 흘겨보았다.‘또 시작이네.’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억지로 표정을 정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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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최지호는 원망이 섞인 눈빛으로 함지율을 노려보며 억울함을 터뜨렸다.“넌 사람도 아니야. 양심이 너무 없어.”함지율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내가 왜 양심이 없어? 말 좀 되는 소리를 해. 군밤 좀 사다 달라고 한 게 그렇게 큰 죄야? 싫으면 싫다고 말하든가. 배달시키면 되는 거였잖아.”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손끝으로 향했다.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은 빈손을 확인한 순간 함지율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군밤은? 군밤 사러 나간 거 아니었어?”처음부터 싫었으면 거절하면 될 일이지 사람을 기다리게 만들어 놓고 자신을 원망하는 이 상황을 함지율은 이해할 수 없었다.“군밤, 군밤! 네 머릿속엔 군밤밖에 없지? 나는 보이지도 않는 거지?”최지호는 서운함이 담긴 말투로 투덜거렸다.“내가 지금 너 때문에 이렇게 맞고 온 건데. 내 걱정은 하나도 안 하고 말이야. 넌 그저 먹을 것만 생각하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래?”함지율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나 때문에? 네가 맞은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최지호는 곧바로 받아쳤다.“왜 상관이 없어? 내가 강루인 씨 살아 있는 거 숨겼다는 사실을 알고 주영도가 날 보자마자 다짜고짜 때렸다고. 너 먹으라고 샀던 군밤 지키려다 몇 대 더 맞았고. 결국 그 군밤도 바닥에 다 떨어졌거든.”그 말에 함지율은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주영도 그 사람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왜 사람을 때려? 무슨 자격으로?”“비켜! 내가 직접 가서 따질 거야!”그녀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최지호의 억울함을 대신 갚아주려고 주영도와 한판 붙을 기세였다.“됐어, 됐어. 이미 내가 제대로 갚아 줬고 망신도 줬어.”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만족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완전히 양심 없는 건 아니네. 그래도 자기 남편 정도는 챙길 줄 아는 여자였네.’“우린 저런 고독한 미친놈은 상대하지 말자. 사랑을 주고받는 우리가 질투 나서 그러는 거야.”함지율은 손을 뻗어 최지호의 상처 난 얼굴을 살며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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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생각에 잠긴 진경자는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고 이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주영도는 캣타워 위에 엎드려 있는 통통한 고양이에게 다가가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가 곧 돌아올 거야. 너도 기쁘지?”그 사이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창밖으로 옮겨져 정원 한쪽에 묶여 있는 그네에 머물렀다.한때 그네 위에 앉아 있던 강루인의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또렷하게 재생되었다.그녀의 온화한 모습, 장난스럽게 웃던 얼굴, 또 한없이 부드러웠던 순간들까지.그 모든 장면이 살아 움직이듯 주영도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며 그녀가 여전히 곁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주영도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넋을 잃은 듯 바라보고 있었다.한편, 강루인과 지수현은 함께 지은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있었다.차가 어린이집 앞에 멈춰 서자 지은우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엄마, 나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요. 다 꼬맹이들이란 말이에요. 너무 시끄러워요.”강루인이 아직 말하기도 전에 운전석에 있던 지수현이 코웃음을 치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너도 같은 꼬맹이면서 누굴 말해? 얼른 내려. 그렇게 꾸물거리다 바지까지 닳아 구멍 나겠어.”지은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빠, 너무 싫어.”지수현은 태연하게 받아쳤다.“괜찮아. 나도 너 싫거든.”“엄마...”지은우는 금방이라도 울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강루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둘 다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싸우는 거 안 질려?”그녀는 더 이상 말싸움이 이어지지 않도록 지은우를 조심스럽게 안아 차 밖으로 내리며 말했다.“그만해. 어린이집에 안 가면 뭐 할 건데? 얼른 들어가. 끝나면 데리러 올 테니까.”지은우는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눈치채고 곧바로 태도를 바꿔 애교를 부리며 조건을 붙였다.“그럼 데리러 올 때 초콜릿케이크 사주세요.”강루인은 아이의 옷깃을 정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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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일인 병실 안에서 이홍섭은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었고 간호사는 그의 전신을 마사지하며 근육이 위축되는 것을 막고 있었다.강루인의 기억 속에 늘 패기가 넘치던 그가 지금은 야위고 무력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교수님...”혹시라도 놀랄까 봐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이홍섭은 느릿하고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강루인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흐릿하고 빛을 잃은 그의 눈동자가 잠시 멈칫하더니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강루인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교수님, 저 왔어요.”그 말 이후 병실은 한동안 정적에 잠겼다.너무 고요해서 벽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한참 지난 뒤에야 이홍섭이 겨우 반응을 보였다.텅 비어 있던 눈빛에 미세한 파문이 일며 감정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이홍섭은 눈을 크게 뜨더니 억눌렸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듯 격하게 반응했다.“어... 너... 너...”그는 무언가 말하려고 얇은 입술을 몇 번이나 움직였지만 제대로 된 문장 하나조차 뱉어내지 못했고 얼굴 근육마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강루인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 힘겹게 들어 올린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교수님,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었어요.”이홍섭의 거친 숨소리가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평소 고요하기만 하던 그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반가움, 그리고 원망까지 뒤섞인 감정이 동시에 일렁이고 있었다.말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었다.그때 복도 끝에서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강루인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문 앞에는 차성열이 숨을 헐떡이며 한 손으로 문손잡이를 꽉 움켜쥔 채 서 있었다.“강루인?”그는 목울대를 한 번 움직이더니 아직 확신하지 못한 듯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간호사에게서 강루인이라는 사람이 요양원에 왔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그는 잘못 들은 줄로 알았다.하지만 이홍섭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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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오직 그 이유 하나 때문에 강루인은 스스로 모든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차성열이 단호하게 물었다.“그게 누군데?”이미 많은 것을 짐작한 듯한 그의 태도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강루인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주세웅.”이름을 들은 차성열의 표정은 순간 날카롭게 굳었다.의외이면서도 어딘가 예상 가능한 이름이었다.주씨 가문이라면 그런 선택을 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주세웅이 강루인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이유를 그녀 또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주영도와 얽힌 강루인의 존재가 주씨 가문을 계속 흔들고 있었고 그 불안 요소를 제거하려 했던 것이다.그녀를 희생시켜 목숨으로 목숨을 바꾸려는 계산이었다.결국 강루인을 죽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도 손해가 적은 방법이었을 것이다.다시 말하면 주씨 가문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부를 것조차 없는 선택이었다.그녀가 사라지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되찾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었기에 그들에게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선택이었다.강루인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화제를 돌렸다.“교수님은 언제 뇌졸중 진단을 받으신 거예요?”이홍섭은 매년 건강검진을 꼬박 받던 사람이었고 신체 나이도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건강한 편이었다.강루인은 그런 사람이 불과 5년 사이에 이렇게 변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무거웠다.차성열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이내 가볍게 넘기듯 말했다.“연세가 있으시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자연스러운 일이야.”강루인은 그의 말을 바로 받아치지 않고 몇 초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5년 동안 사라진 건 맞지만 과거의 기억까지 잃은 건 아니에요.”차성열이 그녀가 일부러 에둘러 말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듯 그녀 역시 그의 말 속에 남겨진 여지를 모를 리 없었다.강루인은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말해봐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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