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환의 시점."……저기, 예련 씨. 만약 예련 씨만 괜찮다면 하는 이야기인데요, 제가 묵을 예정인 호텔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곳이라면 누군가에게 도청당할 걱정도 없습니다."대답이 없었기에, 망설인 끝에 떠올렸던 장소를 말하자 그녀는 작게 숨을 삼키며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성환 씨 방에……요?""예련 씨를 속이려는 것도, 불안감을 조성해서 유도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 누군가에게 들리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혹시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할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겁니다만……."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고 잠시 침묵하다가, 결심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성환 씨, 안내해 주세요."그녀가 조용히 액셀을 밟았다.간광지를 뒤로한 채 밀크티 색 경차는 호텔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가로등 불빛에 비친 그녀의 옆모습은 평소보다 더욱 단아하면서도,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태로운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그녀를 안아 주었던 팔의 감촉은 아직도 손바닥 깊숙이 열기를 남기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그 열기를 억지로 의식 밖으로 밀어내며, 이제 그녀에게 들려줄 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하고 있었다."들어오세요.""……실례하겠습니다."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온 그녀에게 창가 소파에 앉으라고 권하자, 그녀는 긴장한 모습으로 살짝 걸터앉았다. 조금이라도 경계심을 풀어 주기 위해 일부러 옆에는 앉지 않고, 사이드 테이블의 의자를 끌어와 마주 보는 위치에 앉았다. 그러자 그녀는 안심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조금은 아쉬운 듯한 복잡한 빛이 담긴 눈으로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조금 전, 예련 씨가 본 맞선 상대 회사 사장과 만나고 있던 인물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본론을 꺼내자 그녀의 등이 곧게 펴졌다."정말인가요? 그 사장님은 대체 누구를 만나고 있었던 건가요?""그 여성의 이름은 차이령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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