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혁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담이 내뱉은 ‘안 친하잖아요’라는 말에도,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술만 한 모금 들이켰다.연회에 모인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저마다 추측했지만, 결국 확신하지는 못했다.이담이 자리를 뜨려던 순간, 술잔을 내려놓은 경훈이 사람들 사이로 걸어 나왔다.“이담아, 너무 덤벙대는 거 아니야? 그래도 괜찮아. 하 대표님만 괜찮으시다면, 내가 이 옷값 대신 물어줄게.”이담이 놀란 눈빛으로 경훈을 바라보았다.진혁이 옷깃을 닦으며 담담하게 웃었다.“진 대표님, 그게 정말 심이담 씨를 위한 걸까요?”“하 대표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경훈의 태도 역시 여유로웠다.“이담이는 저와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입니다. 제가 챙기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습니까?”진혁은 손에 든 잔을 천천히 기울였다.“제가 싫다면요?”경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웠다.“하 대표님,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시는 걸 보니, 혹시 이담이한테 관심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이담은 말없이 진혁을 바라보았다.진혁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진심인지 비웃음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웃음이었다.“지금 농담하시는 겁니까?”순간 이담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곧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시선을 돌렸다.“아, 아니셨군요.”경훈이 일부러 깨달은 척 말했다.“그러고 보니, 하 대표님 스캔들 상대가 경성병원의 과장님이라고 들었습니다. 두 분 좋은 소식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요?”“하 대표님 여자친구 있다는 소문이 진짜였어?”“예전에 헤어졌던 첫사랑이 돌아왔다던데, 그분 이야기 아니야?”“하 대표님도 의외로 한 사람만 바라보는 스타일인가 보네.”순식간에 화제는 진혁과 초연 이야기로 옮겨갔다.그가 첫사랑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잊지 못했는지, 사람들의 말은 끊임없이 이어졌다.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이담의 귀로 선명하게 흘러들어왔다.진혁은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이담에게 머물렀던 시선을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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