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Bab 611 - Bab 620

649 Bab

제611화 자유를 사랑하는 남자

몇 분 뒤 연재윤이 도착했다. 서정우는 그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달려가 활짝 웃으며 불렀다.“재윤 아저씨!”연재윤이 차에서 내리자 서정우는 그의 두 손을 유심히 살펴봤다.“오늘도 빈손으로 온 거예요?”그러더니 이내 혼자 고개를 저으며 싱긋 웃었다.“그럴 리 없지. 재윤 아저씨가 통이 엄청 크잖아요.”연재윤은 피식 웃으며 서정우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그러자 서정우는 얼른 몸을 뒤로 빼며 피한 뒤 다시 물었다.“맞죠?”“그래.”연재윤은 손을 거두고 차 뒤편으로 걸어가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작은 철제 케이지 하나를 꺼내 서정우의 앞에 내밀었다.케이지 안에는 갈색 털에 커다란 귀를 가진 토끼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앙증맞은 모습에 서정우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우와! 너무 좋아요!”아이는 토끼가 든 케이지를 번쩍 들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연재윤이 황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정우야.”서정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씩씩하게 말했다.“재윤 아저씨가 제일 좋아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목소리에는 영혼이라고는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서지혁은 웃음을 터뜨렸다.“다음부터는 이런 살아 있는 동물은 사 오지 마. 내가 키우는 건 괜찮은데 계속 이러다 보면 정우가 키워 볼만한 동물이 금방 바닥날 거야. 차라리 먹을 거나 장난감을 사 오는 게 낫겠다.”연재윤은 대답 대신 서시은에게 다가가 볼을 살짝 건드리며 웃었다.“시은아, 삼촌이라고 한번 불러 봐.”“꺼져.”서지혁은 단칼에 잘라 말한 뒤, 그대로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요즘 서시은이 말을 배우기 시작한 뒤로는 아이가 누구를 부르기만 해도 서지혁은 괜히 심기가 불편했다.연재윤은 키득거리며 웃더니 뒤따라 거실로 들어갔다.마침 식사가 막 준비된 참이었다. 하시윤이 주방에서 나오다가 연재윤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어디 다녀왔어요? 몸에서 무슨 냄새 나는데요.”연재윤은 얼른 고개를 숙여 자기 옷 냄새를 맡았다.“소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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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선처를 구하다

다음 날, 하시윤은 경찰서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하민지가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두 자신의 오해였다며 하시윤을 고소한 건 착오였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대신 하민지가 연재윤을 고소했는지는 하시윤도 알지 못했다. 그럴 여유도 없었다.그녀는 곧바로 회사 업무 인수인계에 매달려야 했다.하민지는 부상이 워낙 심해 당분간 퇴원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인수인계에도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굳이 그녀가 자리에 있어야만 진행되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서지혁은 미리 전문 인력을 붙여 두었고 하시윤은 그들과 함께 화성 그룹으로 향했다.두 사람 모두 경험이 많은 전문가였다. 하시윤의 확인이 필요한 자료들은 미리 하나하나 검토를 마친 상태였고 진행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견되자 곧바로 관련 직원을 불러 수정하도록 했다. 덕분에 인수인계는 큰 차질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이후 하시윤은 회사 전반을 둘러보며 업무를 파악했고 각 부서 직원들과도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그렇게 서지혁이 붙여 준 실무진과 함께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아직 모든 업무를 완전히 익히기도 전에 서지혁 회사의 협력 프로젝트가 먼저 넘어왔고 뒤이어 서강 그룹의 프로젝트까지 잇달아 들어왔다.하시윤은 회사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처음만 해도 오래 근무한 임원들 가운데는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에게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데.서지혁의 회사와 서강 그룹의 프로젝트가 연이어 들어오자 불만을 품고 있던 사람들도 더는 군말을 하지 못했다.회사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하시윤은 실무진과 함께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하나씩 점검했다.그리고 월요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의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회사가 혼란스러웠던 틈을 타 허위 장부를 만들고 리베이트를 챙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사실 큰 금액은 아니었다. 하병우가 회사를 운영하던 시절에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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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만찬

주씨 가문의 만찬에는 서지혁과 하시윤이 함께 참석했다.지난번 연회에서는 하시윤이 서지혁의 파트너 자격으로 그의 곁에 섰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이제 그녀는 화성 그룹을 대표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었다.하시윤은 문득 지난 연회가 떠올랐다.그때 서지혁은 사람들에게 하시윤을 ‘하씨 가문의 장녀’라고 소개했었다.그 말을 들으면서도 하시윤은 내심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하씨 가문 사람이기는 했지만 오래전부터 그 집안에서 내쳐진 몸이었다. 장녀라는 호칭은 이미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하시윤은 당당하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잔을 부딪치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담소를 이어갔다.그때 연재윤이 다가왔다.핑크색 정장에 꽃무늬 셔츠까지 받쳐 입은, 여전히 눈에 확 띄는 차림이었다.“형수님.”인사를 받은 하시윤은 그의 목을 힐끗 훑어보더니 물었다.“설마 아직도 금목걸이 하고 있는 건 아니죠?”연재윤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굵은 금목걸이를 살짝 끄집어냈다.“여기 있습니다.”하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목걸이는 평생 못 빼는 거예요?”연재윤은 다시 목걸이를 옷 안으로 밀어 넣고 가슴팍을 툭툭 두드렸다.“이게 없으면 불안해서 안 됩니다.”그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한동안 빼 본 적도 있는데 영 안 되더라고요. 괜히 마음이 허전해서.”하시윤은 피식 웃었다.“그 정도면 재윤 씨 트레이드마크네요.”“맞습니다.”연재윤도 웃으며 맞장구쳤다.“나중에 저 못 알아보시면 이걸 보고 찾으세요.”그는 와인잔을 든 채 주변을 한 바퀴 둘러봤다.“그런데 서지혁은요? 형수님 옆에 딱 붙어 있을 줄 알았는데.”“아까 누가 붙잡고 얘기하더라고요.”하시윤도 주변을 둘러봤다.“난 그런 자리 재미없어서 슬쩍 빠져나왔는데... 지금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이네요. 어딘가에 있겠죠.”연재윤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웃었다.“형수님은 걱정도 안 되나 보네요.”“뭘 걱정해야 하는데요?”하시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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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이상하네

주씨 가문이 주최한 만찬은 얼마 전 완벽하게 마무리 지은 정부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념하는 축하 연회를 겸하는 자리였다.이를 위해 인기 아이돌 그룹을 초청해 축하 공연을 마련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경품 추첨 행사도 예정돼 있었다.하지만 연재윤은 그런 행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두 개의 연회장을 한 바퀴 둘러본 그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밖으로 나왔다.연회장 뒤편에는 아담한 정원이 있었고 정원 끝은 긴 회랑으로 이어져 있었다.회랑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휴게실이 나오는 구조였다. 연재윤은 특별한 목적도 없이 천천히 그 길을 걸었다.한 곳에 다다른 연재윤은 걸음을 멈췄다. 기둥에 기대 담배 한 대 피우려던 그는 문득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귀를 기울였다.잠시 뒤 담뱃갑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발걸음을 옮겼다.휴게실 하나를 지나려던 순간이었다. 안에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다. 경쾌하면서도 막힘없이 이어지는 연주였다. 그리고 피아노 소리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언제까지 칠 거니? 연회는 이미 시작됐어. 조금 있으면 주최 측 인사도 있는데 우리도 얼굴은 비춰야지.”연재윤은 금세 상황을 짐작했다.‘주씨 가문 사람이겠군.’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몸을 돌렸다. 괜히 남의 집 이야기를 엿들을 생각은 없었으니까.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뭘 그렇게 재촉해.”맑고 청아한 여자 목소리였다. 방금 들었던 피아노 선율처럼 듣기 좋은 음색이었다.연재윤의 걸음이 멈췄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휴게실 쪽으로 걸어갔다.휴게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따뜻한 노란색 조명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연재윤은 발소리를 죽인 채 문 앞에 멈춰 안을 들여다봤다.휴게실은 그리 넓지 않았다. 한 여자가 문을 등진 채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건반 위를 경쾌하게 오가고 있었다.그 옆에는 화려한 보석으로 한껏 치장한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그녀 역시 문 쪽을 등진 채 말했다.“아버지가 벌써 몇 번이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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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질투

하시윤이 최승우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순간, 대표 사무실 문이 열렸다.문이 열리기도 전에 밖에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최 대표님.”하시윤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서지혁인 걸 확인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서지혁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오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근처에서 미팅이 있었어. 마침 여기랑 가까워서 들러 봤지.”그는 곧장 책상 앞으로 다가가 위에 놓인 서류를 힐끗 훑어본 뒤 물었다.“아직 이야기 시작 안 했어?”“응. 아직.”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지혁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내가 자리 비켜 줄까?”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회사와 회사 사이의 협력 이야기인 만큼, 사적인 관계를 앞세우는 것도 좋지 않았다.하시윤은 한동안 생각한 뒤 말했다.“그럼 회의실에서 조금만 기다려 줄래?”서지혁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럴게.”그러고는 최승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럼 두 분 천천히 이야기하세요.”최승우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서지혁이 나가고 대표 사무실 문이 닫히자 최승우가 옅게 웃었다.“의외네요. 평소 모습이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요?”무슨 뜻인지 하시윤도 바로 알아들었다.서지혁이 또 질투하고 있는 것이었다.다른 일에서는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기뻐도, 화가 나도 쉽게 내색하지 않았다.하지만 하시윤에 관한 일이라면 달랐다. 아무리 감정을 숨기려 해도 표정에서 다 티가 났다.하시윤은 괜히 민망해져 웃으며 말했다.“신경 쓰지 마세요.”“전혀요.”최승우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오히려 보기 좋았습니다.”그는 하시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만큼 하시윤 씨를 아낀다는 뜻이니까요.”하시윤은 자리에 앉아 옆에 놓인 프로젝트 자료를 집어 들었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다가 문득 생각난 듯 다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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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여덟 살

최예원의 이름이 나오자 메뉴판을 넘기던 서지혁이 잠깐 흠칫했다.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메뉴판을 넘겼다.“응. 잠깐 이야기했어.”하시윤이 곧바로 물었다.“무슨 얘기 했는데?”옆에서 메뉴를 보던 연재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가 그때 거기로 갔었잖아. 예원 씨 전 남자친구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연재윤은 하시윤을 돌아보며 물었다.“예원 씨 전 남자친구 이야기는 시윤 씨도 아세요?”하시윤은 아는 것이 많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다시 서지혁을 바라봤다.“예원 씨 전 남자친구 얘기라니, 무슨 얘기였어?”서지혁은 하시윤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더 주문한 뒤 메뉴판을 덮었다.“예원 씨 전 남자친구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다는 이야기를 했어. 그 얘기만 잠깐 하고 끝났어.”“그랬구나.”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그런데 예원 씨도 어제 중간에 먼저 갔잖아. 위가 안 좋아서 병원까지 갔다던데.”연재윤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진짜 위가 아팠던 걸까요, 아니면 마음이 아팠던 걸까요?”말을 내뱉고는 피식 웃었는데 서지혁이 슬쩍 시선을 보내오자 연재윤은 얼른 두 손을 내저었다.“농담이에요, 농담.”그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그보다 주씨 가문 쪽은 요즘 어때?”서씨 가문은 예전부터 주씨 가문과 여러 차례 협력해 왔다.문화거리 프로젝트 역시 당시 심씨 가문까지 더해져 세 가문이 함께 추진했던 사업이었다.연재윤이 덧붙였다.“어제 주 회장님 축사할 때 내가 자리에 없었는데 그 집안은 아들 하나, 딸 하나인가?”서인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 오빠랑 여동생 관계.”그는 자연스럽게 주도윤의 이야기를 꺼냈다.“어제 연회 말이야. 겉으로는 준공 기념행사였지만 사실은 주도윤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자리였어.”주태섭 회장은 얼마 전 건강 문제로 병원에 다녀온 뒤, 공식적으로는 과로로 몸이 좋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이후 주건 그룹의 움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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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주서연

주서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복도 끝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직원 두 명이 밖으로 나왔다.한 사람은 음식이 담긴 트레이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옆을 따라 걸었다.두 사람은 복도 한가운데를 지나느라 길을 조금 막게 되자 빈손인 직원이 먼저 걸음을 멈추고 정중하게 물었다.“실례합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연재윤은 트레이 위에 놓인 음식을 힐끗 바라봤는데 자기가 전에 주문한 음식이었다.“괜찮습니다.”그는 짧게 대답하고는 주서연을 데리고 옆으로 두 걸음 비켜섰다.직원들은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예상대로 그들이 멈춰 선 곳은 연재윤 일행이 있는 룸 앞이었다.직원이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안에서 먼저 문이 열렸다. 문틈 사이로 서인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내가 한번 가 볼게. 또 중간에 도망가서 우리 놀리는 거 아닌지.”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직원들을 보자 그는 순간 움찔했다.“아, 음식이 나왔네요?”한쪽으로 비켜서며 직원들을 안으로 들여보낸 뒤, 그도 룸 밖으로 걸어 나왔다.서인준은 안을 돌아보며 말했다.“먼저들 먹고 있어. 우리 기다리지 말고.”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오려다가 복도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여기 있었네.”그는 연재윤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찾으러 나가려던 참이었는데.”추태준은 서인준을 알아보고 먼저 인사했다.“서 대표님, 여기서 다 뵙네요.”서인준도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추태준 씨도 계셨네요.”그러다 시선을 주서연에게 옮겼다가 피식 웃으며 연재윤을 향해 말했다.“아까는 모르는 사람처럼 묻더니. 보니까 아는 사이였네?”그 말을 들은 추태준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연재윤에게 향했다.그제야 연재윤이 서인준과 함께 온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었다.서강 그룹과 연성 그룹이 협력 관계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두 회사 규모도 비슷했고 서로 손잡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연재윤이 연성 그룹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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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우회

다음 날 오전, 하시윤은 안내 데스크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흠칫했다.“누구라고요?”안내 데스크 직원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추원 그룹 추 대표님이십니다. 근처에 왔다가 잠깐 들르셨다고 하시는데요.”직원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예약은 따로 없으셔서... 어떻게 안내해 드릴까요?”그제야 하시윤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이 업계에서 추씨 성을 가진 집안은 많지 않았다.그녀는 잠시 생각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회의 중이라고 전해 주세요. 회의가 막 시작돼서 당분간은 시간이 안 날 것 같다고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한편, 로비 소파에 앉아 있던 추태준에게 안내 데스크 직원이 다가왔다.그녀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추 대표님, 죄송합니다. 방금 확인해 보니 대표님께서 현재 회의 중이십니다. 회의가 막 시작돼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요.”그러고는 말을 고른 뒤 조심스럽게 덧붙였다.“혹시 다음 기회에 다시 찾아주시는 게 어떠실까요?”조금만 눈치가 있어도 정중한 거절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말이었다. 추태준 역시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제가 여기서 조금 기다리죠.”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권할 수는 없었다.“알겠습니다. 조금 뒤에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인사를 마친 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추태준은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만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애초에 추씨 가문은 서씨 가문과 사업상 왕래가 없었는데 아무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온 건 스스로 생각해도 무례한 일이었다.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어제 연재윤과 서인준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그들은 사적으로도 꽤 가까운 사이인 게 분명했다.연재윤에 대한 소문도 어느 정도는 들었는데 평판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어제도 몸싸움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좋게 끝난 건 아니었으니 혹시라도 연재윤이 뒤에서 자신의 험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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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질색

어느덧 점심시간이 됐다. 연재윤은 따로 일정이 없어서 하시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두 사람은 함께 내려가 연재윤의 차에 올랐다. 차에 시동을 걸었지만 연재윤은 한동안 출발하지 않았다.하시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재윤 씨, 뭘 보고 계세요?”그녀도 덩달아 조수석 쪽 사이드미러를 살펴봤지만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무슨 일 있어요?”연재윤은 옅게 웃으며 턱짓했다.“저 차요.”그는 번호판을 읽어 주었다.“추태준 차입니다. 아직도 안 갔네요.”하시윤도 사이드미러로 그 차를 보다가 금세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말 아직도 있네요.”그러다 연재윤을 돌아보며 웃었다.“재윤 씨는 번호판까지 다 알고 계세요?”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뜬 그녀가 물었다.“설마 조사까지 하신 거예요?”“했죠.”연재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인정했다.“어제 식당에서 분위기가 좋게 끝난 게 아니잖아요. 그 사람도 끝까지 못마땅해하는 눈치였고요.”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전 원래 남을 너무 의심하는 편이라 혹시 모르니까 미리 대비해 두는 겁니다.”하시윤은 길게 감탄사를 흘렸다.“아, 그런 이유였군요.”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그 정도면 이해는 되네요.”조금 기다려도 추태준의 차는 여전히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연재윤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연락처를 뒤적여 번호 하나를 눌렀다.하시윤이 옆에서 지켜보는 사이, 잠시 뒤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연재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추태준 씨.”하시윤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을 수 없었다. 다만 2초도 채 지나지 않아 통화가 끊겼다.연재윤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사이드미러를 봤다. 그러자 추태준의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추태준의 차가 빠져나가려면 연재윤의 차 옆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연재윤은 체면을 세워 주거나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차가 가까워지자 곧바로 경적을 두 번 울렸다.빵빵.누가 봐도 일부러 약을 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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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다른 마음

저녁 무렵, 연재윤이 서지혁과 하시윤의 집을 찾았다.마당에서는 서정우가 자신이 선물한 토끼와 놀고 있었다. 토끼를 따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에 옆에 있는 인순 아주머니 품에 안겨 있던 서시은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차를 세우고 내린 연재윤은 손에 아이들 간식을 잔뜩 들고 있었다.마침 서정우가 그를 돌아보자 연재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먹을 것만 사 왔어. 애완동물은 없어.”서정우는 환하게 웃으며 연재윤에게 달려왔다.“재윤 아저씨, 감사합니다.”연재윤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예의도 참 바른 꼬마네.”서정우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저 며칠 뒤에 검사받으러 가는데 그때 재윤 아저씨도 같이 가 줄 수 있어요?”연재윤이 되물었다.“내가 같이 갔으면 좋겠어?”“네.”서정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삼촌은 저랑 같이 가 봤는데 재윤 아저씨는 아직 한 번도 안 갔잖아요.”연재윤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특별한 일정도 없어 그러기로 했다.“좋아. 같이 가자.”서정우는 신이 난 얼굴로 간식을 품에 안고 거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서지혁과 하시윤은 이미 퇴근해 있었다.거실 문 앞에 서 있던 하시윤이 그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재윤 씨가 너무 받아주니까 그렇죠. 앞으로는 요구하는 게 점점 많아질 거예요.”연재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안으로 들어섰다.“돈이나 시간으로 해결되는 거면 얼마든지요. 전 그 두 가지는 제일 안 아쉬운 사람이잖아요.”소파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던 서지혁은 힐끗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서 도대체 언제 갈 거야?”“안 간다.”연재윤은 서지혁 옆에 털썩 앉더니 기지개를 켰다.“여기 아주 눌러앉을 거야. 네가 질릴 때까지.”그러고는 서지혁 손에 들린 서류를 힐끗 들여다봤다.“퇴근했는데도 또 일하냐?”예전 연성 그룹에서 한동안 일을 배운 적이 있었기에 사업에는 소질이 없어도 서지혁이 손에 든 건 프로젝트 자료라는 정도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무슨 프로젝트인데 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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