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621 - Chapter 630

649 Chapters

제621화 아이의 지지

주서연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아니야. 괴롭힘을 당한 거 아니야.”하지만 서정우는 제 할 말만 했다.“누나가 괴롭힘을 당하면 재윤 아저씨가 도와줄 거예요. 아저씨는 엄청 센 사람이에요.”그러다 문득 연재윤을 올려다봤다.“그렇죠? 재윤 아저씨는 엄청 대단한 사람이죠?”연재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정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재윤 아저씨가 괴롭힘을 당해도 아빠랑 엄마가 나설 거예요. 두 분이 재윤 아저씨를 도와줄 거예요.”잠시 생각하던 아이는 진지한 얼굴로 한마디를 덧붙였다.“저도 도와드릴 거고요.”연재윤은 피식 웃었다.“고맙다.”서정우는 해맑게 웃더니 말했다.“그럼 이따가 저 뭐 하나 사 주실래요?”연재윤도 웃으며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사 줄게.”서정우는 그의 손을 놓더니 이번에는 다리를 와락 끌어안았다.“재윤 아저씨가 제일 좋아요.”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선영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졌다.그녀는 일부러 화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연재윤 씨가 우리 서연이를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서연이가 곤란한 일을 겪는 줄 아셨던 모양이더군요.”잠시 말을 고른 그녀가 차분히 덧붙였다.“하지만 그건 오해였습니다. 곤란한 상황이 아니라 저희 집안에서 결정한 일이었어요.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시기 전에 사정을 조금만 더 확인해 보셨으면 합니다. 괜한 오해로 불필요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연재윤은 시선을 주서연에게 돌렸다.“오해였습니까?”그는 담담하게 물었다.“주서연 씨도 그렇게 생각하세요?”주서연은 망설이지 않았다.“아니요. 오해 아니었어요. 그때 연재윤 씨가 도와주신 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서연아.”강선영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직이 그녀를 불렀다.주서연은 어머니를 똑바로 바라봤다.“엄마, 난 추태준 씨가 싫어. 정말 싫다고.”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더는 날 위해서라는 말도 하지 말고 아빠 병을 핑계 삼아서 날 압박하지도 마. 아빠가 아
Read more

제622화 나는 다 알고 있어

연재윤이 대답하려던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하시윤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주서연은 그에게 일이 생긴 줄 알고 조용히 자리를 피하려 했다.하지만 인사도 하기 전에 연재윤이 먼저 전화를 받았다.“주차장이에요. 이쪽으로 오세요.”그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주서연 씨도 여기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주서연은 차마 그냥 돌아설 수 없어 전화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물었다.“서지혁 씨랑 하시윤 씨도 오시는 거예요?”“네.”연재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정우 검사받으러 온 거니까 두 분도 같이 오신 거죠.”주서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연재윤 어깨에 기대 있던 서정우가 그녀를 바라봤다.“누나, 누나도 가족이 병원에 있어요?”연재윤은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아이를 내려다봤다.“누나?”“네?”서정우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만 깜빡였다.연재윤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난 아저씨고 저 사람은 누나야?”서정우는 한참 동안 머리를 굴리더니 무언가 깨달은 듯 말했다.“형! 형, 이따가 선물 하나 사 주실래요?”연재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무슨 형이야. 아저씨라고 해.”“네?”서정우는 더 혼란스러운 얼굴이 됐다.옆에서 듣고 있던 주서연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그럼 나한테는 이모라고 불러도 돼.”서정우는 작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그런데 누나 같은데...”주서연이 워낙 어려 보여 아이가 생각하는 ‘이모’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연재윤은 한 손을 뻗어 아이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나만 아저씨고 저 사람만 누나면 내가 괜히 나이 많은 사람 되는 것 같잖아.”서정우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선물 안 사 주시네.”“너는 하루 종일 선물 생각뿐이냐.”연재윤이 혀를 찼다.“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네.”“있어요, 있어요.”서정우는 얼른 몸을 돌려 연재윤을 꼭 안았다.“재윤 아저씨가 제일 좋아요.”맨날 똑같은 말이었다.잠시 뒤, 서지혁과 하시윤이 주차장으로
Read more

제623화 손찌검

추씨 가문 세 사람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강선영도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연재윤은 추 회장을 힐끗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아직 추 회장님 얘기는 시작도 안 했습니다. 주태섭 회장님 병세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다면서요. 병원에도 인맥이 있어서 검사 결과까지 손에 넣었고 정략결혼도 먼저 제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문화거리 프로젝트 때도 추씨 가문은 참여하고 싶었지만 자격이 안 됐죠. 이번에는 주씨 가문과 사돈을 맺으면 그 기회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고 계산하신 거 아닙니까? 단숨에 재계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한 단계는 더 올라설 수 있으니까요.”“말도 안 되는 소리!”추 회장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 버럭 소리쳤다.“대체 그런 허튼소리를 어디서 들은 거야?”그는 곧장 강선영을 돌아봤다.“저 친구 말은 전부 거짓말입니다. 무슨 전 여자친구니 아이니 하는 얘기도 전부 없는 일입니다.”주서연은 재빨리 연재윤을 바라봤다.하지만 연재윤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아까도 말씀드렸죠. 부정하실 거면 잘 생각하고 하시라고요. 제가 증거를 꺼내는 순간 민망해지는 건 제가 아니라 두 분입니다.”추 회장은 눈을 부릅뜨며 목소리를 높였다.“증거를 내놔 봐! 오늘 증거를 못 내놓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연재윤은 피식 웃었다.“그런 허세는 저한테 안 통합니다. 저는 사람 겁주는 일은 안 해요. 말을 꺼냈다는 건 이미 증거가 있다는 뜻이니까요.”그러더니 숫자를 하나씩 또렷하게 불렀다.“이 번호 맞죠?”그 순간, 추태준의 얼굴이 굳었다.연재윤이 읽은 번호는 바로 그 여자친구의 휴대폰 번호였다.그는 순간 당황한 나머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너... 너 어떻게 그 사람 번호를 알고 있지?”말이 끝나자마자 거실 안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그 한마디만으로도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아차렸다.연재윤은 시선을 추 회장에게 돌렸다.“필요하면 지금 바로 전화해 볼
Read more

제624화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강선영은 차마 주서연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그녀는 두 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평생 부족함 없이 살아오며 힘쓰는 일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조금 전 그 한바탕 몸싸움만으로도 기력이 바닥난 모양이었다.강선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서연이 연재윤을 돌아봤다.“또 저를 도와주셨네요.”연재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별일 아닙니다. 원래 이런 일에는 그냥 못 지나치는 성격이라서요.”주서연은 옅게 웃었다.“그래도 정말 감사합니다.”연재윤은 강선영을 바라봤다.모녀끼리 따로 나눌 이야기가 많을 거라는 걸 짐작한 그는 더 오래 머물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주서연이 얼른 말했다.“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이번에는 집에 가시는 거죠?”“안 데려다주셔도 됩니다.”연재윤은 고개를 저었다.“택시 타고 가면 돼요.”새장도 아직 차 안에 있었기에 주서연은 그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현관을 나선 연재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어머니 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속았다는 걸 아시자마자 상대랑 싸울 기세였잖아요. 물론 처음에는 남의 말만 믿은 건 맞지만 결국 다 서연 씨를 위한 마음에서 그러신 거니까요.”주서연은 그를 돌아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번 일을 겪으면서 둘 사이의 거리도 조금 가까워진 듯했다.“연재윤 씨도 남을 타이를 줄 아시네요. 좀 의외네요.”연재윤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왜요?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사람일 줄 알았습니까?”“그건 아니에요.”주서연은 한동안 생각하다가 말을 삼켰다.사실 그녀는 연재윤에 대해 주도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돌아온 평가는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사생아에 품행도 나쁘고 배운 것도 없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는 사람, 좋은 말은 하나도 없었다.그런데 오늘 직접 겪어 보니 연재윤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조금 전 상황만 봐도
Read more

제625화 서연이 좋아합니까?

그날 저녁, 연재윤은 주서연에게서 온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재윤 씨, 혹시 지금 바쁘세요?”말투만 들어도 부탁할 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안 바쁩니다.”연재윤이 바로 답했다.“무슨 일이세요?”주서연은 미안한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께서 오늘 있었던 일을 다 들으셨어요.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 하시는데 몸이 안 좋으셔서...”연재윤은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병원에 계시죠?”“네.”“그럼 제가 가겠습니다.”주서연은 더욱 미안해했다.“감사드려야 하는 입장인데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해요.”“괜찮습니다.”연재윤은 웃으며 말했다.“사정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까지 감사받을 일도 아니었습니다.”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연재윤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운동복을 입고 나가려다가 몇 걸음 걷다 말고 다시 거울 앞에 섰다.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방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정장을 꺼내 입었다.하지만 그것도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것 같았다.결국 정장을 벗은 그는 옷장을 한참 뒤진 끝에 깔끔한 캐주얼 차림을 골랐고 목에 걸고 있던 굵은 금목걸이도 빼 버렸다.그제야 만족한 그는 집을 나섰다.병원에 도착한 뒤에는 먼저 병원 앞 매장에서 선물을 산 다음 병실로 향했다.주서연이 알려 준 병실 앞에 도착한 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병실 안에는 주씨 가문 네 식구만 있었다.주태섭 회장은 환자복을 입은 채 침대에 기대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환자복만 아니었다면 건강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침대 옆에는 주서연이 얌전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창가 쪽에는 강선영과 주도윤이 서 있었다.연재윤은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문을 두드렸다.강선영이 먼저 문을 열어 주었다.그녀는 연재윤 손에 들린 선물을 보고 말했다.“오시기만 해도 되는데 뭘 이런 것까지 사 오셨어요.”그 말을 들은 주서연이 고개를 들고
Read more

제626화 기준이 뭐야

엘리베이터 앞까지 갔지만 아직 엘리베이터는 올라오지 않았다. 주서연이 물었다.“재윤 씨, 식사는 하셨어요?”연재윤은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저녁은커녕 점심도 걸렀다.연재윤이 대답하지 않자 그 침묵만으로도 답은 충분했다.주서연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밥 살게요. 저를 두 번이나 도와주셨는데 제가 계속 말로만 고맙다고 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어떻게든 식사 한 끼는 대접해야죠.”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마침 저도 아직 못 먹었고요.”주서연이 그렇게 말하자 연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엘리베이터가 올라왔고 두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이 시간대의 병원에는 오가는 보호자나 의료진이 거의 없어서 엘리베이터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다.연재윤이 물었다.“회장님의 병세에 대해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요?”주서연은 솔직하게 말했다.“암이래요. 초기이긴 한데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대요.”그렇지 않고서야 주태섭이 이렇게 서둘러 주서연의 결혼을 밀어붙일 리 없었다.연재윤이 다시 물었다.“어디에 암이 생긴 거예요?”“간이요. 위치가 안 좋아요. 처음에는 수술을 생각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위험이 크다고 하시더라고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요.”“아, 네...”연재윤은 낮게 답한 뒤 더는 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주차장으로 내려가 주서연의 차에 올랐다.차가 병원을 빠져나가자 주서연이 말했다.“제가 자주 가는 식당이 있어요. 여기서 멀지도 않고 맛도 꽤 괜찮거든요. 오늘은 거기로 가요.”주서연은 농담처럼 덧붙였다.“저는 원래 친한 사람만 거기로 데려가요.”연재윤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래요?”차는 곧 식당에 도착했다. 사장은 카운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주서연을 알아본 듯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정말 오랜만이네요.”주서연이 물었다.“룸 있어요?”“당연히 있죠.”사장은 웃으며 연재윤을 슬쩍 훑어보았다.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만 봐도 단단히 오해한 눈치였다.룸은 2층이었다. 사
Read more

제627화 뒷수습

배우자 기준이라...주서연은 눈을 깜빡였다.“글쎄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말을 꺼내고 나서야 그녀는 문득 정신이 들었다.조금 떨어진 곳에 선 연재윤은 시선을 한순간도 거두지 않은 채 주서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바람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밤늦은 시간, 남녀 단둘이 마주 보고 있으니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도 당연했다.주서연은 괜히 민망해져 시선을 피했다. 슬쩍 흘겨본 시야 끝에도 연재윤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주서연은 애써 웃으며 덧붙였다.“이런 건... 결국 인연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닐까요?”연재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겠네요.”그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더 이상 화제를 이어가지 않았다.“조심해서 들어가세요.”주서연은 얼른 시동을 걸었다.차가 연재윤의 옆을 지나갈 때도 끝내 그의 쪽은 쳐다보지 못했다.연재윤은 주서연의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러고는 차에 오르지는 않고 발길을 다시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늦은 시간이어서 병동 안은 적막했고 복도에는 불만 환하게 켜져 있을 뿐,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추 회장의 병실이 어딘지는 몰랐지만 쉽게 찾을 수 있었다. VIP 병실이 있는 층은 두 층뿐이었으니까.느긋한 걸음으로 복도를 따라가던 연재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병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병실 안에서는 추 회장이 산소마스크를 쓴 채 병상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안색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추씨 가문은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았는지 병실에는 그의 아내 오선주만 남아 곁을 지키고 있었다.오선주는 잠도 이루지 못한 채 침대 옆에 앉아 추 회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초조함과 걱정이 가득했다.병실 안에는 그 둘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연재윤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오선주가 흠칫 놀라 뒤를 돌아봤다. 문 앞에 선 사람이 연재윤이
Read more

제628화 내 식구는 내가 지킨다

서정우를 재운 하시윤은 서시은의 방으로 향했다. 서시은은 얼마 전부터 자기 방에서 따로 잠을 자고 있었다.서지혁은 침대 곁에 앉아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하시윤이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너무 좋아서 잠도 안 와?”서시은은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터라 하루 종일 입이 쉬질 않았다. 오늘도 유모차에 앉아 제 발을 만지작거리며 놀다가 갑자기 불쑥 한마디를 내뱉었다.“아빠.”그때 서지혁은 옆에서 서정우와 앵무새 두 마리를 구경하고 있었다.그 한마디를 놓칠 리 없었던 서지혁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시은아? 방금 뭐라고 했어?”반응이 너무 커서 오히려 서시은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사실 하시윤도 적잖이 놀랐다.서시은은 마치 일부러 서지혁을 골탕 먹이려는 것 같았다. 서지혁이 아빠 소리를 듣겠다고 애를 쓸수록 서시은은 더 골탕 먹이기라도 하듯 ‘엄마’, 아니면 ‘오빠’라는 말만 내뱉었다.그것도 아니면 인순 아주머니만 졸졸 따라다니며 ‘아주머니’를 외쳤다. 심지어 몇 번은 웅얼웅얼하며 ‘삼촌’이라는 말을 내뱉을 것만 같았다.그때마다 하시윤은 얼른 서시은의 입을 막았다. 딸아이가 정말 ‘삼촌’을 말하게 되면 서지혁이 많이 속상할 것 같아서였다.아이는 말이 트이더니 그다음부터는 아빠를 곧잘 불렀다.“아빠.”“아빠.”그렇게 하루 종일 아빠만 찾았다.서지혁은 하루 종일 들뜬 기색이었다. 평소라면 서정우를 재우는 일도 함께했겠지만 오늘은 딸을 품에 안은 채 좀처럼 내려놓지 않았다.지금도 서시은은 이미 잠들었지만 서지혁은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시윤이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아끌었다.“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 설마 밤새 여기 앉아 있을 거야?”서지혁은 몸을 숙여 딸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이불을 다시 한번 정리해 주고서야 하시윤과 함께 방을 나왔다.침실로 돌아오자 하시윤이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오늘 저녁에 추태준한테 전화가 왔었어.”서지혁이 짧게 되물었다.“받았어
Read more

제629화 가까운 사이

서지혁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음식이 모두 차려진 뒤였다.룸 안으로 들어선 그는 테이블을 둘러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웬일로 여기에서 먹어?”옆으로 다가온 그는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다시 물었다.“누가 더 있었어?”하시윤은 젓가락을 집어 들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아무도 없어. 우리 둘뿐이야.”하지만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은 둘이 평소 좋아하는 메뉴들뿐이었다.서지혁은 자리에 앉으면서도 그냥 넘어가려 하지 않았다.“맞혀볼까?”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이었다.“원래는 다른 사람이 있었고, 그래서 먼저 주문해 둔 거네.”두 사람만 먹는 거였으면 하시윤 성격에 서지혁이 올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그는 음식들을 훑어보더니 이어서 말했다.“전부 네가 고른 메뉴 맞지? 식사는 상대가 먼저 제안했는데 지금은 자리에 없고. 그런데 얘기가 잘 안 돼서 먼저 가버린 거지.”그는 손끝으로 식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름을 꺼냈다.“추태준.”하시윤은 그가 맞혔다고 해서 놀라지는 않았다. 그저 곁눈질로 한 번 흘겨보며 말했다.“그렇게 눈치가 빨라서 어떡하려고? 남자가 너무 똑똑하면 여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거 몰라?”서지혁은 자연스럽게 받아쳤다.“너도 내가 부담스러워?”하시윤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평소답지 않게 수위 높은 농담을 받아쳤다.“침대에서는 조금.”밤만 되면 서지혁은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워낙 사납고 거칠게 몰아붙이는 탓에 정말이지 제명에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서지혁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매번 만족하는 얼굴이던데?”더 이야기했다간 끝도 없을 것 같아 하시윤은 손을 내저었다.“그만해.”그러고는 화제를 돌렸다.“아까 여기 있었던 사람 추태준 씨 맞아.”“협업 제안 거절했구나. 어떻게 얘기했어?”“그냥 돌직구로 말했어. 빙빙 돌리지도 않았고 말도 꽤 모질게 했고.”여지를 남겨줬다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끝도 없이 귀찮게 굴 게 뻔했기에 내린 선택이었다.서지혁도 젓가락을 들며 웃었다.“오늘 오전에 추
Read more

제630화 흔들리지 마

서지혁은 강선영이 돌아오면 그때 인사를 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슬슬 업무에 복귀해야 할 시간도 다가오자 서지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만 가보겠습니다. 더 방해하면 안 될 것 같네요.”주태섭도 몸을 바로 세우며 말했다.“바쁜데도 일부러 와줘서 고마워요.”그러고는 주서연을 돌아봤다.“서연아, 좀 배웅해 드려라.”주서연은 문 쪽으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이쪽으로 오세요.”세 사람은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막 올라간 뒤라 복도에는 사람 하나 없었다.하시윤은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옆쪽 비상계단을 바라봤다.서지혁 역시 그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누군가 숨죽여 흐느끼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병원이라는 공간 특성상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을수록 어딘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겼다.결국 주서연이 먼저 다가가 계단실 문을 열었고 창가에 기대어 입을 틀어막은 채 울고 있는 강선영을 발견했다. 강선영은 세 사람을 등진 채 어떻게든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고 있었지만 밀려드는 슬픔을 도저히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엄마?”놀란 주서연의 목소리가 비상계단 안에 울려 퍼졌다.강선영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눈가를 훔치더니 몇 번 심호흡을 한 뒤에야 몸을 돌려 억지웃음을 지었다.“서연아.”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고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코끝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억지로 미소를 지어도 슬픔은 조금도 감춰지지 않았다.주서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조금 전 의사에게 따로 불려 나갔던 강선영이 이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하시윤은 서지혁을 돌아본 뒤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연 씨,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돌아왔을 때도 비상계단 쪽 대화는 희미하게 들려왔다.주서연이 떨리
Read more
PREV
1
...
60616263646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