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Bab 741 - Bab 750

763 Bab

제741화

어젯밤 우연한 입맞춤과는 달리, 지금 양준우는 권서진의 의사를 먼저 묻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한 뼘 남짓 거리도 있어서 거절할 여지는 충분했다.하지만 진하윤이 준 사탕을 간직했다가 다시 손에 쥐여준 양준우를 권서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권서진이 살짝 고개를 들어 양준우와 사탕 맛을 공유했다. 포도 맛 사탕이었지만 과일 본연의 새콤달콤함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이 포도 한 알을 나눠 먹으며 과즙을 함께 머금는 느낌이었다. 어젯밤과는 확연히 달랐다.양준우가 입을 떼는 순간, 귓가에 전해지는 낮게 헐떡이는 숨소리에 권서진은 귓불이 확 붉어지는 것 같았다.고개를 돌리고 이상한 지금 이 기분을 양준우한테 들키지 않으려 했다."큰오빠가 다른 말 안 했다고 해서 당신이랑 사귀기로 한 건 아니에요.""그런 헛된 기대는 안 해요."권지헌이 준 건 당당하게 권서진에게 다가갈 기회일 뿐이었다. 하지만 양준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권서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나, 나 집에 갈게요.""데려다줄게요."권서진이 홱 돌아서며 씩씩거렸다."따라오지 마요!"양준우는 그 모습이 마치 영역을 침범당해 부끄러우면서도 화가 난 새끼 고양이 같다고 생각하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서진 씨 오빠가 데려다주라고 했어요."권서진은 씩씩거리며 걸음을 옮겼고 양준우는 그 뒤를 바싹 따랐다.-지평선 너머.밤바다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권지헌도 허설아의 손을 잡고 산책 중이었다.허설아가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이게 네가 말한 볼일이야?""자기랑 밥 먹고 산책하는 거 엄청 큰일이지."허설아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굳이 양준우 일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바둑 한 판과 밥 한 끼면 양준우의 인품과 진심을 알아보기엔 충분했다.권지헌이 허설아의 뺨을 살짝 꼬집으며 못마땅한 듯 말했다."네가 신경 써달라던 일 다 했잖아. 설마 계속 두 사람 뒤나 쫓아다니라는 건 아니지?"양준우한테 권서진을 데려다주라고 한 것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 인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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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바닷가에 젊은이들 한 무리가 노래하고 춤추고 있었다.권지헌이 허설아를 이끌고 백사장으로 향했다."잠깐만 기다려."권지헌이 돌아서서 젊은이들 틈으로 다가가더니 뭔가 말을 건넸다.갑자기 나타난 잘생긴 남자를 본 젊은이들은 같이 놀자며 권지헌을 향해 소리쳤다.아직 앳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니 건영대 신입생들이 동아리 행사 중이었다. 권지헌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사무실 건물을 나서니 양복 차림이라는 것만 빼면 눈앞의 17, 18살짜리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권지헌이 곁눈질로 뒤에 있는 허설아를 바라봤다."아내가 기다리고 있어서요."학생들이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환하게 웃고 있는 미녀가 서 있었다.바람에 허설아의 치맛자락이 나부꼈고 불빛이 그 위로 물결처럼 부드러운 실루엣을 그려냈다.원래 학생들은 권지헌과 친해지고 싶었다.그런데 허설아를 보고 나니 선남선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너무 잘 어울렸다!권지헌은 학생들한테 폭죽을 사고 QR코드로 결제하면서 돈을 조금 더 얹어주었다. "저기요, 돈 더 많이 냈어요. 이거 이천 원이에요.""괜찮아요, 선배로서 고마워서 주는 거예요."권지헌이 폭죽을 들고 허설아 곁으로 돌아왔다.주머니를 뒤져 오랫동안 쓰지 않던 라이터를 찾아내 손에 든 폭죽에 불을 붙여 허설아에게 건넸다."이거 사러 갔던 거야?""전에 여기 왔을 때 이거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허설아가 손에 폭죽을 들었다.화려한 불꽃이 피어오르며 눈부신 빛을 뿜었다. 손에 든 폭죽을 바라보던 허설아는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시큰해졌다.서서히 타들어가는 폭죽을 바라보는 사이,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권지헌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왜 그래? 연기가 눈에 들어갔어?"권지헌은 다급하게 얼른 폭죽을 받아 들고 다 타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멀지 않은 쓰레기통에 던졌다.그리고 다시 허설아 곁으로 돌아왔다.허설아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걱정 가득한 권지헌의 눈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괜찮아, 나도 모르게 갑자기 감성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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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그건 다르지, 내 초대장은 나랑 내 남편을 초대한 거잖아."권지헌이 씩 웃었다. "그럼 이번엔 허 대표님 덕 좀 볼까, 나 좀 데리고 가서 구경시켜줘.""그러지 뭐."두 사람이 참석한다는 말에 학생들이 환호하며 부스를 운영할 테니 오라며 허설아와 권지헌을 초대했다.허설아도 가겠다고 약속했다.학생들은 막차를 타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허설아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권지헌의 손을 잡고 투정을 부렸다. "나 더 못 걷겠어, 업어줘!"권지헌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오늘 걸은 걸 다 합쳐도 천 걸음이 안 될 텐데.권지헌이 앞에서 반쯤 몸을 낮추고 등을 툭툭 쳤다. "올라와."허설아가 잽싸게 뛰어올라 권지헌 등에 업힌 채 외쳤다."이랴!"권지헌이 떨어지지 않게 허설아를 받쳐주었다.살짝 고개를 뒤로 돌려 허설아를 쳐다보는 눈빛이 그윽해졌다. "말 타고 싶어? 집에 가서 실컷 태워줄게."노골적인 말에 허설아는 지난번 밤새 시달려 몸이 남아나질 않았던 그날 밤이 떠올라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권지헌 등에 엎드린 채 넓은 어깨를 끌어안고 응석을 부렸다."그냥 농담한 거야.""이미 늦었어."산책하던 곳은 주차장에서 멀지 않았지만 권지헌은 허설아와 더 산책하기 위해 일부러 몇 바퀴 더 돌았다.등에 업힌 허설아가 하품을 하자 권지헌은 그제야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허설아는 어느새 잠들어버렸다.허민정이 그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벌써 잠들었어? 뭐 하러 간 거야?"권지헌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산책하고 왔는데 지쳤나 봐요."허민정이 정색하며 말했다."얘 휴대폰 걸음 수가 겨우 이천 보인데 뭐가 그렇게 힘들대?"산책하는 사람이 겨우 이천 보만 걷고 지치다니? 허민정은 박희수와 함께 연희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 나갈 때면 늘 만 보는 기본이었다.그 정도 운동량이면 곰돌이 몸에 휴대폰을 달아둬도 허설아보다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허민정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체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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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퀵 아저씨가 막 꽃을 가져가려는데 허설아가 주차장에서 나왔다."이거 뭐예요?""권지호가 보낸 꽃인데 돌려보내라고 했어요."지난번 권지호가 송원영한테 꽃을 보냈을 때부터 허설아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송원영도 어린애가 아닌지라 생각이 있을 테니 더 캐묻지 않았다.두 사람이 나란히 회사로 들어갔다."꽃은 왜 보낸 거예요?"송원영이 한숨을 쉬며 허설아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은석 씨 열받으라고요. 나를 권 대표님이 싫다고 은석 씨한테 억지로 떠넘긴 여자라고 했대요."이렇게 사람 속을 뒤집는 못된 발상은 권지호나 생각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했다는 게 허설아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은석 씨가 그래요?""네, 집에 와서 저 끌어안고 한참 울더라고요, 콧물 눈물 다 저한테 닦으면서요."송원영은 며칠 전 그날 밤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서은석이 취해서 들어오는 일이 드물진 않았지만, 함께 지내게 된 뒤로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그런데 그날을 술을 가득 마시고 집에 와서 송원영을 끌어안더니 울기 시작했다.절대 떠나지 말라며 계속 얘기했다. 말끝마다 어딜 가든 다 데려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송원영은 애인이 아니라, 유치원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기가 막혔다. 한참을 달랜 뒤에야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권지호가 서은석 앞에서 헛소리를 늘어놓은 거였다.송원영이 고개를 저었다."권지호 앞에서는 강한 척 하더니 집에 와서는 엉엉 울며 토하기까지 해서 아주 골치 아팠어요.""아까 그 꽃 받았으면 권지호한테 빌미 잡히는 것도 문제지만 은석 씨도 화낼 게 뻔해서요."함께 출근 카드를 찍고 유리문을 열고 사무 구역으로 들어서던 허설아가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예전 같았으면 원영 씨는 분명 나중에 또 볼 사람인데 여지를 둬야 한다고 했을 텐데." 자기 사무실 앞에 선 송원영은 잠시 멈칫했다.작년이었으면 확실히 그랬을 것이다. 이재균 때만 해도 서은석이 괜히 트집을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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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허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서진 씨 말은 누가 디자인 도안을 훔쳤다는 거예요?""네, 누군지는 확신 못 해요. 이 반지 봐요, 공법이 우리가 발매할 가연이랑 똑같은 디자인 아니에요?"허설아가 사진을 손가락으로 확대해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똑같네요.""이거 예전에 디자인하다가 막혀서 빠져들었던 함정이에요. 외삼촌이 단조 작업 배정할 때 말해줬는데 골드 공법에서 흔한 방식이긴 한데 가연 시리즈에는 안 맞는대요."그래서 권서진은 진원호와 함께 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다른 공법을 택했다.완성된 결과물도 확실히 권서진이 전에 디자인했던 것보다 훨씬 완벽했다.하지만 디자인 도안 유출은 엄청난 일이었다."어떻게 생각해요?""누가 그랬는지 대충 짐작은 가는데 추궁하기가 쉽지 않아요."이 디자인은 아직 특허도, 저작권 등록도 안 한 상태라 권리를 주장하려 해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다. 게다가 상대는 아주 유명한 골드 브랜드였다.권서진은 지난번 청소 이모가 파쇄 종이를 쓸어가는 걸 봤을 때부터 마음이 불안했었다.다른 브랜드가 자기 디자인을 발매한 걸 발견하자마자 바로 폐지도 쓸모가 있다고 했던 양준우의 말이 떠올랐다.조사해보니 정말로 누군가 회사 청소 이모한테 폐지 같은 걸 수거해 가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본 정황이 드러났다. 파쇄된 종이까지도 높은 값을 주겠다는 말에 내부 사정을 모르는 청소 이모가 팔아넘긴 거였다.허설아도 이런 일은 정말 막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에요?""그 골드 브랜드, 손꼽히는 대형 브랜드예요. 몇 년째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고 진짜 라이벌도 우리 봄날 브랜드가 아니라 같이 경쟁하는 다른 골드 브랜드들이고요."권서진이 씩 웃었다."요즘 다른 건 몰라도, 이 시리즈 골드 디자인 도안은 나한테 한가득 있어요. 벌써 여러 회사에 팔아서 빠르면 며칠 안에 완제품이 나올 거예요."권서진의 생각은 단순했다.디자인 도안 하나로 권리 주장하기는 귀찮지만 그렇다고 찝찝한 채 넘어갈 수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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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병원에서 검사를 한가득 받았지만, 정작 원인이랄 건 나오지 않았다.의사가 허설아를 빤히 보더니 불쑥 물었다."임신 계획 있으세요? 산부인과 쪽으로 날짜 한번 잡아보실래요?"산부인과?허설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건 생각도 못 해본 일이었다.지난번 권지헌과 함께 검사받은 뒤로 피임은 진작에 그만뒀고 요즘은 운동도 열심히 하며 엽산에 칼슘제까지 챙겨 먹고 있었다. 그런데도 혹시 임신한 건 아닐지 아예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부쩍 잠이 쏟아지고 입맛도 까다로워졌다. 밥을 아예 못 먹는 건 아니었지만, 전에 없이 유난히 가려 먹었다.지난번 임신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었다. 허설아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결국 검진 날짜를 예약하고 며칠 뒤 다시 와서 검사받기로 했다.의사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요 며칠은 무리하지 마세요. 임신이 아니더라도 임신 준비는 하셔야 하니까요.""네, 알겠습니다."병원을 나서니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허설아는 차를 몰아 연희와 전서준을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했다.전학한 뒤 처음 와보는 유치원이었다. 예전 유치원과는 분위기부터가 사뭇 달랐고 아이들 얼굴에도 생기가 넘쳤다.연희가 허설아를 보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왔다.황급히 뒤쫓아 오던 선생님은 연희가 엄마라고 부르는 걸 듣고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허설아를 본 적이 없었던 선생님은 진짜 아이들 보호자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사인까지 요구했다. 선생님이 망설이는 표정에서 혹여나 낯선 사람에게 아이들을 인계할까 봐 걱정하는 책임감을 보아낼 수 있었다. 허설아는 휴대폰 속 권지헌과의 혼인증명서를 찾아 보여주었다."전에는 남편이 왔었는데 오늘은 제가 시간이 나서 온 거예요."그제야 선생님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두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다른 아이를 배웅하러 돌아섰다. 이 유치원 선생님들은 확실히 책임감이 강했다.뒷좌석 카시트에 나란히 앉은 두 아이는 내내 재잘재잘 떠들었다.신호를 기다리던 사이에는 무슨 일인지 갑자기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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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네."허설아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권지헌을 찾았다.자기 학과에서 참석 서명을 마치고 인파 속에서 허설아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권지헌과 마침 시선이 마주쳤다.한 걸음씩 허설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문득 허설아의 머릿속에 글귀 하나가 스쳤다.어떤 순간이든 자신의 가장 소중한 걸 기꺼이 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었다.학창 시절에는 돈, 성공한 뒤에는 시간.겁쟁이의 용기, 솔직하지 못한 자의 진솔함, 예민한 자의 자존심, 오만한 자가 고개를 숙이기까지.권지헌은 이 모든 걸 매 순간마다 허설아에게 아낌없이 내주었다.권지헌이 곁에 다가오기도 전에 서풍의 팬들이 먼저 허설아를 알아봤다.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려 했다.같은 학교 후배들을 본 허설아도 마다하지 않고 저마다의 얼굴을 담은 간단한 그림을 하나씩 그려주었다."학교 다닐 때 동기들도 다 그려줬었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마음에 안 들 리 없었다.어차피 서풍의 팬들이니까.전부터 저희끼리 허설아가 올지 안 올지 얘기하던 참이었는데, 진짜 나타난 걸 보고 다들 한껏 들떴다.곁에 다가온 권지헌조차 멀리 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허설아의 얼굴엔 환하고 다정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햇살마저 허설아를 비춰 따뜻하고 눈부신 빛을 더해주었다.권지헌은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기다렸다.부스의 학생이 말했다."선배님, 저쪽 여자 선배님이 선배님보다 더 인기 많으신데요?"권지헌이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 원래 나보다 인기가 많아야 할 사람이에요."학교 다닐 때, 매일같이 권지헌 곁을 맴도느라 자기 안의 빛을 놓치지만 않았어도 허설아는 분명 예대의 스타가 됐을 것이다.예쁘고 밝은 데다 집안도 좋았고 그림 재능은 최고 학부에서도 단연 돋보였다.하늘이 작정하고 재능을 몰아준 사람이었다.지금의 허설아도 다르지 않았다.반짝이는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강시우가 뒤에서 다가오다가 허설아를 본 순간 잠시 넋을 놓은 듯하더니, 이내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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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건영대 학술 강당.성공한 동문 여럿이 단상에 올라 소감을 전했다.지금 재학 중인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허설아는 단상에 서서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한창 청춘인 후배들을 내려다보았다.곧이어 목을 가다듬고 힘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졸업하고 몇 년이나 지나서 이 자리에 처음 서게 될 줄은 몰랐네요. 학교 다닐 때는 학장님이 저한테 항상 야망이 없다고 하셨어요."아래 있던 후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지금 학장은 허설아에게 그림 기법을 많이 가르쳐준 예전 은사였다. 그때부터 허설아의 재능을 높이 사며 계속 그림에 매진하도록 키우고 싶어 했다."저는 저희 학과의 도시 벽화를 전공했는데요. 그때는 연애에만 빠져 있느라 공부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학과 정문 벽화, 그거 제 작품이에요."아래에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허설아의 재능에 호기심만 가졌던 학생들은 전부 놀라 얼어붙었다.학과 정문 벽화는 고구려 비천상을 그린 그림으로 명화를 그대로 베낀 게 아니라 직접 디자인한 작품이었다.그 벽화는 지금도 건영대 홈페이지 배경 화면으로 쓰이고 있었다.아래에서 한 학생이 물었다."선배님, 그거 몇 학년 때 작품이에요?""여러분과 같은 1학년에 막 입학했을 때예요. 학장님이 그리라고 하시길래 그냥 갔는데 어디 쓰일지도 몰랐어요."허설아가 말을 이었다."그때는 연애할 생각만 하느라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않은 게 좀 아쉬워요."권지헌 꽁무니만 따라다닐 때라, 벽화를 과제 정도로 생각했다. 매일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권지헌 쫓아다니기만 바빴다. 지금 보면 확실히 완벽하지는 않았다. 아래 있던 학생들은 말문이 막혔다. 저런 재능을 가진 선배라니, 진짜 사람이긴 한 걸까? "선배님, 지금은 무슨 일 하세요?""지금 주얼리 회사 대표고요, 취미로 그림도 그려요. 여러분이 아실 수도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서풍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요."일러스트 업계에서 서풍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팔로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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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제가 단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항상 초심을 지키고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고 스스로를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거예요."허설아가 눈을 깜빡였다."물론 나중에 저희 회사, àl'aube 주얼리와 봄날 주얼리에 이력서 넣는 것도 환영이에요."아래 앉아 있던 학장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àl'aube는 요즘 한창 잘나가는 브랜드였다.때문에 이 브랜드를 아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한 학생이 웃으며 말했다."선배님, 저희 졸업하고 나면 선배님 브랜드는 바라볼 수도 없을 것 같아요." 허설아도 따라 웃었다."그럴 리가요, 실력만 있으면 낙하산을 태워서라도 입사시킬게요."학생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허설아가 내려가고 다른 졸업생이 이어서 발표했다.허설아는 몸을 숙여 앞에 있는 학장과 손을 맞잡고 몇 마디 나눈 뒤 인사하고 뒷문에서 줄곧 기다리고 있던 권지헌에게로 걸어갔다."너는 끝났어?""아직 시작도 안 했어. 우리 자기부터 봐야 한다고 좀 기다려달라고 했어."권지헌이 가볍게 웃었다."네가 여기 서 있는 거 처음 보는 건 아니야.""또 언제 봤는데?""대학 입학식 때, 너희 학과에서 공연했잖아."입학식 때는 관례상 각 학과 학생들이 공연을 하는데 예대가 특히 주축을 맡곤 했다.그때 허설아도 참가한 건 사실이었다. 다만 다른 학생 여러 명과 함께였다.허설아는 권지헌이 봤다는 걸 믿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말해봐, 나 그때 무슨 공연했는데?""피아노 쳤잖아. 파란색이랑 흰색 섞인 튜브톱 원피스에 머리에는 반짝이는 머리핀도 했잖아."권지헌의 디테일한 설명에 허설아도 멍해졌다.확실히 그날 옷차림이었고 피아노 치는 역할을 맡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건 입학 첫날이었다.권지헌이 그때부터 눈여겨봤다고?"진짜 나 봤어?""응, 네가 앉아서 피아노 치고 있을 때 지나가다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봤어." 그때 백스테이지에 문제가 좀 생긴 탓에 학생들이 다투고 있었다.아마 드레스 문제인 듯했다. 허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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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즉흥적이었던 허설아의 발언에 비하면 권지헌은 훨씬 더 전문적이었다.이런 강연은 권지헌한테 식은 죽 먹기였다.다만 상대가 후배들인 만큼 한결 여유롭고 부드러웠다. 발표가 끝나고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선배님, 전에 게시판에 올리신 글 진짜예요?"단상 아래에서 웃음이 터졌다.여자친구가 헤어진 뒤 말도 없이 사라진 이유를 물었던 권지헌의 게시글을 묻는 것이었다. 한때 건영대에서 화제가 된 글로 건영대판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권지헌도 따라 웃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진짜예요. 잠시 이성을 잃고 올렸습니다만, 후기까지 봤다면 아마 저희가 결혼도 했다는 걸 알 겁니다." "선배님은 호구 소리 듣는 게 겁나지 않으세요?"허설아는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역시 경제학 전공답게 날카로웠다.정곡을 콕 찌르는 질문이었다. 권지헌도 화내지 않고, 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마이크를 잡고 허설아를 차분히 바라봤다."그럼 집에 가서 아내한테 물어봐야겠네요, 호구 좋아하냐고요."웃음이 터진 학생들 사이에서 또 누군가 물었다."선배님, 자존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권지헌이 고개를 들며 웃었다.권지헌은 학창 시절부터 잘생기기로 유명했다. 조각 같은 얼굴에 몸매까지, 그때는 집안 배경만 빼면 흠잡을 데가 없었다.지금은 한층 성숙한 남자의 매력까지 더해졌다.행동 하나하나에 매력적인 우아함과 여유가 배어 있어서 건영대 기념 티셔츠를 입고 있어도 빛나는 존재감이 가려지지 않았다. 밑에서 여학생들이 얼굴을 감싸며 소리를 질렀다.권지헌이 입을 열었다. "대학 때는 제 아내가 저를 쫓아다녔어요. 그땐 어려서 진심 어린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죠. 어쩌면 평생 모든 걸 너무 쉽게 얻어서 오히려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 같아요.""하지만 저도 누군가를 잃어본 적 있는데 여러분이 보신 그 글 내용이에요. 그때 비로소 이 넓은 세상에서 만나는 건 어려워도 헤어지는 건 너무나 순식간이라는 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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