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91 - 챕터 500

578 챕터

제491화

채이는 정말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려고 했다. 다만 이 사고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반드시 제대로 조사해야 했다.“이 와중에 또 괜찮은 척이니? 오늘 밤은 엄마가 여기서 너랑 같이 있을 거야. 너는 무조건 푹 자고 쉬어.” “내일 한 번 더 전신 검사 받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 확인한 뒤에 퇴원해.”김유미는 딸을 보자 속이 상해서 말을 잇기도 어려웠다. 병원으로 오는 내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딸에게 정말 큰일이 생긴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요즘 채이와 도성 남매는 왜 이렇게 자꾸 부모 마음을 흔드는지, 아직도 어린아이들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엄마, 아빠. 그렇게까지 놀라지 않아도 돼요. 전신 검사까지는 안 받아도 돼요.”“의사 선생님도 이미 괜찮다고 했고, 오빠랑 준모 씨도 여기서 다 들었거든요. 저 정말 큰일 아니에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내 딸이 골절까지 됐는데 어떻게 안 놀라니? 너는 왜 매번 아무 일 아닌 것처럼 굴어.”평소라면 진해강도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하지만 딸이 병상에 누워 있고, 다리까지 다쳤다는 사실은 아버지의 마음을 무너지게 했다.“아빠까지 왜 이렇게 과장하세요. 보시다시피 저는 이제 다쳐서 혼자 움직이기도 힘들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엄마 아빠가 매일 저 돌봐 주셔야 해요.”“그래도 오늘은 병원에 두 분이 남으실 필요 없어요. 이렇게 여러 명이 있어 봐야 의미 없고, 한 사람만 곁에 있으면 충분해요.” “저는 이제 괜찮으니까, 내일 퇴원하면 그때 집에서 잘 돌봐 주세요.”채이는 부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부모님이 곁에 있을 때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돌보겠다는 부모님의 마음까지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다만 오늘은 병원이라서 부모님이 편히 쉬지 못할 게 걱정됐다. 특히 김유미는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안 돼. 엄마는 꼭 여기 남아서 너랑 같이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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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김유미는 가족들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더 고집을 부리기 어려웠다. 그래도 딸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모두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엄마, 정말 걱정하지 마세요. 저 괜찮아요. 사실 돌봐 줄 사람이 꼭 필요할 정도도 아니에요.” “게다가 엄마는 준모 씨를 믿잖아요. 준모 씨가 여기 남아 있을 건데도 걱정돼요? 준모 씨 못 믿는 거예요?”채이는 웃으며 김유미를 달랬다. 부모님이 자신 때문에 계속 마음 졸이는 것이 싫었다. 정말로 큰일은 아니었고,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다.“너는 너무 주관이 분명해. 오늘 일에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기나 하니?”김유미는 딸이 안정된 것을 보고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엄마, 알아요. 제가 엄마 아빠 걱정시켰죠. 앞으로 밖에 나갈 때는 더 조심할게요. 그러니까 너무 마음 졸이지 마세요.”채이는 자신을 둘러싼 가족들을 보며 마음이 따뜻했다. 평소에는 자신이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쪽에 익숙했다. 그런데 이렇게 침대에 누워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어색했다.가장 걱정이 큰 사람은 설희였다. 설희에게 채이는 단순한 대표가 아니었다. 거의 유일하게 가족처럼 의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설희는 채이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견디기 어려워했다.“그럼 우리는 먼저 갈게. 대신 오늘 밤에 뭐라도 이상하면 바로 엄마한테 전화해야 해. 안 그러면 엄마 진짜 마음이 안 놓이거든.”김유미는 떠나기 전까지도 몇 번이나 당부했다. 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다친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엄마, 집에 가면 푹 자요. 엄마가 쉬지 못하면 제가 집에 갔을 때 저를 어떻게 돌봐요? 걱정하지 마세요.”“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어요. 아까 의사 선생님이 직접 말씀하셨잖아요. 의사 선생님 말도 못 믿으세요?”채이는 엄마를 말리듯 말했다. 엄마가 자신을 아끼는 마음은 알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엄마가 더 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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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채이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사고 당시에는 너무 급해서 아무 생각 없이 수안을 밀어냈다. 그때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하지만 구급차에 실린 뒤부터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고,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돌이켜보면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이건 내 잘못이에요. 내가 채이 씨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어요. 게다가 이 사고는 아무래도 단순한 일이 아닌 것 같아요.”“채이 씨를 친 그 차가 우연히 그런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내가 끝까지 알아볼 겁니다. 누가 이런 일을 꾸민 거라면 절대 그냥 두지 않겠어요.”준모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이 사고는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조사해야 했다. 문제의 시작이 어디인지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준모는 이 일이 자신을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노린 것이라면,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하지만 아직은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섣불리 누군가를 의심해서는 안 됐다. 결국 필요한 건 확실한 증거였다.“그게 왜 준모 씨 잘못이에요? 내 일 때문에 자책하지 말아요.” “누군가 일부러 해치려 했다고 해도 그게 준모 씨 탓은 아니잖아요. 자신을 그렇게 몰아붙이지 마세요.”“준모 씨는 가끔 모든 일을 자기 책임으로 떠안으려고 해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전부 자기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고요.”“하지만 준모 씨는 이미 곁에 있는 사람들을 잘 챙기고 있어요. 준모 씨가 아니었다면 많은 일이 지금처럼 버텨지지도 않았을 거예요.”“그러니까 마음의 짐으로 만들지 마요. 나는 준모 씨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채이의 태도는 확고했다. 사랑하는 남자가 스스로를 이렇게 몰아넣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몰라 더 속상했다.“됐어요. 의사가 가벼운 뇌진탕이 있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쉬어야 해요. 그런 얘기는 내일 해도 늦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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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준모는 자주 채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두 사람이 약혼한 뒤로도 정식으로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제대로 준비한 선물도 없었고, 단둘이 여행을 떠나 본 적도 없었다.겉으로는 일이 바빠서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준모는 그 말조차 핑계처럼 느껴졌다. 정말 마음을 썼다면, 아무리 바빠도 해 줄 수 있는 일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그래서 채이에게 더 고마웠다. 채이는 이런 것들을 요구하지 않았고, 서운해하거나 따지지도 않았다.하지만 채이가 그럴수록 준모의 미안함은 더 커졌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잘해 주고 싶었다. 다만 이런 마음을 직접 말하는 건 어쩐지 낯간지러워서 쉽지 않았다.그래도 준모는 행동으로 보여 주고 싶었다. 앞으로는 반드시 채이를 더 아끼고, 더 잘해 주겠다고 마음먹었다.준모는 그날 밤 눈도 제대로 붙이지 않은 채 내내 병실을 지켰다. 채이가 혹시 밤 사이에 불편해지거나 상태가 나빠졌는데, 자신이 잠이 들면 알아차리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다음 날 아침, 간호사가 시간에 맞춰 들어와 체온을 재고 기본 검사를 했다. 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는 확인이 끝나자 주치의도 병실로 들어왔다.“환자분은 이제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룻밤 충분히 쉬셨고, 상태도 안정적이라 퇴원하셔도 됩니다.”“다만 집에 가셔도 골절 부위는 반드시 조심해야 합니다. 당분간 침대에서 쉬고, 절대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보호자분도 잘 돌봐 주세요. 깁스는 했지만 자주 움직이면 좋지 않습니다.”“며칠만 지나면 상태가 훨씬 나아질 거고, 2주 뒤에 다시 병원에 오셔서 확인을 받으시면 됩니다. 뼈가 잘 붙고 있으면 그때 깁스 제거도 검토하겠습니다.”의사는 필요한 주의사항을 설명한 뒤 병실을 나갔다.“다행이네요. 내가 큰일 아닐 줄 알았어요. 그런데 준모 씨, 어젯밤에 제대로 못 잤죠? 다크서클이 이렇게 심한데요. 왜 안 잤어요?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요.”채이는 준모가 많이 지쳐 보이는 걸 알아차렸다. 준모는 온몸에 피곤함이 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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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어제 정말 고생했어요. 그런 아픔까지 견디게 해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준모는 평소 속마음을 이렇게 길게 꺼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자신도 모르게 많은 말이 흘러나왔다. 모두 진심이었다.“준모 씨, 언제부터 이렇게 다정한 말도 잘했어요? 난 괜찮다고 했잖아요. 어제 응급실 선생님들도 정말 잘해 주셨어요.”“뼈도 금방 맞춰 주셨고, 맞출 때도 생각보다 그렇게 아프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잖아요. 다들 너무 놀란 거예요.”채이는 진지한 준모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은 크게 흔들렸다. 고맙기도 했고 새삼 놀랍기도 했다.예전의 준모는 자신에게 마음 아프다는 말을 잘 하지 않았다. 속마음을 이렇게 꺼내 놓지도 않았다. 이것도 준모의 변화일 것이다.채이는 준모가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 좋았다. 두 사람 사이가 알게 모르게 더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사실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져 있었다. 또 서로가 각자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도 알고 있었다.“앞으로 더 나아질게요. 나도 노력하고 있어요. 채이 씨를 더 세심하게 챙기고 싶고, 속마음도 말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야 상대가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러면 채이 씨도 더 행복해질 거고요.”준모는 밤새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다.“둘이 무슨 얘기 중이야? 어젯밤은 좀 어땠어? 몸은 나아졌어? 오늘은 아무 문제 없대? 의사가 전신 검사도 해 봤어?”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진해강과 김유미가 병실로 들어왔다. 김유미는 들어서자마자 딸에게 질문을 쏟아냈다.그 모든 말은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김유미는 밤새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자꾸 딸이 떠올랐고,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걱정됐다. 늦은 밤이라 전화도 함부로 할 수 없어서 겨우 아침까지 버텼다.“네 엄마가 지금 온 것도 늦게 온 거야. 새벽부터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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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당연하지. 너는 엄마한테 제일 소중한 딸이야. 엄마가 왜 너를 안 돌보겠니? 엄마 곁에 있어야 마음이 놓여.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엄마가 어떻게 안심하겠어?”김유미는 딸이 항상 자기 눈앞에 있었으면 했다. 그동안 떨어져 지낸 시간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채우고 싶었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제대로 함께 지내지 못했다. 함께 살면서 서로의 일상을 나눈 기억조차 희미해질 때가 있었다. 엄마로서 딸이 이렇게 다친 모습을 보니 차라리 자신이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오늘 집에 가면 엄마가 잘 챙겨 줄게. 이번에 이렇게 큰 사고가 나고도 큰일 없이 넘어간 건 정말 다행이야.” “이번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앞으로는 꼭 몸을 더 잘 챙겨.”김유미는 딸의 모습을 보며 계속 걱정이 됐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딸이 더 조심하길 바랐다.“엄마, 앞으로 더 조심할게요. 저도 제 몸을 잘 챙길 거예요. 그러니까 이번 일 때문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요 며칠 저 때문에 다들 정신없이 뛰어다닌 거 알아요. 저는 저 때문에 모두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채이는 자신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는 가족들을 보면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부모님을 볼 때마다 죄송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괜히 자신이 큰 짐이 된 것 같았다.“다들 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 너는 평소에 너무 혼자 버티려고 해. 무슨 일이든 혼자 안고 가고,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지.” “하지만 우린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네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아야 우리가 안심할 수 있어.”김유미는 차분하게 타일렀다. 딸이 무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배씨 집안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한 건 아닌지 의심이 스쳤다.만약 정말 그쪽에서 꾸민 일이라면, 김유미는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배씨 집안으로 들어간 자기 딸이 괜찮은 남편과 사리를 아는 정부자만 제외하고, 그 집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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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준모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사랑하는 여자가 별탈 없이 퇴원할 수 있게 되어서, 마음속 죄책감도 아주 조금은 덜 수 있었다.병원 밖으로 나오자 채이는 바깥공기마저 유난히 맑게 느껴졌다. 이번 일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지나간 고비였다.채이가 퇴원하고 있을 때, 도성도 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 이미 채이가 병원 입구까지 나온 것을 보고, 동생의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자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오빠, 요즘 오빠도 상태가 안 좋고 바쁘잖아. 그런데 왜 또 여기까지 왔어? 어제 내가 말했잖아. 나 진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채이는 도성이 눈에 띄게 야윈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여동생으로서 오빠의 상태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내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너를 직접 보기 전까지 마음이 놓일 리가 없잖아.”도성은 동생을 바라보며 눈에 애정을 담았다.가족들은 모두 채이를 보물처럼 아꼈다. 채이가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냈던 일에 대해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도 컸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든 그 빈 시간을 메우고 싶어 했다.어렵게 가족이 다시 모였는데도 이런저런 일이 계속 생겼다. 누구도 이런 일들이 계속 이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오빠가 날 사랑하는 것도 알고, 마음 쓰는 것도 알아. 그런데 오빠가 매일 그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 나도 마음이 너무 안 좋아.” “가끔은 오빠를 위해 뭔가 해 주고 싶은데, 감정 문제는 다른 사람이 해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더라.”채이는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됐어. 이제 퇴원해서 집에 가도 된다니까. 할 얘기는 집에 가서 하자.”김유미는 직접 휠체어를 밀며 딸을 데리고 나갔다. 아들의 연애 문제 이야기가 나오면 김유미는 언제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일은 이제 빨리 지나가고, 도성이 하루라도 빨리 잊기를 바랐다.집에 도착하자 가족들은 채이를 곧바로 침대에 눕혔다. 지금 채이는 움직이면 안 되는 상황이라 어디도 갈 수가 없었다. 얌전히 누워 있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가족들이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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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배찬하입니다. 준모 형 동생이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저도 할머니와 같이 형수님을 뵈러 왔습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정말 걱정됐습니다.”찬하는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반듯한 인상을 주었다. 속을 쉽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겉으로는 매우 친절하고 점잖아 보였다.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는 없는 법이다. 김유미는 찬하가 돌아온 이유가 결국 준모와 회사를 두고 다투려는 데 있다고 생각했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는 없었다. 지금 딸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상대가 일부러 병문안을 왔는데 차갑게 대하면 김유미 쪽이 예의 없어 보일 수 있었다. 딸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반가워요, 사돈총각. 사돈어른, 사실 채이는 이제 괜찮습니다.” “이렇게 번거롭게 오지 않으셔도 됐는데, 그래도 제 딸을 보러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만큼 그쪽 집안에서도 제 딸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이겠지요.”김유미는 일부러 말을 길게 했다. 상대에게 분명히 알려 주고 싶었다. 자기 가족은 결코 만만히 볼 사람들이 아니며, 누구도 자기 딸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뜻이었다.“할머니, 찬하 도련님.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정말 안 오셔도 됐는데요. 저 지금 별일 아니에요. 크게 놀랄 일도 아니고요.”“할머니는 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신 게 아니잖아요. 저 때문에 이렇게 움직이시면 제가 너무 죄송해요.”채이는 정말 마음이 불편했다. 자신 때문에 할머니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할미 몸은 이제 괜찮다. 네가 보기에도 나 오늘 꽤 멀쩡해 보이지 않니?” “이번엔 정말 너희 둘 덕을 봤어. 너희가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면 할미가 이렇게 빨리 좋아지지도 못했을 거야.”“할미는 이제 널 친손녀처럼 생각한다. 그런 네가 다쳤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겠니?”정부자는 진심으로 채이를 걱정했다. 주변에서는 채이가 이제 괜찮다고 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할머니, 이제 저 보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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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제가 예전에 외국에 있을 때 스키를 타다가 형수님이랑 비슷하게 다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의사도 며칠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어요.”“그런데 저는 어릴 때라 말을 안 듣고 괜찮다고 우기다가 꽤 위험한 상황까지 갔습니다.”찬하는 걱정 어린 말을 덧붙였다. 그는 늘 남을 배려하는 사람처럼 보였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쉽게 호감을 느꼈다. 누군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말 괜찮아요. 저도 제 몸을 잘 챙길게요. 괜히 모두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채이는 모두에게 미안했다. 평소에는 자신이 주변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 줄 때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애쓰면 괜히 부담스럽고 미안했다.가족과 친구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바쁘고 각자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데, 자신 때문에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우리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왜 하니? 다들 네가 걱정돼서 온 거야.” “할미는 네가 괜찮은 걸 직접 봐야 안심할 수 있어. 그냥 말로만 들으면 누가 날 속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지 않더구나.”정부자가 직접 온 것만으로도 채이가 정부자 마음속에서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찬하 역시 그런 채이가 조금은 부러웠다. 정부자가 이렇게까지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배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조차 이런 마음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정부자가 이렇게 걱정하면서 발걸음을 하는 일은 더더욱 흔치 않았다.“사돈어른, 오늘은 여기서 식사하고 가세요. 마침 저희도 식사 준비하려던 참이었어요.” “이렇게 집까지 오셨는데 그냥 보내 드릴 수는 없죠. 오랜만에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로 생각하면 좋겠어요.”김유미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다. 정부자가 일부러 찾아왔으니 제대로 대접해야 했다.“그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됩니다. 의사도 요즘은 제가 담백하게 먹는 게 좋다고 해서요. 집에 있는 도우미가 제 식사를 따로 준비해 주면 됩니다.”“제 입맛이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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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채이는 배씨 집안의 손주며느리였다. 정부자는 자신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가장 큰 이유는 채이가 이렇게 혼자 침대에 누워 있고, 친정어머니가 계속 돌봐야 하는 상황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할머니, 엄마가 저를 돌봐 주실 거예요. 그러니까 할머니께 폐는 끼치지 않을게요.”“요즘은 집에서도 회사 일을 처리해야 해서, 저는 여기 있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요.”채이는 이 기회를 빌려 엄마 곁에 더 머물고 싶었다. 이런 시간은 쉽게 오지 않았다. 몸이 나으면 다시 바빠질 것이 뻔했다.채이의 태도가 단호하자 정부자도 더는 강하게 말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곳은 채이의 친정인데, 부모님 앞에서 억지로 데려가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그렇다면 할미가 더 강요하지는 않으마. 몸이 나으면 언제든 집으로 오너라.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고.”“할미가 사람을 보내서라도 해 주게 하마. 이 기간에는 꼭 몸부터 챙겨야 한다. 완전히 낫기 전에는 절대 무리해서 내려오면 안 돼.”“지금 네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쉬는 거야. 네가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일은 나중에도 할 수 있다.”“몸이 다 나으면 그때 마음껏 하고 지금은 집에서 조용히 쉬어. 할미 말 들어. 할미가 너 해치려고 그러겠니.”정부자는 간곡하게 말했다. 그만큼 채이가 걱정됐다. 혹시라도 채이에게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할머니, 저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정말 괜찮아요. 제 몸은 제가 알아서 잘 챙길게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만 해 주세요. 이렇게 직접 오시느라 고생하지 마시고요.”채이는 정부자가 자신을 보러 온 것이 기쁘면서도, 무리하게 될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오래 붙잡고 싶지 않았다.“할미는 네가 괜찮은지 봐야 마음이 놓여. 요즘은 몸도 전보다 많이 회복돼서 이렇게 온 거야. 예전처럼 몸이 안 좋았다면 나도 여기까지 못 왔을 게다.”정부자는 가족들과 몇 마디 더 안부를 나눈 뒤 돌아갈 준비를 했다. 오래 머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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