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알아. 하지만 오늘 밤에 어쨌든 단둘이 얘기를 나눠야 해. 어떤 목적으로 내게 접근하든, 배강 그룹의 대표이사니까, 소홀히 대할 수 없어. 게다가 나도 배강 그룹과 협력할 수 있길 바라고. 배강 그룹이 영원 테크에 투자해 준다면 그게 10, 20억이라도 영원 테크의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될 거야.”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문제들이 줄줄이 닥쳐왔다.영원 테크의 대표이사 자리가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남성들이 좌지우지하는 비즈니스 무대에서 늘 부정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남성들의 그런 시선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엄마도 영원 테크를 창업하셨을 때 이런 고민이 있으셨을까? 정말 힘드셨을 텐데...’그래서 강시원은 어떻게 해서든 영원 테크가 강용호의 손에 망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대표님,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아요...”바로 그때, 윤슬의 시선이 멈췄다.“대표님, 저기 보세요. 저 금색 로봇!”고개를 든 강시원은 무심코 윤슬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서정 그룹의 흑금색 로봇을 본 순간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지며 온몸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윤슬은 곧바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대표님, 이거 서정 그룹 연구 개발팀에 계실 때 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면서 제출하셨던 로봇 디자인 아니에요? 그때 대표님의 디자인을 보고 정말 고급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때 양서연이 대표님을 짓누르려고 대표님의 디자인을 깎아내려서 채택되지 않았잖아요.”그 로봇을 바라본 강시원은 불쾌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눈빛이 한껏 어두워졌다.흑금색 로봇 외형 디자인 초안은 매일 밤 아들을 재운 후, 한 달 동안 밤을 새우며 간신히 디자인해 낸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이 수정하고 버전을 업그레이드한 끝에 마침내 이 이미지와 이 색상으로 확정했다.전 세계에서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것이었다.그런데 그 로봇이 지금,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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