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Bab 601 - Bab 610

649 Bab

제601화 하늘은 공평하네

서지혁이 식당 2층으로 올라왔을 때, 하시윤은 이미 그를 위해 따뜻한 차를 한 잔 따라놓은 상태였다.그가 자리에 앉자 하시윤이 먼저 말을 건넸다.“타이밍 참 안 맞네. 재윤 씨 방금 막 나갔거든. 밑에서 서로 마주치지 않았어?”서지혁은 조금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시치미를 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 그 자식이 여기 있었어? 못 봤는데.”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하시윤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마저 나오지 않았다.예전에는 대체 무슨 눈으로 이 남자를 진중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 보니 이 인간은 그저 뒤끝 작렬하는 유치찬란한 장난꾸러기에 불과했다.주문을 모두 마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하시윤은 슬쩍 하민지의 이야기를 꺼냈다.그녀는 주로 화성 그룹의 현재 내부 사정이 어떤지, 그 구체적인 상황을 물어보고 싶었다.서지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덤덤하게 대답했다.“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야.”그가 이어서 설명했다.“회사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는 해도, 그렇다고 단번에 폭삭 주저앉을 만큼 허술하지도 않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지금 상황이 가장 피를 말리는 고문이 될 거다.”하시윤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뒤 문맥을 다 자른 채 혼잣말처럼 한마디를 툭 던졌다.“그것도 괜찮네.”그 뒤로 음식이 차례로 서빙되었고 세 사람의 식사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마무리되었다.식당을 나와 원래는 지윤정을 먼저 집까지 바래다줄 생각이었으나 정작 지윤정은 손사래를 치며 다가오는 택시 한 대를 멈춰 세웠다.“저 먼저 가볼게요. 대중교통이 이렇게나 잘 되어 있는데 굳이 두 분이 번거롭게 데려다주실 필요 전혀 없어요.”서지혁 역시 그녀에게 무리하게 권하지 않고 깔끔하게 인사를 건넸다.“다음번에 시간 맞춰서 또 모이자고요. 그때는 윤정 씨 남자친구도 같이 불러요.”지윤정이 택시를 타고 멀어진 후, 남겨진 두 사람은 차량에 올라타 곧장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차를 몰고 마당으로 들어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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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거래

조경순은 하민지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외투를 걸어 둔 뒤에야 담담하게 물었다.“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몇 차례 크게 다툰 뒤로 모녀 사이는 예전 같지 않았다. 그 뒤로 하민지도 평소에는 조경순의 집을 거의 찾지 않았다.하민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상의드릴 일이 좀 있어서 왔어요.”그녀는 하시윤이 자신이 가진 지분을 사겠다고 제안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털어놓았다. 오후 내내 마음을 추스른 덕분에 감정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꺼내니 여전히 분한 마음이 치밀었다.“정말 계산 하나는 기가 막히게 했더라고요. 예전에 하시윤이 저한테 지분을 팔 때는 회사가 잘나가던 때라 주가도 높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서지혁이 나서서 우리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그 틈을 타서 하시윤이 다시 지분을 사겠다고 하잖아요. 부부가 손발 맞춰서 아주 제대로 판을 짠 거죠.”조경순은 그녀 옆에 앉았지만 하민지만큼 분노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사겠다고 하면 팔아. 계속 쥐고 있다가는 나중에 지금의 값어치를 못 할 수도 있어. 하시윤 뒤에는 서지혁이 있잖아. 마음만 먹으면 우릴 무너뜨리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 집안 인맥도 넓어.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우리를 압박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지분을 넘기고 싶어도 받아 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어.”말을 마친 조경순은 하민지를 바라봤다.“파는 게 맞아.”하민지는 씁쓸하게 웃었다.“엄마는 생각보다 담담하시네요. 적어도 저랑 같이 하시윤 욕은 해 주실 줄 알았어요.”조경순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제는 욕할 기운도 없어.”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 너머에는 수많은 불빛이 반짝이며 평소처럼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삶만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았다.“손절은 빨리할수록 좋은 거야. 난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잠시 말을 멈췄던 조경순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때 이혼했어야 했는데. 괜히 미련을 못 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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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계산이 빗나가다

거실로 들어온 하시윤은 지분 양도 계약서를 꺼내 서지혁에게 건넸다.서지혁은 계약서를 천천히 넘겨보더니 피식 웃었다.“이런 생각이었구나.”계약서를 무릎 위에 펼쳐 놓은 채 다리를 꼰 그는 하시윤을 올려다봤다.“하민지, 속이 뒤집혔겠는데?”하시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화는 잔뜩 났는데 어쩌지도 못하더라.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을걸.”두 사람은 그대로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이어갔다.“필요하면 사람 붙여줄까?”“필요하지.”하시윤은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나 혼자서는 처음부터 바로 해내기 어려울 것 같아.”화성 그룹은 하병우가 맨손으로 일군 회사였다. 하지만 하시윤은 하병우의 장녀였음에도 회사 일에는 단 한 번도 관여한 적이 없었다. 이제 회사를 맡게 된 이상 처음에는 모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배워야 할 것도 산더미였다. 적어도 초반에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서 길을 잡아줄 필요가 있었다.잠시 생각하던 서지혁이 입을 열었다.“하민지가 회사에 오래 있었던 만큼 자기 사람도 꽤 있을 거야. 내가 믿을 만한 사람 둘 붙여줄게. 괜히 만만하게 보고 건드리는 사람 없게.”하시윤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그건 걱정 안 해도 돼.”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한 그녀가 덧붙였다.“내가 들어가는 순간 내가 제일 높은 사람인데 누가 감히 나를 괴롭히겠어?”그랬다간 회사 생활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마침 하시윤이 돌아온 것을 본 인순 아주머니는 음식을 차려 식탁에 내오며 저녁 먹을 시간이라고 알렸다.하시윤은 손을 씻고 식탁에 앉았다. 휴대폰을 식탁 위에 내려놓자마자 또다시 메시지 알림이 떴다.이번에도 연재윤이었다.정말 한가한 사람답게 병원까지 따라가 조금 전 사건의 후속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주고 있었다.남자는 여러 차례 칼에 찔렸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고 했다. 다만 남성으로서의 기능은 앞으로 회복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현재는 수술을 받고 있어 아직 수술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자기는 시간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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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 건 알고 있어

서지혁은 서재에서 회사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두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하시윤은 휴대폰을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 책상 뒤편으로 돌아가 선 그녀가 물었다.“아직도 바빠?”서지혁은 서류를 내려놓았다.“회사에서 다 못 끝낸 일이 좀 있어서.”하시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화면에는 아직 연재윤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재윤 씨, 가지고 있던 지분 다 팔았대?”“응.”서지혁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어제 다 정리했고 회사에서도 직책 내려놨어.”그는 휴대폰 화면을 흘끗 보더니 덧붙였다.“연씨 가문 본가도 매수자가 나타났어. 시세대로 가격을 불렀다니까 아마 그것도 팔겠지.”하시윤은 책상에 등을 기댄 채 한숨을 내쉬었다.“그것까지 다 정리하면... 정말 떠날 생각인가 봐.”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인준 씨한테 들었는데 보육원에도 큰돈을 기부했대.”그 이야기는 서지혁도 처음 듣는 모양이었다.“그래?”“한 군데가 아니래. 여러 보육원에 기부했대.”하시윤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출생만 빼면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야.”서지혁이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보육원에서 자라서 가진 것도 빽도 없이 밑바닥부터 버텼잖아. 주먹 하나 믿고 사람을 모으고 조금씩 자기 세력을 만들었고. 그러다 지혁 씨를 발판 삼아 하강시로 돌아와 지혁 씨랑 같이 아버님을 상대한 뒤, 다시 연씨 가문을 상대로 머리를 쓰면서 결국 연상훈까지 무너뜨린 거 아니야?”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모르겠어. 말로는 금방 끝나는 이야기지만 연상훈이 지혁 씨 아버님이랑 친구였던 사람이잖아. 그렇게 만만한 사람도 아니었을 텐데 재윤 씨가 연씨 가문에서 얼마나 무시를 당했고 얼마나 많은 계산과 노력을 하면서 겨우 자리를 잡았을지 상상도 안 돼.”잠시 말을 멈춘 하시윤은 목소리를 한층 낮췄다.“그래도 제일 대단한 건 그거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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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본성은 나쁘지 않은데

하민지는 전화를 끊은 뒤 밖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 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문을 밀고 들어갔다.병상에 기대앉아 있던 남자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표정에 이미 짜증이 묻어 있었다.“하 씨, 참 느긋하시네요. 어머니 걱정은 별로 안 되나 봅니다?”하민지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침대 앞으로 다가가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 쉽게 알 수 없었다.“생각보다 멀쩡해 보이네요.”그 한마디에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마침 침대 옆 협탁에는 간호사가 조금 전 따라 놓고 간 물컵이 하나 있었다. 이미 식어 있던 물이었다. 남자는 컵을 집어 하민지를 향해 그대로 집어 던졌다. 빗나간 덕분에 맞지는 않았지만 컵 안의 물이 튀어 하민지 옷에까지 흩어졌다.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멀쩡해 보여? 이게 멀쩡한 거야?”하민지는 아무 표정 없이 옷에 튄 물방울만 툭툭 털어낸 뒤 곧장 본론을 꺼냈다.“합의서를 써줄 생각이면 얼마를 원해요?”남자는 이를 악문 채 잠시 뜸을 들이다가 20억을 불렀다.하민지는 피식 웃었다.“그럼 더 얘기할 필요 없겠네요.”그녀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남자는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무슨 뜻이야? 돈 안 줄 거야?”하민지는 병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그만한 돈 없어요. 그럼 법대로 하죠. 판결 나오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잖아요.”남자는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처를 건드린 듯 신음을 내지르며 다시 침대 위로 쓰러졌다.“말도 안 돼. 당신이 돈이 없을 리가 없잖아! 회사도 있지, 아버지도 얼마 전에 돌아가셨잖아. 유산도 엄청 받았을 텐데 돈이 없다고? 누가 믿어? 괜히 불쌍한 척하지 마! 당신 엄마가 감옥 간다고 배상금 안 물어도 될 줄 알아? 결국 소송까지 갈 거야. 내 상태면 배상금도 적게 안 나와. 결국 돈은 돈대로 내고 형량도 못 줄이면 손해만 보는 거라고!”하민지는 다시 남자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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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연재윤은 세면대에 기대어 선 채 병실 밖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야 문을 열고 나왔다.“돈은 받았어?”남자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원래도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라 그런지 지금은 더욱 초췌하고 불쌍해 보였다.그는 연재윤을 보며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지만 상처가 너무 아픈지 배를 움켜쥔 채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 그게...”연재윤이 손을 내저었다.“걱정 마. 안 건드린다고 했으면 정말 안 건드려. 난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니까.”그는 병실을 나서려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아까 했던 말, 다 사실이지?”그리고 말을 덧붙였다.“조경순이 하시윤을 해치려고 했다는 그 얘기 말이야.”“정말입니다.”남자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그때는 조경순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횡설수설하면서 별 얘기를 다 했는데 그걸 제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요. 게다가 제가 거짓말이었다면 하민지가 돈을 줄 리도 없죠. 저렇게 선뜻 돈을 준 건 찔리는 게 있으니까 그런 겁니다. 저 돈은 보상이 아니라 제 입을 막으려는 돈이에요.”연재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는 발걸음을 옮기며 툭 한마디를 던졌다.“앞으로는 제대로 된 일 하면서 살아. 쓸데없는 욕심 부리다가 남은 인생까지 다 말아먹었잖아.”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만 움켜쥐고 있었다.병실 문이 닫히자 그는 눈을 감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다가 끝내 분을 참지 못하고 침대를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한편 연재윤은 병원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지만 곧바로 출발하지는 않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인 뒤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하시윤은 화성 그룹을 찾았다.처음 와 보는 곳이었다. 건물 앞에 섰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지만 로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프런트 직원은 하시윤을 보자 잠시 눈을 크게 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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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어?

하시윤은 책상을 돌아 서지혁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리자 마침 통화를 마친 서지혁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는 가볍게 힘을 주어 하시윤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 뒤 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웬일이야? 여기까지.”하시윤은 편안하게 그의 품에 몸을 기댔다.“아까 화성 그룹에 가서 내 영토를 한 바퀴 둘러보고 왔거든. 이제는 여기 와서 불시 점검하는 중이야.”그러곤 작게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나 하루 종일 너무 바빠.”서지혁이 웃음을 터뜨렸다.“다행히 심연정은 올라오지 말라고 했네. 안 그랬으면 괜히 설명할 일만 생겼을 텐데.”“아래에서 만났어.”하시윤이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바라봤다.“지혁 씨 만나러 온 거야? 협력 얘기하려고?”“그런 것 같더라.”서지혁은 턱으로 그녀의 볼을 가볍게 비비며 말했다.“그런데 난 별로 협력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굳이 만날 필요도 없지.”하시윤은 어깨를 으쓱했다.“서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협력해도 괜찮잖아. 난 그런 건 별로 신경 안 써.”“난 신경 써.”서지혁은 그녀를 조금 더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예전부터 나랑 심연정 사이를 두고 별 얘기가 다 있었잖아. 아직 우리 결혼식도 안 했는데 내가 또 그 사람이랑 손잡으면 사람들이 괜히 또 이것저것 떠들 거야.”그는 하시윤을 품 안으로 더 깊이 끌어안았다.“시윤아, 넌 신경 안 써도 나는 신경 써.”그러고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덧붙였다.“나, 엄청 속 좁은 사람이거든.”하시윤은 피식 웃으며 그의 팔을 가볍게 툭 쳤다.“알았어, 알았어.”그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남편 점수는 만점 줄게.”서지혁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그럼 보상은?”그러더니 의미심장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오늘 밤...”하시윤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지혁을 노려봤다.서지혁은 그럴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나이 들어서 그런 건지 요즘 자꾸 옛날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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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나 대신 나서 준 거네

서지혁은 하시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연재윤?”잠시 생각하던 그가 서인준에게 물었다.“연락하고 지냈어?”서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며칠 전에 밖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잠깐 얘기했고 오늘도 전화 한 통 했어.”추모 공원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날은 누구보다 화를 냈지만 정작 가장 빨리 털어낸 사람도 서인준이었다.그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피식 웃었다.“지금은 아주 팔자가 좋지. 회사도 안 나가고 돈도 많고. 연상훈 명의 재산도 워낙 많아서 대부분 처분했대. 지금은 돈도 있고 시간도 있으니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여유롭게 살고 있어.”서지혁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언제 떠난대?”서인준은 어깨를 으쓱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다만 하민지랑 끝장을 볼 생각인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여기서 좀 더 버티지 않을까?”“그래.”서지혁은 짧게 답한 뒤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서인준이 찾아온 이유는 잡담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차를 두 잔 정도 마신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이야기가 시작됐다.하시윤은 그쪽 일에는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옆에서 한동안 휴대폰을 보다가 두 사람이 업무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든 걸 확인한 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왔다.복도로 나온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연재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연재윤은 금세 전화를 받았다. 주변이 꽤 시끄러운 걸 보니 밖에 있는 모양이었다.“형수님.”하시윤이 물었다.“잠깐 만날 수 있어요? 저 지금 지혁 씨 회사에 와 있는데.”“마침 근처예요.”연재윤이 바로 대답했다.“제가 그쪽으로 갈게요.”통화를 마친 하시윤은 입구에서 잠시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재윤이 차를 몰고 나타났다.차도 바뀌어 있었다. 차체는 파란색과 초록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으로 래핑돼 있었는데 보기에는 예뻤지만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오디오까지 손을 본 모양이었다. 멀리서부터 음악 소리가 쿵쿵 울려 퍼졌고 마치 배기음을 크게 튜닝한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처럼 요란했다.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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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네 상전이라도 되나 보지

서지혁의 사무실에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은 점심때를 가리키고 있었고 오랜만에 이렇게 넷이 모두 모인 만큼 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로 의견이 모였다.식당은 서인준이 미리 알아봐 둔 곳으로 예약했고 일행은 차량 두 대에 나누어 타고 목적지로 이동했다.예약된 룸은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그들은 넓은 로비를 지나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갔다.한참 계단을 오르던 중, 타이밍 좋게 집을 지키고 있던 인순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시윤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추며 곁에 있던 서지혁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나 전화 좀 받고 갈 테니까 먼저들 들어가 있어.”그녀는 계단에 멈춰 서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 아주머니.”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아닌, 아들 서정우의 혀 짧고 애교 섞인 목소리였다.“엄마.”아이가 조르듯 물었다.“엄마는 왜 아직도 집에 안 와요? 이제 곧 밥 먹을 시간인데.”하시윤은 달래듯 얼른 대답했다.“정우야, 엄마는 오늘 점심에 아빠랑 밖에서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 그러니까 정우도 집에서 아주머니 말씀 잘 듣고 착하게 밥 먹고 있어, 응? 엄마가 조금 있다가 금방 들어갈게.”아이는 못내 아쉬운 듯 투덜거렸다.“네, 알겠어요. 엄마, 집에 일찍 들어와야 해요. 저 엄마 엄청 많이 보고 싶단 말이에요.”그 어린 녀석은 평소에도 워낙 엄마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어리광쟁이였기에 하시윤은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저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응, 알았어. 우리 정우 최고.”몇 마디 다정한 대화를 더 주고받은 끝에 전화가 끊겼고 그녀는 몸을 돌려 예약된 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전화를 받느라 고작 아주 짧은 시간 자리를 비웠을 뿐이었다. 그녀는 세 사람이 룸 안에서 비록 소리 내어 호탕하게 웃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오랜만에 만난 만큼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사담이라도 주고받고 있으려니 짐작했다.하지만 그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문이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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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속 터지게 만들기

하민지는 조경순을 위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이제는 그녀도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한 상태였다.조경순이 형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남은 건 형량이 얼마나 나오느냐 뿐이었다.예전에 하시윤에게도 말했듯 지금의 조경순은 감옥에 들어가든 그렇지 않든 삶이 크게 달라질 상황이 아니었다. 얼마나 오래 있게 되는지, 이제는 그것마저 중요하지 않았다.며칠 뒤, 하민지는 변호사와 함께 조경순을 만나러 갔다.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조경순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교도관에게 이끌려 오는 내내 입술을 쉬지 않고 달싹였고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를 혼잣말을 계속 중얼거렸다.자리에 앉은 뒤에도 한참이나 하민지를 바라보던 그녀는 그제야 딸을 알아본 듯 눈시울을 붉혔다.“민지야...”하민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엄마.”잠시 말을 고르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안에서는 괜찮아요?”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눈에 뻔히 보였다.조경순의 귀밑에는 흰머리가 부쩍 늘어 있었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다. 며칠 사이 사람이 눈에 띄게 늙어 버린 모습이었다.조경순은 수갑을 찬 손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조금이라도 딸과 가까워지고 싶은 듯 애를 쓰며 다급하게 물었다.“민지야, 넌 괜찮니? 아무도 너 괴롭히진 않았어?”그 초조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하민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마음이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조경순이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데 하민지가 은근히 유도한 말들이 아주 영향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도 아니었다.결국 하시윤에게는 손끝 하나 대지 못한 채 지금의 조경순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건 그 남자와의 악연이었다. 따지고 보면 스스로 저지른 일의 대가를 치르는 셈이었다.그런데 막상 눈앞의 조경순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자신의 앞날조차 알 수 없는 처지이면서도 그녀는 오직 딸 걱정뿐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 하민지는 가슴 한구석이 먹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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