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Kabanata 101 - Kabanata 110

289 Kabanata

제101화

이담이 그토록 바랐던 건 바로 이런 장면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남남처럼 구는 게 아니라, 친밀하고 진짜 부부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하지만 예전에 그토록 갈망했던 일들이, 고작 한 달 남짓한 짧은 시간 만에 모두 현실이 되어버렸다.하필이면 모든 걸 포기하려던 참에 전부 이루어진 것이다.‘지난 6년 동안의 헌신이 불쌍해서일까? 아니면 하빈의 일로 죄책감이라도 느껴서 이제야 잘해 주기로 마음먹은 걸까?’이담은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지만,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씁쓸한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하 대표님, 여자친구분께 이 옷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연예인 같으세요. 너무 아름답습니다!”점원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옆에서 연신 칭찬을 늘어놓았다.“이 사람은 내 여자 친구가...”“전 하 대표님 비서일 뿐입니다.”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이담은 곧바로 시선을 피하며 선이라도 긋듯 깍듯하게 말했다. “옷 골라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옷값은 제 월급에서 공제해 주세요. 전 이만 갈아입고 오겠습니다.”진혁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그녀는 고개를 돌려 탈의실로 들어갔다.하지만 막 커튼을 치려던 순간, 커튼이 휙 젖혀지더니 진혁이 불쑥 밀고 들어왔다.“하진혁...”화들짝 놀란 이담이 다급히 목소리를 낮췄다.이담을 품 안에 가둔 진혁은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댄 채 나지막하게 읊조렸다.“왜. 밖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었으면 좋겠어?”이담은 어깨를 미세하게 떨며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이 드레스, 너한테 잘 어울려.”이담이 떨고 있다는 걸 눈치챈 진혁은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비좁은 공간, 뒤엉킨 두 사람의 심장 박동과 체온은 치명적인 독약처럼 아찔했다.진혁이 이성을 잃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는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그날 약에 취해 미친 듯이 굴었던 때를 제외하면, 평소 진혁은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이담은 진혁과의 거리가 숨 막힐 정도로 가깝다고 느꼈다.두 사람의 몸은 빈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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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허미란의 그 말에, 진실을 아는 마동순을 제외하고 이만옥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담의 배를 힐끗 바라보았다.‘그러게 말이야, 결혼한 지 벌써 6년이나 지났으니 애를 낳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이담이는 어째 저렇게 감감무소식일까?’‘설마 애를 못 가지는 건 아니겠지?’원래부터 이담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이만옥은 며느리가 불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당장이라도 아들에게 이혼하라고 설득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이담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낳기 싫어서 안 낳는 줄 아나? 정작 내 배 아파 낳은 아이를 원치 않은 건 저 사람인데.’“제가...”이담이 막 해명하려던 찰나, 갑자기 진혁이 그녀의 손등을 감싸 쥐었다.“저희는 당분간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습니다.”진혁의 대답을 들으며 이담은 입술을 꾹 다물었고, 가슴 한구석이 시큰거렸다.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다.진혁에게는 이미 다 큰 아이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이담은 진혁의 말에 장단을 맞추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맞아요.”“당분간이라니? 남들은 할머니 소리 들으며 벌써 손주도 안아봤는데, 난 지금까지 손주 한 명 못 안아 봤잖아.” 이만옥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마동순은 그저 웃어넘겼다. “젊은 애들이 서두를 게 뭐 있겠어? 내 나이에도 증손주 안아보겠다고 재촉 안 하는데, 네가 왜 이리 안달이냐?”이만옥은 순간 말문이 막히자, 슬쩍 하동민 일가쪽으로 화살을 돌렸다.“동서, 지연이도 이제 혼기가 꽉 찼는데, 정략결혼 같은 건 생각해 봤어?”“그럼요. 이번에 아주버님도 오셨고 어머님도 계시니, 마침 저랑 동민 씨도 오늘 지연이 혼사 얘기를 꺼내볼까 상의하던 참이었거든요.”마동순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오? 동민아, 너랑 미란이는 마음에 둔 사윗감이라도 있는 게냐?”하동민은 술을 한 잔 따르며 말했다.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사실 지연이가 직접 마음에 든다고 한 사람입니다. 상대는 권씨 가문의 자제입니다.”‘권씨 가문?’이담은 순간 멍해졌다.권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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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이담은 이부자리를 펴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둘러댔다.“그날이라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래. 뒤척이다가 괜히 당신까지 깨우면 안 되니까.”하진혁은 ‘응’ 하고 짧게 대꾸했다. “안 씻어?”“어, 씻을 거야.”이담은 준비해 둔 잠옷을 챙겨 들고 어쩔 수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결혼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이담은 아직도 진혁의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걸 몹시 꺼렸다.한 공간에서 씻는 것조차 여전히 불편하기만 했다.한참을 밍기적거리며 씻고 나오니, 당연히 잠들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남자는 침대에 나른하게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이담은 잠옷 깃을 단단히 여민 채 바닥에 깔아둔 이부자리로 다가갔다. 막 자리에 누우려는데 진혁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말했다. “올라와서 자.”이담은 본능적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됐어. 난 여기서 자는 게 편해.”진혁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이담을 번쩍 안아 올렸다. 겁에 질린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나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했잖아...”남자는 이담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그 위로 몸을 겹친 채 떨어지지 않았다. 이담이 겁먹은 것을 눈치챈 진혁의 눈빛이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내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이담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말이 없었다.이담의 옆에 누운 진혁은 등을 지고 돌아누웠다. “내일 아침에 이모님이 방 청소하러 들어왔을 때, 우리가 각방 쓴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그 속내를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오후에 의류 매장에서 했던 행동은 대체 뭐란 말인가?다행히 진혁은 더 이상 이담을 건드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이튿날, 이담과 진혁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마동순은 선실에 있었고, 이만옥도 외출했기에 식탁에는 두 사람뿐이었다.임순자가 진혁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도련님, 어르신께서 아침 식사 마치고 서재로 올라오라고 하셨습니다.”진혁은 담담하게 알았다고 대답한 뒤 이담을 바라보았다.“이따가 먼저 돌아가.”이담은 그러겠다고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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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풍덩-두 사람은 물에 빠진 뒤 물속에서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지연이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려! 사람이 물에 빠졌어요!”지연의 외침에 집 안에 있던 사람들도 달려 나왔다.한 사람이 재빨리 달려와 재킷을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이담은 물을 몇 번이나 들이마시느라 사레가 들렸다. 그녀는 수영을 못 했고, 설상가상으로 다리에 쥐까지 났다.진혁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 구조를 요청하려 했지만, 무정한 물살이 다시 그녀를 삼켜버렸다.하지만 진혁은 분명히 이담을 봤음에도, 여전히 고개를 돌려 초연이 있는 방향으로 헤엄쳐 갔다.그 순간, 물속에 잠긴 이담의 공포는 서서히 절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아, 이게 바로 버림받는다는 기분이구나...’태어나면서 친부모에게 버림받았고, 지금 또다시 버림받았다.이담이 거의 바닥으로 가라앉을 뻔한 찰나, 누군가 그녀의 손을 잡고 수면 위로 밀어 올렸다.물가로 끌려 나온 이담은 거칠게 기침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흐릿한 시야 속에 진혁의 품에 안겨 가냘프게 떨고 있는 초연이 보였다.초연은 이담을 바라보며 겁에 질린 듯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 “심 선생님, 도대체 왜 절 미신 거예요?”진혁의 차가운 얼굴에는 음울함이 가득했다. “네가 밀었어?”진혁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차가운 기운이 이담을 짓눌렀다.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지연이 먼저 나섰다. “오빠! 분명히 저 여자야! 초연을 데려온 게 맘에 안 들어서 일부러 물에 밀어 넣은 거라고!”이담은 지금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산산조각이 나 차갑게 식어버렸다.그녀는 손을 꽉 쥐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수영도 못 하는데, 내 목숨까지 걸고 쟤를 밀겠어?”“심 선생님, 지금 제가 일부러 물에 빠져서 선생님을 모함했다는 뜻인가요?”“그럼 아니라는 거예요?”“그만해!”진혁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 “더 이상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고 지금 사과해. 그럼 더는 문제 삼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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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마동순은 초연의 약한 척하는 태도를 본체만체하며 냉소적으로 쏘아붙였다. “너를 탓하지 않으면 누구를 탓하겠어? 6년이 지나도 그 뻔뻔함은 여전하구나.”모욕을 당한 초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할머니, 저와 초연이 일에는 간섭하지 마세요. 그리고 초연을 더는 괴롭히지 마세요.”초연을 안아 든 진혁은 이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마동순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온몸이 젖은 이담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씨 가문이 네게 면목이 없구나.”“괜찮습니다.” 이담이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어차피 이혼할 사이였다.진혁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이담의 결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었다.이담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평소답지 않게 이만옥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어머니, 제가 먼저 이담이 옷 갈아입히고 올게요.”마동순이 고개를 끄덕였다....침실 안.이담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드레스룸에서 나왔다. 이만옥은 이미 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그녀는 여전히 방 안에 있었다.이담이 다가갔다. “어머니, 옷도 갈아입었으니 저는 먼저 돌아가 볼게요.”이만옥은 그녀의 옷깃을 정리해 주더니, 이담이 놀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랑받지 못하는 남자와 사는 기분, 이제 알겠지? 그래도 넌 아직 젊으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이담은 멍해졌다.자신이 환청을 들은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이만옥은 며느리의 본분과는 거리가 먼 이런 말, 더군다나 마음속 깊은 이야기는 거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어머니, 지금 하시는 말씀이...”“그냥 해본 소리야. 너도 진혁이 너를 대하는 태도를 직접 봤잖니.”이만옥은 평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난 네가 싫다. 하지만 문초연도 받아들일 생각 없어. 난 그저 네가 아직 젊은데, 한 사람에게 얽매여 인생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일 뿐이야.”“내가 너처럼 젊었더라면, 결코 이렇게 살진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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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진혁은 초연 앞에서 이담을 모르는 사람인 척 연기했고, 처음에는 초연도 그 말을 믿었다.하지만 그 후, 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말았다.‘이제 와서는 그년이 하씨 가문의 안방을 차지하려 들고 있어. 심지어 그 썩을 노인네까지 그년의 편을 드는데, 내가 마음이 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진혁은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초연은 손을 놓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숨이 끊어질 듯 울어댔다. “우리 분명 약속했잖아...”“내가 약속한 건 변함없어.”초연이 멈칫했다.진혁은 고개를 돌려 지연을 쳐다봤다. “초연이 데려다줘.”그 말을 남기고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초연은 멍하니 그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담은 그린힐로 돌아오자마자 경훈의 전화를 받았다. 경훈은 하빈이 폭행당하던 날의 당직자를 찾아냈는데, 이름은 황연준이고 국세청장의 외조카였다.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려던 이담은 ‘국세청장’이라는 말에 멈칫했다.머릿속에 주원식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국세청장 부인 이름이 뭐예요?”경훈은 이담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예상치 못한 듯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부인 이름은 박지민이고, 은행에서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어.]‘박’ 씨라...역시, 박성준 과장과 관련이 있었다.하지만 박성준은 지금 구치소에 수감 중이고, 관할 경찰서도 달라서 하빈의 일을 알 리가 없었다.그런데 이 사건의 배후에는 분명 초연이 얽혀 있었다. 그렇다면 초연과 가깝게 지내면서 박씨 일가를 움직여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이담의 머릿속에 순식간에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선배, 한 사람만 더 조사해 줄 수 있어요?”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다면 좋지.]“한경미의 최근 연락처와 행적을 조사하고 싶어요.”[알았어, 도와줄게.]이담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선배.”통화를 마치고 뒤를 돌았는데, 진혁이 언제부터인가 침실 문 앞에 서서 이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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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진혁의 말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이담에게 남은 마지막 기대와 애정마저 사라져 버리게 만들었다. 믿을 수 없었고, 억울해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야 마땅한데 이상하리만큼 냉정해졌다.사람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는 오히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지금의 이담은 그저 이 상황이 우스울 뿐이었다.“나 때문에 문초연이 6년 동안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그 자리를 돌려주면 되는 거 아니야?”이담이 진혁의 손을 밀치고 나가려 하자, 이번엔 팔을 낚아채며 음산한 눈빛으로 물었다. “뭐라고?”“말했잖아. 내가 그 자리를 돌려줄 테니, 문초연한테 주면 되잖아.”이담은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다.진혁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마치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뭔가가 있는 듯했다.‘내 허락도 없이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간다는 거야?’진혁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이담은 병원에 들렀다.병실 문밖에서 하빈의 곁을 지키는 이윤정의 뒷모습이 보였다.하빈이 입원한 이후로 이윤정은 아예 살림을 병원으로 옮긴 듯 밤낮없이 그를 돌보고 있었다.어쩌면 이것이 이담이 그토록 갈구하던 어머니의 사랑일지도 몰랐다.만약 그녀의 친어머니라면, 이럴 수 있었을까?입술을 깨물며 복잡한 감정을 억누른 이담은 문고리를 돌렸다.이윤정이 돌아보며 말했다. “이담아?”“어머니, 잠시 쉬세요. 제가 하빈이 돌보고 있을게요.”이윤정은 웃으며 하빈의 팔 근육을 주물렀다. 오랫동안 누워 있어 혈액순환이 안 될까 걱정하는 손길이었다. “아니야, 엄마는 괜찮아. 어차피 집에서도 할 일도 없는데 뭐.”이담은 곁에 앉았다.“그나저나 오늘 출근 안 했니? 아침에 너희 과에 찾아갔거든. 아침이라도 챙겨주려고 했는데 안 보이더구나.”이담의 싸늘했던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어릴 때부터 집에서 느낄 수 있었던 사랑은 아주 적었고, 그마저도 절반은 하빈 덕분에 얻은 것이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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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대표님께서 심하빈 씨의 치료 환경을 좀 더 개선해 주고 싶으셔서, 하씨 가문 산하의 민간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겁니다.” 혹시라도 이윤정이 병원비 문제로 부담을 느낄까 봐 경호원이 덧붙였다.“대표님께서 모든 치료 비용은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하셨습니다.”이윤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민간병원의 병원비는 국공립병원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하물며 하씨 가문이 운영하는 민간병원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씨 가문의 민간병원은 마동순이 운산 메디컬을 설립할 당시 함께 투자한 곳으로, 전 세계 최고의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한 마디로, 하씨 가문의 민간병원은 H국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로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은 민간병원이었다.국공립병원에 없는 최첨단 의료기기들도 하씨 가문의 병원에는 다 구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H국의 재벌가나 연예인, 정재계 인사들은 대부분 하씨 가문의 민간병원을 찾았다. 아플 때 전화 한 통만 넣으면 부원장급 교수가 직접 진료를 나올 정도였다.이윤정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에서 깨어나, 기대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이담을 바라봤다. “이담아, 이거 정말이니?”이담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말이 없었다.진혁의 생각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분명 본인 입으로 탐욕스러운 심씨 집안의 꼴이 역겹다고 말했으면서, 이제 와서 또 심씨 집안을 돕다니.경호원은 이담의 우려를 눈치챈 듯 설명했다. “사모님, 걱정 마십시오. 심하빈 씨는 그곳에서 24시간 전담 간병을 받게 됩니다. 의료 환경과 수준 모두 이곳보다 훨씬 나을 겁니다.”“이담아, 하 서방이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는데, 그 뜻을 따르는 게 좋지 않겠니? 하빈이가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혹시 깨어날 희망이 보일지도 모르잖니.”희망에 찬 이윤정의 기대를 차마 꺾을 수 없어서 이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경호원들이 심하빈의 전원 수속을 밟았고, 병원 측은 하빈을 위해 별도의 전용 통로까지 마련해 신속하게 수속을 진행했다.그 광경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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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진혁은 아무런 표정 없이 자료를 집어 들었다. 예상한 듯한 표정이었다.“심이담이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던 거지.”“진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심이담 씨가 진경훈 씨와 가깝게 지내다가 이용이라도 당하면...”“그건 본인이 알아서 하겠지.”진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무관심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안나는 할 말을 잃었다.‘무관심하다면서 왜 얼굴을 구기는 거지?’“그럼 심하빈 씨 사건은 계속 조사할까요?”진혁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그 일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다 조사해.”안나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초연의 전화가 걸려 왔다.초연은 전화기 너머로 울먹였다. [진혁 씨, 준희가 다쳤는데 병원에 가자고 달래도 말을 안 들어. 꼭 진혁 씨가 같이 가줘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진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많이 다쳤어?”[넘어질 때 바닥에 유리 파편이 가득해서 무릎이 피투성이가 됐는데, 집에 구급상자도 없고...]진혁은 덤덤히 대꾸했다. “일 정리하고 갈게.”진혁이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신호음을 듣던 초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예전 같았으면 바로 달려오겠다고 했을 텐데, 지금은 일 정리하고 오겠다고?’어제 연못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 진혁의 태도가 확실히 변했다.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한 시간 후, 진혁은 의사를 데리고 준희를 찾아가서 상처를 확인했다. 이미 염증이 생겨서 의사가 파상풍 주사를 놓아주었다.상처 처치를 마치고 의사가 나가자, 초연은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준희가 병원을 너무 무서워해. 안 그랬으면 진혁 씨 바쁠 때 방해하지 않았을 텐데. 진혁 씨, 내가 또 귀찮게 만든 거지?”초연의 목소리는 아주 가늘었다. 마치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눈치를 보는 듯했다.그녀의 행동에 찌푸렸던 진혁의 미간이 살짝 펴졌다.‘초연이 그동안 겪은 일들이 있는데, 거짓말 한 번 했다고 해서 너무 매몰차게 구는 건 불공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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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이담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몇 명이 인형을 품에 안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둘러싼 채 물총을 쏘고 있었다.여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품에 안은 인형을 꽉 끌어안았다. “우리 아가 괴롭히지 마...”이담은 그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 자꾸 아주머니 괴롭히면, 경찰 아저씨 불러서 다 잡아가라고 할 거야!”그 말에 아이들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다.여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부축하려던 이담은, 여인의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에 시선이 머물렀다.피존블러드 루비였다.시어머니인 이만옥에게서 비슷한 루비를 본 적이 있었기에, 가짜가 아니라는 것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엄청난 고가의 물건이었다.‘하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이는 여자가 어떻게 저런 귀중한 반지를 끼고 있는 걸까?’‘누가 뺏어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괜찮으세요?”멍한 눈으로 고개를 든 여인은 갑자기 이담의 손을 덥석 잡았다. “우리 아가니? 돌아왔구나? 이제 다시는 엄마 곁을 떠나지 않을 거지? 이것 봐, 이게 너란다.”여인은 품에 안은 인형을 가리키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사람을 잘못 보셨어요. 전 아주머니 딸이 아니에요.” 이담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달랬다. “집으로 가는 길은 기억나세요? 아니면 제가 먼저 경찰서로 모셔다드릴까요?”“집?” 여인은 인형을 껴안으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안 가. 집에는 우리 아가가 없는 걸.”이담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따님은 지금 아주머니 품에 있잖아요. 같이 집으로 데려가시면 되죠.”“우리 아가...” 중얼거리던 여인의 시선이 돌연 이담의 얼굴에 꽂혔다. “네가 우리 아가잖아. 엄마랑 같이 집에 가자, 응?”“어...”이담은 정말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사모님!”안경을 쓴 남자가 병원 안에서 허둥지둥 달려 나왔다. “어쩌자고 또 밖으로 나오셨습니까? 도련님이 아시면 정말 큰일나요...”안경을 쓴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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